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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문가에 서 있는 낙청연을 바라봤다,

소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다가갔고 다시 한번 낙청연을 막아서려 했는데 낙청연이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고는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소유는 저도 모르게 두려워졌고 부진환은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뭘 하려는 것이냐?”

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낙월영을 바라보았고 항마저를 꺼내면서 낙월영에게 따져 물었다.

“번개를 불러온다는 이 물건에 대해 한번 상세하게 얘기해보거라. 그래야 그 연유를 다들 알 수 있지 않겠느냐?”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낙월영은 낙청연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더없이 진지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소유도 제가 이 물건을 치우는 것을 보았는데 언니가 그것을 가져왔다고 해서 무엇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

“그건 내가 너에게 이 물건을 가져오라 시킨 것이 아니더냐? 그러니 내 질문에 대답을 못 하는 것이겠지.”

낙청연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낙월영은 당연히 인정하기가 싫었고 돌연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께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요. 언니는 적녀(嫡女)시고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언니 말만 들었으니까요.”

그 가련한 어조와 표정을 보면 다들 낙청연이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괴롭혔을 것이라 짐작할 터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진짜 부진환의 보호욕을 불러일으켰고 부진환은 낙청연을 호되게 꾸짖으며 말했다.

“낙청연, 내 경고를 잊은 것이냐? 당장 나가거라.”

그의 말에 낙청연은 울컥해서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물건이 깨지자 항마저 안에 있던 엄지손가락만큼 굵은 날카로운 철침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철침 위에는 번개무늬와 부적이 잔뜩 쓰여있었다.

“보았습니까? 뭔가를 불러온 것은 이 장식품이 아니라 이 안에 숨겨져 있던 인뇌전의 진안저(陣眼杵)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이것을 어떻게 안 것일까?

낙월영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지만 빠르게 대처했다. 그녀는 새된 소리로 말했다.

“언니, 전 분명 이것을 버렸는데 어찌 또 여기로 가져오십니까? 얼른 들고 나가세요. 왕야께서 다치실 것입니다.”

부진환은 소유에게 눈빛을 보냈고 소유는 곧바로 그것을 들어 밖에 버렸다.

낙청연은 팔짱을 끼면서 코웃음을 쳤다.

“인뇌전 전안 하나로는 번개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이건 인뇌전의 일부일 뿐이에요. 그리고 이 섭정왕부에는 감춰져 있는 진안저가 적어도 열 개 이상은 될 것입니다. 서로 다른 방향에 분포되어 있어야 특정된 기세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날씨여야만 번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낙월영,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진실을 숨기려 하고 남의 공을 가로채려 하다니, 대체 뭐가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냐?”

낙청연은 낙월영이 절대 자신에게 부진환 앞에서 공을 세울 기회를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낙청연은 그 공로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낙월영이 위선을 떠는 모습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번 기회를 빌려 낙월영이 위선자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릴 생각이었다.

낙월영은 자신의 멍청한 언니가 이런 것들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낙청연은 일리 있는 말만 하고 있었고 자신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마음이 급해져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그게 아니라…”

낙월영은 말로는 그녀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억울한 표정으로 부진환을 보면서 울기 시작했다.

“왕야,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훌쩍거리면서 불쌍한 척하는 일 외에 네가 할 줄 아는 게 있느냐? 너에게 그 정도 능력이 있다면 다른 진안저도 전부 찾아내 네 능력을 증명해 보이거라. 네가 모두를 구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란 말이다.”

낙청연은 매섭게 낙월영을 질타하면서 그녀의 가면을 찢어발겼고 낙월영은 마음은 급했지만 우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낙월영을 보는 소유의 눈빛이 조금 전과 달라졌다. 만약 낙월영이 진짜 이것들을 알고 있다면 변론해야 하지 울고 있을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낙청연이 조리 있고 분명하게 인뇌전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터무니없이 들릴지라도 진안저라고 하는 것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그 장식품은 낙청연이 섭정왕부로 시집오기 전에 이미 놓여 있던 것으로 낙청연이 일부러 그것을 거기에 두고 연기할 리도 없었다.

“왕야, 전… 전 인뇌전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저 물건이 사특한 것이라 생각하여 밖으로 치운 것입니다. 전 언니가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낙월영은 또다시 무고하고 선량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사람들의 동정심을 사려 했다.

낙청연은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 부진환이 낙월영의 말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낙청연이 바라는 건 정의였다.

자신이 인뇌전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방 안의 사람들은 전부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낙월영이 몇 마디 말로 그 공로를 가로챈 것이었다.

그러나 부진환은 낙월영이 울고 있자 매서운 눈길로 낙청연을 바라보면서 노여움을 가득 담아 말했다.

“이기려고 애쓰는 것 말고 네가 할 줄 아는 게 무엇이냐? 너의 그 왕비 자리도 원래는 낙월영의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염치도 없이 여기서 사람을 이렇게나 몰아세우다니!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나가거라!”

부진환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그는 낙청연이 부운주가 보낸 첩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이렇게 공로를 빼앗으려 하는 이유가 사람들의 신임을 얻어 그의 옆에서 첩자 노릇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낙청연은 그의 호통에 순간 울화통이 터졌다.

“제가 정신이 나가서 왕야를 두 번이나 구해줬군요. 왕야께서는 저한테 목숨을 두 번 빚졌습니다.”

말을 마치고 그녀는 씩씩거리면서 몸을 돌려 떠났다.

소유는 그 장면에 미간을 구겼다. 낙청연의 억울한 모습을 보니 정말 왕야가 그녀를 오해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밖은 아직도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천둥 번개가 치고 있었다. 소유는 낙청연이 이렇게 밖으로 나갔다가 사고라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어 그녀를 따라 방을 나섰고 사람 두 명을 보내 그녀를 처소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낙청연은 곧바로 자신의 처소로 향한 것이 아니라 홧김에 회랑에 가서 긴 창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인뇌전의 다른 진안들은 아직 옮기지 않았다. 방안의 진안저는 정원 밖으로 내던져졌지만, 이 곳의 진안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여전히 번개를 불러올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갔던 소유는 때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고 바로 다음 순간, 큰 우렛소리가 들려오더니 번개가 내리쳤다.

번개는 순식간에 지붕을 뚫었다.

“왕야!”

소유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번개가 지붕 위로 내리쳤을 때 불이 붙었고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빗줄기에 불이 금방 꺼지지 않았다. 불은 계속 번지고 있었고 미친 듯이 방 전체를 집어삼켰다.

“왕야, 조심하십시오!”

낙월영은 눈을 질끈 감고 부진환을 밀었고 순간 부진환은 상처 부위에서 큰 통증을 느꼈다. 그는 이를 꽉 깨물더니 이불을 쓰고 낙월영을 안아 밖으로 나갔다.

“왕야! 왕야!”

소유는 급한 마음에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불길이 너무 세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정원에는 난리가 났고 소서는 많은 호위들을 데리고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저마다 옷을 벗어 불을 끄려 했다.

불길이 작아지자 또 한 번 번개가 내리쳤고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쿵.

대들보가 무너졌다.

마지막 순간, 부진환은 낙월영을 안고 밖으로 나왔고 고 신의도 그를 따라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나오기 무섭게 처소가 무너졌다.

그 장면에 낙청연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이 진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번개가 어디로 내리칠지까지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번개가 내리친 위치는 부진환의 침상이 아니었다. 낙청연은 그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고 다만 삭이지 못한 화를 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부진환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부진환이 죽지 않고 방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부진환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낙월영을 소유에게 맡기고는 시선을 낙청연에게 고정시켰다. 그의 눈동자에서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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