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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사랑 없는 결혼

Auteur: 움디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9-08 19:25:52

   아침부터 서한그룹 안이 온통 뒤숭숭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탕비실에서도, 사내 메신저에서도 온통 같은 이름이 오르내렸다.

 서지안.

 그리고 강태호.

 오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서한그룹은 공식 입장을 냈다.

 태강그룹과의 혼담은 사실이며 현재 양가가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짧은 내용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확인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던 홍보팀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꾸자 사내는 더욱 술렁였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지안은 놀랄 만큼 태연해 보였다.

 쏟아지는 연락은 진작 무음으로 돌려놓은 채 평소와 다름없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쾅.

 노크도 없이 집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지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에 알 것 같았다.

 “너 진짜 강태호랑 결혼해?”

   역시나 윤준표였다.

   준표는 서한그룹 대표이사이자 지안의 엄마인 윤서경 쪽 친척이었다.

   서정욱이 해외에 머무는 동안 본사를 맡고 있었지만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유독 지안을 경계했다. 아무리 아버지에게 외면받는 딸이라 해도 결국 서한의 유일한 직계 자녀는 지안이었으니까.

 “기사 보셨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고. 네가 어떻게 강태호를 꼬셔?”

    그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손짓까지 커진 채 당장이라도 팔짝팔짝 뛸 기세였다.

 “그러게요, 어떻게 했을까요.”

 “아니, 네가 뭐 볼 게 있다고 갑자기 강태호가 너랑 결혼을 해. 설마 잤냐?”

 지안의 잇새 사이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받아줄 가치도 없는 말이었다.

 “아침부터 개소리 할 거면 좀 나가요. 내가 좀 피곤해서 오늘은 받아주기 힘들거든요.”

 “너 진짜 뭐라도 해보려고 이러는 거야? 그렇다고 회장님이 너 봐주기라도 할 것 같아?”

 지안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기대도 안 하고요. 그 회장님께서 먼저 맞선을 주도하셨네요. 하나뿐인 딸 아주 단물까지 쏙쏙 빼먹으실 생각인가 보죠.”

 “아니, 회장님은 왜 이런 애를…….”

 “회장님이랑 연락하시거든 덕분에 좋은 거래 했다고 전해 주세요.”

 “뭐? 거래? 무슨 거래를 했는데!”

 준표가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지안은 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책상 한쪽의 내선 호출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황민준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지안이 턱끝으로 준표를 가리켰다.

 “윤 대표님 자리까지 모셔다드려요. 꼴에 재벌이라고 혼자서는 길도 못 찾으시는 것 같으니까.”

 “야, 서지안.”

 준표가 이를 악물었다.

 “됐어. 내 발로 가.”

 성질대로 몸을 홱 돌린 준표가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복도로 나선 그의 입에서 짜증 섞인 숨이 터졌다.

 서지안 저건 또 무슨 꿍꿍이야.

 문이 닫히자 집무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민준은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 지안 쪽으로 몸을 돌렸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쟤가 저러는 게 한두 번이에요?”

 지안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아니라 결혼이요. 아직 너무 어리시고 또…….”

 민준의 질문에 지안의 얼굴에 잠시 묘한 기색이 스쳤다.

 사랑 없는 결혼.

 조금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평생 사랑받아본 기억도 없는 자신이 그런 미래를 그려본 적은 없었다.

 잠시 가라앉았던 표정을 금세 털어낸 지안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럼 실장님이 대신 해주실래요?”

 “이사님.”

 “왜요. 돈 많고, 잘생겼고. 괜찮잖아요?”

 조금 무서운 것만 빼면?

 “제가 안 괜찮습니다.”

 그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진지한 민준의 반응이 웃겼는지 지안이 결국 소리 내 웃었다.

 “그럼 이제 강 부회장님 댁으로 들어가시는 겁니까?”

 지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은 언제로 잡으셨습니까?”

 “그러게요. 어제 연락은 받긴 했는데.”

 지안이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곁눈질했다.

 “…….아직 답이 없네요.”

 “그럼 답장 오면 말씀해 주세요.”

 “네.”

 민준이 집무실을 나가고 문이 닫히자 지안은 그제야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켜 확인했지만 새로 온 연락은 없었다.

 “뭐야. 자기가 먼저 보내놓고 답이 없네.”

 지안이 메시지창을 열었다.

 [우리 집 언제 올 거야, 애기야.]

 어젯밤 도착한 문자였다.

 저 한 줄 때문에 얼마나 당황했던지 침대에 누워서도 한참을 뒤척였다.

 결국 고민 끝에 보낸 답은 짧았다.

 [생각해볼게요.]

 그런데 그 뒤로 아무 연락도 없었다.

 “뭐야.”

 지안이 괜히 메시지창을 위아래로 훑었다.

 “먼저 연락해놓고 왜 답이 없어.”

 바쁜가.

 답장 하나 없다고 신경 쓰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지만 이상하게 자꾸만 그쪽으로 생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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