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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서은월
연아는 두 손으로 입을 꽉 막고 고개를 연신 흔들며 다시 외쳤다.

“아버지께는 절대 말하지 않을 겁니다!”

강시아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서방님, 오늘 연아가 이렇게 즐거워하는데… 조금만 더 놀게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주종현은 단호하게 잘랐다.

“안 된다.”

그렇게 하는 수 없이 세 사람은 다시 망성각으로 돌아왔다. 불꽃놀이가 이미 끝나 인파도 한결 줄어든 뒤였다. 마부는 마차 곁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마차에는 이미 누군가 타고 있었다.

안에서는 주온청은 송하윤을 끌어안고 위로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오라버니 뒤에 선 여인을 보자마자 날카롭게 꾸짖었다.

“감히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함부로 돌아다니다니! 연아라도 잃어버렸으면 당신 같은 천한 목숨이 열이라도 갚을 수 있었겠습니까!”

강시아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연아가 이만큼 자랄 때까지 그녀에게서 아이의 안부를 걱정하는 말을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었던가?

송하윤은 창백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걸고 나직이 말했다.

“나는 괜찮다. 무엇보다 연아의 안전이 중요하지.”

주온청은 목소리를 높였다.

“어찌 괜찮을 수 있겠습니까! 원래부터 몸이 약한데! 방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적 때문에 놀라서 곧장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오라버니께서는 굳이 저자들을 찾으러 나가시지 않으셨습니까.”

송하윤은 고개를 숙이며 그 손등을 살짝 다독였다. 긴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웠고,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웠다.

“그리 말하지 말거라. 종현 오라버니 역시 강 마님과 아이의 안전이 걱정되어 그러신 것이니.”

주종현은 마차 안에 앉아 있는 두 여인을 향해 물었다.

“그대의 마차는 어디 있는 겐가?”

주온청이 먼저 마차에서 나오며 대답했다.

“오라버니, 하윤 언니께서 놀라셨습니다. 송부는 또 저 남쪽에 있으니 이 늦은 시각에 가기 힘들지요. 그러니 오라버니께서 직접 모셔다 드리세요.”

말을 마치며 그녀는 주종현의 품에 안겨있는 연아를 덥석 받아 간 후 강시아의 품에 돌려주었다.

“셋째 아가씨께서 서방님과 함께 송 아가씨를 모셔다 드리면 됩니다. 저는 아이만 데리고 천천히 돌아가겠습니다.”

주종현은 모녀를 한 번 돌아보고 곧 동생에게 명했다.

“온청, 네가 연아를…”

“좋습니다! 제가 연아를 꼭 데려다 드릴게요!”

주온청은 서둘러 그의 말을 잘라내며 대답했다. 주종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마차가 떠나간 뒤, 주온청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가, 곧장 고개를 돌려 강시아 모녀를 바라보며 얼굴빛을 차갑게 바꾸었다.

“쓸데없는 마음은 접으세요. 하윤 언니와 저희 오라버니는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로 지낸 사이라, 언젠가는 반드시 저희 집안의 정실로 들어올 분이십니다.”

강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대답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주온청은 코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알고 있으면 됐습니다. 연아가 당신 뱃속에서 나왔다 해서 그것만 믿고 제멋대로 굴 생각은 하지 마세요. 연아는 오라버니의 장녀일 뿐, 적녀가 아닙니다. 당신이 진정 그 아이를 위한다면 사사로운 욕심 따위는 버리세요. 훗날 당신 모녀의 삶은 하윤 언니의 손에 달려 있으니.”

강시아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턱을 살짝 기울여 연아의 귀 옆에 얼굴을 기대었다.

절반쯤 가려진 그녀의 얼굴에서는 아무 표정도 읽을 수 없었고, 그저 아주 낮은 목소리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셋째 아가씨의 가르침 명심하겠습니다. 감히 불순한 마음은 품지 않겠습니다.”

국공부에 도착했을 때, 연아는 이미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작디작은 몸이 강시아의 어깨에 축 늘어졌기에 그녀는 애써 아이의 다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명옥이 다가와 아이를 받으려 했으나 그녀는 손을 저어 물렸다.

그녀의 팔에서는 벌써 힘이 빠져 있었지만 끝내 스스로 아이를 품에 안았다.

훗날 도망칠 때 아이조차 안아 올리지 못한다면 무슨 수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방으로 돌아와 하인들을 물린 뒤에야 그녀는 아이 곁에 누울 수 있었다.

그녀는 작은 얼굴을 오래 바라보다가 이마에 가만히 입을 맞췄다. 그제야 비로소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그녀는 다시 태어난 것이 분명했다.

딸을 데리고 국공부를 떠나려면 오래 준비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했다. 오늘 연이를 데리고 흑시의 통행증을 알아보러 간 일만 해도 위험이 많았다.

명옥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지난 생에 송하윤이 집안에 들어온 후 곧 사직하고 떠났다. 안뜰에 있는 허드렛일 소녀도 겉으론 아무 탈 없었지만 그녀 또한 믿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전이야 말로 모녀의 생존을 지켜줄 유일한 밑천이었다.

강시아의 마음속에서는 끝없이 소용돌이가 쳤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강시아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서방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주종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를 높이면 연아가 깰 테니 밖에서 이야기하자.”

밤바람은 서늘하게 불어오고 달빛은 고르게 땅 위를 비추고 있었다.

강시아는 툇마루 난간에 기댄 채 앉았다. 달빛을 이렇게 가만히 바라본 게 얼마 만인지. 그 또한 연아를 품고 있던 시절, 잠 못 들 때 잠시 나와 앉아보곤 했을 뿐이었다.

주종현은 달빛에 젖은 그녀의 맑고 투명한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송 아가씨의 성품이 매우 온화하다고 하셨다. 훗날 그녀가 집안에 들어온다 해도 너와 연아를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시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온화하다 하셨습니까? 만약 그녀가 온화하지 않다면 그래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

주종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나 더러 너 하나만을 위해 정실을 들이지 말라는 것이냐?”

강시아는 입술을 열었다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종현은 언젠가 반드시 아내를 맞이할 것이다. 송하윤이 아니어도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누가 과연 친딸이 아닌 아이를 너그러이 품어줄 수 있단 말인가?

국공부는 본래 첩과 자식이 여럿 공존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국공부 안주인의 수하에서 도대체 몇 명의 목숨이 사라졌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남의 시혜에 목숨을 구걸하느니 차라리 스스로 길을 열어야 하는 것이 나았다!

지난 생에서 저지른 오류는 두 번 다시 범하지 않을 것이다.

주종현의 미간이 더욱 깊이 구겨졌다.

“강시아, 송 아가씨는 현명하고 덕이 있으며 무엇보다 연아를 무척이나 아낀다. 그녀가 국공부에 와서 연아에게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은 적이 있더냐?”

강시아는 소리 없이 웃었다. 천천히 일어나 그를 향해 무릎을 굽혀 절을 올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잔잔했다.

“첩이 망언을 하였습니다. 부디 서방님께서 책망해 주시옵소서.”

주종현의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그는 그녀의 머리 위에 꽂힌 배꽃 은비녀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시아, 장차 정실이 들어온 뒤 일 년이 지나 아이가 있든 없든… 그때는 네 피임약을 끊게 하겠다. 다시 한 아이를 안겨 주마.”

“첩, 서방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강시아는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녀의 입가에 서늘한 조소가 번졌다.

은혜라니. 정녕 우스운 일이었다.

“어머니!”

강시아가 눈을 떴을 때, 연아의 뜨겁고 축축한 입술이 얼굴을 여기저기 마구 쪽쪽대고 있었다. 언제 이리로 기어 온 건지 알 수도 없었다.

“어머니, 또 여기로 와서 주무신 겁니까? 혹시 연아가 또 발길질해서 어머니를 걷어찼나요?”

연아는 뽀얀 뺨으로 그녀를 마구 비비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의 머리칼은 어느새 흘러내려 흐트러져 있었다. 보드라운 머리카락 가닥이 통통한 뺨 옆에 달라붙어 흔들릴 때마다 얼굴로 흘러내렸고, 그럴 때면 그녀는 작은 손으로 능숙히 쓸어 올렸다.

강시아는 웃으며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아니다. 우리 연아는 늘 얌전히 잘 자는 아이잖아.”

모녀는 침상 위에서 데굴데굴 뒹굴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때 명옥이 새 옷과 작은 목함을 들고 들어왔다.

“마님, 세자께서 보내신 물건이옵니다.”

그 말에 강시아의 목소리가 곧장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기 두거라.”

명옥이 물러나자마자 그녀는 재빨리 목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은전 이백 냥이 들어 있었다!

열네 살에 국공부에 들어와 스물하나가 되기까지 꼬박 일곱 해 동안 모아도 오십 냥을 모으지 못했는데... 단 하루 만에 주종현과 그 우연한 호구 같은 두 사람에게서 무려 오백 냥에 달하는 돈이 그녀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강시아는 눈앞의 먹구름이 걷히는 듯 은표를 모조리 끌어모아 연아의 작은 호랑이 베개 속에 밀어 넣었다. 은전은 너무 무거우니 반드시 은표로 바꿔야 한다.

연아가 기어와 물었다.

“어머니, 은전이 그렇게 좋습니까?”

강시아는 아이의 통통한 볼을 두 손으로 감싸며 입술을 맞췄다.

“그럼, 당연히 좋지!”

연아는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어머니와 함께 은전을 캐러 가겠습니다!”

은전을 캐러 간다고?

강시아는 웃으며 아이를 따라 대나무 숲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땅속에서 진짜로 은전이 파헤쳐져 나왔을 때, 그녀는 너무 놀라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있었구나. 연아, 넌 어떻게 이걸 알았느냐?”

연아는 쓴 죽순 가지를 들고 땅을 꾹꾹 찌르며 대답했다.

“아지마가 죽순을 캐다가 발견했습니다.”

아지마는 연아의 첫 유모였다.

강시아의 목소리가 급격히 낮아졌다.

“아지마는 이미 이 은전을 가져가지 않았느냐?”

연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지마께서 이건 가져가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강시아의 가슴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지난 생에 유모가 갑자기 사직한 게 이 은전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녀는 황급히 땅을 다시 덮어 원래 상태로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옷자락과 손이 흙투성이가 된 걸 보고 죽순 두 개를 뽑아 품에 안았다.

“연아야, 잊지 말거라. 오늘은 은전이 아니라 죽순을 캐러 나온 것이다!”

연아는 영문을 다 알지 못한 채 그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당으로 돌아왔을 때 명옥과 하 유모는 모녀의 흙투성이 몰골에 흠칫 놀랐다.

명옥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마님, 어찌 아가씨를 데리고 이렇게 함부로 다니시는 것이옵니까?”

강시아는 미소 같지 않은 미소를 띠며 명옥을 힐끗 바라보았다.

“함부로? 세자께서도 한마디 꾸짖지 않으셨는데 네가 감히 먼저 주인을 꾸짖는단 말이냐?”

“노… 노비는, 노비는 다만 마님께서 꾸중을 들을까 염려되어서 그런 것이옵니다!”

명옥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자신은 원래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노비이었고 국공부인이 직접 세자 댁으로 보내 붙인 시녀였다. 한 번에 신분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정작 하늘로 치솟은 이는 천하디도 천한 강시아였다. 결국 그녀는 세자의 명으로 이 여자를 모셔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강시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서 연아를 씻기겠다. 혹여 누가 오면 불러다오.”

겉으로 강시아는 명옥의 주인이었으나 실상은 처분권조차 없었다. 그녀가 움직이려면 반드시 빌미가 필요했다. 하 유모는 잠시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연아를 품에 안고 살며시 물었다.

“아가씨, 마님께서 아가씨를 데리고 죽순을 캐러 가신 것이옵니까?”

연아는 어머니의 당부를 기억하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 유모는 감히 더 묻지 못했다. 아이가 땅에 은전이 파묻혔다는 사실을 입 밖에 꺼내기라도 했다가는 화를 불러올까 두려웠다. 요 며칠 동안 그녀는 안채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누가 그 은전을 묻었든 괜스레 연루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하 유모가 한 번 더 떠보려는 순간, 강시아가 죽순을 건네주며 말했다.

“아지마의 죽순탕이 제일 맛있지. 그치, 연아야?”

“네. 맞습니다!”

하 유모는 모녀의 웃음기 어린 얼굴을 보며 속으로는 근심을 안은 채 부엌으로 향했다. 잠시 뒤, 강시아가 연아를 씻기고 나오자 벌써 큰 마님을 모시는 고 유모가 와 있었다.

그녀는 큰 마님 곁에서 수십 년을 모신 노비로, 국공 어르신조차도 그녀에게 두어 치 정도 체면을 세워줄 정도였다. 그런 인물이 감히 세자의 첩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는 사실은 곧 그녀의 체면이 무너졌다는 소리와 똑같았다.

강시아는 고 유모의 살벌한 낯빛만 보고도 분명 명옥이 뒤에서 험담을 늘어놓았음을 짐작했다. 지난 생에서는 연아와 함께 죽순을 캐러 나가지도 않았기에 고 유모를 이토록 오래 기다리게 만드는 일도 없었다.

고 유모는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강 마님, 대단합니다! 세자 곁의 유일한 총애라더니. 이 늙은 것도 차 세 잔을 마셔야 겨우 마님의 얼굴을 볼 수 있군요.”

강시아는 태연히 미소를 머금고 맞받았다.

“고 유모, 차 한 잔 드시지요.”

“차?”

고 유모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

“제가 차 물통입니까! 마님께서 하도 고귀하셔서 늙은 노비는 이제 감당 못 하겠습니다.”

“아버지!”

아이의 목소리가 맑은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연아가 꿈속에서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이었다.

고 유모는 그 소리에 순간 얼어붙더니 부리나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시아는 연아를 다독이며 고 유모를 앉혔다.

“아이가 그저 꿈을 꾸는 것뿐입니다. 어제 서방님과 너무 늦게까지 놀았거든요.”

그녀는 은반지를 빼내 고 유모의 손에 쥐여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유모,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지요. 저는 서방님의 작은 첩실에 불과한데 어찌 감히 유모의 명망과 권세에 비기겠습니까? 웃으실 일이지만 이 작은 뜰 안에서도 연아 말고는 제 말을 들어주는 이가 없답니다. 유모께서 이토록 오래 기다리신 것도 다 제 불찰이지요.”

고 유모는 반지를 어루만지며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마님을 원망한 건 아닙니다. 그저 저에게도 맡은 바가 많아 마음이 급했을 뿐입니다.”

방금 전까지 분노로 치닫던 기세가 조금은 수그러든 듯 보였다. 애초에 세자 댁의 내실은 큰 마님조차 깊이 간섭하지 않는 곳인데 그녀가 관여할 자격은 더더욱 없었다.

고 유모는 문 뒤의 희미한 그림자를 발견하자마자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제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세자의 집안에 단 하나뿐인 첩, 누군가는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어린 계집아이가 감히 그녀를 이용해 오르려 하다니!

강시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유모께서 오신 것은, 혹시 태후 마마의 생신 잔치에 바칠 예물 때문입니까?”

사실 그녀의 자수 솜씨는 일찍이 상 상궁에게서 전수받은 것이었다.

상 상궁는 궁에서 물러난 후 영국공의 청으로 집안 아가씨들의 수를 가르치고 시집갈 때의 혼수를 손수 지어주던 인물이었다. 다만 그녀는 4년 전 세상을 떠났다.

지난 생에 국공부에서 올린 예물은 바로 그녀가 만든 서수헌도(瑞兽献桃) 자수였다.

강시아의 말에 고 유모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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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여 년 넘게 집안에서 일해 온 몇몇 노복들을 제외하고는, 낯선 얼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녀를 빈틈없이 지키고 있었다.하지만 그 보호는 화려하게 장식된 감옥처럼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주연아는 창가에 앉아, 눈의 무게에 눌려 가지가 휘어진 매화나무를 바라보았다.생각하면 할수록,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심장을 움켜쥐듯 조여왔다.번뜩이는 순간,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여우털 외투를 걸치고 눈보라 속으로 뛰쳐나갔다.밤은 깊고 고요했다. 눈 위에는 그녀의 발자국만이 깊었다 얕았다 이어지고 있었다.서재에 다가가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외삼촌의 차분한 목소리가 창틈 사이로 새어 나왔다.“우륵은 오만하고 거칠다. 헌데 이번에는 아예 빌미를 우리 손에 쥐여주었어. 명분이 서는 전쟁이다. 하늘이 내린 기회지. 계획만 치밀하게 세운다면, 단숨에 제압해 우리 대성조 북방의 백 년 묵은 근심을 뿌리째 뽑아낼 수 있을 거다.”주연아의 발걸음이 멎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였다.서재 안은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아버지가 더는 말을 잇지 않을 것만 같은, 긴 정적이었다.그제야, 주종현의 익숙하면서도 약간 쉰 듯한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폐하는 아직 젊고 기세가 지나칩니다. 여러 차례 사적으로 제게 말했지요. 태조를 본받아, 친히 군을 이끌고 나가 영토를 넓히고 불세출의 공을 세우고 싶다고요. 이번에는…”그의 말이 잠시 끊겼다.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함과 무게가 실려 있었다.“이번에는 연아를 ‘투명장(投名状: 어떤 집단이나 편에 들어가기 위해 충성과 결의를 증명하려고 바치는 증표나 행동을)’으로 삼게 되었으니, 아마 조정의 노신들 입을 막을 더 확실한 이유가 생긴 셈입니다.”투명장…주연아의 머릿속이 ‘웅’ 하고 울리며 새하얗게 비어버렸다.그 뒤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그래서… 이런 거였나. 그녀는 그저 내세우기 좋은 명분이었을 뿐이었다.그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42화

    문무백관은 숨을 죽인 채, 감히 크게 숨 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칼끝이 맞닿을 듯 팽팽하게 긴장된 그 순간, 죽음 같은 적막을 깨뜨린 것은 한 노신의 늙고 떨리는 목소리였다.“폐하, 부디 삼가 숙고하소서!”백발이 성성한 노신이 비틀거리며 대열에서 나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폐하! 우륵의 병력은 강합니다. 삼십만 대군이 압박해 온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닙니다. 지금은 다시 전쟁을 일으킬 때가 아니옵니다!”그의 말은 고요한 호수 위에 던져진 돌처럼 파문을 일으켰다.곧바로 몇몇 화친을 주장하던 신하들이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폐하, 삼가 생각하소서!”“그러하옵니다, 폐하! 주… 주 대인께서 이미 평민이 된 지금, 군을 맡아 이끌 자가 없사옵니다. 전쟁을 택하는 것은 마땅치 않습니다!”하씨 가문과 주씨 가문은 변방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었다.한쪽은 적융을 막고, 한쪽은 우륵을 막았다.주종현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지자 그동안 눈치를 보던 자들마저 하나둘 화친 쪽으로 기울었다.순식간에 조정에는 화친을 청하는 목소리가 물결처럼 번졌다.그 노신은 머리를 땅에 박다시피 하며 눈물과 함께 호소했다.“폐하, 우륵의 한왕이 이토록 성심으로 혼인을 청하며 경연군주를 지목하였으니… 그 뜻을 받아들이시옵소서!”“고작 군주 한 사람으로, 우리 대성조의 수십 년 평안과 수많은 장병들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 일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폐하!”“그 입 다물라.”소림의 목소리는 한 점의 온기도 없이 차가웠다.서릿발 같은 시선이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는 노신을 곧장 꿰뚫었다.“우리 대성조가 언제부터 이토록 나약해졌느냐.”크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한 글자 한 글자가 천근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고작 우륵 따위가 짐의 미래 황후를 탐낸다고 해서, 짐이 스스로 내어주어야 한단 말이냐?”‘황후’라는 두 글자를 그는 유난히 깊게 눌러 말했다.끝없는 소유욕과 모욕당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노신은 온몸을 떨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무언가 더 말하려 했다.그러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41화

    상산왕 주종현은 언행이 바르지 못하고, 어전에서 예를 잃었다는 이유로 왕작이 박탈되었다.일인지하 만인지상이던 상산왕이 하룻밤 사이에 평민으로 전락했다.사흘 뒤.우륵의 한왕이 사신을 보내 국서를 올렸다.말투는 정중하고 간절했으며, 대성조의 군주를 맞아 혼인을 청해 두 나라의 화친을 맺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조정 위에는 보이지 않는 물결이 은밀히 출렁였다.경성에 없는 종친들을 제외하면, 군주로 책봉된 이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주종현은 작위를 빼앗겼으나, 연아의 군주 신분을 기록한 옥첩은 회수되지 않았다. 심지어 황후 책봉의 성지도 아직 거두어지지 않은 상태였다.우륵이 구하려는 이는 미래의 황후였다…그러나 소림의 반응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용좌 위에 앉은 황제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기에 희로애락을 읽을 수 없었다.그는 붉은 붓을 들어 단번에 내려 그었다.“허한다.”순식간에, 대성조의 군주들은 봄비 뒤 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공후귀족들의 집안에서 적령기의 규수들이 줄줄이 천거되었다.소림은 단숨에 여덟 명의 군주를 봉했다. 모두 꽃처럼 아름답고, 신분 또한 귀한 이들이었다.그렇게 그들은 일렬로 열무의 앞에 내어졌다.금빛으로 빛나는 조정 한가운데 열무는 전각에 서서, 늘 그렇듯 삐딱하고 느긋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여덟 명의 미인들에게는 단 한 번도 머물지 않았다.곧장 사람들 너머로 향해, 용좌 위의 젊은 황제를 향했다.그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외삼촌이라 부르겠습니다.”그 외삼촌이라는 말은, 느릿하고도 가볍게 씹히며 흘러나왔다. 희롱과 도발이 뒤섞인 어조였다.“외삼촌께서도 아시겠지요. 제가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그 말이 떨어지자 문무백관 모두가 숨을 들이켰다.정적.전각 안은 숨이 막힐 듯 고요해졌다.소림은 용좌 위에 앉은 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다만 용포 넓은 소매 아래로 드리워진 손이 주먹을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마디마다 하얗게 질려 있었다.잠시 후.그는 문득 웃었다. 입가에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40화

    소림이 떠나자 넓디넓은 편전에는 순식간에 죽은 듯한 적막이 다시 내려앉았다.창밖에서는 그저 눈보라만이 지칠 줄 모르고 울부짖고 있었다.주연아는 천천히 차가운 벽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앉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팔을 끌어안았다.하지만 뼛속 깊이 스며든 그 한기는 아무리 해도 떨쳐낼 수가 없었다.입술에는 아직도 그가 거칠게 빼앗아 간 흔적의 통증이 남아 있었고 공기 속에는 여전히 그의 강압적이면서도 맑은 용연향이 짙게 감돌고 있었다.주전 쪽에서는 희미하게 풍악 소리가 흘러왔다.술잔이 오가고 노랫소리와 춤이 어우러지는 태평성대의 기운.그때였다. 문 밖에서 미묘한 소란이 일어났다.병사들이 낮게 윽박지르는 소리와 궁녀들의 놀란 비명이 뒤섞여 들려왔다.“방자하다! 폐하의 명이 없이는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너희는 대체 누구냐! 감히 궁 안에서 손을 쓰다니!”곧이어 둔탁하게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몇 차례 이어졌다.그리고 다시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주연아는 눈물에 젖은 눈으로 멍하니 문 쪽을 바라보았다.“끼이익.”무거운 문이 밖에서 거칠게 밀려 열렸다.익숙하면서도 다급한 기척이 눈보라를 휘감은 채 역광 속에서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연아!”어머니의 목소리였다.맹시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초조와 걱정이 가득했다.그녀의 뒤에서는 무비가 재빠르게 막아서려던 궁녀를 기절시키고, 곧장 문 앞을 경계하며 섰다.주연아의 시야가 순식간에 흐려졌다.팽팽히 당겨져 있던 마음의 끈이 어머니를 본 그 순간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어머니…”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바닥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그 따뜻한 품으로 파고들었다.“어머니!”그녀는 맹시은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얼굴을 그 품에 묻었다.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서러움과 공포가, 그 순간 산산이 터져 나오며 처절한 울음으로 쏟아졌다.“폐하께서...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어머니…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그녀의 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떨리고 있었다.맹시은의 심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503화

    황제가 친히 진국공부를 찾은 뒤, 경성의 각 가문에서 보내오는 초청장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너무 많아 나중에는 시녀들이 바구니에 담아 들고 올 정도였다. 그 초청장들은 전부 커다란 나무 상자 하나에 차곡차곡 쌓였다.류영이 방을 정리하며 초청장들을 품계에 따라 나누고 있을 때, 아람의 시선이 각 묶음 맨 위에 놓인 글씨 위로 스쳤다.“글을 읽을 줄 아느냐?”류영는 고개를 숙였다.“예. 예전 아씨께서 규중에 계실 때 글을 좋아하셔서 곁에서 조금 배웠습니다.”“글을 아는 시녀라면 원래는 쉽게 풀어주지 않을 텐데.”아람의 말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86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근 할머니는 문짝에 부딪혀 붙어 있다가 그대로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겨우 비명을 한 번을 내지르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철이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 얼어붙었다. 문 앞의 사내는 병색이 완연했으나 온몸에 서린 살기는 마치 지옥에서 기어나온 귀신 같았다.“입에서 그딴 소리가 또 나오면 뼈도 못 추릴 줄 알아.”철이 어머니가 바들바들 떨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사, 살… 살인이야.”주근 할머니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크게 다쳐 한동안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침대머리를 부들부들 치며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61화

    아설이 떠난 지 여드렛째였다. 아람은 적막함에 익숙해지지 못했고 연아 또한 매일같이 물었다.“아설 언니는 왜 아직도 안 와요?”수차례 이모라 부르라고 고쳐줬으나 설강 언니에서 아설 언니로 굳어진 탓에 바꾸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아람도 포기하고 그냥 내버려두던 참이었다. 엄마는 엄마대로, 딸은 딸대로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두었다. 그때, 문희가 갓 지은 옷을 품에 안고 들어왔다.“아람 아가씨, 들으셨어요? 성문 앞에 방(榜:고려ㆍ조선 시대의 과거 합격자 명부)이 내걸렸다 합니다. 오늘 과거 급제자 명단이 나왔어요.”문희는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47화

    “송 아가씨, 참으로 수완이 대단하군요.”자그마한 뜰에는 나무 받침대가 여럿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물기를 빼는 두부가 층층이 얹혀 있었다. 마당 가득 고소한 콩 향이 감돌았지만 정작 사람 그림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부엌 아궁이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김이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고 안채에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송하윤 앞에 맑은 차 한 잔을 따라 두었다.송하윤도 그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그녀는 차에 손을 대지 않고 아직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찻잔을 한 번 내려다본 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보았다.“당신,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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