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Author: 제로두유
머리를 깔끔하게 묶고 검은색 정장이 여자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런 안예서의 모습이 마침 회의실로 다시 들어온 박도준의 눈에 보였다.

안예서는 얼굴도 예쁜 데다 몸매도 좋았다. 매력적인 여자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박도준도 안예서를 3년이나 곁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박도준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더니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안예서가 손을 뻗어 보았지만 펜이 잡히지 않았다. 더 안쪽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책상에 손을 짚고 허리를 숙인 채 쪼그려 앉기 위해 살짝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뒤로 물러서다가 뭔가에 툭 부딪히고 말았다.

그녀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뒤에 서 있는 박도준을 본 순간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왜 다시 돌아왔지?’

박도준이 감정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

“몸이 안 좋다고 효진 씨가 그러던데.”

안예서가 입을 벙긋거리다가 2초쯤 지나서야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괜... 괜찮아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박도준이 한 걸음 다가서자 두 사람의 몸이 빈틈없이 밀착되었다.

그녀는 그제야 그들의 자세가 얼마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지 깨달았다.

서둘러 허리를 바짝 세우고 박도준을 돌아보며 철저히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오늘 오후 3시 전까지 이번 회의의 통역 자료를 정리해서 진 비서님한테 보낼게요.”

박도준이 안예서의 턱을 잡고 느긋하게 물었다.

“어젯밤에 많이 아팠어?”

그 순간 안예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전에도 종종 이런 말을 하긴 했지만 여긴 신성한 회의실이었고 그의 약혼녀가 바로 위층에 있었다.

무엇보다 안예서는 사적으로 박도준과 엮일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안예서가 고개를 돌려 박도준의 손길을 피하려 애썼다.

“대표님, 양효진 씨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지만 박도준은 안예서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차가운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 있었다.

“어디가 안 좋냐고 묻잖아.”

안예서의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부위였다.

바로 알아챈 박도준이 시선을 안예서의 얼굴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꿰뚫어 볼 듯한 그의 시선에 그녀는 순간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참다못한 그녀가 한마디 하려 했다.

“대표님...”

바로 그때 회의실 문밖에서 양효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준 씨, 안에 있어요?”

안예서가 숨을 죽이고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박도준이 태연자약한 태도로 안예서를 쳐다봤다. 약혼녀에게 현장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따위 전혀 없었다.

그녀가 몸을 미세하게 떨며 박도준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박도준 같은 사람에게 숨겨진 애인이 있는 건 사실 별것이 아니었다. 재벌가에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비밀이 수없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안예서는 달랐다. 만약 양효진에게 이 사실을 들킨다면 안예서의 삶이 망가지고 직장도 잃을 것이다.

그녀의 이런 표정을 박도준은 처음 봤다. 그를 만날 때마다 잘 보이려고 비위를 맞추고 아양을 떨며 순종적으로 굴었다. 게다가 몸으로도 박도준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양효진이 안으로 들어오기 직전 박도준이 안예서의 손을 잡고 회의실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빔프로젝터 장비를 보관하는 곳이라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았고 심지어 다소 어지러웠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양효진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의아해했다.

“어디 갔지? 분명 회의가 끝났다고 했는데.”

안예서가 문에 몸을 기댔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

바로 그때 안예서는 등이 서늘해졌다...

양효진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장비실 쪽을 쳐다봤다. 얼굴에 의구심이 한층 더 짙어졌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린 안예서는 극심한 긴장감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박도준은 그 반응이 마음에 든 듯 문 쪽에서 떨어지도록 안예서를 품에 안고 돌아섰다.

차가운 장비에 몸이 닿은 순간 안예서가 몸을 파르르 떨더니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박도준이 고개를 기울여 안예서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널 이런 식으로 챙겨줬나?”

마지막 단어를 일부러 강조했다.

안예서가 주먹을 꽉 쥐었다. 정중한 이별 메시지를 가지고 박도준이 이런 상황에서 모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박도준이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기회를 줄 테니까 어젯밤에 했던 말 취소해.”

안예서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대표님, 약속을 어기셨어요.”

그녀에게 대단한 자존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건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에서였다. 하지만 박도준에게는 약혼녀가 있었다. 안예서는 손가락질받는 내연녀가 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박도준이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안예서의 셔츠를 벗겼다. 목소리에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네가 좋아하는 그 남자한테 네가 어떤 여자인지 똑똑히 보여주는 수밖에.”

그의 말에 안예서가 괴로워하며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 안예서의 상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리며 장비실 안의 야릇한 분위기를 깨뜨렸다.

안예서가 눈을 번쩍 뜨고 박도준의 팔을 잡았다.

회의실 안에 있던 양효진이 휴대폰을 든 채 다시 문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예서 씨, 안에 있어요?”

그녀를 부르는 양효진의 목소리에 안예서는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박도준의 품이 쇠사슬처럼 단단하여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양효진의 발소리가 장비실 문 앞에 다다른 순간 안예서는 긴장감이 극에 달해 저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거부감을 드러내며 아우성쳤다.

양효진이 문고리에 손을 올린 그때 뒤에서 진영우의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양효진 씨.”

그녀가 고개를 돌려 다정하게 웃었다.

“비서님이시군요. 도준 씨 어디 갔어요?”

“대표님 갑자기 일정이 생겨서 나가셨습니다.”

양효진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군요.”

진영우가 또 말했다.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아니에요. 전 예서 씨를 병원에 데려다줘야 해서요. 예서 씨 휴대폰이 이 안에서 울린 것 같은데...”

“대표님께서 이미 안예서 씨를 병원으로 모셔다드리도록 조치하셨어요. 아무래도 휴대폰을 두고 가신 듯하네요. 이따가 다른 사람이 안예서 씨한테 휴대폰을 가져다드릴 겁니다.”

양효진이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럼 부탁할게요.”

진영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양효진 씨.”

두 사람이 회의실을 나간 후에야 안예서가 참아왔던 한숨을 내쉬었다.

박도준이 안예서의 허리를 끌어안고 차갑게 내려다봤다.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Pinakabagong kabanata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30화

    어쩌면 아직은 때가 아닌지도 몰랐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안예서가 얼마 전 헤어지자고 했던 일로 언짢았던 마음이 서서히 풀린다면, 그때 다시 기회를 찾아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정윤설은 안예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주말이 되자 안예서는 예전에 그만두었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그동안 박도준은 안예서를 찾지 않았고 안예서는 최대한 하루라도 더 미루자는 생각으로 박도준이 먼저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절대 이사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러나 매주 정해진 약속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지난번에 박도준이 캔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안예서는 캔들을 켜지 않았다. 대신 조명 하나를 켜두고 소파에 앉아 박도준을 기다렸다.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어느샌가 밖이 어두워졌다.안예서는 카드 이용 대금 명세서 알림을 보고 나서야 이번 달이 거의 끝나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안예서는 모바일 앱으로 어머니의 입원비를 납부했다.세진 그룹에서 보수를 두 배로 지급해 준 데다 온라인 번역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마침 입원비를 모두 낼 수 있었다.안예서는 계좌에 500원이 남아 있는 걸 보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돈을 받고 남자랑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은 아마도 안예서일 것이다.물론 박도준이 박하게 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박도준이 준 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모두 필요한 곳에 사용했을 뿐이다.지난달 박도준이 돈을 준 이후로 안예서는 빚을 거의 다 갚게 되었기에 마음은 그래도 조금 가벼웠다.안예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느샌가 소파에 기댄 채로 잠이 들었다.눈을 떴을 때는 물소리가 들려왔다.안예서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며 욕실에서 새어 나오는 눈부신 불빛을 피했다.그러나 잠시 뒤 안예서는 눈을 번쩍 떴다.박도준이 왔다.자리에서 일어나던 안예서는 자신의 몸에 담요가 덮여 있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물소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9화

    임현섭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 함께 해결하면 돼. 그러니까 그런 일로 나를 밀어내지는 말아 줘. 응?”안예서는 고개를 들어 임현섭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거렸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런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니, 안예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안예서는 결국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임현섭, 우리 둘 다 잠시 시간을 갖자. 네가 한 말 잘 생각해 볼게. 대신 너도 다른 여자들을 한 번 만나 봤으면 좋겠어. 그래야 네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다시 만나 생긴 일시적인 설렘인지 알 수 있지 않겠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굉장히 진지한 사람이라 한 번 시작한 관계는 쉽게 끝내지 않아.”임현섭이 말했다.“좋아.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예서야, 나를 믿어줘. 나는 결코 예전의 아쉬움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오랜만에 다시 만나 생긴 일시적인 감정도 아니고.”안예서는 임현섭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응, 믿어.”결국 그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고 임현섭은 안예서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안예서가 차에서 내릴 때 임현섭은 꽃다발을 건넸다.임현섭이 말했다.“지금 당장 나를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준 꽃다발 정도는 받아도 되잖아.”안예서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꽃다발을 건네받았다.“고마워. 정말 예쁜 꽃이네.”임현섭이 말했다.“조심히 들어가. 오늘 푹 쉬어.”“너도.”안예서는 임현섭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꽃다발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정윤설이 불쑥 튀어나왔다.“벌써 돌아온 거야? 영화는 안 봤어?”안예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은 뒤 꽃다발을 신발장 위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안 봤어.”정윤설은 머리를 긁적였다.“미안해, 예서야. 임현섭이 갑자기 나한테 연락해서 너한테 고백하고 싶다고 하길래...”“괜찮아.”안예서는 신발을 갈아신은 뒤 거실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임현섭한테 당분간 시간을 갖자고 했어.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한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8화

    그러므로 누군가 자신이 박도준과 결혼하는 걸 방해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월요일이 되자 안예서는 평소처럼 출근했다.그 무역회사는 안예서가 다니는 번역 회사와 여러 차례 협업했던 곳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저녁이 되자 양측은 식사를 했고, 식사가 끝난 뒤 안예서는 사람들을 차에 태워 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향하려는데 정윤설이 갑자기 위치를 하나 보냈다.곧이어 음성 메시지도 하나 도착했다.[나 지난번에 성과급 받아서 밥 산다고 했잖아. 그동안 시간이 안 맞아서 못 샀는데 오늘 저녁에 같이 밥 먹자!]안예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좋다고 답장을 보낸 뒤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그러나 정윤설이 알려준 곳에 도착해 보니 정윤설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임현섭이 보였다.안예서는 가방을 든 채 놀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임현섭은 안예서의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내가 정윤설한테 너 좀 불러달라고 부탁했어. 내가 부르면 네가 안 나올 것 같았거든.”안예서는 미소로 머쓱함을 감췄다.“그럴 리가. 내가 왜...”임현섭은 안예서에게 꽃다발을 건넸다.“영화 곧 시작이니까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안예서는 꽃다발을 받지 않고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임현섭, 지난번에 얘기했지만 나는...”“알아.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잖아. 재촉하려는 건 아니야. 다만 만나서 얘기를 좀 나눠봐야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지 않겠어?”임현섭이 말을 이어갔다.“나를 그냥 너를 좋아해서 네 곁을 계속 맴도는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해 줘. 너무 부담 갖지는 마.”안예서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임현섭은 꽃다발을 거두며 말했다.“꽃다발이 좀 무거우니까 이따가 줄게.”임현섭은 그렇게 말하면서 안예서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일단 영화부터 보러 가자.”안예서는 자기도 모르게 임현섭의 뒤를 따라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7화

    같은 시각, 양씨 가문.양효진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정부가 박스 하나를 들고 다가와서 말했다.“아가씨, 택배가 왔어요.”양효진은 박스를 힐끗 보고 말했다.“뭐예요?”포장만 봐서는 보석이나 액세서리는 아닌 듯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걸 보낸 분이 아가씨께서 직접 열어보셔야 한다고 해서요.”양효진은 박스를 건네받으며 말했다.“알겠어요. 가봐요.”양효진은 박스를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박스를 뜯어 보고 나서야 그 안에 얼마 전 자신이 레오에게 건넸던 초소형 카메라가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양효진은 그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황급히 메모리카드를 꺼내 옆에 있던 카메라에 꽂았다.영상이 재생되자 양효진은 비명을 지르며 카메라를 바닥에 내던졌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레오의 모습이 카메라에 몇 초간 잡혔다.그러나 이내 화면이 바뀌며 조명이 한층 어두워졌고, 카메라는 마침 소파 위에서 겹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뭔가를 깨달은 양효진은 허리를 숙여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비록 두 사람의 얼굴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지만 남자의 체격과 옷차림을 보니 박도준이 확실했다.그리고 박도준의 몸 위에는 셔츠가 흘러내려 팔에 걸쳐져 있고, 길고 가느다란 목을 살짝 젖히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여자의 흐트러진 숨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입을 틀어막은 양효진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영상의 길이는 겨우 1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매우 많았다.양효진은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며 카메라를 바닥에 내팽개쳤다.밖에 있던 가정부가 다급히 문을 두드렸다.“아가씨, 괜찮으세요?”양효진은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렀다.“꺼져! 다 꺼지라고!”이내 문밖은 조용해졌고 양효진의 앞에 놓인 카메라에서는 같은 영상이 반복 재생되었다.여자의 가쁜 숨소리가 계속해 양효진을 자극했다.양효진은 떨리는 손으로 다시금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액정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영상은 똑똑히 보였다.양효진의 시선이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6화

    잠시 후, 박도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안예서를 힐끗 바라봤다.안예서는 곧바로 그 눈빛의 의미를 깨닫고 박도준의 허벅지에서 내려왔다.박도준은 허리를 숙여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서류봉투를 안예서에게 던졌다.안예서는 안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묻지 않은 채 곧장 서류봉투를 열어봤다.안예서는 박도준이 이번에 자신과 계약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한 달에 무려 10억을 준다고 했는데 안예서가 또 도망치려고 할 수도 있으니 계약서가 있는 편이 조금 더 안심될 것이다.그러나 서류봉투 안에 들어있던 것을 꺼내 보니 계약서가 아니라 부동산 등기부등본이었다.심지어 등기부등본에는 안예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안예서는 고개를 들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도준 씨, 이건...”박도준은 조금 전 안예서가 푼 단추를 한 손으로 잠그며 차가운 얼굴로 무심하게 말했다.“오늘부터 이 집은 네 거야. 언제든 이사 와도 좋아.”안예서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박도준의 말뜻을 이해한 듯이 말했다.“그러니까 앞으로 도준 씨가 언제든 여기로 올 수 있으니 매일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뜻인가요?”박도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안예서를 바라보며 말했다.“너는 왜 네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안예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겸손하게 대답했다.“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듣기 좋은 말을 좀 해야 하잖아요.”박도준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예서는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에 들린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이렇게 순식간에 아주 비싼 집을 가진 부자가 되다니.로운의 아파트는 넓어서 쾌적한 데다가 위치가 좋아 한 채 가격이 수백억 원에 이르렀다.박도준은 옷을 갖춰 입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떠나려고 했다.그러자 안예서는 서둘러 박도준을 뒤따라갔다.“도준 씨, 그러면 전에 말했던 매달 10억씩 준다는 약속은 아직 유효한가요?”박도준은 안예서를 바라봤다.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없는 것 같은 안예서의 모습이 처음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5화

    안예서는 외출하기 전 옷장을 열어 새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공들여 화장을 하자 핏기 없던 얼굴이 금세 생기 있고 화사하게 변했다.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 아무 소용이 없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적어도 박도준이 만족하면 안예서도 조금은 편히 지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안예서가 로운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8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평소처럼 샤워를 하고 실내 조명을 조금 어둡게 했다.그리고 창문을 열고 캔들을 하나씩 켜기 시작했다.그런데 캔들을 켜는 와중에 갑자기 등 뒤에서 무심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뭐 하는 거야?”박도준도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안예서는 라이터를 끄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예전에도 항상 이런 식으로 준비했었잖아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다르게 준비해 볼게요.”박도준은 별말 없이 한 손으로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소파에 앉았다.안예서는 그 모습을 보더니 캔들을 마저 켜는 것을 포기하고 박도준의 앞으로 걸어가 허벅지 위에 앉은 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살짝 풀어진 넥타이를 조금씩 잡아당기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샤워할래요?”박도준은 입술을 달싹이며 덤덤히 말했다.“아니.”“그래요.”안예서는 그렇게 대꾸한 뒤 박도준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박도준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시선을 살짝 내리깔며 안예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단추를 거의 절반 이상 푼 뒤에는 자연스럽게 더 아래로 팔을 뻗어 박도준의 버클에 손을 댔다.다음 행위를 이어가려는 순간 박도준이 안예서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보아하니 푹 쉬었나 보네.”안예서는 멈칫했지만 이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는 싱긋 웃으며 박도준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그럼요. 도준 씨 아니면 제가 무슨 수로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자보겠어요?”오늘 정신을 차렸을 때 보니 이전에 있던 방과는 달랐다.비록 그날 밤 끝날 때쯤에는 의식이 매우 흐릿했지만, 그럼에도 어렴풋이 박도준이 자신을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