Beranda / 사극 로맨스 / 설야팔부 (雪夜八部) / 제280화 — 아직 없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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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 아직 없는 이름

Penulis: moominkiller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0 18:08:03

운설의 배는 아직 달라 보이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약방 냄새였다. 선우현은 생강과 기름을 가장 먼 창고로 옮기고, 아침마다 창문을 먼저 열었다. 자신이 끓인 죽을 운설보다 먼저 맛보는 버릇도 생겼다.

“독 검사해요?”

“간 검사요.”

“오늘은요?”

“조금 짜오.”

“그럼 물 더 넣어요.”

두 사람은 아이보다 죽 한 솥을 먼저 의논했다.

방산파는 닷새마다 와 맥을 보았다. 확실하다는 말 대신 오늘도 같은 자리라고 했다. 운설은 그 말이면 충분했다.

선우현은 밤마다 빈 장부 앞에 앉았다. 아이에게 말을 거는 대신 그날 있었던 일을 한 줄씩 썼다. 운설이 죽을 반 그릇 먹은 일, 두 시진 진료하고 낮잠을 잔 일, 서로 다투지 않은 일과 사소하게 다툰 일.

“태교예요?”

운설이 물었다.

“우리에게 하는 기록이오.”

“왜요?”

“두려워서 그대를 가둔 날이 생기면 나중에 모른 척하지 않으려고.”

운설은 그 줄 아래 자기 기록도 남겼다.

걱정한다는 이유로 혼자 견딘 날도 숨기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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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86화 — 문밖의 남편 (선우현)

    선우현은 회색 목도리를 알아보았다.연도하가 말에서 내리는 순간보다 먼저, 그가 왼팔로 검은 가죽판을 감싼 모양을 보았다. 오른손은 떨리고 있었고 소매 아래로 피가 말라붙었다.“죽이지 않았소.”연도하의 첫마디였다.선우현은 대답하지 않았다.태중 호적을 만든 자를 찾으면 자기도 죽이고 싶어질까 생각한 참이었다. 아직 오지 않은 아이에게 왕관과 죄목을 함께 씌운 손을 보면, 검이 없어도 목을 꺾을 수 있었다.연도하가 가죽판을 내밀었다.작은 발가락 다섯 개가 음각되어 있었다. 운설이 태어난 날 찍힌 첫발 도장을 본떠 만든 판이었다.“북관으로 들어가던 인쇄 수레에서 빼냈소. 판을 새긴 늙은 장인은 수레 뒤에 태워 왔고.”“어디 있나.”“살아서 자고 있소.”“누가 시켰지?”“라하의 이름을 댔으나 돈은 세 가문에서 나왔소. 한쪽은 왕을 만들고, 다른 쪽은 그 왕을 역적으로 잡으려 같은 판을 샀지.”선우현은 가죽판을 쥐었다. 힘을 주면 부술 수 있었다. 부서진 증거는 분노만 남긴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그는 판을 상자에 넣고 수결했다.받은 때 자정. 가져온 이 연도하. 보존한 이 선우현.연도하가 쓴웃음을 지었다.“옛 검신이 증거 장부를 쓰는군.”“그대도 사람을 살려 데려오지 않았나.”“운설이 보면 좋아하겠소?”“칭찬받으려고 살린 것인가?”“아니. 그대가 칭찬받는 꼴을 보기 싫어서.”두 사람은 낮게 웃었다. 웃음은 짧았다.방 안에서 물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선우현은 곧장 돌아보았다.“무슨 일이오?”방산파가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약 먹이는 소리야. 네 얼굴 때문에 환자 심장이 더 뛰겠으니 저쪽에 있어.”문이 다시 닫혔다.선우현은 문밖에 앉았다. 열아홉 금 안으로 들어갔던 날과, 운설의 강 속에서 심장이 멎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몸을 던지면 할 일이 생겼다. 지금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기다리는 것만이 그의 몫이었다.그는 기다림이 칼보다 어려운 날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연도하가 맞은편 기둥에 기대앉았다.“아이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85화 — 붉은 한 점

    선우현은 운설이 부르기 전에 들어왔다.약봉지에서 빠진 종이끈을 돌려주러 왔다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묻지 않고 문밖의 방산파를 불렀다.운설은 피 묻은 천을 감추지 못했다.방산파가 맥을 짚는 동안 선우현은 침상 옆에 무릎을 꿇었다. 손을 잡지 않았다. 운설이 제 손을 내밀자 두 손으로 받았다.“아이는요?”운설의 물음에 방산파는 곧 답하지 않았다.배를 살피고 피의 빛과 양을 확인했다. 따뜻한 물을 먹인 뒤 다시 맥을 보았다.“지금은 같은 자리에 있어.”선우현의 어깨가 한 치 내려갔다.“무사하다는 뜻입니까?”“오늘 피가 멎고 열이 오르지 않아야 다음 말을 하지. 세상에 아직 오지도 않은 아이 일을 누가 장담해.”방산파는 운설에게 누우라고 했다. 약방 일도, 공개 증언도, 환자 걱정도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줄 일이었다.“제가 의원인데 가만히 어떻게 누워 있어요.”“의원이니 환자 말을 들어.”“환자가 누군데요?”방산파가 운설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눌렀다.“너.”짧은 한 글자가 운설을 침상에 눕혔다.누우니 천장의 나뭇결이 보였다. 약방을 연 뒤 수백 번 드나든 방인데 저 모양은 처음이었다. 검은 옹이 하나가 물결처럼 퍼져 있었고, 그 옆에는 못을 잘못 박았다 뺀 구멍이 있었다.운설은 그 구멍을 보며 아이가 사라진 자리를 상상했다. 아직 얼굴도 손도 모르는 사람인데 빈자리부터 눈앞에 생겼다.“그 생각 하지 마시오.”선우현이 말했다.“제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요?”“나도 같은 것을 보고 있으니까.”그의 시선은 운설의 배에 머물러 있었다.“말하면 없어질까요?”“아니. 그래도 혼자 보지는 않겠지.”운설은 잃을까 무섭다고 말했다. 선우현은 자기가 지키지 못할까 무섭다고 했다. 두려움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나니 손을 잡을 자리가 생겼다.바깥에서는 피난 행렬이 도착했다. 젖은 신발 스물세 켤레가 마당에 놓이는 소리, 아련이 이름을 묻지 않고 먼저 방을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운설은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선우현이 문을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84화 — 깃발이 될 아이

    선우현은 운설을 겨울 궁으로 보내려 했다.“숨으라는 뜻은 아니오. 무장한 말이 백로진까지 오는 동안 증거를 모으겠소.”“제가 떠나면 태중 호적만 남아요.”“그대 몸부터 지켜야 하오.”“제 몸이니까 여기 있겠다고 말하는 거예요.”두 사람의 목소리는 높아지지 않았다. 화로 위 물만 세 번 끓어 넘쳤다.방산파는 차를 마시며 둘을 번갈아 보았다.“말을 탄 놈들이 배 속까지 쫓아 들어오진 못해. 대신 걱정은 들어오지. 오늘 안에 다투고 내일부터 쉬어.”운설은 여덟째 문 마당에서 공개 증언을 열겠다고 했다. 북관 세 가문, 삭월 유민, 백로진 관청에 모두 같은 장부를 보내 아이가 어떤 직위도 받은 적 없음을 밝힐 생각이었다.선우현은 반대 대신 조건을 적었다.운설은 앉아서 말할 것. 증언은 한 시진을 넘기지 않을 것. 무장한 자는 문밖에서 병기를 맡길 것. 몸에 이상이 생기면 심리를 멈출 사람은 방산파일 것.“마지막 조건은 제가 골라야죠.”“그래서 방산파를 썼소.”“당신을 쓰면 제가 말을 안 들을 테니까요?”“그대가 가장 잘 아는군.”그는 느티나무 객주 둘레에 사람을 세우지 않았다. 무장한 경비가 피난민을 겁먹게 할 수 있어서였다. 대신 왕철의 이야기꾼들을 장터 세 갈래에 앉히고, 낯선 말이 지나가면 이야기 제목을 바꾸게 했다.붉은 말 이야기는 북쪽 길, 부러진 안장 이야기는 강나루, 손님 없는 객주 이야기는 관청 쪽에 무장한 자가 있다는 신호였다.아련은 그 신호를 듣고 종을 한 번, 두 번, 세 번 울리기로 했다. 아이가 정한 경계법이라 무기를 든 사람보다 눈에 덜 띄었다.운설도 자기 조건을 적었다.환자가 오면 장채령이 먼저 보고, 위급하면 공개 증언을 중단한다. 유민이 왕가 이름을 요구해도 말을 막지 않는다. 라하의 죄를 밝히되 유민의 땅 청원과 한 장부에 섞지 않는다.선우현이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그대를 욕하는 말도 듣겠다는 뜻이오?”“제 아이를 빼앗으려는 말과 자기 무덤을 지키려는 말은 다르니까요.”“그대 몸은 그 차이를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83화 — 아직 태어나지 않은 죄

    손도장은 너무 작았다.운설의 엄지 한 마디에도 못 미쳤다. 다섯 손가락 사이가 둥글게 번져 있어 쥔 손을 억지로 펼쳐 찍은 흔적처럼 보였다.선우현이 등잔을 가까이 들었다.“그대 것이 맞소?”“기억할 수 없어요.”“기억 못 하는 수결은 허락이 아니오.”아련은 백지장에서 배운 종이 보는 법으로 가죽 가장자리를 살폈다. 붉은 인주 아래만 기름때가 얇았다.유경에게도 가죽 탁본을 보냈다. 답은 그날 안으로 돌아왔다. 오래된 자국의 틈에는 모래가 끼어 있었고 새 인주에는 북관에서 쓰는 송진 냄새가 섞였다고 했다.선우현은 물을 데워 인주 한 귀퉁이를 증기에 대었다. 붉은 빛 아래에서 검은 선 하나가 떠올랐다. 원래 장부에서 칼로 도려낸 자리였다.“옛것을 지켰다는 말과 옛것을 그대로 썼다는 말은 다르오.”라하가 손을 무릎 아래로 감췄다.운설은 화를 내려고 몇 번이나 숨을 들이켰다. 그러나 화보다 먼저, 갓난 자기 발을 붙들고 인주를 묻혔을 어머니의 손이 떠올랐다. 그 손이 남긴 마지막 흔적을 또 다른 어른이 아이를 묶는 데 썼다.“첫발 장부 원본은 어디 있어요?”“북쪽 폐사당 돌벽 안에 있습니다.”“지금부터 아무도 혼자 만지지 못하게 하세요. 라하 당신도요.”라하는 처음으로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옛날에 찍은 걸 잘라 붙였어요. 이 가죽보다 손도장이 더 오래됐어요.”라하가 입술을 다물었다.운설은 그녀를 내보내지 않았다. 따뜻한 물을 한 잔 놓고 대답할 때까지 기다렸다.“어디에서 났어요?”“공주의 첫발 장부입니다.”삭월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손보다 발을 먼저 찍었다. 어느 땅을 밟고 살 것인지 하늘에 알리는 풍습이었다. 토벌 전날 왕비가 두 딸의 첫발 장부를 계보지기에게 맡겼다.라하는 그 작은 발도장에서 발가락 부분만 떼어 손도장처럼 만들었다.“어머니가 지키라고 준 걸 왜 제 허락으로 바꿨어요?”“전하께서 왕가를 버리셨으니까요.”“그래서 제가 갓난아이였을 때까지 데려왔군요.”라하의 세 줄 문신이 떨렸다. 그녀는 잘못을 안다는 얼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82화 — 태중 호적

    운설은 문서를 펼치지 않았다.검은 천 위의 이지러진 달부터 보았다. 어머니의 피 묻은 방, 운백천의 품, 혈비가 지켜 온 겨울 궁이 한꺼번에 가까워졌다.선우현이 대나무 통을 창가로 옮겼다. 혹시 묻었을 독을 살폈으나 가죽에서는 오래된 기름과 쑥 연기 냄새만 났다.“누가 보냈소?”심부름꾼이 문밖을 가리켰다.흰 머리를 가죽끈으로 땋은 여자가 서 있었다. 오른손 엄지 둘레에 먹빛 고리 문신이 세 줄 있었다.“계보지기 라하가 설야 전하를 뵙습니다.”그녀가 무릎을 꿇으려 하자 운설이 먼저 문턱에 앉았다.“저는 전하가 아니에요. 무릎을 꿇으면 저도 여기 앉아 이야기할 겁니다.”라하는 굽힌 무릎을 천천히 폈다. 운설보다 훨씬 나이 든 얼굴에 잠을 잊은 주름이 깊었다.“왕이 없어도 왕의 장부는 남습니다.”“남겨야 할 사람 장부는 따로 있어요.”“그 장부를 지키려고 왔습니다.”라하는 태중 호적을 펼쳤다.삭월 유민 칠십여 집의 옛 땅과 우물, 무덤 자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주인 없는 땅으로 넘어간 것을 돌려받으려면 하나의 이름 아래 청원해야 했다.라하는 문서 아래에서 접힌 지도를 꺼냈다. 검은 점은 무덤, 푸른 선은 마른 우물, 붉은 칠은 세 가문 목장이 차지한 땅이었다. 북쪽 절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사람마다 제 이름으로 청원하면 안 됩니까?”선우현이 물었다.“죽은 호적의 후손이라는 증명이 없습니다. 토벌 때 장부가 탔으니까요.”“왕가 호적은 어찌 남았고.”“왕의 것은 돌에 새기고 백성의 것은 종이에 썼습니다.”라하의 대답 뒤로 쑥 연기 냄새가 더 짙어졌다. 운설은 돌에 남은 자기 이름과 불에 사라진 수많은 이름의 무게를 함께 보았다.“그래서 돌 하나를 다시 세우려는 거군요.”“그 아래에서 종이들을 살리려는 겁니다.”라하는 품에서 작은 뼛조각들을 꺼냈다. 집마다 쓰던 부엌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물고기, 반달, 세 갈래 나뭇가지. 글을 모르는 유민이 자기 우물과 무덤을 기억한 흔적이었다.운설은 그 표식을 하나씩 만졌다.“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281화 — 같은 자리

    스무 날 동안 방산파는 같은 말만 했다.“오늘도 같은 자리.”스무하루째 아침에는 운설의 손목을 놓고 손가락 세 개를 무릎 위에 세웠다. 등잔 심지가 한 번 기울 동안 말이 없었다.선우현은 방구석에서 죽 그릇을 들고 있었다. 뜨거운 죽이 식어 가는데도 젓지 않았다.“이제는 말해도 되겠구먼.”방산파가 운설을 보았다.“아이가 맞아.”선우현의 손에서 숟가락이 미끄러졌다. 그릇 안으로 떨어져 작은 소리가 났다.운설은 웃지 못했다. 손바닥을 제 배 위에 올렸다. 아직 단단한 것도 둥근 것도 없는 곳이었다. 손 아래에서 아무 대답도 오지 않았다.“잘 있나요?”“오늘은.”“내일은요?”“내일 손목을 주면 보지.”방산파는 약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운설은 그 말을 믿었다.선우현이 마침내 숨을 내쉬었다. 먼저 운설의 얼굴을 보고, 그다음 배를 보았다.“만져도 되오?”운설이 그의 손을 끌어 왔다.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자리에서 두 손이 겹쳤다. 선우현의 손바닥은 전장을 앞둔 날보다 차가웠다.“기뻐해도 돼요.”“그대도?”“오늘은요.”그의 이마가 운설의 손등에 닿았다. 절하듯 낮아진 머리칼 사이로 흰 살이 조금 보였다. 운설은 그곳을 오래 쓸었다.방산파는 헛기침을 하고 진료 장부를 펼쳤다.“기쁨은 내가 말릴 일이 아니고, 일은 말려야겠어. 피 냄새 맡는 시술은 다른 의원과 나누고 한 시진 서 있으면 반 시진 앉아. 못 먹는 날은 먹은 척하지 말고.”“약방을 쉬라는 말은 안 하세요?”“쉬어야 할 몸과 일해야 사는 마음이 한 집에 있으니 둘 다 봐야지.”선우현이 그 말을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적었다.운설은 붓을 빼앗아 한 줄을 더 넣었다.선우현은 방산파의 말을 명령으로 바꾸지 않는다.“왜 내 이름만 있소?”“제 장부니까요.”“그대 조항도 써야 공평하지.”선우현이 붓을 되찾았다.운설은 아픈 것을 의원답게 숨기지 않는다.“의원답게가 왜 숨기는 거예요?”“그대가 가장 잘하니까.”방산파가 두 사람 사이에서 장부를 접었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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