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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회색 잉크 장부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31 18:46:08

하겐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열람 기록을 부정하지 않았다.

로스테 시청의 공개 기록실 안에는 도시평의원 열아홉 명과 법무관,

베른하르트, 엘리시아 측 기록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복도에는 방청을 신청한 주민들이 서 있었다.

도시 경비대장은 벽 쪽에 서지 않았다.

조사를 받는 사람이 지휘관의 자리에 남아 있는 모양을 피하기 위해,

검과 지휘봉을 탁자 위 투명판에 올려놓은 뒤 일반 증언석에 앉았다.

“사흘 전 폐쇄 광산에 들어갔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베른하르트의 손이 의자 팔걸이에서 멈췄다.

“누구와 함께 갔나?”

“혼자 갔습니다.”

하겐은 변경백에게도 평소와 같은 건조한 어조를 유지했다.

“군수 창고의 방진 가면 재고가 맞지 않았습니다.

장부에는 마흔여덟 개가 있었고, 실제 창고에는 서른여섯 개뿐이었습니다.”

도시 기록관이 재고 장부를 꺼냈다.

부족한 열두 개는 ‘광산 붕괴 훈련 중 손상’으로 처리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육 개월 동안 해당 창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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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292. 또 다른 표본창고가 되지 않도록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 흑갑 13번의 제작판이 마지막으로 한 번 반응했다.대형 마물 접근 조건.성립하지 않음.황실 긴급 지휘 전환.차단.지역 지휘 인증.실패.새 착용자.미지정.검은 금속 위의 회색빛이 서서히 꺼졌다.테사는 반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뒤 말했다. “현재 제작 절차는 정지 상태입니다.”폐기된 것은 아니었다.누군가 다시 길을 열면 재개될 수 있다.하지만 적어도 오늘 로스테 사람 하나를 갑옷 안에 밀어 넣는 절차는 멈췄다.엘리시아는 그 보고를 받은 뒤 한 가지 요청만 했다.“빈 침실 저장층을 중앙 보관하지 마세요.”오스카가 이유를 물었다.“제 신성력 잔류가 들어 있습니다. 증거라고 한곳에 모아두면 또 다른 표본창고가 됩니다.”로스테 법무관과 논의한 결과 저장층은 세 부분으로 나누지 않았다. 쪼개면 오히려 표본이 늘어난다. 대신 원형 그대로 이중 봉인한 뒤 사용 권한 없이 보존하고, 감정이 끝나면 장기보관 여부를 다시 엘리시아에게 통지하기로 했다.황실도 가져가지 않는다.대신전도 가져가지 않는다.로스테가 자기 소유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증거라는 이유로 주인이 없는 물건으로 만들지 않았다.그 절차까지 마무리된 뒤 엘리시아는 처음으로 오늘 업무가 끝났다는 표시를 했다.사무실 창문 밖으로 겨울 밤이 내려와 있었다.북쪽의 경계종은 울리지 않았다.흰 뿔의 왕도 더 가까이 오지 않았다.그러나 멀리 북동쪽 숲에서 간헐적으로 왕핵 잔류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은 계속됐다.누군가 먹이길의 더 먼 부분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오스카가 외투를 정리하며 물었다. “오늘은 숙소를 어디로 하시겠습니까?”엘리시아는 잠시 생각했다.야간 확인석이 있던 방은 바닥 수리까지 끝났지만 아직 검수가 남았다. 독립 사무실에는 잘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 지난 며칠 머물렀던 임시방은 오늘도 사용할 수 있었다.“임시방으로 갑니다.”“원래 침실은요?”“내일 검수 결과 보고 정하죠.”위험해서 영원히 버리지 않았다.독립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291. 제가 필요한 일이 있습니까

    한 번이 아니었다.로스테의 대형 마물 접근 경보였다.하겐이 통신석을 잡았지만 성문을 닫으라는 명령부터 하지 않았다. “거리부터.”북쪽 관측병의 목소리가 거칠게 들어왔다.“외곽 삼림선 너머입니다. 성벽에서 아직 멉니다.”“개체 확인?”“큰 흰 뿔 하나. 움직이지 않습니다.”“추가 개체?”“현재는 안 보입니다.”하겐은 공사 중단을 명령하고 작업자를 먼저 북벽 안쪽으로 뺐다. 성문은 열린 상태를 유지했지만 북부 외출만 멈췄고, 주민들에게는 대형 개체가 관측됐다는 사실과 현재 거리, 대피명령이 아직 없다는 점을 동시에 알렸다.엘리시아는 사무실에서 망토를 집어 들지 않았다.성벽으로 뛰어가지도 않았다.“제가 필요한 일이 있습니까?”하겐에게 물었다.“지금은 없습니다.”“그럼 여기 있겠습니다.”이레나는 문가에 서 있다가 물었다. “성녀님 사무실 주변 경비를 늘릴까요?”“현재 위험이 제 위치를 직접 겨냥한다는 증거가 있습니까?”“없습니다.”“그럼 기존 인원으로.”이레나는 그대로 따랐다.흰 뿔의 왕이 보였다고 모두가 엘리시아 주변으로 몰리지 않았다.도시는 자기 방어선대로 움직였다.북쪽 삼림선에서 흰 뿔의 왕은 한 시각 가까이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성벽으로 다가오지 않았다.포효하지도 않았다.나무를 쓰러뜨리거나 땅을 파헤치는 움직임도 없었다.그저 아주 먼 거리에서 고개를 낮췄다가 다시 들기를 반복했다.테사는 왕핵 잔류 측정기를 북쪽으로 돌렸다.가장 강한 반응은 흰 뿔의 왕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그보다 남쪽.세 번째 먹이점.그리고 그곳에서 로스테 방향으로 이어지던 얇은 흔적.하지만 낮에 시계장치를 멈췄고, 중계소도 차단했다. 새 먹이가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잔류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오스카가 물었다. “그럼 왜 왕이 저기 있습니까?”테사는 화면을 확대했다.“기억했을 수도 있습니다.”십일 년 전 실험표.대상 개체는 이틀 뒤에도 같은 혼합비를 다시 식별했다.‘왕이 길을 기억한다.’장치를 멈춘다고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290. 반대할 권리와 돌아올 이유

    ‘대기.’그 한 단어만 남았다.엘리시아가 물었다. “얼마나 기다릴 수 있습니까?”테사는 고개를 저었다. “기록이 없습니다.”“외부에서 다시 활성화할 수도 있고요?”“가능합니다.”“그럼 증거로 보존하되 제작선만 계속 차단합니다.”결정이 내려졌다.칼릭스가 화면 너머에서 말했다. “북부 병력을 추가하지 않겠습니다.”엘리시아가 그를 바라봤다.“제가 요청하지 않아서요?”“그것도 있고, 현재 로스테 지휘부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필요해지면?”“요청이 오면 선택지를 보내겠습니다. 병력 규모와 지휘조건을 같이.”“폐하가 직접 오시는 선택지도 넣으실 겁니까?”칼릭스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췄다.“현재는 넣지 않겠습니다.”“이유는요?”“왕핵의 맛을 구별하는 개체가 있다는 정황이 있고, 제가 이동하면 위험 변수를 하나 더 만드는 셈입니다.”엘리시아는 그의 심장이나 희생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그 역시 ‘그대를 위해 남겠다’고 하지 않았다.황제가 현장에 나서는 것이 항상 책임은 아니다.때로는 가지 않는 것이 더 정확한 선택이었다.“의료기록은 받았습니다.”엘리시아가 먼저 말했다.칼릭스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오늘 기록에는 심박 이상 재발 없음, 오른손 감각 변화 없음, 왕핵 사용 없음, 일정 일부 정상화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확인하셨습니까?”“네.”“질문은 없습니까?”“지금은요.”그가 먼저 말하고 그녀가 매번 캐묻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칼릭스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화면 옆의 문서로 시선을 옮겼다.“엘리시아.”“네.”“로스테 체류 표결 결과도 받았습니다.”엘리시아의 손가락이 사건철 가장자리에서 잠시 멈췄다.“황실 의견을 보내지 않으셨더군요.”“보낼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일곱 명은 제가 떠나길 원했습니다.”칼릭스의 얼굴에 무언가 스쳤지만, 그는 그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았다.“들었습니다.”“폐하라면 예전에는 어떻게 하셨을 것 같습니까?”질문이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289. 성녀 보호 명령이라 부르지 마세요

    이미 수차례 해온 일이었다.황실이 제공한 방벽 보수재와 원격 왕핵 측정기는 소유권과 지휘권을 이전하지 않는다. 황실 지원을 수락해도 지역 방어명령권은 로스테에 남는다. 성녀 체류를 이유로 지원이 이루어져도 그 지원은 결속·혼인·성녀 보호권의 자동 승인이 아니다.로스테 법무관은 기존 문서들을 모아 하나의 새로운 선언문을 만들려고 했다.엘리시아가 그걸 막았다.“새 서명을 만들지 마세요.”“그럼 흑갑 체계가 읽을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합니다.”“이미 서명한 문서가 있잖아요.”하겐의 시험 때 만든 지휘분리 규정.황실 지원품 수령 조건.성녀 독립 청원.칼릭스의 권한 불행사 이의서.새로운 서명 한 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이미 각각 다른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문서들을 그대로 대조한다.장치가 하나의 승인서를 요구한다고 해서 사람 쪽에서도 하나의 승인서를 새로 만들어줄 필요는 없었다.테사가 문서값만 연결해 모형으로 돌렸다.결과는 처음에 모순으로 나왔다.황실 지원 존재.지역 지휘권 이전 없음.성녀 체류 존재.성녀 보호권 자동 승인 없음.흑갑 시스템은 그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세 차례 재검토를 반복했다.네 번째 판정에서 처음으로 다른 문장이 나타났다.‘지역 지휘 인증 불충분.’하겐이 낮게 웃었다. “불충분이면 됐습니다.”그러나 그다음 줄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외부 위기 발생 시 자동 보완 가능.’엘리시아의 손이 멈췄다.“어떤 외부 위기입니까?”테사가 오래된 정의를 열었다.국경 침입.도시 방벽 붕괴.대형 마물 접근.왕핵 본선 단절.그중 하나만 발생해도 황실의 긴급 방어지원 권한이 강해지고, 흑갑은 그 강화된 권한을 지역 지휘 인증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하겐의 얼굴이 굳었다.“그러면 저 갑옷은 흰 뿔의 왕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군요.”이번에는 엘리시아도 그 말을 바로 고치지 못했다.근거가 있었다.흑갑 13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지역 지휘 인증이 부족하다.하지만 대형 마물이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288. 할 수 없는 것과 하지 않겠다는 것의 차이

    엘리시아는 그 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만을 노린 음모라면 범인을 찾고 끝낼 수 있다. 그러나 방 자체가 성녀라는 직위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다음 성녀, 그다음 성녀에게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었다.“저 유리판을 증거로 가져옵니까?”“전체를 떼면 저장값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바닥 조각과 함께 통째로 옮기는 게 안전합니다.”“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저 방에 새 바닥을 깔 때는 성녀 숙소 규격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장치를 넣지 마세요.”로스테 시설관이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반 숙소 규격으로 합니까?”“네. 제가 나중에 다시 쓸지 말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요.”그 방이 성녀의 방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감시와 보호를 덧붙이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엘리시아가 항목별로 선택한다.공사가 끝난 뒤 방의 상태를 확인할 사람도 엘리시아가 아니었다. 로스테 시설기술자와 주민 관찰인, 성녀 측 기록관이 함께 검수했고, 침대나 의자는 아직 들여놓지 않았다.그 대신 제거된 저장층에서 중요한 기록 하나가 나왔다.현 성녀 체류파장을 어느 시설로 보낼 수 있는지 적힌 오래된 목록이었다.성녀선발원.결속 준비위원회.왕핵 북부 안정화망.황실 혼인국 야간실.그리고 마지막에 이름 없는 한 경로가 있었다.‘흑갑 제작.’오스카가 한동안 그 문장을 보다 물었다. “흑갑이 원래 성녀 보호용 장비였습니까?”테사가 오래된 왕핵국 기록을 비교했다. “초기에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성녀가 장거리 이동할 때 신성력 흔적을 갑옷에 남겨서 마물이나 지맥 반응을 분산시키는 호위 기술로 시작했을 수 있어요.”“그럼 처음부터 나쁜 장치는 아니었다는 뜻입니까?”엘리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목적이 어떻든 지금 기능을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흑갑은 시간이 지나며 표본을 운반하고, 지역 지휘자의 권한을 회수하고, 사람보다 오래 살아남는 익명 직무가 됐다. 처음에 누군가 성녀를 보호하려고 만들었더라도, 그 사실이 지금 사람의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287. 중간에서 길을 하나 더 만듭니다

    흑갑 13번이 새겨진 금속 조각과 엘리시아가 한때 사용했던 침실 사이의 연결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단순하면서도 불쾌한 방식으로 이어져 있었다. 야간 확인석을 떼어낸 뒤 바닥과 벽을 재검사했을 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가느다란 은선 하나가, 침대가 놓였던 자리에서 벽 안쪽을 타고 숙소 건물의 오래된 난방관까지 연결돼 있었고, 그 선은 성녀의 신성력을 강제로 끌어내는 장치가 아니라 방 안에 남은 잔류를 아주 천천히 긁어 모으는 수집선이었다.사람이 다시 들어오지 않아도 됐다. 엘리시아가 며칠 동안 잠을 자고, 옷을 갈아입고, 성흔 통증 때문에 숨을 고르며 머물렀던 흔적이 방 안 곳곳에 남아 있었고, 관측석은 그것을 실시간으로 읽는 동안 일부를 바닥 아래에 저장했다. 이후 의자를 떼어냈어도 저장층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었으며, 흑갑 13번의 예비 제작 절차가 시작되자 오래된 수집선이 그 잔류를 새로운 갑주 쪽으로 넘기려 한 것이다.엘리시아는 사무실에서 구조도를 읽은 뒤 침실을 폐쇄하겠다는 말부터 하지 않았다. “현재도 빠져나가고 있습니까?”테사는 원격 측정값을 다시 확인했다. “외부 연결은 이미 끊었습니다. 다만 바닥 아래 저장층에 남은 양이 있고, 그걸 제거하려면 바닥 일부를 뜯어야 합니다.”“제 신성력이 지금도 새로 들어가지는 않고요?”“성녀님이 그 방을 사용하지 않은 뒤로 새로운 유입은 없습니다. 기존 잔류만 남아 있습니다.”“그럼 방을 태우거나 건물을 비울 필요는 없겠네요.”하겐은 화면 너머에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성녀님이 다시 들어갈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엘리시아가 시선을 들었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지금 저 방에서 새 흑갑을 만들 재료를 뽑아갔는데도요?”“그래서 위험조사를 하는 거죠. 위험하다는 이유로 누가 제 거처를 자동으로 정하는 것도 싫고, 반대로 아무도 못 정하게 하겠다고 위험한 방에 일부러 들어가는 것도 싫습니다.”하겐은 잠시 말을 잃었다가 턱을 쓸었다. “요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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