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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作者: 서은월
결국 그 장면은 주종현의 날카로운 시야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는 온몸을 빗줄기 속에 드리운 채 마차의 발판 위에 서 있었는데, 눈 속에는 차마 감출 수 없는 분노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대인, 마차가 다 수리되었사옵니다.”

유한석은 고개를 살짝 돌려 주종현을 보며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고는 이내 몸을 돌려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가 천천히 떠나가자, 강시아도 시선을 거두며 주종현의 마차에 올랐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콩알만 한 빗방울들이 마차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만마군이 달려드는 듯 요란스러웠다. 좁은 마차 안에는 고요히 섞여 흐르는 두 줄기 호흡 소리만 감돌았다.

주종현은 이미 흠뻑 젖은 비옷을 벗어 발치에 던져버렸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

“또 우연이란 말이냐? 이번에는 또 어떤 구실을 내세워 나를 속이려는 것이냐? 오라버니에게서 서찰이 왔다고 할 작정이냐, 아니면 또다시 오라버니 편을 들어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려는 것이냐?”

지난번 송하윤에게 발각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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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66화

    그는 처음으로 깨달았다.인생이란, 가문을 빛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시와 먼 곳을 꿈꾸는 길도 있다는 것을.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운명이 무너지는 순간이 그렇게도 갑작스럽게 들이닥칠 줄은.원계 37년, 겨울.늘 건강하던 태자 전하가,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처음에는 누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그 감기는 마치 뼛속에 들러붙은 병처럼 태자를 놓아주지 않았다.태의원의 어의들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병세는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끝내는 피를 토하기에 이르렀고, 약으로도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한 달 남짓한 시간.온 나라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그 태자 전하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대성조는 비통에 잠겼고 황제와 황후는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희어졌다.나라에 후계자가 없을 수는 없는 법. 슬픔과 혼란이 뒤엉킨 가운데 셋째 황자 소철이 태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늘 궁 밖으로 나가 놀 궁리만 하던 그 소년은 하룻밤 사이에 어른이 되어야 했다.형의 자리를 대신해 그는 날이 밝기도 전에 어서재로 나가 황제와 함께 정사를 배우고 깊은 밤이 되어서야 동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주종현이 다시 그를 만난 것은, 동궁의 서재에서였다.한때 웃음을 잃지 않던 소년은 검은 태자 상복을 입고 산처럼 쌓인 주본 뒤에 앉아 있었다. 몸은 한층 야위었고 턱선은 날카롭고 단단해져 있었다.한때 뜨거운 태양처럼 빛나던 그 눈은 이제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주종현을 보자 그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는 잔잔했고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왔느냐.”단 세 글자.그러나 그 사이에는, 이미 헤아릴 수 없는 거리가 놓여 있었다.군신의 신분과 ‘책임’이라는 이름의 깊은 간극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세월은 쏜살같이 흘러갔다.주종현은 과거에 급제해 장원이 되었고, 관례대로 한림원 수찬(修撰: 글을 짓고 정리하는 관직)에 임명되었다.입궐하여 황제를 알현하던 날, 용상 위의 천자는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65화

    그는 영국공부의 장자였다. 그 이름만 놓고 보면 더없이 화려하고 영광스러워 보였다.하지만 이 저택에서 사는 이들은 알고 있었다. 이 국공부의 영화는 이미 오래전에 저문, 지난날의 이야기라는 것을.부친은 온화함이 넘쳤으나 결단력은 부족한 군자였다. 공부에서 한직을 맡고 있어 누구와도 마찰을 빚지 않는 대신이었지만 이렇다 할 큰일도 해내지 못했다.조부가 세상을 떠난 뒤로, 황제의 총애는 날이 갈수록 옅어져 갔다.그 시절의 영국공부는 겉보기에는 화려했지만 실상은 겨우 체면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형편에 지나지 않았다.부친은 모든 기대를, 오직 하나뿐인 적자인 그에게 걸었다.서재에서, 부친은 늘 한숨을 내쉬며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곤 했다.“나는 벼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이 집안을 떠받칠 힘이 없다. 이 큰 가업은 훗날 전부 네 몫이다. 너는 반드시 남들보다 뛰어나 누구보다 높이 올라야 한다.”그 간절한 바람은, 보이지 않는 산처럼 어린 그의 어깨 위에 무겁게 내려앉았다.그는 단 한순간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다른 국공부의 세자들이 투계와 사냥에 빠져 뛰놀 때, 그는 이미 사서오경을 줄줄 외고 있었다.또래 아이들이 떡 한 조각을 두고 다투고 있을 때, 그는 붓을 들어 제법 갖춰진 책론 한 편을 써낼 수 있었다.그리하여 그는 언제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남의 집 아이’가 되었다.어머니 조 씨가 그와 누이들을 데리고 연회에 나갈 때마다, 부인들의 부러움 섞인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주씨 부인은 참 복도 많으시네요. 저 아이 좀 보세요. 어린 나이에 저렇게 침착하고 예의 바르다니.”“그러게요. 우리 집 그 말썽쟁이가 저 아이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매일 향이라도 피우며 감사할 텐데요.”어머니의 얼굴에는 언제나 단정하면서도 자부심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리고 그는 그저 어머니 뒤에 조용히 서서, 눈을 내리깐 채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받아들였다.그 시선들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칭찬만이 아니었다. 또래들이 숨기지 못하는 질투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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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때때로 궁인들의 손을 붙잡고, 오래된 이야기들을 끝없이 늘어놓곤 했다.어느 때는 선제의 어릴 적 이름을 부르다가, 또 어느 때는 전각 밖을 가리키며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빈비들을 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이듬해 겨울, 큰 눈이 한차례 내린 뒤, 일 년 넘게 정신이 흐릿하던 그 태황태후는 잠든 사이 고요히 세상을 떠났다.어린 황제가 즉위하고, 백관들이 조하를 올렸다.개선한 주종현은 반란을 평정하고 나라를 안정시킨 공으로, 파격적으로 ‘상산왕’에 봉해졌다. 식읍 만 호, 세습이 허락된 작위였다.위심은 빛나는 전공을 세워 서북대영으로 들어가, 교위에서 시작해 마침내 병권을 쥔 진정한 장수가 되었다.맹서강은 스스로 청하여 국자감에 들어가 좨주가 되었다.“오라버니, 굳이 이 길을 택하실 이유가 있으십니까?”맹시은은 소박한 유생 복장을 한 오라버니를 바라보며 이해하지 못한 듯 물었다.그의 공과 재능이라면 내각에 들어가 재상이 되고 공후에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였다.하지만 맹서강은 그저 온화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맑고도 단단했다.“조정에서 사람들과 다투기보다는, 대성조의 앞날을 위해 분별력 있는 선비를 몇 명이라도 더 길러내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시은아, 저것을 보거라.”그는 창밖을 가리켰다. 햇살 아래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저것이야말로 대성조의 근간이다.”맹시은은 오라버니를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그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어렵게 지켜낸 이 가정과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순식간에 흘러갔다.*영안 7년.그해, 용포가 몸에 맞지 않던 어린 황제는 어느덧 열아홉의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해 있었다.그는 정사를 부지런히 돌보고 백성을 사랑했으며 간언을 겸허히 받아들였다.주종현과 맹서강을 비롯한 원로 대신들의 보좌 아래, 대성조는 태평성대를 이루었다.조정 신하들이 유일하게 근심하는 것은 황후의 자리가 여전히 비어 있다는 점이었다.후궁을 간택하라는 상소가 어전 위에 산처럼 쌓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63화

    그 칙령은 손에 닿는 순간 서늘했지만, 그 무게는 천근을 넘는 듯했다.맹시은은 그것을 손바닥 안에 꽉 쥐었다. 힘이 들어간 탓에 손마디가 희미하게 하얗게 질렸다.이것은 단순한 사면의 표식이 아니었다. 두 대의 제왕이, 두 번의 생을 건너 건네온 무거운 사명이었다.*건청궁을 나서자, 여름의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궁벽 밖은 여전히 수레와 인파가 뒤섞이고, 삶의 온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방금 전 전각 안에서 왕조의 앞날을 좌우하던 그 비밀스러운 대화가 마치 숨 막히는 한바탕 꿈에 불과했던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주종현과 하훈이 군을 이끌고 출정하던 날은, 하늘이 높고 구름이 맑게 걷힌 가을날이었다.맹시은은 성문까지 나가 배웅하지 않았다. 그저 저택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검은 갑옷의 기병들이 물결처럼 이어져 변방을 향해 흘러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볼 뿐이었다.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을 뿐이다.“돌아오세요. 저도, 아이들도 모두 기다리고 있을게요.”봉화가 사방에서 치솟고, 전쟁의 불길이 들판을 삼켜갔다.경성과 우주는 수많은 산과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전황을 알리는 보고서는 눈발처럼 날아들었다. 어떤 날은 승전 소식으로, 글자마다 기세와 환희가 넘쳤고 어떤 날은 팽팽히 맞선 전황과 참혹한 소식이 전해져 그 한 줄 한 줄마다 피와 불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추위가 지나고 더위가 다시 찾아왔다.연아는 또 한 뼘 자라 있었고, 복동이도 이제 누이를 따라 국자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다만 이 말썽꾸러기는 누구를 닮았는지, 글씨는 비뚤비뚤하고 수업 시간에는 잠만 잤으며 밥 먹을 때만 제일 또렷했다.맹시은은 두 아이를 정성껏 돌보았고 광대한 진국공부와 새로 세워진 상산왕부까지 빈틈없이 다스렸다.그녀는 그렇게 주종현이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뒷받침을 만들어 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62화

    그리고 어째서 그토록 주종현과 맹 가를 신임하고 중용했는지. 그 이유가 이제야 분명해졌다.그 역시, 전생의 기억을 품은 채 돌아온 사람이었던 것이다.“짐은 지난 생에 참으로 어리석은 군주였다.”황제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회한과 고통이 깃들어 있었다.“짐은 태후의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였고, 간신을 믿고 충신을 멀리했다. 그 결과 외적이 침입하고, 번왕들이 난을 일으켰으며, 끝내는 나라가 무너지고 가문이 멸망했다. 짐은 이 대성조의 강산이 불길 속에 사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짐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늘이 가엾이 여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짐은 그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 막 즉위하던 열한 해 전으로 돌아오게 되었지. 그리고 이 생에서는, 결코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짐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숨결 또한 점점 가늘어졌다.“소휘는 이미 끝이 보인다. 조정의 독종들도 거의 다 뿌리 뽑았다. 헌데 짐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소림, 그 아이는 아직 너무 어리다. 조정은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억눌린 야심들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지.”황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려앉을수록, 맹시은의 가슴도 서서히 가라앉았다.그제야 오늘 자신을 부른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짐은 그대 부부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짐을 대신해 이 대성조의 강산을 지켜다오. 소림을 보필하여, 진정한 명군으로 키워다오.”황제의 목소리에는 미묘하지만 분명한 간청이 담겨 있었다.“맹시은, 짐도 안다.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가족이 함께 앉아 따뜻한 등불 아래 지내는 평온한 나날이라는 것을. 허나 나라가 존재하지 않으면, 가정이 어찌 온전히 설 수 있겠느냐.”나라가 무너지면, 가정 또한 무너진다. 그 한마디가 바늘처럼 맹시은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렇다. 전생의 자신이야말로, 그 말의 가장 생생한 증거가 아니었던가.이번 생에서 그녀는 어렵게, 비로소 하나의 온전한 가정을 손에 넣었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61화

    “다 확인했느냐?”“모두 확인했습니다, 대인. 신기영의 이 교위(李校尉)와 이곳에서 접선하기로 약속한 상태입니다.”“좋다.”어둠 속에서, 주종현의 눈빛은 밤보다도 더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그물을 거둬라.”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사방에 매복해 있던 금군이 산을 내려오는 맹수처럼 순식간에 역참을 포위했다.안에 있던 자들은 미처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전부 제압되었다.현장 증거와 인물, 모두 빠짐없이 붙잡혔다.소휘가 보낸 심복들, 그리고 접선을 위해 나온 신기영의 이 교위까지 단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했다.심문 결과는 예상보다도 훨씬 충격적이었다.번왕 소휘는 사병을 몰래 양성하고 신기영과 결탁하여 반역을 꾀하고 있었다.증거는 산처럼 쌓여 있었다.그 소식이 궁으로 전해지자, 황제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천둥 같은 기세로 내려진 한 장의 성지가 곧장 진국공부로 전달되었다.영국공 세자 주종현, 그리고 하 가의 장자 하훈에게 명하여 즉시 병사를 이끌고 변방으로 나아가 반역자 소휘를 토벌하라는 명이었다.폭풍이 몰려오기 직전의 고요함처럼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여름이 깊어갈수록 날씨는 점점 더 무더워졌다. 그리고 황제의 몸은 그와 반대로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갔다.궁 안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늘 같았다. 그저 가벼운 감기일 뿐, 별일 없다는 말뿐이었다.하지만 태의원의 원판은 거의 매일 궁에 머물렀다. 그 일로 예민한 대신들은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그날 맹시은은 뜻밖의 전교를 받았다. 그녀 혼자서 즉시 입궁하라는 황제의 명이었다.왜 하필 그녀였을까? 외조부를 불러 국사를 논하는 것도 아니고, 주종현을 불러 중책을 맡기는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자신 같은 내택의 부인을 굳이 부른 것인가.의문을 가득 안은 채, 맹시은은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건청궁 안은 짙은 약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그 쓴내는 마치 궁의 기둥 하나, 들보 하나마다 스며든 듯 무겁고 답답하게 가라앉아 있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36화

    그녀는 주종현을 위협하기 위한 장기말이 될 수도 있었고 소휘의 진정한 목적을 가릴수 있는 상인일수도 있었다. 전생에는 변경에 전쟁이 폭발해, 주종현은 항상 밖에서 분주히 움직였고 그녀는 후원에 갇혀 있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온전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돌아본다면 내부에서 일어난 균열과 내분의 틈을 타 타국이 칼끝을 들이민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가 과연 난세로 기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휘가 그녀를 이용한다면, 그녀 역시 소휘를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는 법이다.“동생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27화

    “세상 말세다, 진짜 세상 말세야.”강세오는 입술을 떨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휘청거리며 막사를 빠져나가다 딸을 찾으러 온 하 장군과 부딪칠 뻔하기도 했다.“강 대인, 무슨 일입니까? 얼굴이 왜 이리... 붉은 것입니까?”하 장군은 마치 귀신에게 쫓기는 듯한 강세오가 얼굴만 벌겋게 달아오른 채 어리둥절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엊그제까지만 해도 무척 침착하고 자제심 있는 젊은이 같더구먼 오늘은 도대체 무슨 일이지?”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딸 역시 바닥에 털썩 앉아서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24화

    “그렇다면 서남대영에서 서둘러 실질적인 계책을 내놓거라.”소휘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그럼, 본왕은 이만 물러가겠다.”현청을 나서기까지는 줄곧 웃는 얼굴을 하고 서 있었지만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그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저들이 그렇게까지 해 보고 싶다면 아정모더러 잘 놀아 줘라고 전하거라. 산적 회유의 공은 본왕이 이미 한왕에게 약속한 것이다. 그러니 누구도 가로채서는 안 된다.”소휘가 나가자 무 장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도 물러가겠습니다.”의정당에는 하 부녀와 강세오만 남았다. 그제야 하연이 어색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11화

    “심, 돌아오셨군요!”아설이 위심의 품에 냅다 안겼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걱정 마십시오. 구해드리러 왔습니다.”아설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당신 상처도 이제 막 나았잖아요. 저는 당신이 산적들을 너무 많이 만나 무슨 일을 당할까 봐…”“고작 몇몇 산적일 뿐입니다. 저를 어쩌지 못하지요.”“어쩌지 못한다고요?”아설이 그를 호되게 노려보았다.“그럼 전날 죽기 직전이었던 그 사람은 누군데요!”주종현은 그 둘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아람을 바라보았다. 괜히 헛기침을 삼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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