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다음 날 아침.눈을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확인했다.줄리안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일어나면 전화해.]애리는 시간을 확인했다.조금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신호가 두 번 가기도 전에 줄리안이 받았다.“일어났어?”“응.”“잘 잤어?”“그냥.”줄리안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제 무슨 일 있었어?”“왜?”“그날 밤에는 그냥 잔다고 했고, 어제는 하루 종일 연락이 없었잖아.”애리는 침대에 기대앉았다.“그냥 좀 생각할 게 있었어.”“무슨 생각?”애리는 망설였다.어차피 말해야 할 일이었다.“오빠.”“응.”“엄마 한국 갈 수도 있대.”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한국?”“응.”“갑자기?”“집도 나가야 되고.”“집을 왜 나가?”애리는 회사에서 들은 이야기를 설명했다.아빠가 죽기 전에 진행했던 계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회사에서 그 일로 손해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조사가 끝날 때까지 퇴직금 정산도 보류됐고, 보험도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까지.줄리안은 중간에 말을 끊지 않았다.“사택도 2월 말까지 비워야 된대.&rd
다음 날 아침에도 엄마가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한국.정말 돌아가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애리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꼭 한국에 가야 하는 건 아니었다.한 달 안에 다른 집을 구하면 됐다.엄마와 둘이 살 수 있는 곳을 찾고, 자신은 방학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면 됐다.그러다 문득 뉴헤이븐의 집이 떠올랐다.방도 있었다.당장 들어가도 됐다.줄리안에게 말하면 분명 오라고 할 거였다.엄마와 같이 있어도 된다고 할 게 뻔했다.애리는 그 생각을 하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 집은 줄리안이 구한 집이었다.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 줄리안의 집으로 들어가는 건 싫었다.엄마에게 말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애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그때 아래층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애리야.”“응.”“잠깐 내려와 봐.”애리는 방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마는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어제 정리해 둔 서류가 다시 펼쳐져 있었다.애리가 맞은편에 앉았다.“왜?”“회사에서 전화 왔어.”애리의 표정이 굳었다.“뭐래?”“아빠 퇴직금이랑 보험 때문에.”“얼마 나온대?”엄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아직 확정된 게 아니래.”“그럼?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엄마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애리도 마찬가지였다.
장례식이 끝난 지 이틀 뒤였다.애리의 엄마에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장례식은 뉴저지의 한인 교회에서 치러졌다.아빠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애리는 엄마의 품에 안긴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울음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