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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작가: 서은월
“거 좋은 게 걸려들었구만! 천오백 냥은 너무 적다! 만오천 냥은 받아야겠구나!”

졸개의 눈에는 욕심이 가득 찼다.

돈만 생기면 그는 산적질을 그만두고 고향 마을로 돌아가 몇 뙈기의 땅을 사고 아내를 맞이할 생각이었다.

삼당가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입술을 핥았다.

“일단 묶어 데려가거라!”

“감히!”

아람이 호통쳤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손바닥에서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그녀는 정신을 억지로 다잡아 눈앞의 산적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하하, 네가 누군데?”

“네가 하늘 위 서왕모라도 된다는 거냐!”

산적들은 이런 허풍을 쳐대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는지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와도 놀라지 않을 기세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는 성왕의 첩실이다! 지금 성왕의 가마가 행관에 머물러 있다. 믿기지 않으면 사람이라도 보내서 확인해보던가!”

삼당가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는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데려가거라!”

반의산은 사실 그렇게 험한 곳이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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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31화

    “그녀에게 어떤 바람이 불면 신이 가장 먼저 알게 될 것입니다.”주종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 아침부터 설명할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황제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그는 고개를 들고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다. 내일 사냥을 앞두고 모두가 들떠 있었다. 적의 과녁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 대신, 흥분과 웃음이 가득한 풍경이었다.황제는 소매에서 작은 쪽지 하나를 꺼내 주온청에게 내밀었다.“아란이 전해온 것이다.”불찰친왕은 이미 우륵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곧장 도성으로 향하지 않고 가장 변두리에 있는 한 맹기로 갔다고 했다. 그 맹기는 이미 앞장서 맹약을 찢어버리고 스스로 왕을 자처한 전적이 있다.그 소식에 황제의 음성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이건 신호다. 또 하나의 맹기가 맹약을 파기하면 다른 맹기들도 뒤따를 것이다.”그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짐은 이미 한 수를 잘못 두었다. 남은 수는 더는 틀려선 안 된다.”전생에서 모든 파국은 우륵 각 맹기 부락이 맹약을 찢어버리면서 시작되었다. 불찰친왕은 태후의 자금과 식량을 등에 업고 맹기들을 차례로 수습한 뒤 마지막에 대성조를 향해 되돌아왔다.우륵의 내란은 곧 시작될 터였다.태후도, 대성조의 재물과 곡식도 없는 지금, 불찰친왕이 전생처럼 거침없이 밀고 나갈지는 황제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도박할 수도 없는 노릇. 그는 이제 더 이상 눈 뜬 장님처럼 있을 수 없었다. 반드시 불찰친왕의 모든 움직임을 알아야 했다.그 길은 오직 하나. 송하윤이었다.황제는 돌아서서 주종현을 바라보았다.“짐은 송하윤을 떳떳하게 영국공부에 머물게 할 것이다.”“폐, 폐하?”주종현의 손에 들린 쪽지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놀란 얼굴로 황제를 올려다보았다.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주 경의 난처함을 안다. 허나 대성조는 오래도록 병폐가 쌓였다. 몇몇 탐관오리를 갈아치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쟁이 나면, 막대한 군비를 국고가 감당하지 못한다.”주종현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30화

    “제 동생, 황지영이에요.”황수영이 먼저 장막 안으로 들어섰다.맹시은은 두 사람에게 차를 따르며 웃었다.“여긴 사람들이 한 번 더 쳐다보는 것도 꺼려 하는 곳인데 두 분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시네요.”황지영이 거침없이 받아쳤다.“다들 눈이 먼 것과 같죠, 뭐. 저는 경성 사람도 아니고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맹 아가씨 같은 기묘한 분을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황지영과 황수영 자매는 여섯 살 터울이었으나 무척 닮아 있었다.언니 황수영은 일찍 혼인해 열여섯에 동씨 집안의 공자에게 시집갔다. 부부는 십 년을 함께 유람하다가 집안 어른들의 재촉 끝에 경성으로 돌아와 장자를 낳았다.동생 황지영은 언니와 성정이 정반대였다. 스무 살을 훌쩍 넘겼지만 혼인에는 뜻이 없었다.끝없는 부모와 친척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짐을 꾸려 언니를 찾아 경성으로 올라온 참이었다.맹시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황 아가씨, 저를 너무 치켜세우시는군요.”“황 아가씨는 무슨. 그냥 지영이라 불러 주세요.”황수영이 부드럽게 웃었다.“맹 아가씨, 동생이 워낙 자유롭게 살아서 경성의 예법엔 서툽니다. 너그러이 봐 주세요.”그러자 맹시은이 고개를 끄덕였다.“경성의 규율은 털만큼 많다지요. 마침 저도 잘 모르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니 규칙은 잠시 접어두고 그냥 우리끼리 이야기합시다.”“자, 차 드세요.”수많은 초청장 중에서 동가를 골랐을 뿐인데 이렇게 황씨 자매를 알게 되다니.학문을 익히고, 강산을 두루 밟아 본 두 여자라 세상의 눈길에 매이지 않는 기개가 뿜어져 나왔다.맹시은은 늘 연아가 자란 모습을 그려보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황씨 자매를 보며 문득 떠올랐다.연아도 자라서 저들처럼 되면 좋으련만.“어머니!”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지던 중, 어느새 연아가 뛰어 들어왔다.황급히 세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는 곧장 맹시은의 손을 잡아끌었다.“어머니, 일곱 째 전하의 덫에 토끼가 잡혔어요! 근데 전하가 보이지 않아요. 어머니가 좀 꺼내 주세요!”작은 얼굴에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29화

    맹시은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흘겨보았다.주종현은 품에서 종이로 싼 작은 꾸러미를 꺼냈다.“위심이 전하라고 했지. 네 말대로 그 손수건에 문제가 있었어.”맹시은은 그를 비껴 지나가며 담담히 말했다.“제가 알려준 건 사실일 뿐이에요. 그렇다고 주씨 큰 마님이 저를 업신여긴 걸 그냥 넘어가겠다는 뜻은 아니에요.”“알고 있어.”주종현이 뒤따라왔다.“폐하께서 입을 다물라 하셨다. 송하윤은 따로 쓸모가 있다고.”그는 낮게 덧붙였다.“헌데 그런 화근을 할머니 곁에 두고 내가 어찌 편히 있겠느냐?”맹시은은 책상 앞에 앉았다.“저는 오히려 폐하께서 너무 서두르신다고 봐요. 송하윤이 기대던 건 불찰친왕이었죠. 헌데 지금 불찰친왕은 이미 선수를 빼앗겼어요. 설령 무사히 우륵으로 돌아간다 해도 왕자를 제치고 한왕 자리에 앉는 걸, 군사 하나 쓰지 않고 막을 수 있겠어요?”그녀는 말을 하며 주종현을 흘끗 보았다.“기댈 산이 무너졌는데 송하윤을 붙들어 둘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맹시은은 한 번 더 삶을 얻었지만 죽음은 일렀다. 지금의 시간으로 따지면 그녀는 작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어야 했다.그 지점을 지나온 지금 하루하루가 새로운 나날이었다. 전생에 송하윤이 끝내 우륵과 손을 잡았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주종현의 미간이 옅게 구겨졌다.“폐하께선 추렵 때가 되면 송하윤에게 새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만 하셨지, 다른 말씀은 전혀 없으셨다. 폐하께서 나에게 아무것도 밝히지 않으신 건… 이번이 처음이다.”맹시은은 장부를 넘기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지금 송하윤은 주씨 큰 마님을 꼭두각시로 삼고 있어요. 그렇다면 핑계를 만들어 큰 마님을 다른 곳으로 모시면 되죠.”주종현은 맞은편에 앉았다.“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맹시은은 장부 위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를 힐끗 보았다.“무슨 예감이요? 송하윤이 영국공부에 눌러앉을까 봐요?”전생에는 송하윤이 주종현의 정실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주종현이 송 가를 멸했다. 그리고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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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27화

    아설은 더 이상 새 옷을 손꼽아 기다릴 마음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방금 전 주씨 큰 마님이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만이 맴돌았다.마치...“저, 저는… 제가 배은망덕한 사람 같아요…”맹시은은 아설의 내력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조용히 말했다.“네 어머니는 큰 마님을 구하다 돌아가셨어. 은혜를 입은 쪽은 오히려 그쪽이지. 그분이 너를 끌어준 게 당연한 일 아니겠니?”아설은 눈을 내리깔고 손끝을 꼼지락거렸다. 그녀는 늘 자신의 신분을 피하고 있었다.자신은 태생부터 한 수 아래의 하녀였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그저 남을 시중드는 삶이었을 것이다.맹시은은 아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닮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큰 다툼 없이 함께할 수 있었다. 천한 출신, 그러나 스스로 하늘을 열어 보겠다는 갈망.아설은 힘든 것도, 고된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위심 같은 사내가 마음을 내어도 서둘러 혼인할 생각은 없었다. 먼저 자신이 더 단단해지고 싶었으니까.그들의 안전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맹시은은 아설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모든 건 인연과 인과가 있어. 너와 주씨 큰 마님은 서로 빚진 건 없어.”그때 연아가 다가와 아설을 꼭 껴안았다.“아설 언니, 혹시 돈을 빚진 겁니까? 연아 세뱃돈 다 줄게요. 제가 갚아 드릴께요.”아설은 아이의 볼을 쓰다듬다가 그만 웃음이 터질 뻔했다.“빚이 아니야.”그제야 맹시은은 연한 거위빛 노란 옷을 들어 아설의 몸에 대보았다.“한 달밖에 안 됐는데 또 말랐네.”그때 밖이 소란스러워졌다.주종현이 급히 불려왔던 것이다. 경사아문에서 막 달려온 듯, 관복도 갈아입지 못한 차림이었다.뒤이어 자수장에서 부른 의원도 도착했다.맹시은은 반쯤 열린 창문 너머로 그를 한 번 바라보았다.주종현은 가장 먼저 그녀의 시선을 붙잡았다. 막 말을 걸려던 찰나, 송하윤이 눈물 가득한 얼굴로 뛰쳐나왔다.“세자, 어서 고조모를 좀 보세요!”주종현이 돌아보니 큰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26화

    맹시은이 아직 말을 잇기도 전에 이층에 서 있던 황지영이 울컥하고 나섰다.“저 할머니는 어느 집안 분이시래? 집 대문이 금으로라도 만들어졌나? 저리 귀한 척을 하게.”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위아래 층에서 모두 또렷이 들렸다.아래층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이층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황지영은 이미 언니의 손을 잡고 몸을 피한 뒤였다.황수영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제멋대로인 성정이라 해도, 대중 앞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일까지는 차마 하지 못했다.주씨 큰 마님이 이런 망신을 당해 본 적이 있었던가?그녀는 말문이 막혀 숨이 턱 걸린 듯했다.맹시은은 고개를 들었으나 보인 것은 스쳐 지나가는 옷자락뿐이었다.이내 시선을 거두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주 씨 큰 마님께서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비록 제가 거칠고 예의가 없다 하나 초청이 있어야 문을 넘는다는 정도는 압니다. 무슨 잔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끝맺지 않은 말이 공중에 걸렸다. 의미는 남겨 둔 채, 더는 덧붙이지 않았다.그녀는 연아와 아설을 데리고 옆방으로 향했다.주씨 큰 마님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허공에 내저었다. 입은 벌어졌으나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조모!”송하윤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 곧바로 자수장의 하녀를 향해 날카롭게 외쳤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어서 의원을 모셔 와!”하녀는 허둥지둥 문을 나섰다.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이 술렁였다.이 맹 아가씨, 너무 대담하다.지금 주 가는 하늘을 찌르는 기세다. 만일 주씨 큰 마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주 세자가 가만있겠는가?집안에 든든히 버텨 줄 사내 하나 없는데 저리 정면으로 맞서다니.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것인지.게다가 듣자 하니 먼저 날을 세운 쪽은 맹 아가씨 쪽이 아니던가?송하윤은 슬쩍 옆방 쪽을 흘겨보았다. 눈 밑에 번진 미소가 스쳤다.주종현이 아무리 감싸 준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지금 주씨 큰 마님이 가운데에 서 있다.주종현의 효심이 과연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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