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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작가: 코코넛 서고
겁에 질린 시종은 얼빠진 표정으로 벌벌 떨더니 결국 모든 걸 자백해 버렸다.

“살려주십시오! 소인도 모릅니다. 그저 비녀 하나를 주면서 소인에게 상왕비를 지목하라고 하였고 소인은 그 말에 따랐을 뿐입니다! 소인은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연풍이 물었다.

“말해. 네게 비녀를 준 사람이 대체 누구지?”

“소… 소인도 모릅니다. 검은 옷에 면사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안 보였습니다...”

범인은 미리 만일의 경우를 대비했다.

연기준이 또 물었다.

“상왕비가 맹 소저를 호수로 미는 걸 네 눈으로 직접 보았느냐?”

시종은 살벌한 그의 표정을 읽고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소인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소인이 도착했을 때, 소저는 이미 물 안에 있었습니다. 소인도 누가 밀었는지 모릅니다. 소인이 재물에 눈이 멀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진실이 이미 들어나자 서인경은 긴장이 확 풀리며 현기증이 났다.

‘연풍 덕분에 수고를 덜었네. 나였으면 자백을 받아내는데 꽤 오래 걸렸을 거야.’

연기준의 부하들은 주인 닮아서 다들 하나 같이 인상이 험악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능력만큼은 인정받을 만했다.

서인경은 어떻게 반격을 날릴까 고민하다가 그대로 의식을 놓아버렸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캄캄해지며, 눈을 뜰 수도 없었다. 그저 누군가가 다가와 그녀를 품에 안고 현장을 떠나는 듯한 느낌만 받았다.

바람이 차게 느껴질 정도로 걸음걸이가 빨라서 서인경은 추위에 움찔하며 따뜻한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 사람은 바로 연기준이었다.

연기준이 서인경을 안고 떠난 후, 맹국공 일가도 맹은영을 데리고 돌아갔다.

남은 사람들은 연회를 계속 이어나갔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단씨 자매도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왕부를 빠져나갔다.

왕부에서 그 소란이 일었으니 서왕부부도 표정이 좋지 못했다.

국공부의 적녀와 상왕비가 저택에서 봉변을 당했으니 다른 쪽으로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배후의 범인이 서왕까지 끌어들이려 했다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날 연회에는 대황자인 연강헌도 참석했는데, 그는 느긋하게 연회장으로 돌아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외삼촌, 상왕비가 의술에 능통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하선준도 당혹스러운 눈치였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상왕비는 늘 성격이 포악하고 아무런 능력도 없는 세가의 사고뭉치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사람을 구했으니 참으로 이상한 겁니다!”

연강헌은 묘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내 숙모란 분께 점점 관심이 가는군요.”

서인경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문 뒤였고, 따뜻한 방 안에서는 장작이 타고 있었다.

눈을 뜬 그녀를 보고, 곁을 지키던 평이가 다급히 달려왔다.

“마마, 드디어 깨셨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왕야께 전하고 오겠습니다.”

서인경은 그녀를 불러세우고 싶었지만 목 안이 타들어가는 듯 아파서 차마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방 밖에서 소리가 들려오더니 약상자를 든 중년 사내와 평이가 다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의원님, 어서 저희 마마를 한번 봐주세요.”

의원은 서인경을 위해 진맥을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초겨울 날씨에 물에 빠졌으니 감기가 드는 것은 당연했다.

서인경은 온몸에 기력이 없고 눈꺼풀도 무거워 꼼짝도 하기 싫었다.

잠시 후, 방 안이 고요해지더니 공기 중에 무거운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을 뜬 서인경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연기준과 시선이 마주쳤다.

연기준은 침상에 다가와 걸터앉았다.

평이가 탕약을 가지고 들어오자 그는 그것을 건네받고는 주변을 모두 물러나게 했다.

평이는 지난번에 사고를 쳐서 왕부에서 쫓겨날 뻔한 이후로 연기준만 보면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서인경은 순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이 인간, 대체 왜 이래?’

기억 속에 그는 한 번도 원주인에게 관심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직접 떠먹여 준다고? 설마.’

원주인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었다.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목안이 너무 아파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목이 마른데 연기준에게 물 좀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연기준은 탕약을 들고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의술을 익혔지?”

‘큰일 났다! 의심하기 시작했어!’

하필이면 몸상태도 좋지 않아 그와 싸울 수도 없었다.

‘대답 잘해야 해. 뭐라고 하지?’

서인경이 말이 없자, 연기준은 이내 짜증을 냈다.

“내가 그리 어려운 질문을 했나?”

서인경은 어쩔 수 없이 미리 준비했던 이야기를 밀고 가기로 했다.

“부모님과 함께 변방 일대에 있을 때 강호의 떠돌이 의원에게서 배웠습니다.”

연기준은 탕약을 떠서 서인경의 입가로 가져갔다.

서인경은 하는 수없이 받아먹었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뭐가 이렇게 써!’

그래도 약물이 목안으로 넘어가자 목통증이 그나마 해소가 되는 듯했다.

“강호의 의원 누구? 이름이 뭐냐? 사는 곳은? 누구랑 같이 만났지? 나도 변방 일대에 자주 가는데 네 사부님을 한번 만나보고 싶구나.”

서인경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녀에게서 사실을 듣지 않고서는 포기하지 않을 기세였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사실을 말씀해 드리지요. 다만, 저 혼자만 비밀을 털어놓을 수는 없으니 제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 주십시오. 각자 질문 하나씩 하는 겁니다.”

연기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흔쾌히 답했다.

“그럼, 내가 먼저 하지.”

서인경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럴 때는 아녀자에게 먼저 양보하는 게 이치 아닙니까?”

그러나 연기준은 당당히 대꾸했다.

“내 왕부에선 내 말이 곧 법이니라.”

‘아! 재수 없어!’

연기준은 탕약을 한술 더 떠서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서인경은 그의 손에서 탕약을 빼앗아 한 번에 들이키고는 말했다.

“예. 질문하세요.”

연기준이 물었다.

“언제부터 의술을 익힌 거지?”

“아주 어릴 적부터요.”

연기준의 싸늘한 눈빛이 날아오자 그녀는 다급히 말을 이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의술에 능통하셨어요. 아버지 서재의 절반은 병서이고 절반은 어머니가 늘 읽던 의서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의서를 읽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거짓말이었다.

장군 부인은 원주인에게 의술을 가르치려 하였으나, 원주인이 늘 게으름만 부리며 빠져나간 것이었다.

어차피 서 장군 부부는 고인이 되었으니 연기준이 조사한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

그 역시 그 해답에 굳이 질의를 던지지는 않았다.

“이제 제 차례입니다. 왜 이혼을 거부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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