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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Penulis: 한마음
내실로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손기욱에게 다가가니 그에게서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져서 숨이 막혔다.

손기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물었다.

“둘이 많이 친한 사이냐?”

연경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조심스레 답했다.

“저와 태복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친하지는 않고 몇 번 마주친 게 다입니다.”.

그녀는 혹시나 자신이 의도를 품고 그의 신변 사람에게 접근했다고 오해할까 봐 다급히 말했다.

그 말에 손기욱은 냉소를 지었다.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그렇게 즐겁게 웃으며 대화를 나눠?’

영문을 모르는 연경은 자연스럽게 그의 뒤로 가서 안마를 시작했다.

잠시 후, 손기욱이 무심한듯 입을 열었다.

“손은 씻었느냐?”

연경에게 조태복의 향이 스며들었다. 손기욱은 그 냄새가 참으로 고약하다고 느꼈다.

연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살펴보았다. 더럽지는 않았으나, 손기욱이 그렇게 말하니 하는 수없이 나가서 손을 씻고 다시 돌아왔다.

잠시 후, 손기욱이 다시 물었다.

“오늘 끼니를 굶었느냐?”

연경은 당황하여 재빨리 답했다.

“나으리, 소인은 아침을 이미 먹고 왔습니다.”

그 말에 손기욱이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연경은 그제야 자신의 힘이 약해서 손기욱이 못마땅해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른 그녀는 손끝에 힘을 주며 그에게 물었다.

“나으리, 이 정도 지압이면 괜찮으실까요?”

손기욱은 곁눈질로 완전히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힐끔 보고는 눈을 감으며 답했다.

“그래.”

그는 만족했으나 연경으로서는 고역이었다.

안마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가락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얼마 안 지나 연경의 이마에 땀이 스멀스멀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한 손기욱의 모습에 그녀는 함부로 지압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또 잠시 지난 후, 연경은 간절한 눈빛으로 손기욱을 힐끔 쳐다보았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멈추라고 하며 잠시 쉬게 해주었을 텐데 오늘은 어쩐지 말이 없었다. 그는 마치 잠들기라도 한 듯,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거의 뻣뻣해질 지경이었고 저릿한 통증이 팔목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송지운에게 온갖 시달림을 당한 덕분에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녀는 살며시 힘을 줄여 아픈 손가락을 조금 풀어주고는 곁눈질로 손기욱의 반응을 살폈다. 그가 조금이라도 눈살을 찌푸리면 연경은 재빨리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꼬박 한 시진이 지난 후에야 손기욱은 눈을 뜨고 그만하라고 지시했다.

상쾌해 보이는 그의 얼굴과는 반대로 연경은 지쳐서 얼굴이 땀범벅이 되고 입술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금수원으로 돌아오는 길, 연경은 오늘 자신의 언행을 자세히 되새겨 보았지만 도대체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금수원 시종들은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손유민은 내일 저택에서 작은 다과회를 열 예정이었다. 보름도 전에 정해진 일로, 이미 노후작 부부께 여쭈어 허락을 받았고 손기욱도 당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전의 소소한 마찰도 해결되었기에 손유민은 잔뜩 들떠 있었다.

무안 후작부의 양자로 들어오기 전, 그의 생부는 손씨 일족 중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가 글공부를 열심히 하여 노후작의 눈에 들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부귀영화는 절대 그의 몫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후작부로 들어온지 어언 2년이 흘렀고 이제는 밖에서 누굴 만나도 도련님이라고 공경스럽게 부르고 있었다.

초대장은 진즉에 각 관저로 보내졌고 이제 와서 취소하는 것도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이 자리는 손유민이 혼인한 후 처음으로 저택에서 벗들을 초대하는 자리기도 했다. 노부인은 송지운에게 권한을 맡겼고 송지운은 며칠 전부터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연경은 송지운의 신변 사람으로서 돌아오자마자 물 한 모금 마실 겨를도 없이 일을 맡아서 해야 했다.

송지운은 혼인하기 전에도 저택에서 친한 벗들과 모임을 가진 적이 많았다. 연경이 곁에서 시중들 때면 그 까다로운 귀족 아씨들이 불만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연경이 없으면 다른 시녀들은 실수가 잦았다. 연경은 규수들의 식습관을 통달하고 있었지만, 다른 시종들은 그러하지 못해서 실수가 많았다.

세심함으로 따지자면 연경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래서 송지운은 다음날 그녀를 매화당에 보내지 않고 자죽림 다과회를 준비하는 일을 돕게 했다.

연경은 전날 보였던 손기욱의 어두운 표정이 떠올라 불안한 어투로 말했다.

“작은 마님, 그 시간이면 소인은 노부인과 후작 나리께 지압을 해드리러 갔었는데 오늘 갑자기 안 간다고 하면 불편을 끼칠까 걱정입니다.”

송지운은 그녀를 노려보며 호통쳤다.

“감히 너 따위가 나를 가르치려 들어? 내가 어련히 사람을 보내 양해를 구하지 않을까!”

“소인,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연경은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잘못을 빌었다.

송지운은 곧바로 송학당과 매화당에 사람을 보냈다.

죽림 다과회가 시작되기 전, 송지운은 친히 네 시녀를 데리고 이곳저곳 시찰을 돌았다. 심복인 지연은 전처럼 송지운의 곁에 남기로 하였고 명월은 다과상을, 연경은 귀빈들을 맞이하는 일을 맞게 되었다.

연경은 송지운의 분부를 듣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전생에도 이런 상황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손유민의 한량 패거리들은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고 어떤 일은 술을 빌미로 그녀를 끌어안고 희롱하기도 했었다.

전생을 돌이켜보면 이때가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이번 다과회를 계기로 그녀를 눈독들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중에 손유민은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를 그 무리들에게 노리개처럼 던져주었다.

연경은 다른 시종들이 각자 일하는 자리로 돌아가자, 송지운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작은 마님, 소인은 오늘 몸상태가 좋지 않아 다과회의 흥을 깨진 않을까 우려됩니다.”

송지운은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도 버럭 화부터 냈다.

“아픈 척하지 마! 정신 안 차려?”

연경은 애써서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극도의 역겨움이 몰려오며 속에서 무언가가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헛구역질을 하다가 결국 구석으로 달려가서 열물을 토했다.

송지운은 그녀가 꾀병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신경질을 부리며 하는 수없이 다른 시종을 죽림으로 보냈다.

의심의 씨앗이 송지운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설마 저년 입덧 아니야?’

송지운은 손바닥에서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으스러쥐었다.

“작은 마님, 귀빈들이 저택에 오고 있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린 송지운은 연경의 뒷모습을 힘껏 노려보며 다과회만 끝나면 의원을 불러 연경의 몸상태를 확인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죽림은 손기욱의 서재와 그리 멀지 않은 곳 회랑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할 무렵 진눈개비가 하늘에서 춤을 추듯 휘날리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한 죽림과는 반면, 서재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서주행은 손기욱의 어깨에 놓았던 침을 제거하며 담담히 말했다.

“자네의 어깨는 공들여서 요양해야 해. 오늘은 전처럼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그래도 최근에는 내 말을 잘 따르고 있었나 보군.”

손기욱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찻잔에는 다 식은 보리차가 담겨 있었다.

연경은 매번 지압을 해주러 올 때마다 다른 종류의 차를 들고 왔는데 오늘은 그녀가 오지 않아 태복이 직접 보리차를 우려 가지고 왔다.

손기욱은 어쩐지 오늘의 차가 전보다 맛이 없다고 느꼈다.

서주행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날 노부인의 연회에서 자네의 차에 약을 탄 범인은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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