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혼례 전날, 세자에게 버림받은 윤서화는 이복동생 대신 흑룡담에 제물로 던져진다. 죽음보다 깊은 물속에서 그녀를 건져 올린 것은 천 년 동안 한 여자를 기다린 검은 이무기, 현무령. 그는 서화를 잃어버린 전생의 연인이라 부르며 흑룡궁에 가두고, 그녀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마지막 가족과의 이별마저 빼앗는다. 사랑이라 믿었던 구원은 감옥이 되고, 서화가 도망칠수록 그의 광기는 세상까지 집어삼킨다. 그러나 서화는 깨닫는다. 천 년 전 그를 봉인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다시 깨어난 봉룡검 앞에서 이무기는 선택해야 한다. 그녀를 소유할 것인가, 그녀를 살리기 위해 놓아줄 것인가. 세자는 신부를 되찾으려 하고, 백룡의 후예는 자유를 약속한다. 그의 질투가 땅을 삼키자 서화는 저주를 끊기로 결심한다.
Voir plus현무령은 천 년 전, 자신이 구한 인간들에게 영원히 죽지 못하는 형벌을 선물 받았다.
그날 산을 가로지르던 물길이 무너졌을 때, 인간들은 그를 신이라 부르며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산비탈을 무너뜨린 흙탕물이 마을을 삼키고, 집채만 한 바위들이 물살에 휩쓸려 내려오는 동안에도 그들은 강가에 엎드려 그의 이름을 불렀다.
무령은 그 울음소리를 외면하지 못했다.
아직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였지만, 천 년 가까이 수련하며 쌓은 힘으로 물길을 붙들 수는 있었다. 다만 산맥 사이에서 무너져 내리는 물의 문을 막으려면 자신의 몸을 그 틈에 밀어 넣어야 했고, 얼마나 오래 버텨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가 망설이는 사이, 강가에 있던 여인이 어린아이를 높은 바위 위로 밀어 올렸다. 아이는 살아남았으나 여인은 밀려드는 흙탕물에 휩쓸렸고, 무령이 몸을 움직였을 때에는 이미 물 아래로 사라진 뒤였다.
무령은 그날 자신의 승천을 미루었다.
거대한 몸을 산맥 사이에 밀어 넣자 무너진 물길이 그의 비늘을 때렸다. 등줄기를 따라 바위가 쏟아지고, 물살에 뜯겨 나간 비늘 사이로 피가 흘렀지만, 그는 인간들이 높은 곳으로 피할 때까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사흘 뒤 물이 잠잠해졌을 때, 살아남은 제관들이 그에게 찾아왔다.
그들은 물의 문이 다시 열리지 않도록 잠시 그 자리를 지켜 달라고 청했다. 천계의 인장을 받아 물길을 안정시키면 봉인을 풀겠다는 약속이었고, 인간들이 모두 안전해질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무령은 그들의 청을 받아들였다.
제관들이 가져온 붉은 인장을 자신의 역린에 새길 때에도 의심하지 않았고, 목에 쇠사슬이 감기기 시작했을 때에는 물길을 붙들기 위한 장치라고 여겼다.
그러나 마지막 인장이 박히는 순간, 그는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산맥 사이에 눌려 있던 거대한 몸이 아래로 끌려 내려갔고, 쇠사슬은 목과 척추를 휘감으며 바위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그제야 무령은 인장에 새겨진 글자를 읽었다.
물의 문을 지키는 자는 영원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영원히?”
그의 목소리가 강 전체를 뒤흔들었다.
“너희는 물길이 안정될 때까지만 기다리라 하지 않았느냐.”
제관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무령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인장이 붉게 빛났고, 목을 감은 쇠사슬이 조여 오면서 역린 아래의 살이 찢어졌다. 그가 고통을 견디며 호숫가를 바라보았을 때, 조금 전까지 은인이라 부르던 인간들은 모두 땅에 엎드려 있었다.
그중 누구도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지 않았다.
제관의 우두머리가 향로를 들어 올렸다.
“이제 물의 재앙은 영원히 잠들 것입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무령의 몸은 검은 물속에 잠겼다.
그가 구했던 인간들은 살아남았고, 그들이 재앙이라 부른 이무기만 호수 밑바닥에 남았다.
처음 백 년 동안 무령은 자신을 가둔 제관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약속을 어긴 이유를 묻고 싶었고, 적어도 누군가는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호숫가의 제단은 허물어졌고, 제관들의 후손은 그의 이름 대신 흑룡담에 잠든 괴물의 전설을 전하기 시작했다.
삼백 년째 되던 겨울에는 자신의 역린을 바위에 찧어 봉인을 부수려 했다. 비늘이 떨어지고 살이 벌어져 검붉은 피가 호수 밑바닥을 뒤덮었지만, 인장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의식이 끊어질 만큼 몸을 찢어도 상처는 다시 아물었고, 새살이 돋아날 때마다 봉인의 글자는 더욱 깊이 박혔다.
그는 죽을 수도 없었다.
고통이 극에 달하면 의식이 끊어졌지만, 봉인은 그가 죽음에 이르기 전에 다시 깨웠다. 무령은 자신의 몸이 회복되는 감각을 가장 끔찍한 형벌로 여기게 되었다.
오백 년이 지나자 그는 호숫가를 찾는 인간들의 기도에 대답하지 않았고, 칠백 년이 지나서는 누군가 물에 빠져 비명을 질러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거대한 울음이 물속을 뒤흔들었다.호수 바닥에 쌓여 있던 모래가 치솟고, 오래된 돌기둥들이 서로 부딪치며 갈라졌다. 봉인문에서 뻗어 나온 붉은 빛이 그의 몸통을 따라 번졌고, 아직 용이 되지 못한 두 뿔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무령은 자신의 이름이 봉인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그러나 이름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반격이 일어나는 까닭까지 알 수는 없었다. 제관들은 천 년 전 그 이름을 돌 아래 묻었고, 그 뒤로 누구도 그것을 부르지 않았으니까.그때 얼음 위에서 서하의 비명이 들렸다.무령이 물거울을 돌렸다.제단 아래의 균열이 얼음판까지 이어지면서 돌기둥이 기울고 있었다. 서하는 급히 물러나려 했지만 오른쪽 다리의 부목이 돌 틈에 걸렸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순간 상처 난 손바닥으로 깨진 돌을 짚었다.피에 젖은 천이 돌 모서리에 걸려 찢어졌다.“아악!”서하가 손을 떼려는 순간 발밑의 얼음이 무너졌다.다친 오른쪽 다리가 부목째로 검은 물속에 빠져들었고, 그녀는 돌기둥을 끌어안은 채 가까스로 상체만 얼음 위에 남겼다.무령은 즉시 물길에 힘을 실었다.그러자 역린에 박힌 봉인문이 다시 달아올랐다. 쇠사슬이 그의 거대한 몸을 뒤로 끌어당겼지만, 무령은 앞발로 바닥을 움켜쥐고 버티면서 물살을 제단 아래로 밀어 올렸다.그가 힘을 쓸수록 봉인은 더욱 잔혹하게 조여 들었다.목 아래의 비늘이 뜯겨 나가고 가슴의 상처가 벌어지면서 검붉은 피가 솟구쳤다. 굵은 쇠고리가 살 속으로 파고들자 무령은 고개를 젖혀 울부짖었고, 그 소리가 호수 바닥을 울리며 얼음판에까지 전해졌다.그러나 밀어 올린 물살은 서하에게 닿기도 전에 봉인문에 부딪쳐 뒤집혔다.제단 아래의 얼음이 크게 흔들렸다.서하가 매달린 돌기둥마저 기울기 시작했다.무령은 힘을 거두려 했지만 이미 움직인 물살은 곧바로 멈추지 않았다. 검은 물이 균열 사이로 솟구치면서 얼음 아래의 시야가 트였고, 무너진 얼음판 너머로 그의 거대한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서하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무
흑룡담의 가장 깊은 곳에서 검은 이무기 한 마리가 제 몸을 물어뜯고 있었다.사람의 허리보다 굵은 쇠사슬이 목과 몸통을 휘감고 있었으며, 그 끝은 호수 바닥에 박힌 아홉 개의 봉인석으로 이어져 있었다. 천 년 동안 물살에도 닳지 않았던 검은 비늘은 쇠사슬에 짓눌려 곳곳이 벗겨졌고, 목 아래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역린 주변에서는 벌어진 살점이 물결에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현무령은 기다란 주둥이를 돌려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어제 얼음에 빠진 여자를 구하려고 봉인석에 밀어 넣었던 역린이었다. 그때 뜯겨 나간 비늘의 가장자리에는 붉은 봉인문이 깊숙이 박혀 있었으며,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글자가 살 속으로 파고들어 상처를 벌렸다.무령은 앞발을 들어 역린에 걸린 쇠사슬을 밀어 보았다. 굽은 발톱이 쇠고리를 긁으며 불길한 소리를 냈지만 사슬은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목덜미를 감싼 고리가 조여 들면서 거대한 머리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크르르륵…….목구멍에서 새어 나온 울음과 함께 송곳니 사이로 핏물이 흘러내렸다.그는 더 이상 억지로 사슬을 밀어내지 않았다. 어제 여자를 구한 대가로 이미 역린 하나가 봉인석에 박혀 있었고,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힘을 쓴다면 다음에는 목이 꺾일 수도 있었다.그럼에도 무령은 여자가 마지막으로 걸어 나갔던 북쪽 물길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천 년 동안 이 호수에서 죽어 간 인간은 헤아릴 수 없었다.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진 자도 있었고, 봉인석에 제물을 바치다가 물살에 휩쓸린 자도 있었다. 무령은 그들의 비명과 원망을 들었지만, 대부분은 물거울을 거두는 것으로 끝냈다.어제의 여자는 달랐다.그녀는 자신을 구한 존재가 물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다시는 다치지 말라고 부탁했다.그 말을 떠올리던 순간, 북쪽 기슭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전해졌다.무령은 고개를 들었다.물거울에 나타난 여자는 눈발을 헤치며 호수로 내려오고 있었다. 오른쪽 다리에 묶은 부목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렸고, 상처 난
“저희를 살려 주신 분.”무령의 역린이 미세하게 떨렸다.서하는 손바닥을 조금 더 앞으로 밀었다.“아까는……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물속에서 누가 저를 밀어 올렸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그녀는 숨을 고르느라 잠시 말을 멈췄다.멀리서 아이가 다시 그녀를 불렀다.서하는 그쪽을 돌아보았다가 다시 얼음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아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오래 있을 수는 없어요.”그녀의 입술이 떨렸다.“그래도 그냥 가면 안 될 것 같았어요.”무령은 물거울을 닫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갇혀 있었는지, 조금 전 어떤 형벌을 감수했는지도 알지 못했다.그런데도 서하는 도망치지 않고 남아 있었다.그녀는 피가 흐르는 손바닥을 얼음 위에 그대로 올려놓은 채 고개를 숙였다.“고맙습니다.”무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천 년 동안 인간의 기도와 원망을 들어 왔지만, 그에게 감사하는 인간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 얼음 위에 앉아 있는 여자는 자신을 보지도 못하면서, 아이를 안전한 곳에 보낸 뒤 다시 돌아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서하가 손을 거두려 했다.그 순간 얼음 아래의 물결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무령은 반사적으로 힘을 거두었다.조금만 움직여도 봉인석이 다시 반응할 것이었다.서하는 그 흔들림을 확인한 듯 손을 멈췄다.“무리하지 마세요.”그녀의 목소리는 작았다.“저는 이제 괜찮아요.”무령은 그녀의 오른쪽 다리를 보았다.맨발이 된 발목은 피와 진흙으로 얼룩져 있었고, 젖은 옷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손바닥의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어깨가 심하게 떨렸다.괜찮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그는 그 사실을 지적할 수도, 그녀를 붙잡을 수도 없었다.서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다친 다리가 버티지 못해 한 번 주저앉았지만, 돌기둥을 붙잡고 다시 일어섰다. 그녀는 얼음 아래를 향해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인 뒤 아이가 기다리는 남쪽 기슭으
남자는 곧장 뒤쫓으려 했으나 서하가 그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상처 난 손바닥이 옷자락에 쓸리며 다시 피가 흘렀지만, 그녀는 남자가 몸을 돌릴 때마다 돌기둥 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남자가 팔꿈치로 그녀의 어깨를 내리쳤다.서하가 돌기둥에 부딪혔다.그 충격으로 기둥 밑에 쌓여 있던 얼음 조각들이 무너져 내렸고, 기둥을 받치고 있던 오래된 돌 하나가 흔들렸다.무령은 물거울 속에서 제단 아래의 균열이 넓어지는 것을 확인했다.조금 전 첫 번째 봉인문을 건드렸을 때 발생한 충격이 아직 그곳에 남아 있었다. 얼음 아래의 물길은 이미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제단을 받치던 돌들이 틀어지면서 그 위에 얼어붙어 있던 얼음판에도 금이 번지고 있었다.남자는 서하를 밀쳐 낸 뒤 아이를 쫓으려 했다.그러나 그가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발밑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음판이 갈라졌다.남자는 급히 발을 거두었지만, 뒤꿈치가 닿았던 자리의 얼음이 부서지면서 검은 물이 솟구쳤다. 그는 칼을 쥔 손으로 돌기둥을 붙잡았고, 몸을 옆으로 비틀어 가까스로 무너지는 얼음에서 벗어났다.서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그녀는 남자의 앞을 막는 대신 기둥 반대편으로 몸을 옮겼다. 추격자가 아이를 쫓으려면 갈라진 얼음판을 건너거나 제단을 크게 돌아가야 하는 위치였다.남자는 아이가 달아나는 방향을 확인했다.아이는 이미 두꺼운 얼음이 끝나는 남쪽 기슭 가까이 도착해 있었다.남자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그 순간 제단 아래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고, 조금 전보다 더 긴 균열이 그의 발앞을 가로질렀다.남자는 이를 악물었다.“이 계집이…….”그는 칼끝을 서하에게 겨누었지만, 발밑의 얼음이 다시 내려앉자 서둘러 몸을 돌렸다. 남쪽으로 가려면 무너진 제단을 건너야 했고, 그 길을 고집하면 자신도 물속에 빠질 수 있었다.그는 서하를 노려보다가 칼을 거두었다.“다음에는 그 아이를 지키지 못할 거다.”남자는 제단 반대편의 두꺼운 얼음을 따라 물러났다.서하는 그가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돌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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