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9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애리는 예일 기숙사에 들어갔고, 본격적인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새로운 강의실을 찾아 캠퍼스를 돌아다녔고, 수업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고등학교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던 때와 달리 수업 사이에 몇 시간씩 비는 날도 있었고, 하루 종일 강의가 이어지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혼자는 아니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제이미와 니키가 같은 기숙사에 배정되면서 셋은 자연스럽게 자주 어울리게 됐다.
점심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니키가 말했다.
“나 오늘 낮잠 좀 자야겠다.”
제이미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너 아까 수업에서도 잤잖아.”
“그건 잔 게 아니라 눈 감고 들은 거야.”
애리가 웃었다.
2011년 10월.지율은 어머니와 다시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일 년이 넘게 흘렀다.줄리안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여전히 음악은 만들지 않았다.혼자 있는 시간이 다시 많아졌다.그렇다고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았다.애리를 잊은 건 아니었다.여전히 생각났고 보고 싶었다.다만 이제는 그 감정을 견디는 법을 조금 알게 됐다.헤더 콜린스를 만난 건 그해 가을이었다.뉴욕에서 열린 파티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헤더는 모델이었다.줄리안과 동갑이었고,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둘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했다.헤더가 먼저 물었다.“번호 줄래?”줄리안은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꺼냈다.두 번째로 만난 건 일주일쯤 지나서였다.이번에는 파티가 아니었다.헤더에게 연락이 왔고 둘은 저녁을 먹었다.세 번째에는 줄리안이 먼저 연락했다.같이 술을 마셨고, 헤더는 그날 줄리안의 집에서 잤다.그 후로도 몇 번 더 만났다.줄리안에게는 그게 전부였다.헤더와 있으면 편했다.말이 잘 통했고, 같이 있어도 피곤하지 않았다.무엇보다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헤더도 줄리안에게 뭔가를 묻지 않았다.과거의 연애도.왜 음악을 만들지 않는지도.줄리안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다섯 번째쯤 만났을 때 헤더가 물었다.“금요일에 뭐 해?”“별거 없어.”“파티 갈 건데 같이 갈래?”“어디?”
여름이 됐다.애리는 책상 위에 시험지를 펼쳐 놓고 시간을 확인했다.
마커스와 레이첼이 다시 만나기 시작한 건 마커스가 먼저 문자를 보낸 뒤였다.[잘 지내?]
줄리안은 그 뒤로도 몇 번 더 파티에 나갔다.처음에는 할 일이 없어서였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어느덧 일 년이 넘어가고 있었다.애리는 편의점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