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45화 : 순결한 사냥개와 핏빛 신탁 철컥, 탕-! 경찰 특공대와 검찰 수사관들이 마칠성 사장 일파와 부패한 집행관들의 사지를 꺾어 끌고 나간 전용 엘리베이터 철문이 마침내 무겁게 닫혔다. 60층 펜트하우스 복도 바닥에는 놈들이 난입하며 내던졌던 5,000억 원대 가짜 약속어음 파편과 백태진의 위조 진단서 조각들이 핏빛 노울을 받아 기괴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여전히 섬광탄의 매캐한 화약 연기와 메인 단말기가 과열되며 뿜어낸 오존 냄새가 라벤더 가습기 연기와 지독하게 얽혀 감돌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은설아는 백현재 대표의 단단한 수트 자락에 얼굴을 묻은 채 가늘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실크 가운 깃 위로 떨어진 그녀의 투명한 눈물이 백현재의 다크 네이비 재킷을 검게 적셔 나갔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마비되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전산망을 과부하 상태까지 끌어올려 영등포 보도방의 CCTV 회선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약속어음 메타데이터를 변조한 대가로, 대뇌피질 내부에서 찌르는 듯한 신경통이 관자놀이를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괜찮습니다, 은설아 씨…… 이제 마칠성 놈도, 최유라 그 미친년도 완전히 끝났습니다. 당신을 위협할 수 있는 벌레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백현재가 소파 구석에 몸을 내던지듯 앉아 있는 설아의 가녀린 어깨를 모포로 깊숙이 감싸 안았다. 차가운 냉혈한이자 자본 시장의 포식자로 군림하던 대성 인베스트먼트 수장의 손길이라기엔 비현실적일 만큼 정성스럽고 조심스러웠다. 백현재의 안광에는 시댁의 더러운 족쇄를 자기 손으로 잘라냈다는 오만한 승리감과, 이 세상에서 가장 가련하고 순결한 희생자를 온전히 지켜냈다는 충직한 구원자의 착각이 깊게 새겨져 있
제44화 : 핏빛 도장과 밑바닥의 비명 "이, 이거 놓아! 은설아 저년이 범인이다! 저년이 내 단말기를 귀신처럼 주물렀다고! 으아아악!" 지하 전용 엘리베이터 철문 너머로 백태진 부사장의 피비린내 나는 비명이 서서히 아득해졌다. 대성 인베스트먼트 사설 경호원들의 무자비한 구두발에 짓밟힌 채 끌려간 사내의 울부짖음은 사직동 60층 펜트하우스 복도 벽면에 기괴한 잔향만을 남긴 채 완전히 소멸했다. 거실 바닥에는 백태진이 들이밀었던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서'와 요양병원의 가짜 진단서 파편들이 산산조각 난 채 사분오열로 흩어져 있었다. 가습기에서 불어 나오는 은은한 라벤더 향기 위로, 방금 전 전산 오버클럭으로 메인 단말기가 과열되며 뿜어낸 알싸한 오존 냄새와 화약 연기가 서늘하게 감돌았다. "……이제 괜찮습니다, 은설아 씨. 더 이상 당신을 해칠 수 있는 벌레들은 이 격실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백현재 대표가 권총의 안전장치를 딸깍 소리 내며 잠그고, 소파 구석에 몸을 웅크린 은설아의 곁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의 잘게 떨리는 손길이 설아의 가녀린 어깨 위로 따스한 모포를 정성스럽게 감싸 안았다. 차가운 이성과 냉혹한 계산으로 대한민국 자본 시장을 호령하던 백현재였지만, 그 눈동자 깊은 곳에는 오직 이 연약한 희생자를 지켜냈다는 충직한 안도감과 핏빛 살기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현재 씨…… 너무 무서웠어요……." 설아는 백현재의 수트 자락을 부서져라 움켜쥔 채, 그의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고 처연하게 어깨를 떨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비어져 나오는 나직한 신음과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투명한 눈물 자국. 철저하게 연출된 가련한 피해자의 형상이었다. 백현재는 눈물에 젖은 그녀의 백옥 같은 이마를 바라보며,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여인의 유일한 구원자라는 오만한 착각에 완
제43화 : 가식의 만찬과 비단 속의 칼날 사직동 펜트하우스 60층 거실의 전면 통유리창 너머로 핏빛 노을이 뉘엿뉘엿 가라앉고 있었다. 가습기에서 은은하게 분사되는 라벤더 향과 방금 막 끓여낸 백차의 부드러운 김이 창가 주변을 포근하게 감쌌지만, 은설아의 마른 입술 끝에 닿는 차는 어딘가 비릿하고 서늘했다. "하아……." 설아는 하얀 화이트 캐시미어 로브의 깃을 가슴팍까지 여미며 조용히 가슴을 가다듬었다. 백종구 의장이 수갑을 찬 채 검찰 이송 차로 끌려간 지 불과 여섯 시간. 언론은 연일 '대성그룹 직계 일가의 전대미문 비자금 스캔들'을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도배하고 있었지만, 그 거대한 신전이 무너지는 한복판에서 눈물을 흘렸던 설아는 세상의 관심 밖으로 조용히 비켜서 있었다. 백현재 대표가 방계 세력들의 반발을 누르고 이사회를 수습하기 위해 본사로 급히 떠난 지 한 시간 남짓. 정적만이 감돌던 펜트하우스의 전용 엘리베이터 단말기에서 낮고 묵직한 전자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띵-. 철제 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들어온 인물은 뜻밖에도 백현재가 아니었다. 짙은 쥐색 수트에 명품 넥타이를 매고 오만한 미소를 띤 사내. 백종구 의장이 구속된 뒤 대성 본가 방계 세력의 새로운 수장으로 올라선 백태진 부사장이었다. 그의 뒤로는 묵직한 가죽 서류 가방을 든 정장 차림의 법률 대리인 둘과, 어딘지 모르게 비굴한 기색이 역역한 사내 한 명이 따라붙어 있었다. "하하, 이거 참. 인사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게 됐습니다, 은설아 여사님." 백태진 부사장은 주인의 허락도 없이 대리석 바닥을 구두 뒤축으로 탁탁 소리 내며 거실 중앙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눈빛에는 백종구처럼 은설아를 '시댁 가문의 음모에서 얼
제42화 : 고요한 거미집과 눈먼 사냥개들 치직, 소리 없이 안개를 내뿜는 최고급 무소음 가습기 너머로 사직동 60층 펜트하우스의 오후가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대성그룹 본사 63층 메인 홀을 핏빛 스캔들로 물들였던 백종구 의장의 긴급 체포 소식은 이미 모든 중앙 언론사의 메인 헤드라인을 집어삼킨 뒤였다. 세상은 대성 가문의 정통 적통들이 저지른 3,200억 원대 불법 증여와 마약 밀수 장부의 폭로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그 신전의 한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작했던 은설아라는 존재는 철저히 베일 뒤로 가려져 있었다. 매스컴은 그저 그녀를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용당할 뻔한 가련한 상속녀'라 부르며 동정조의 기사만을 쏟아냈다. "하아……." 설아는 하얀 화이트 캐시미어 담요를 어깨에 걸친 채, 창가 옆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유난히 맑게 갠 사직동의 하늘 아래로 도심의 빌딩 숲이 미니어처처럼 평화롭게 내려다보였다. 며칠 동안 전두엽을 찢어발길 듯 괴롭히던 **[감각 과부하]**의 날카로운 통증은 대성 인베스트먼트가 공수해 온 전담 의료진의 정밀 케어 덕분에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비릿하게 올라오던 피비린내 대신, 은은한 아로마 백차의 향기가 폐부 깊숙한 곳을 부드럽게 채워왔다. 지독하게 휘몰아치던 도살의 계절이 지나가고, 마침내 찾아온 침묵기였다. 설아는 찻잔의 따스한 온기를 손바닥 전체로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시댁이라는 흉포한 벌레들의 대가리를 잘라내고, 대성그룹 본가의 가장 거대한 거물이었던 백종구까지 구치소 독방으로 처박아버린 지금, 그녀의 손에 쥐어진 1조 2,000억 원의 자본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무결점의 상태로 에바 홀딩스의 가상 계좌에 안착해 있었다. ‘하지만 이 고요함에 취해서는
제41화 : 침묵의 영토와 눈먼 기사 사직동 최고급 펜트하우스의 실내는 깊고 아늑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대성그룹 본사 63층 메인 홀을 뒤흔들었던 전산 대폭발과 백종구 의장 일파의 몰락은 단 몇 시간 만에 언론의 거대한 활자 속으로 흩어졌다. 세상은 이를 두고 ‘대성 가문 내부의 고질적인 비리와 권력다툼이 낳은 자멸’이라 평했고, 그 중심에서 완벽하게 독을 탔던 은설아는 그저 ‘시댁의 음모에 이어 또다시 이용당할 뻔한 가련한 상속녀’로 포장되어 철저히 장막 뒤로 숨겨졌다. "하아……." 설아는 하얀 도자기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길고 잔잔한 숨을 내쉬었다.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분한 라벤더 향이 거실의 공기를 부드럽게 채웠다. 며칠 동안 그녀의 목을 조르던 폭우는 완전히 그쳐 있었고,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서울의 오후는 나른한 햇살 아래서 비현실적일 만큼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다. 드디어 육체와 정신이 온전히 숨을 쉴 수 있는 완급 조절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차가워진 손가락 마디를 가만히 녹여냈다. 백종구 의장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 전산망을 실시간으로 유도 변조했던 대가로 뇌리가 깨질 듯이 욱신거렸지만, 핏빛으로 물들었던 망막의 신경통은 대성 인베스트먼트가 제공한 최고급 의료진의 비호 아래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강민우, 홍명숙, 최유라…… 그리고 대성 본가의 백종구까지. 내 왕좌를 탐내던 하이에나들은 전부 스스로 파놓은 무덤 속에 매장당했어.’ 설아는 소파 가죽의 안락한 감촉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1회차 인생에서 가평 설산의 차가운 흙더미 속에 파묻히던 순간의 원초적인 공포는 여전히 심장 깊은 곳에 흉터처럼 남아있었
제40화 : 가식의 제단과 첫 번째 균열 새침한 아침 안개를 뚫고 솟아오른 태양이 대성그룹 본사 63층 메인 홀의 거대한 통유리창을 하얗게 투과했다. 바닥에 깔린 최고급 페르시아 카펫은 빛을 흡수하며 침묵했고, 사방에 진열된 정교한 대리석 조각상들은 이곳이 단순한 기업의 사옥이 아닌 자본의 거대한 신전임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홀 내부를 가득 채운 은은한 오케스트라 선율 사이로, 명품 향수 냄새와 냉랭한 에어컨 바람이 기묘하게 뒤섞여 흘렀다. "은설아 여사님, 대성 인베스트먼트 백현재 대표님 입장하십니다." 의전 비서의 나직한 안내와 함께, 은설아는 순백의 실크 스커트 자락을 가볍게 정리하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전날 밤 청담동에서 입었던 칠흑 같은 드레스와는 정반대로, 눈부시게 하얀 의상은 그녀의 유난히 창백한 안색과 어우러져 마치 세상의 모든 풍파를 홀로 짊어진 듯한 비련의 상속녀 그 자체로 보이게 만들었다. "하아……." 설아는 가슴팍에 가볍게 손을 올린 채, 일부러 잘게 숨을 몰아쉬었다. 며칠 동안 대성의 비호 아래 육체는 표면적으로 회복되었지만, 전두엽 깊은 곳에는 여전히 묵직한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반짝일 때마다, 가람 빌딩 지하에서 터져 나오던 붉은 화염과 하반신이 으스러진 채 울부짖던 전남편 강민우의 핏빛 안광이 환영처럼 망막을 스쳤다. 초월적인 AI 시스템이 머릿속에 존재한다 한들, 이 가녀린 육체가 무너지는 순간 모든 복수극이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원초적인 공포가 척추를 타고 서늘하게 흘러내렸다. ‘여기 모인 늙은 하이에나들은 강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