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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전하께서 더 급하셨습니다

Auteur: 이스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08 09:00:50

궁에 돌아오자 이헌은 약속부터 지켰다.

연화가 의자에 앉기도 전에 머리의 꽃 장식을 가리켰다.

“첫 번째는 그것이다.”

“뒤꽂이요?”

“내가 꽂아 줄 때 얌전히 고개를 기울이더구나.”

연화는 꽃 장식을 빼려던 손을 멈췄다.

이헌이 그 손을 잡았다.

“조금 더 하고 있어라.”

“머리가 당깁니다.”

그는 곧바로 손을 놓았다.

연화가 웃으며 뒤꽂이를 빼자 이번에는 직접 받아 탁자에 내려놓았다.

“두 번째는 약과다.”

“맛있으셨지요?”

“나 먹으라고 아침부터 챙긴 것이 좋았다.”

“두 개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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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127화. 전하께서 더 급하셨습니다

    궁에 돌아오자 이헌은 약속부터 지켰다.연화가 의자에 앉기도 전에 머리의 꽃 장식을 가리켰다.“첫 번째는 그것이다.”“뒤꽂이요?”“내가 꽂아 줄 때 얌전히 고개를 기울이더구나.”연화는 꽃 장식을 빼려던 손을 멈췄다.이헌이 그 손을 잡았다.“조금 더 하고 있어라.”“머리가 당깁니다.”그는 곧바로 손을 놓았다.연화가 웃으며 뒤꽂이를 빼자 이번에는 직접 받아 탁자에 내려놓았다.“두 번째는 약과다.”“맛있으셨지요?”“나 먹으라고 아침부터 챙긴 것이 좋았다.”“두 개뿐이었습니다.”“네 것이 넷인데 내게 두 개를 나눠 줬어도 좋았을 것이다.”연화가 고개를 저었다.“그것은 많이 어려웠을 겁니다.”이헌은 웃음을 터뜨렸다.연화도 따라 웃다가 발을 조금 옮겼다. 새 신에 쓸린 뒤꿈치가 바닥에 닿았다.그 작은 움직임을 본 이헌이 그녀 앞에 앉았다.“신부터 벗자.”“상궁을 부르겠습니다.”“내가 벗기면 안 되느냐?”연화가 잠깐 망설였다.그사이 그는 치맛자락 밖으로 나온 신을 조심스럽게 벗겼다.뒤꿈치에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피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살갗이 눌려 따가웠을 것이다.이헌의 웃음이 가셨다.“아픈데 왜 더 일찍 말하지 않았느냐?”

  •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126화. 오늘은 내가 잘 보이고 싶어서

    연화는 아침부터 같은 말을 세 번 들었다.“마마, 전하께서는 아직 조회 중이시옵니다.”“알고 있다.”“조회가 끝나시면 기별을 주실 것이옵니다.”“그것도 알고 있다.”상궁은 연화의 손에 들린 작은 보자기를 보았다.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몰랐다. 다만 아침 수라가 끝나자마자 묶어 놓더니, 벌써 두 번이나 풀어 내용물을 확인했다.연화가 보자기를 무릎 위에 올렸다.“내가 너무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느냐?”상궁은 잠시 대답을 고르다가 고개를 숙였다.“무척 기뻐 보이십니다.”“그것은 맞다.”연화는 순순히 인정했다.어젯밤 이헌이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났다.왕을 기다리지 말고, 사내 하나를 기다리라던 말.네 마음에 들려고 애쓰는 사내를.이미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그런데도 오늘은 어떤 얼굴로 올지 궁금했다.연화는 보자기를 다시 만졌다.상궁이 웃음을 숨기며 말했다.“내용물이 달아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부서질 수는 있지 않으냐.”“약과가 그리 쉽게 부서지지는 않습니다.”연화가 상궁을 보았다.상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깃을 정리해 주었다.이헌은 약속한 때에 도착했다.짙은 남색 도포를 입고, 장식이 적은 허리띠를 맸다. 용포를 벗었을 뿐인데 연화는 문 앞에 선 그를 잠깐 낯설게 보았다.그는 곧장 들어오지 않았다.문턱 밖에서 손을 내밀었다.&l

  •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125화. 구경은 멀리서 하십시오

    공주가 연화의 처소에 들어온 것은 아침 수라상이 물러나기도 전이었다.연화는 마지막으로 남은 밤 한 알을 집으려다 손을 거두었다.“공주마마, 아침은 드셨습니까?”“먹었다.”“그럼 이것은 신첩이 먹겠습니다.”공주가 앉기도 전에 밤이 사라졌다.평소 같으면 먹을 것부터 챙긴다고 한마디 했을 터였다. 그러나 오늘은 연화의 입이 다 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연화는 그쪽이 더 수상했다.“무슨 일이 있으십니까?”“옷을 하나 고르려 한다.”“공주마마의 옷은 상궁이 골라 드리지 않습니까?”“오늘은 네 생각을 듣고 싶구나.”뒤따라 들어온 궁녀가 보자기를 풀었다.연분홍 치마와 연두 저고리, 옅은 푸른빛 치마와 흰 저고리가 나란히 놓였다.연화가 두 벌을 번갈아 보았다.“어디에 가십니까?”“후원.”“누구와 가십니까?”공주가 찻잔을 들었다.“사람과.”“서 대인도 사람이지요.”찻잔이 도로 내려왔다.연화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꾹 눌렀다.“푸른빛이 좋겠습니다.”“어째서?”“공주마마 얼굴이 붉어져도 덜 눈에 띌 것 같습니다.”“연화야.”“분홍빛은 더 붉어 보이실까 염려되어서요.”공주는 연화를 잠깐 노려보다가 푸른 치마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그것을 보니 연화는 더 웃고 싶어졌다.“서 대인과 무슨 말씀을 나누실 겁니까?”“그걸 정해 놓고 만나느냐?”“신첩은 전하를 처음 뵈었을 때 무슨 말씀을 드릴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그때는 전하를 업어쳤지.”“그래서 지금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미리 생각하시는 편이 좋겠습니

  •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124화. 공주마마도 그러십니까

    “이제 신첩도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연화의 말에 공주가 혼서를 집어 들었다.“재미있을 일이 아니다.”“공주마마께서는 신첩이 전하를 좋아하는지 하루에도 세 번씩 물으셨습니다.”“그것과 이것은 다르지.”“어떻게 다릅니까?”공주가 이헌을 바라봤다.“전하, 소의를 좀 말려 주십시오.”이헌은 연화의 옆에 편히 앉았다.“나는 재미있다.”“남매의 혼담을 두고 재미있다는 말씀을 하십니까?”“내 혼담도 아닌데 재미있지.”공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봤다.연화가 빈 방석을 가리켰다.“우선 앉으십시오. 서 계시면 도망가시기 쉽습니다.”“내가 왜 도망을 가?”“서진우 나리를 부른다고 하니 문부터 보셨습니다.”공주는 결국 자리에 앉았다.혼서는 무릎 위에 단단히 눌러 놓았다.연화가 물었다.“서진우 나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그런 말을 한 적 없다.”“그러면 마음에 드십니까?”“그런 말도 한 적 없다.”“말씀을 안 하시면 신첩은 알 수 없습니다.”이헌이 거들었다.“나도 모르겠다.”공주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혼인하면 제가 그 사람에게…….”

  •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123화. 아이 말고 나도

    “신첩도 기다렸습니다.”연화가 그의 옷깃을 붙잡자 이헌의 입술이 닿았다.짧게 끝낼 생각이었던 입맞춤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연화가 먼저 몸을 떼고 그의 가슴을 짚었다.“잠깐만요.”이헌이 곧바로 물러났다.“불편하냐?”“아닙니다.”“배가 아프고?”“그것도 아닙니다.”“그러면?”연화가 그의 소매를 잡아 흔들었다.“왜 요즘은 신첩이 무슨 말만 하면 아프냐고 물으십니까?”이헌은 잠시 대답을 고르는 얼굴이었다.“걱정되니까.”“신첩은 전하를 더 가까이 부르려고 한 것입니다.”이헌의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내려갔다.연화는 그의 소매를 놓았다.“그런데 전하께서 먼저 물러나셨습니다.”그가 웃음을 삼켰다.“다시 가도 되느냐?”“이미 허락받으셨습니다.”이헌이 연화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이번에는 왜 불렀느냐고 먼저 묻겠다.”“그전에 가까이 오시면 됩니다.”연화가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이헌은 그녀를 제 쪽으로 당겼다. 배가 닿지 않도록 조금 비스듬히 안은 자세였다.어색하게 남은 틈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연화가 얼굴을 찌푸렸다.“아이 때문에 전하가 멀어졌습니다.”“이 정도도 멀다고?”“예.”이헌은 그녀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이제는?”연화가 고개를 돌렸다.입술이 다시 맞닿았다.이번에는 그녀도 더 말하지 않았다.다음 날, 연화의 처소에 옷을 짓는 나인이 찾아왔다.회임 후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해 새 치마를 지어야 했다.나인은 허리둘레를 잰 뒤

  •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122화. 왕의 약속

    “전하를 닮은 것이 확실합니다.”연화가 웃자 이헌은 손바닥을 배에서 떼지 못했다.“한 번 더 움직였느냐?”“아직이요.”“조금 전에는 내 말에 바로 대답했는데.”“왕의 약속을 받아 냈으니 더 움직일 까닭이 없나 봅니다.”이헌은 한동안 배를 바라봤다.“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겠다고 했다.”“들었습니다.”“아이는 아직 말을 못 하지 않느냐?”“어미가 대신 말하면 됩니다.”“그럴 줄 알았다.”연화가 손가락으로 그의 손등을 두드렸다.“신첩이 무엇을 달라고 할 줄 아시고요?”“떡, 고기, 아니면 바깥나들이.”“전하께서는 신첩을 너무 잘 아십니다.”“셋 중 무엇이냐?”“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이헌이 웃었다. 연화는 그의 팔을 베고 누워 다시 눈을 감았다.조금 전까지는 손바닥 안쪽에서 벌어진 일이 꿈만 같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이가 이헌의 목소리에 응답했다.그녀는 제 배 위에 그의 손을 그대로 얹어 두었다.“전하.”“왜 그러느냐?”“아이가 또 움직이면 깨워 드리겠습니다.”“나도 깨어 있을 것이다.”“내일 조회가 있으십니다.”“한 번만 더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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