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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활

مؤلف: 이스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7-14 08:28:09

강녕전의 아침이 다시 밝았다.

"얘, 연화야."

"예, 상궁마마."

"이것을 동쪽 행각으로 가져다 두거라."

"예."

연화는 두 손으로 커다란 나무 상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안에는 찻잔과 다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걸음은 한결같이 가벼웠다.

지나가던 궁녀 하나가 작게 감탄했다.

"저 아이는 저 무거운 걸 혼자 드네."

"그러게."

다른 궁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힘 하나는 정말 타고났어."

연화는 그 말을 들은 듯 말 듯 머쓱하게 웃었다.

"...조금 무겁긴 합니다."

"조금?"

궁녀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저게 조금이면 우린 뭔데."

연화는 괜히 뒷머리를 긁적였다.

"...송구합니다."

"사과는 왜 하니."

궁녀들이 다시 웃었다.

연화도 따라 작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

같은 시각.

누각에서는 헌이 아침 보고를 받고 있었다.

"전하. 지난달 호조에서 올린 장부는 모두 정리가 끝났사옵니다."

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관의 보고가 이어지는 사이.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본 그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두 손 가득 짐을 든 채 마당을 가로지르는 궁녀.

걸음은 가볍고 표정은 태평했다.

"..."

"전하?"

내관이 조심스레 불렀다.

헌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계속하라."

그때.

"오라버니!"

밝은 목소리가 누각을 울렸다.

공주였다.

"또 보고만 받고 계세요?"

헌은 피식 웃지도 않은 채 말했다.

"그러는 너는."

"놀러 왔지요."

공주는 장난스럽게 웃더니 난간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러다 문득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그 궁녀잖아요."

공주는 금세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야!"

연화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공주마마."

"이리 와."

연화는 상자를 내려놓고 서둘러 달려왔다.

"부르셨사옵니까."

공주는 연화를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너."

"...예."

"힘이 세지?"

"...조금."

"조금?"

공주가 키득 웃었다.

"그 큰 화분도 혼자 들었잖아."

연화는 괜히 머쓱한 얼굴이 되었다.

"...우연히 잘 들렸사옵니다."

"나무도 잘 타고."

"...그것도 우연이옵니다."

공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우연이 참 많네."

연화는 민망한 듯 눈만 몇 번 깜빡였다.

공주는 문득 연화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같이 가."

"...예?"

"활터."

"...활터 말씀이십니까?"

"응."

그러더니 뒤를 돌아 헌을 향해 활짝 웃었다.

"오라버니도 같이 가요."

헌은 잠시 공주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연화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오늘은 짐만 옮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웬 활이냐...'

공주는 그런 연화를 아랑곳하지 않고 헌과 나란히 앞서 걸었다.

연화는 작게 한숨을 삼킨 뒤 뒤를 따랐다.

---

활터에는 이미 내금위 군관들이 과녁을 세우고 있었다.

공주가 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오늘은 이걸로 놀아야지."

군관 하나가 허리를 숙였다.

"공주마마."

"준비가 끝났습니다."

공주는 활시위를 당겼다.

퉁.

화살은 과녁 가장자리를 스치며 꽂혔다.

공주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상하네."

헌은 옆에 놓인 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 솜씨를 보자고 정사에 바쁜 나를 부른 것이냐."

공주는 볼을 부풀렸다.

"오라버니이~."

"좀 더 친절하게 가르쳐주시와요."

헌은 말없이 활을 들어 시위를 당겼다.

탕.

화살은 흔들림 없이 과녁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공주는 익숙하다는 듯 작게 혀를 내둘렀다.

"재미없어."

연화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헌이 공주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려는 순간.

그녀의 입이 먼저 열렸다.

"...손목에 힘이 조금 들어가셨사옵니다."

순간.

활터가 조용해졌다.

헌의 손이 멈췄다.

천천히 연화를 돌아보았다.

그 한마디는,

활을 잡아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나올 말이 아니었다.

연화도 그제야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렸다.

'이놈의 입방정―'

'내 팔자를 내가 꼬는구나.'

공주도 그제야 연화를 바라봤다.

"...뭐?"

연화는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공주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

"활을 다룰 줄 아는 거야?"

"...아니옵니다."

"정말?"

"...예."

공주는 두 손을 허리에 올렸다.

"흠."

잠시 연화를 빤히 바라보던 공주가 짐짓 근엄한 얼굴을 했다.

"어느 안전이라고."

"..."

"공주에게 거짓을 고하느냐."

연화의 어깨가 움찔했다.

"...거짓은 아니옵니다."

"그럼."

"정말 처음이야?"

"..."

연화는 한참을 망설였다.

거짓말을 하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공주를 앞에 두고는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전에."

공주의 눈이 반짝였다.

"예전에?"

"...조금 쏴본 적은 있사옵니다."

공주는 기다렸다는 듯 활 하나를 연화에게 내밀었다.

"역시."

"그럼 한 번만 쏴 봐."

내금위장이 급히 앞으로 나섰다.

"공주마마."

"어찌 천한 궁녀에게 활을...."

"내가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공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턱을 번쩍 치켜세웠다.

"지금."

"공주의 말에 토를 다는 건가?"

내금위장은 난처한 얼굴로 헌을 바라봤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헌은 말없이 연화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활을 바라보는 연화의 눈을.

.

.

.

잠시 후.

헌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공주께서 원하신다."

"그대로 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연화는 조심스레 활을 받아 들었다.

익숙한 무게가 손바닥에 전해졌다.

'그냥 끝까지 모른다고 할 걸....'

활을 내려다보는 연화의 얼굴에는.

조금 전까지의 태평한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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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정말이야?”궁녀들의 시선이 연화의 손에 꽂혔다.연화는 바닥에 떨어진 빗자루를 주워 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응. 잡으셨지.”“정말?”“차를 쏟았거든.”궁녀 하나가 다급히 연화의 팔을 붙잡았다.“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차를 마셨어.”“그다음은?”“전하께서 질문하셨어.”“무슨 질문?”연화는 입을 열려다 멈췄다.이헌이 임금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생각했겠느냐고 물었다는 말을 옮길 수는 없었다.“차 맛이 어떠냐고.”“전하께서 너한테?”“아니. 그건 내가 여쭤봤던가?”연화가 진지하게 고민하자 궁녀들의 얼굴에 답답함이 번졌다.“그래서 손은 왜 잡으셨는데?”“뜨거운 차를 쏟아서 데었는지 살펴보신 거야.”“전하께서 직접?”“응.”“한참 동안?”연화는 고개를 갸웃했다.“그리 오래는 아니었는데.”“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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