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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서은월
하 유모는 겁에 질려 목소리가 다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그럼 어쩝니까? 전부 다시 묻어 두어야 하는 것이옵니까?”

지금의 강시아가 어쩌다 이렇게 대담해진 것인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조금만 꺼내 남편의 도박 빚을 막으려 했을 뿐인데 강시아는 아예 묻혀 있던 은전을 모조리 파내려 하고 있었다!

“은표는 모조리 되돌려 두고, 은전은 전부 곡식을 사는 데 쓰거라.”

“곡식을요...?”

하 유모는 놀라움에 잠시 공포도 잊었다.

“모두 곡식으로 바꾸거라. 두 달 뒤, 세 곱절로 불려서 돌아올 것이니.”

“마님... 그걸 어찌 아시는 겁니까?”

“그런 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다만 네 남편을 시켜 그대로 행하게 하거라. 때가 되면 절반은 내 몫, 절반은 너희 몫이 될 것이다. 다시는 도박에 손대지 않는다면 그 돈으로 너희 둘은 삼대에 걸쳐 쓰고도 남을 것이다.”

삼대에 걸쳐…

하 유모의 입은 절로 벌어졌다. 마치 눈앞에 장차 자신이 부유한 가문의 안주인으로 호의호식하는 날들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좋, 좋사옵니다…! 제가 당장 가 보겠사옵니다.”

화공 하대우는 허리춤에 찔러 넣은 은전을 한번 두드리곤 휘적휘적 측문을 나섰다.

수천 냥의 은전을 모조리 곡식으로 바꾸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발걸음이 익숙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도박장의 문 앞에 다다라 있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깨닫고는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어찌 또 여길 온 게냐?”

“어이, 대우 형제! 이리 와 놓고는 들어가지도 않겠나?”

그가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도박장 관리가 그의 목덜미를 툭 걸어 잡았다.

“안 해, 안 해! 다시 했다간 마누라가 집에서 쫓아낼 걸세.”

관리자는 하하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대우 형제야말로 마누라한테 눌려 사는구먼!”

“뭘 그리 겁내나, 두 판만 해 보라지. 혹여 판이 뒤집혀서 마누라가 오히려 모셔 줄지, 누가 알겠나?”

하대우는 도박장 안쪽을 못 이기는 듯 힐끔거렸다.

지난번에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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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6화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여섯 살 이전의 기억이 없었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모든 회상은 전부 여섯 살 이후, 오라비와 아버지와 함께 힘겹게 살아가던 나날들 뿐이었다.아버지는 학식이 깊은 만큼 몸도 무척이나 허약했다. 마을 아이들이 모두 그의 무릎 앞에 앉아 글을 배우며 내는 푼돈은 고스란히 약 항아리에 들어갔지만 끝내 그의 목숨을 건져내진 못했다.오라비는 어디를 가든 늘 그녀를 업고 다녔고 먹을 것이 있으면 언제나 먼저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 설령 살아가는 일이 아무리 고단하더라도 그녀는 그것이 괴롭다고 느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강시아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품어 온 그 바람이 이제는 뿌리째 돋아나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었다.“서방님을 뵙고 싶습니다! 서방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바깥에서는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순식간에 눈물이 범람하듯 터져 나와 그녀는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른 채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그러다 문가에서 갑자기 쇠사슬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밀리자 황금빛 저녁 햇살이 방 안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주종현의 눈에 비친 강시아는 속옷만 걸친 채 맨발로 바닥에 웅크려 있었다. 피부는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온몸은 예전보다 훨씬 더 앙상해져 있었다. 손목에는 여전히 무거운 팔찌가 걸려 있었으나 지금은 헐렁하게 매달려 꼭 잘못 산 물건처럼 보였다.위심은 말없이 물러나 문밖을 지켰다.주종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저들이 네게 밥을 주지 않았단 말이냐?”한참 만에 나직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첩은 감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먹는다면… 다시는 연아를 볼 수 없을까 두려워서요.”“그럴 리 없다.”주종현은 낮게 한숨 같은 숨결을 흘렸다. 그는 몸을 굽혀 그녀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그 순간, 팔에 안긴 그녀의 몸이 눈에 띄게 가벼워졌음을 뚜렷이 느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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