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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Author: 서은월
“형님, 이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아직 아이 하나 제대로 못 달래시네요. 제가 할게요. 저는 한 번에 둘이나 낳았거든요.”

단낭은 왕수연이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가 손을 뻗어 아이를 빼앗으려 들자 단낭은 깜짝 놀라 몸을 틀어 아이를 안은 채 물러섰다.

“왜 여기 온 것입니까!”

“제가 왜 왔냐고요?”

왕수연이 콧방귀를 뀌었다.

“형님께서는 몰래 큰돈을 벌고 있으면서 혼자만 꿀꺽하시는 겁니까?”

그녀는 목을 길게 빼고 안쪽을 훑어보았다.

“상단 마님은 어디 계십니까?”

단낭은 복동이를 달래며 오늘따라 새 옷감으로 단장한 올케를 곁눈질해 보았다. 곧 그녀의 입가에 조소가 스쳤다.

“아까 상단 마님께서 직접 문을 열어주셨는데 못 봤습니까?”

문밖에서는 아직도 단 노파의 귀신 울음 같은 고함이 들려왔다.

왕수연의 얼굴이 확 굳었다.

“큰일 났네!”

그녀는 몸을 돌려 급히 문쪽으로 달려갔다.

단 노파는 평생 거친 일을 해온 사람이었다. 힘이 얼마나 센지 아람 같은 여자가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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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2화

    먹빛처럼 짙은 밤이 내려앉자 정현성 전체가 고요 속에 잠겼다. 객잔 밖을 순찰하는 관병들의 발걸음 소리는 마치 목숨을 재촉하는 북소리처럼, 한 번 한 번 사람의 심장을 두드렸다.주연아는 침상 위에 누운 채 눈을 감고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미 깊이 잠든 듯 고요했다. 옆방의 열무 역시 숨결이 길고 잔잔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창밖에서 야경을 도는 사람이 삼경을 알리는 목탁을 두드리는 순간, 그 길게 이어지던 호흡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주연아는 번쩍 눈을 떴다. 눈동자는 맑게 빛났고, 조금의 졸음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녀는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켜, 재빠르게 야행복으로 갈아입고 긴 머리를 묶었다. 움직임은 살쾡이처럼 가볍고 민첩했다.창문을 살짝 밀어 틈을 만들고, 그녀는 낙엽처럼 가볍게 몸을 날려 짙은 밤빛 속으로 스며들었다.주연아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지자마자, 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조용히 뒤를 밟아 나섰다는 것을.정현의 밤은 낮보다 훨씬 더 엄중한 검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횃불을 든 관병들이 무리를 지어 순찰했고, 철갑이 부딪히는 소리는 텅 빈 거리 위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주연아의 몸은 지붕 처마와 골목의 어둠 사이를 가르며 스쳐 지나갔다. 오르내릴 때마다, 그녀는 정확하게 순찰의 불빛을 피해 움직였다.*성 남쪽, 성황묘.향불이 그리 성하지 않은 그 사당은 밤이 되면 더욱 적막해져, 어딘가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주연아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담장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가볍게 몸을 숨기듯 대전 안으로 스며들었다.전각 안은 촛불이 희미하게 흔들릴 뿐, 제단 위의 두 개의 장명등만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콩알만 한 불꽃이 바람에 일렁이며 성황신의 위엄 있는 흙빛 금신을 비추었다.그녀는 경계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훑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곧장 커다란 향로 앞으로 다가갔다.향로 안에는 다 타버린 향대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고, 두툼한 향재가 넘칠 듯 쌓여 있었다.주연아는 타다 남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1화

    그는 술잔을 들어 올렸지만 입에 대지는 않고 그저 옅은 미소만을 띠었다.“전 관사께서 베풀어 주신 성의는 마음으로 충분히 받았습니다.”그는 술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안에는 거스를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다만 오늘은 길을 서둘러야 하는지라, 술을 많이 들 수 없는 형편입니다. 훗날 다시 우주에 들르게 된다면, 그때는 전 관사와 마음껏 술잔을 기울리겠습니다.”이 말은 사실상 자리를 정리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그러나 전유덕은 마치 그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사람처럼, 오히려 미소를 더 짙게 지었다.“아이, 열 공자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진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열 공자처럼 젊고 유망한 분을 저는 가장 좋아합니다. 이처럼 큰 뜻을 품은 영웅호걸과 사귀는 것, 그보다 더한 즐거움이 또 있겠습니까! 다만 만난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한스럽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공자와 발을 맞대고 누워 사흘 밤낮을 마시며 이야기했을 텐데요!”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더욱 절절한 목소리로 덧붙였다.“공자께서 길을 재촉하셔야 한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그러니 오늘은 길게 마시지 않겠습니다. 딱 한 잔, 마지막 한 잔만!”그는 다시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불타는 듯한 눈으로 열무를 바라보았다.“이 한 잔만 비우시면, 제가 직접 말을 준비해 공자와 부인을 성문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그 말은 얼마나 간절하고, 또 얼마나 호방한가.마치 이 한 잔을 거절하는 순간, 그의 진심을 저버리고 이 우정을 업신여기는 일이 되는 것만 같았다.열무의 시선은 고요한 물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광기에 가까운 열기를 띤 전유덕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가에 문득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었다.천천히 술잔을 들어 올린 그는 전유덕의 기대에 찬 시선을 마주한 채 단숨에 잔을 비워냈다.“좋습니다!”전유덕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그의 눈빛에 안도의 기색이 번뜩였다.연회는 아직 끝나지 않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0화

    주연아는 그의 손에 붙잡힌 채 손목이 끌려가듯 이끌리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의 손은 넓고도 뜨거워 마치 쇠집게처럼 단단히 그녀를 조였고,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주연아의 속에서는 분노와 짜증이 들끓었지만, 시선이 객잔 대청을 스치는 순간 그 모든 감정은 순식간에 서릿발 같은 냉기로 얼어붙었다.문가였다. 짧은 갈색 옷을 걸친, 체구가 우람한 사내 하나가 순찰 병사와 무언가를 주고받고 있었다.광산의 그 광두였다.주연아의 숨이 덜컥 멎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깊이 움켜쥐어졌다. 열무는 그녀의 굳어버린 기색을 눈치챈 듯, 발걸음을 아주 미세하게 늦추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광두 역시 무언가를 감지한 듯 이쪽을 힐끗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그러다 문득 멈칫했다. 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아무 거리낌도 없이 주연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곁에 있던 순찰 병사는 그가 전유덕의 귀한 손님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그의 팔을 툭 쳤다.“뭘 그렇게 쳐다는 보는 겁니까! 그만두십시오. 저분들은 전 관사 어르신의 손님입니다. 괜히 귀인을 건드렸다간 큰일 날 거예요!”그러나 그 광두는 고개를 저었다. 시선은 여전히 주연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아니. 이 여자… 왠지 낯이 익습니다.”그는 병사의 귀에 바짝 다가가 음산하게 속삭였다.“가서 전 관사한테 전하십시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둘을 붙잡아 두라고 말입니다. 오늘은 떠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병사의 얼굴에 곧장 난색이 떠올랐다.“이건… 왕 두령, 그건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전 관사 장사에 손대는 건… 그 성미... 알잖습니까.”왕 두령은 차갑게 그를 훑어보았다.“광산의 규칙, 잊은 건 아니겠지요. 전유덕을 건드릴지, 아니면 주인을 건드릴지… 당신이 고르십시오.”그 모든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주연아의 심장은 이미 바닥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다.열무는 그녀의 손을 더욱 단단히 쥐며,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09화

    타로는 중얼거리듯 한마디 덧붙였다가, 문득 무언가 떠올린 듯 목소리를 더 낮췄다.“그, 그게… 투연 아가씨가 알면 공자님께서 편애하신다고 하지 않을지… 지난번엔 거의 화살로 눈을 쏴버릴 뻔하셨잖습니까…”말이 끝나기도 전에, 칼날처럼 서늘한 시선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타로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목을 움츠리고는 얼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복도 끝을 가리켰다.“아, 아! 날이, 날이 늦었네요! 저, 저 아직 정리 못 한 게 좀 있어서, 얼른 다녀오겠습니다!”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 속도는 토끼보다도 빨랐다.복도에는 다시 고요가 내려앉았고 열무는 손에 든 미과를 내려다보았다.그의 눈빛은 점점 더 깊어졌다.“끼익.”뒤쪽 방문이 열리자 그는 무심코 몸을 돌렸다.단 한 번의 시선에 그는 그대로 멈춰 섰다.문을 연 여인은 이미 그 호수빛 치마저고리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중상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인지, 몸선은 한층 가늘어 보였고, 얼굴빛 또한 투명할 만큼 창백했다.하지만 그 소박한 옷차림조차 그녀에게서 풍겨 나오는 타고난 냉정함과 기개를 전혀 가리지 못했다.얼굴의 먼지를 씻어낸 그녀는 놀라울 만큼 맑고 단정한 용모를 드러냈다. 먹빛 머리는 단정히 뒤로 묶여 있었고 길게 뻗은 목선이 더욱 도드라졌다.특히 눈이 아름다웠다. 차가운 못에 잠긴 흑요석처럼, 맑고 투명하면서도 꺾이지 않는 강인함이 담겨 있었다.열무의 숨이 아주 잠깐 멎었다.주연아는 그가 보인 그 짧은 흔들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그 앞에 다가가 멈춰 섰다. 그리고 단정하게 몸을 낮춰, 대성조식 만복례를 올렸다.“두 번이나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주연아는 이 은덕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약해져 다소 쉰 기색이 있었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또렷하고 단단하게 떨어졌다.연아?멀쩡한 이름 두고, 왜 저렇게 촌스러운 이름을…열무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다시 평소의 냉정함으로 돌아왔다.“별거 아닙니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08화

    주연아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이미 침상 위에서 같은 자세로 꼬박 사흘 밤낮을 엎드려 있었다.목은 누군가에게 억지로 꺾인 듯 뻣뻣하고 저릿했으며, 거의 감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아야…”한참이 지나서야 그 지독한 통증이 조금씩 밀물처럼 빠져나갔다.그제야 그녀는 아픔을 참고, 제 몸이 아닌 것처럼 굳어버린 목을 힘겹게 돌려 사방을 살폈다.낯선 방이었다. 단출했지만 깨끗했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약초 향이 감돌고 있었다.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주연아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이 솜처럼 풀려있어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몸에 걸친 옷은 여전히 원래 입고 있던 그 옷인 듯했다.피와 먼지로 엉망이 되어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온전히 남아 있었다.다만… 등 뒤가 서늘했다.방문이 열리며 그녀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끊겼다.역광을 등지고 곧은 그림자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주연아는 경계하듯 눈을 가늘게 떴다.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거의 요사하다 싶을 만큼 준미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그였다.“깨어나셨군요.”열무의 목소리는 물처럼 담담했다.그는 손에 든 식합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곧장 침상가로 걸어왔다.주연아는 경악했다.자신의 등 뒤에는 아무것도 걸쳐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저 사람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다니.“당신!”열무는 그녀의 동요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는 듯 행동했다.그는 탁자 곁으로 가 청자 작은 항아리 하나를 집어 들고, 대나무 조각으로 푸른빛 고약을 떠냈다. 그리고 다시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서늘한 약 향이 공기 속으로 퍼졌다.“움직이지 마십시오. 본 공자는 거의 죽어가는 시체 등에 붙은, 새까맣게 탄 썩은 살덩이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약이 그녀의 상처 위로 그대로 눌렸다.“악!”주연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 이건 약 바르는 게 아니었다.“저 아직 살아 있거든요!”“아픕니까?”열무는 짧게 그녀를 보며 손의 힘을 조금 늦췄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07화

    “수색하거라! 집집마다 전부 뒤져! 현령의 명이다! 출처 불명의 부상자를 받아들이는 약방이든 의원이든, 전부 공범으로 다스린다!”거리 모퉁이에서 무겁고 뒤엉킨 발소리가 들려왔다.갑옷이 서로 스치는 소리와 함께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선두에 선 관병 대장은 매서운 눈빛으로 거리를 훑었다. 매처럼 예리한 시선이 골목 구석구석을 가차 없이 훑어내렸다.열무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식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팔을 거두어 품 안의 사람을 끌어안았다.타로의 심장은 이미 목 끝까지 치솟아 있었다.관병들이 스쳐 지나갈 때, 그들의 시선이 송곳처럼 꽂혔다.하지만 열무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틀 뿐, 잘생긴 얼굴에는 술기운이 남은 듯한 나른함과 짜증이 은근히 배어 있었다.화려한 옷차림에 남다른 기품. 한눈에 봐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그의 품에 안긴 이는 고개를 깊이 그의 가슴에 묻고 있는 한 여인이었다.그때, 골목에서 또 다른 관병들이 한 사내를 끌고 나왔다.“두목님! 수상한 놈 하나 잡았습니다!”관병 대장은 즉시 고개를 돌려, 품에서 구겨진 화상 하나를 꺼내 꼼꼼히 대조했다.“이놈 아니다!”그는 짜증스럽게 손을 휘저었다.“빨리! 앞쪽 약방을 더 뒤져!”발소리는 점점 멀어졌다.타로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공자님, 저희는…”“객잔으로 간다.”열무가 그의 말을 끊었다.그 목소리에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그는 이미 깃털처럼 가벼워진 사람을 가로로 안아 올리고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객잔을 향해 나아갔다.타로는 급히 뒤를 따랐다.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쾅.”방문이 단단히 닫혔다.열무는 사람을 조심스럽게 침상 위에 내려놓았다.그제야 타로는 그 여인의 등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이미 피가 넓게 번져 있는 모습을 보자 열무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점소이에게 가서 뜨거운 물 한 대야를 가져오거라. 그리고 약도 꺼내오고.”“예, 공자님!”타로는 지체할 틈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22화

    “고맙다, 시…”주종현이 낮게 중얼거리자 아람은 그의 손을 탁 뿌리쳤다.“전 지금 아람이에요. 주 대인하고는 한 점 관련도 없는 사람입니다.”주종현은 그녀의 새침한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아람 낭자. 소생이 감사를 드립니다.”아람은 소름 돋는다는 듯 그에게서 한 발짝 더 멀어졌다.“이건 좀 역겹네요. 앞으로는 이러지 마세요. 적응되지 않으니까.”밤이 되자, 현청 뒤쪽 후원으로 큼지막한 목욕 통 하나가 들여졌다. 약재를 고아 만든 약탕이 한 방울도 남김없이 그 통 안에 부어졌다. 뼈를 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32화

    “아버지! 언제부터 산적이랑 구면이셨다고 그러십니까!”하연은 아주 많이 불만스러웠다. 큰 오라버니는 이미 그녀와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이번 토벌에서 공을 세운다면 집안 누구도 그녀를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산적들이 스스로 항복을 해버린다면 공을 어떻게 세워야 한다는 말인가! 하 장군이 성큼 다가와서는 딸의 뒤통수를 후렸다.하연은 입을 삐죽 내밀고 마지못해 중얼거렸다.“아 아저씨.”정현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으나 허름한 현청만큼은 한밤중에도 불과하고 환히 불이 켜져 있었다. 하연이 팔짱을 끼고는 문기둥에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36화

    그녀는 주종현을 위협하기 위한 장기말이 될 수도 있었고 소휘의 진정한 목적을 가릴수 있는 상인일수도 있었다. 전생에는 변경에 전쟁이 폭발해, 주종현은 항상 밖에서 분주히 움직였고 그녀는 후원에 갇혀 있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온전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돌아본다면 내부에서 일어난 균열과 내분의 틈을 타 타국이 칼끝을 들이민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가 과연 난세로 기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휘가 그녀를 이용한다면, 그녀 역시 소휘를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는 법이다.“동생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27화

    “세상 말세다, 진짜 세상 말세야.”강세오는 입술을 떨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휘청거리며 막사를 빠져나가다 딸을 찾으러 온 하 장군과 부딪칠 뻔하기도 했다.“강 대인, 무슨 일입니까? 얼굴이 왜 이리... 붉은 것입니까?”하 장군은 마치 귀신에게 쫓기는 듯한 강세오가 얼굴만 벌겋게 달아오른 채 어리둥절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엊그제까지만 해도 무척 침착하고 자제심 있는 젊은이 같더구먼 오늘은 도대체 무슨 일이지?”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딸 역시 바닥에 털썩 앉아서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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