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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손만 잡았습니다

Author: 이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8 16:50:16

“설마, 정말이야?”

궁녀들의 시선이 연화의 손에 꽂혔다.

연화는 바닥에 떨어진 빗자루를 주워 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응. 잡으셨지.”

“정말?”

“차를 쏟았거든.”

궁녀 하나가 다급히 연화의 팔을 붙잡았다.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차를 마셨어.”

“그다음은?”

“전하께서 질문하셨어.”

“무슨 질문?”

연화는 입을 열려다 멈췄다.

이헌이 임금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생각했겠느냐고 물었다는 말을 옮길 수는 없었다.

“차 맛이 어떠냐고.”

“전하께서 너한테?”

“아니. 그건 내가 여쭤봤던가?”

연화가 진지하게 고민하자 궁녀들의 얼굴에 답답함이 번졌다.

“그래서 손은 왜 잡으셨는데?”

“뜨거운 차를 쏟아서 데었는지 살펴보신 거야.”

“전하께서 직접?”

“응.”

“한참 동안?”

연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 오래는 아니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궁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연화가 황급히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조용히 해. 전하께서 들으시면 어떡해.”

“전하께서는 이미 다 아시잖아.”

“차를 쏟은 건 아시지.”

궁녀들은 잠시 연화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연화는 왜 다들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손을 다친 사람이 있으면 상태를 살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그때 심장이 조금 빨리 뛰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차가 뜨거워 놀랐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연화.”

상궁의 목소리가 들리자 모여 있던 궁녀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연화는 빗자루를 등 뒤로 숨기듯 들고 상궁 앞에 섰다.

“예, 상궁마마.”

상궁은 주변을 한번 둘러본 뒤 연화를 복도 끝으로 데려갔다.

“밤사이 쓸데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

“소문이옵니까?”

“전하께서 너를 가까이 두고 계신다는 이야기다.”

“저는 원래 강녕전에 있지 않사옵니까?”

“그런 뜻이 아니다.”

상궁이 답답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어젯밤 일을 본 아이가 있는 모양이더구나.”

“문밖에서 보였습니까?”

“그게 지금 중요하냐?”

“문을 더 잘 닫아야 할 듯하여…….”

상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연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인이 쫓겨나는 것이옵니까?”

“왜 그런 결론이 나오느냐.”

“소문을 만들었으니 벌을 받을까 하였습니다.”

“네가 만든 소문은 아니지 않으냐.”

“그럼 다행입니다.”

금세 안도한 연화의 얼굴을 보며 상궁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궁에서 나는 소문은 칼보다 빠르고 독보다 질기다. 네가 아무 뜻 없이 한 행동도 다른 이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일 수 있어.”

연화는 그제야 조금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당분간 전하 앞에서는 행동을 조심하거라.”

“예.”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예.”

“손이 닿는 일도 없어야 한다.”

연화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전하께서 먼저 잡으시면 어찌합니까?”

상궁의 눈가가 떨렸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느냐.”

“놓으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그럴 때는 자연스럽게 물러나면 된다.”

“잡고 계시는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물러납니까?”

상궁은 결국 손을 들어 연화의 말을 막았다.

“되었다. 우선 오늘 밤차는 다른 아이에게 맡기겠다.”

“정말이옵니까?”

연화의 목소리가 예상보다 크게 튀어나왔다.

상궁이 눈을 가늘게 떴다.

“기쁜 모양이구나.”

“그것이 아니라…… 밤에는 출출해서 그렇습니다.”

“수라간에 갈 생각이냐?”

“마침 어제 남은 약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상궁은 연화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연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밤차를 올리지 않으면 이헌의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된다. 소문도 곧 잠잠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약과를 먹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완벽한 해결책이었다.

그날 밤, 연화는 수라간 구석에 앉아 약과를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에 절로 눈이 휘었다.

“역시 밤에는 이게 낫지.”

한편 강녕전에서는 다른 궁녀가 찻상을 내려놓고 있었다.

이헌은 서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연화는 어디 있느냐.”

궁녀의 손끝이 굳었다.

“오늘부터 밤차는 소인이 맡게 되었사옵니다.”

이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누가 정한 것이냐.”

“상궁마마께서…….”

궁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이헌은 더 묻지 않고 찻잔을 들었다. 한 모금 마신 뒤 곧바로 잔을 내려놓았다.

“차가 너무 진하구나.”

“송구하옵니다. 다시 준비하겠사옵니다.”

“그럴 필요 없다.”

이헌은 서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화는 지금 어디 있느냐.”

잠시 뒤.

약과를 하나 더 집으려던 연화의 손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밤차를 올리라 했더니.”

익숙한 목소리에 연화의 손이 굳었다.

“여기서 혼자 먹고 있었구나.”

"...!!!!!!!!"

연화는 약과를 쥔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수라간 문 앞에 이헌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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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goodnovel comment avatar
이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에 지적하신 부분은 확인해보겠습니다...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ㅎㅎㅎ 웃기다. 웃기죠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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