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수도 외곽 제3 빈민가 중앙 광장.
습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광장 한가운데는 고열과 기침으로 고통받는 빈민가 백성들 수백 명이 주저앉아 신음하고 있었다. 그들 주변으로는 귀족파가 고용한 선동꾼들과 하급 의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보아라! 황실 여의관관이 평민과 여인들에게 어설프게 의술을 가르쳐 약재를 오용했기에 이 끔찍한 전염병이 돌고 있는 것이다!"
"여의관관을 당장 폐지하고, 그 몰락 남작가의 딸 엘레나를 처벌하라!"
백성들이 동요하며 혼란이 극에 달하던 바로 그 순간.
정갈한 녹색 비단 예복을 차려입은 엘레나가 수석 여의관의 품위를 뿜어내며 광장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뒤에는 십여 명의 교육생 여의관들이 정제 도구함을 들
이어 칼릭스는 품속에서 붉은 인장이 찍힌 두툼한 비밀 장부를 꺼내어 광장 바닥에 내던졌다."이 장부는 귀족파가 약재 유통 가격을 10배로 부풀려 백성들의 주머니를 털고, 금지 독초를 유통해온 비밀 장부다! 이제 귀족파의 모든 비리와 모함은 천하에 입증되었다!"백성들이 일제히 분노하며 귀족파 잔당들을 향해 야유와 돌팔매질을 퍼부었다."비열한 귀족 놈들!""우리들을 죽이려 하다니!""엘레나 여의관님 만세! 칼릭스 전하 만세!"엘레나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방금 제조한 수랑초 해독 정화액을 환자들에게 투여하도록 지시했다. 정화액을 복용하자마자 고열로 고통받던 백성들의 호흡이 정상이 되며 거짓말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단 10분 만에 귀족파의 마지막 모함을 완벽하게 깨부수고, 백성들의 절대적인 신망을 얻어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사태가 완벽하게 정돈되고, 서산으로 넘어가는 붉은 노을빛이 의관관 테라스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저녁이 되었다.바람이 엘레나의 은푸른빛 머리채를 부드럽게 흔들었다.테라스 난간에 서 있던 엘레나의 뒤로, 묵직하고 따스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호위 기사들을 멀찍이 물러서게 한 칼릭스 왕자였다.칼릭스는 엘레나의 곁으로 다가와 차가운 바람을 막아서듯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오늘도 네가 나를, 그리고 이 제국의 백성들을 구했구나, 나의 여왕이여."
수도 외곽 제3 빈민가 중앙 광장.습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광장 한가운데는 고열과 기침으로 고통받는 빈민가 백성들 수백 명이 주저앉아 신음하고 있었다. 그들 주변으로는 귀족파가 고용한 선동꾼들과 하급 의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보아라! 황실 여의관관이 평민과 여인들에게 어설프게 의술을 가르쳐 약재를 오용했기에 이 끔찍한 전염병이 돌고 있는 것이다!""여의관관을 당장 폐지하고, 그 몰락 남작가의 딸 엘레나를 처벌하라!"백성들이 동요하며 혼란이 극에 달하던 바로 그 순간.정갈한 녹색 비단 예복을 차려입은 엘레나가 수석 여의관의 품위를 뿜어내며 광장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뒤에는 십여 명의 교육생 여의관들이 정제 도구함을 들고 당당하게 따르고 있었다.엘레나의 등장에 소란스럽던 광장이 순간 물을 뿌린 듯 고요해졌다.귀족파 선동꾼 하급 의관이 비아냥거리며 엘레나의 앞을 막아섰다."어머나, 수석 여의관님께서 직접 이 더러운 빈민가까지 오셨습니까?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귀하의 어설픈 의녀들이 나누어준 정화액 때문에 백성들의 병세가 더 악화되었으니까요!"엘레나는 선동꾼 하급 의관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낸 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빈민가 아이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장갑을 낀 손끝으로 아이의 목 부근 맥을 짚고, 입가에 흘러나온 침의 색과 향을 정교하게 분석했다.'전염병이 아니야. 이것은 수도 중앙
"전하, 일어서십시오."엘레나는 칼릭스의 손을 잡고 그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두 사람의 시선이 붉은 노을빛 아래서 완벽하게 하나로 얽혀들었다."전하의 그 검이 얼마나 사나운지, 앞으로 펼쳐질 제 완벽한 삶 속에서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마법의 환상이나 가짜 유리구두 따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지혜로 제국을 구원한 엘레나.스스로 빛이 된 여인 엘레나의 위대한 전설이, 제국의 역사 위에 영원히 눈부시게 새겨지기 시작했다.* 붉은 인장과 자멸의 가시루벤 제국과의 약초 무역 협정이 완벽한 황국의 승리로 마무리된 후, 황도 수도의 아침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기차고 눈부셨다.새로 들어선 황실 여의관관 대강당의 아치형 유리창 너머로 따스한 금빛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세이지 향과 씁쓸하면서도 청량한 약초 향 속에서, 수십 명의 교육생 여의관들이 엘레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경외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정갈한 녹색 비단 예복의 소매를 고쳐 매고 서 있는 엘레나의 자태에는, 그 어떤 귀족 영애나 왕족에게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이고 오만한 품위가 서려 있었다.전생의 비참했던 다락방과 눅눅한 지하실 단칸방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가던 가련한 소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지금 이곳에 선 엘레나는 스스로의 지혜와 의술로 자신만의 단단한 성채를 구축한 제국 최고 수석
"감사합니다, 전하. 10분 내로 이 독의 비밀을 천하에 밝히겠습니다."엘레나는 품속에서 정제된 스노우 드롭 추출액과 극저온 민트 시약, 그리고 알코올을 정교한 비율로 섞은 시약관을 들어 보였다.그녀는 쓰러진 기사의 혈액 한 방울을 시약관 안에 떨어뜨렸다.투명했던 용액이 순식간에 보랏빛 기포를 뿜어내며 바닥에 붉은 앙금을 남기기 시작했다.엘레나는 시약관을 들어 귀족파 의관들과 로안 왕자의 눈앞에 내밀었다."보시다시피, 이 독은 루벤 제국의 약재 때문이 아닙니다. 루벤 제국의 '설한근'과, 황국 귀족파 비밀 약제소에서만 유통되는 '흑사뱀의 쓸개즙'이 결합된 이중 합성 독입니다. 설한근 단독으로는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으나, 흑사뱀의 쓸개즙과 만나면 혈관을 파괴하는 극독으로 변하게 되지요."엘레나의 완벽하고 정교한 의술적 입증 앞에 연회장 내부가 커다란 충격으로 울렁거렸다.엘레나는 서늘한 눈빛으로 귀족파 선임 의관의 소매를 차갑게 노려보았다."그리고 흑사뱀의 쓸개즙은 특유의 기분 나쁜 비린내를 남깁니다. 오늘 사절단의 연회 음식에 이 독을 풀었던 데로스 자작의 보좌관, 당신의 손 끝에 그 흔적이 똑똑히 남아 있군요.""이, 이건……!"당황한 보좌관이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칼릭스의 기사들이 단숨에 달려들어 그의 양팔을 거세게 짓눌렀다.귀족파가 황국과 루벤 제국 사이의 무역을 파탄 내고,
상단 관람석 근처에는 바루스 공작의 잔당들과 귀족파 선임 의관들이 오만한 태도로 서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보았느냐! 수석 여의관 엘레나가 검증했다는 루벤 제국의 약재 때문에 사절단이 독에 중독되었다!"귀족파 선임 의관이 고함을 질렀다."황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이웃 강대국과의 외교전을 망쳐놓은 저 몰염치한 여의관을 당장 체포해야 한다!"그때, 귀빈관 상단 침상에 앉아 있던 루벤 제국의 로안 왕자가 핏기 없는 얼굴로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비록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고 호흡이 가빴으나, 그의 매혹적인 붉은 눈동자만큼은 사나운 기형을 뿜어내고 있었다."입을 다물어라, 황국의 미천한 의관들아."로안 왕자의 차가운 음성이 연회장을 눌렀다."우리 루벤 제국의 기사들이 중독된 것은 무역 약재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 황실 연회 음식에 의도적으로 극독을 풀었음이 명백거늘, 감히 약재를 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드느냐?"로안 왕자는 귀빈관 입구로 들어서는 엘레나를 발견하자, 씁쓸하면서도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셨군요, 아름다운 수석 여의관 영애. 나를 비롯해 우리 사절단 전체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루벤 제국은 황국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귀족파 의관들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할 때, 엘레나는 망설임 없이 바닥에 쓰러진 루벤 기사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장갑을 낀 손끝으로 기사의 목맥을 짚고,
"네 말이 맞다, 엘레나. 너는 그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는 당당한 주인이다. 그러니 나는 평생 네 발치 아래서 너를 호위하는 검이 되겠다."칼릭스는 엘레나의 반지가 끼워진 손등에 깊고 정중한 입맞춤을 올렸다.엘레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울림을 느끼며, 서늘하지만 더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전하, 일어서십시오."엘레나는 칼릭스의 손을 잡고 그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저는 그 누구의 선택도 기다리지 않으며, 그 누구의 그늘 아래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곁에서 저를 호위하겠다는 전하의 그 맹세만큼은…… 기꺼이 허락하겠습니다."두 사람의 시선이 노을빛 아래서 완벽하게 하나로 얽혀들었다.* 감춰진 독과 은빛 맹세루벤 제국과의 정식 약초 무역 협정이 체결된 지 사흘째 되던 날, 황도는 겉으로는 유례없는 평화와 축제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수도 중앙 광장에 새로이 우뚝 선 '황실 여의관관'의 높다란 아치형 유리창 너머로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져 내렸다. 은은한 세이지 향과 씁쓸한 약초 향이 기분 좋게 감도는 대강당에서, 엘레나는 정갈한 녹색 비단 여의관 예복의 소매를 고쳐 매며 수십 명의 교육생 여의관들을 둘러보고 있었다.전생의 비참했던 다락방과 눅눅한 지하실 단칸방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가던 가련한 소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