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연화는 눈을 뜨자마자 입술부터 만졌다.
어젯밤 일이 꿈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헌의 입술이 닿았던 감촉은 아직도 선명했다. 한 번으로 끝난 것도 아니었다.
‘네가 원한다면.’
낮은 목소리까지 떠오르자 얼굴이 뜨거워졌다.
연화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렸다.
“일어났으면 그만 나오거라.”
바로 옆에서 이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화가 이불을 조금 내렸다.
그는 침상 곁에 앉아 서책을 읽고 있었다.
“언제부터 계셨습니까?”
“처음부터.”
“계속 소인을 보고 계셨습니까?”
“입술을 만지는 것부터 보았지.”
연화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못 본 것으로
강녕전으로 돌아온 연화 앞에는 약과 스무 개가 놓였다.그녀는 상자를 열어 개수를 세었다.“하나, 둘, 셋…….”“정말 스무 개인지 의심하는 것이냐?”이헌이 맞은편에서 물었다.“확인하는 것입니다.”“내가 너를 속일 것 같으냐?”“전하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수라간을 의심하는 것입니다.”“수라간이 왜?”“소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약과 열두 개를 하나도 남기지 않은 곳입니다.”연화는 정확히 스무 개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상자를 닫았다.이헌이 손을 내밀었다.“하나 주거라.”“전하께서 주신 것입니다.”“그러니 하나쯤 돌려받을 수도 있지 않으냐.”연화는 고민 끝에 가장 작은 약과를 골라 건넸다.이헌은 약과보다 작은 것을 고르는 연화의 손을 바라봤다.“참으로 후하구나.”“제일 바삭해 보입니다.”“그 말은 믿지 않겠다.”연화가 약과 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몸을 돌렸다.머리를 묶었던 끈이 느슨해지며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이헌이 손을 뻗었다.연화는 손끝이 목덜미에 닿는 순간 몸을 굳혔다.그가 움직임을 멈췄다.“머리끈이 풀렸다.”“소인이 하겠습니다.”연화가 급히 머리카락을 모았지만 한 손으로는 제대로 묶이지 않았다. 다친 팔을 쓰려 하자 이헌
“한때 전하를 지키던 내금위장이었다.”연화는 대비가 내민 기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사람을 잘못 찾으신 것 같습니다.”“아비의 이름이 강무영이 맞느냐?”“예.”“강무영은 말을 돌보던 군졸이 아니다. 십 년 전까지 내금위를 이끌던 무관이었다.”연화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말을 돌보고, 산에서 약초를 캐고, 남는 시간에는 연화에게 무술을 가르쳤다.“아버지는 칼을 잘 쓰기는 하셨습니다.”“내금위장이었으니 당연하겠지.”“그런데 어째서 신분을 숨기셨습니까?”대비는 기록의 마지막 줄을 짚었다.“십 년 전, 동궁을 습격한 자들을 놓친 책임을 지고 파직되었다.”당시 동궁에 있던 이는 어린 이헌이었다.연화의 얼굴이 굳었다.“아버지가 전하를 지키지 못했다는 말씀이십니까?”“공식 기록은 그렇다.”“공식 기록이라면 다른 사실도 있습니까?”“강무영은 파직된 날 밤 자취를 감췄다. 함께 살던 어린 딸의 기록까지 지운 채.”그 어린 딸이 연화였다.“소인은 아버지와 계속 살았습니다.”“그러니 살아남은 것이겠지. 누군가에게서 너를 숨겨야 했을 테니.”연화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버지는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모습도 직접 지켜봤고, 산 아래에 묻은 사람도 연화였다.“우선
연화는 눈을 뜨자마자 입술부터 만졌다.어젯밤 일이 꿈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이헌의 입술이 닿았던 감촉은 아직도 선명했다. 한 번으로 끝난 것도 아니었다.‘네가 원한다면.’낮은 목소리까지 떠오르자 얼굴이 뜨거워졌다.연화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렸다.“일어났으면 그만 나오거라.”바로 옆에서 이헌의 목소리가 들렸다.연화가 이불을 조금 내렸다.그는 침상 곁에 앉아 서책을 읽고 있었다.“언제부터 계셨습니까?”“처음부터.”“계속 소인을 보고 계셨습니까?”“입술을 만지는 것부터 보았지.”연화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못 본 것으로 해 주십시오.”“싫다.”“전하.”“어젯밤에는 피하지 않더니 아침이 되니 얼굴도 보여 주기 싫으냐?”“싫은 것이 아니라 어색합니다.”이헌이 서책을 내려놓았다.“무엇이.”“전하를 보는 것이요.”“왜?”연화는 이불 밖으로 눈만 내놓았다.“자꾸 어제 일이 생각납니다.”“나도 그렇다.”“전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으신 것처럼 보입니다.”“다시 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텐데.”이헌이 몸을 숙이자 연화가 놀라 침상 끝으로 물러났다.그 움직
“어머니를 살리시겠습니까.”최 상궁이 연화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아니면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시겠습니까?”이헌은 연화의 손을 놓지 않았다.“둘 다 지킬 것이다.”“욕심이 지나치십니다.”“내 어머니를 인질로 잡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연화를 이쪽으로 보내시면 대비마마는 놓아드리겠습니다.”연화가 이헌의 손을 당겼다.“소인이 가겠습니다.”“안 된다.”“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내가 찾을 것이다.”“찾는 동안 대비마마께서 다치십니다.”연화는 이헌을 올려다봤다.“소인을 믿어 주십시오.”“그래서 또 혼자 싸우겠다는 것이냐?”“이번에는 전하도 계시지 않습니까.”연화는 최 상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이헌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놓아주십시오.”“싫다.”“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그게 내가 바라는 것이다.”“전하.”두 사람이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던 대비가 차갑게 말했다.“내가 죽더라도 그 아이를 보내지 말거라.”최 상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마마께서는 아직도 저 궁녀를 감싸십니까?”“네가 날
“대비마마께서도 사라지셨사옵니다.”이헌의 얼굴에서 온기가 사라졌다.“마지막으로 뵌 것이 언제냐.”“반 시진 전이옵니다. 최 상궁이 밤참을 가져온 뒤 모두 물러가라 명하셨다고 합니다.”“대비전을 봉쇄하고 궁문을 확인하라.”이헌이 곧바로 밖으로 나가려 하자 연화도 뒤따랐다.“너는 남아 있어라.”“같이 가겠습니다.”“상처가 다시 벌어졌다.”“어마마마께서 사라지셨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누구의 어마마마라는 것이냐.”연화가 걸음을 멈췄다.“전하의 어마마마이시니 소인에게도 중요한 분입니다.”이헌의 굳은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그는 연화의 다친 팔을 살핀 뒤 멀쩡한 손을 잡았다.“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라.”“예.”“이번에는 정말이다.”“손까지 잡고 계시는데 어찌 떨어집니까.”두 사람은 함께 대비전으로 향했다.대비의 처소에는 찻잔 두 개와 다과상이 남아 있었다. 의자가 옆으로 넘어져 있었지만 몸싸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연화가 다과상 앞에 앉았다.“무엇을 하는 것이냐.”“밤참을 살펴보고 있습니다.”“지금 먹을 생각은 아니겠지?”연화가 서운한 얼굴로 이헌을 바라봤다.“소인도 때와 장소는 가립니다.”
“저 궁녀를 죽이려는 사람은 규원들 중에 있지 않습니다.”이헌은 내관을 내려다봤다.“그럼 누구지?”내관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웃었다.“전하께서는 끝까지 찾지 못하실 것입니다.”“끌고 가서 입을 열게 하라.”호위들이 내관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의 턱이 움직였다.연화가 침상 옆에 놓인 쟁반을 집어 던졌다.퍽!쟁반이 내관의 얼굴을 정통으로 때렸다. 그의 입에서 작은 환약이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호위가 급히 환약을 주웠다.“독이 든 듯하옵니다.”이헌이 연화를 돌아봤다.“어떻게 알았느냐?”“자객들은 붙잡히면 입 안의 독을 먹는다고 들었습니다.”“그래서 쟁반을 던졌느냐?”연화는 바닥에 두 동강 난 쟁반을 보며 아쉬워했다.“튼튼해 보였는데.”“내관보다 쟁반이 걱정되느냐?”“전하의 물건이지 않습니까.”“너도 내 사람이다.”연화의 입이 다물렸다.이헌은 호위에게 다시 명했다.“입 안을 막고 끌고 가라.”내관이 몸부림쳤다.“제 가족을 죽일 것입니다!”호위들의 움직임이 멈췄다.“누가 말이냐.”“소인이 입을 열면 서촌에 있는 처와 아이를 죽이겠다고 했습니다.”이헌이 호위대장에게 눈짓했다.“당장 사람을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