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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첫 외출

作者: 이스
last update 公開日: 2026-07-14 08:28:13

활터에는 잠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과녁 한가운데를 꿰뚫은 화살이 아직도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우와."

공주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금세 활짝 웃은 공주가 연화를 향해 손뼉을 쳤다.

"맞혔다!"

"정말 맞혔어!"

연화는 괜히 민망해져 활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운이 좋았사옵니다."

"또 그런다."

공주가 피식 웃었다.

"잘하고도 꼭 운이라고 하더라."

연화는 민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면 넘어가겠지.'

하지만 내금위 군관들의 얼굴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헌에게 다가갔다.

"전하."

헌은 과녁을 바라본 채 짧게 물었다.

"어떠한가."

"활을 처음 잡은 솜씨가 아니옵니다."

"..."

"몸의 중심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시위를 당기는 법도 익숙하였습니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자연스러웠사옵니다."

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연화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과녁을 바라보던 눈빛과,

이제는 머쓱한 얼굴로 공주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도무지 같은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후 헌이 몸을 돌렸다.

"오늘은 이만 들자."

공주는 금세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벌써요?"

"정사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흥."

공주는 아쉬운 얼굴로 활을 내려놓았다.

연화는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

저녁 무렵.

수라간은 내일 새벽 올릴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연화도 상을 나르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급히 몸을 돌던 순간이었다.

툭.

옷고름이 문고리에 걸리며 풀어지고 말았다.

"연화라고 했지."

상궁의 목소리에 연화가 얼른 멈춰 섰다.

"...예."

"강녕전 궁녀가 복색을 그리 흐트러뜨리고 다녀서야 되겠느냐."

연화는 얼른 옷고름을 여몄다.

"...송구하옵니다."

풀이 죽은 얼굴이었다.

상궁은 그런 연화를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 와 보거라."

연화가 머뭇거리며 다가가자 상궁이 약과 하나를 내밀었다.

가장자리가 조금 깨진 약과였다.

"모양을 망쳐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

"먹어라."

연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첩이 먹어도 되는 것이옵니까?"

"버릴 바엔 네 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지. 비밀로 하거라."

그 말에 연화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감사하옵니다."

한입 베어 문 연화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본 다른 궁녀가 웃으며 말했다.

"저 아이는 먹을 것 하나면 금세 풀린다니까."

상궁도 피식 웃고 말았다.

---

"너."

익숙하지 않은 사내의 목소리에 연화가 뒤를 돌아보았다.

내금위장이었다.

"전하께서 찾으신다."

연화는 약과를 황급히 삼켰다.

'...아직 안 끝났나? 날 왜 자꾸 찾는 거야.'

---

강녕전.

연화는 조심스레 예를 올렸다.

"소첩 연화, 전하를 뵈옵니다."

헌은 한동안 말없이 연화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활은 누구에게 배웠느냐."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산에 다니다 보니, 어깨너머로 익히게 되었사옵니다."

"아버지는 사냥꾼이셨느냐."

"예."

"짐승을 잡으러 다니실 때 가끔 활을 쥐어 주셨사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헌은 더 묻지 않았다.

"내일은 사내의 차림을 하고 나와 함께 궁 밖으로 나설 것이다."

연화가 눈을 크게 떴다.

"...소첩이 말씀이옵니까?"

"궁 밖에서는 궁녀가 아닌, 수행원 하나로 따른다."

연화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첩이 함께해야 하는 까닭을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헌은 담담히 답했다.

"네 활솜씨를 보았기 때문이다."

"혹여 모를 일을 대비하려는 것이다."

어명 앞에 연화는 그저 머리를 숙였다.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잠시 뒤 연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궁 밖에서는 전하를 무엇이라 불러야 하옵니까."

헌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밖에서는 전하가 아니다."

"나리라 부르면 된다."

"...명심하겠사옵니다."

---

다음 날.

연화는 처음으로 사내의 옷을 입었다.

긴 머리를 단단히 올려 묶고 갓을 눌러쓰자,

거울 속에는 낯선 젊은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영 어색하옵니다."

"내가 보기엔 퍽 사내 같다. 키가 커서 더 그렇다."

연화는 괜히 귀가 붉어졌다.

'칭찬이야 욕이야...'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공주였다.

공주는 연화를 보자마자 두 눈을 반짝였다.

"우와!"

성큼 다가온 공주가 연화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너, 생각보다 잘생겼다!"

"...예?"

"내가 궁 밖에서 봤으면 속았겠다."

연화는 난감한 얼굴로 웃었다.

'잘생겼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와중에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헌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걸음을 멈춘 채 남장을 한 연화를 바라보았다.

잠깐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연화는 괜히 옷깃을 한 번 더 여미게 되었다.

헌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담담히 말했다.

"이 정도면 되겠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서두르자."

궁문이 천천히 열렸다.

높은 담장 너머의 세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궁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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