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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약 한지훈에게로 돌아간다면 이 여정은 어찌 됐든 끝이 날 것이 뻔했다. 기껏 잡은 기회인데, 고작 두 군데 밖에 돌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은 싫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시안을 더 붙잡아야 했다.
한다면 하는, 간다면 가는 여자이기에 박시온이 머리를 굴렸다.
"가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수가 생각나지 않았고 결국 박시온은 냅다 달렸다.
그리고 닫힌 국밥집으로 향해 철문을 쾅쾅 두드렸다.
"저기요!! 안에 아무도 없어요!? 제발요!!! 문 좀 열어주세요!!!"
필사적이었다.
박시온의 모습을 본 이시안이 처음 보는 모습에 놀란 듯 동그랗게 바라만 보다가 딱딱한 철문을 두드리는 손을 빤히 바라보며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 팔을 꽉 잡
안으로 들어오자, 술집인 듯 여기저기 어지럽게 놓여있는 술병과 특이한 물건들에 박시온이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슬쩍 손가락으로 툭 건들이자, 남자가 혀를 차며 아무거나 만지지 말라고 한 소리 하려고 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이시안의 시선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크흠.""말해. 너 뭐야? 재이의 지인?"아무리 생각해도 유추할 수 있는 건 그쪽뿐이었다."재이? 아아, 그래, 맞아. 그쪽도 재'희'처럼 '병기'인가?"남자는 선반에서 파는 것으로 보이는 술병을 들고 뚜껑을 따더니 입으로 쑤셔 넣었다. 알싸한 냄새가 너저분한 공간을 가득 메웠다."하여간에 귀신같은 놈이네. 내 이름은 오태성. 이 가게의 주인이지."이시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오태성을 바라봤다. 지저분한 머리와 정리되지 않은 수염을 긁적이며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양은 윤재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런 이름 들은 적 없어. 윤재이는? 재이에게 직접 들어야겠어.""그건 곤란하네. 이야기가 통할 줄 알았는데, 너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트림을 '꺽' 하는 모습에 뒤에 있던 박시온도 인상을 찌푸리며 흥미롭게 보던 책을 그대로 두고 슬금슬금 이시안의 뒤로 바짝 붙었다."재희 말로는 의심이 많을 거라더니… 진짜네. 일단 물어는 둘게. 저 애는 박도윤과 무슨 관계?""…… 아들… 인데요…….""진짜냐고."오태성이 입을 막으며 탄성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가게의 과자를 박시온에게 던지자, 과자를 받아 든 박시온은 의아하게 과자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이시안과박시온이 돌아가고 다시 돌아온 집은 그새 사람이 있었던 티를 내는지 휑했다. 그 모습에 김상팔이 픽 웃으며 미리사 들고 온소주를 들고어기적어기적바다로 향해 걸어가그 위로들이 부었다.「김쌍팔. 나는 곧 죽어. 」10년 전에 대뜸 찾아온윤재이는김상팔에게 그렇게 말했다.「 왜 그런 표정이야? 믿어? 」「 … 아버지도 시안이도 죽었는데, 너라고 못 죽을 건 없지. 」김상팔은 이미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잃는다는 고통을 알지만 지킬 수 없다는 것도 알기에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게 주는 선물이야. 열심히 살아 보라고. 혹시 몰라? 하늘에서 선물이 떨어질지. 」술병이 동이 나고 나서야, 김상팔은 쓰게 웃으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짙은 술향이 코를 찔렀다. 아무래도 이시안이 의심하고 있는 대로 지금 이 사태에는 윤재이가 엮여 있을 확률이 컸다. 하지만 그 윤재이는 자신의 입으로 곧 죽는다고 했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으음? 오늘은 마중인가?""안녕하십니까.""오늘은 사는 냄새가 나는데?"김상팔의 심장에 박힌 기계 부품을 봐주는 한민용이 술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며 만족한 듯이 어슬렁거리며 뒷짐을 지며 다가왔다."표정도 싱숭생숭해 보이는 게, 훨씬 살아있는 느낌도 나고.""그런가요.""무슨 일 있었나? 뭐, 옛 애인이라도 만난 거야?""그럴 리가요. 꿈일지도 모르는 현실을 마주했을
박시온이 잠든 깊은 밤,이시안이바닷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 김상팔의 집은 어두운 것은 같지만,산속인김정우의 집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며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김상팔은 어느새 그런이시안에게따뜻한 물을 건넸다."고요해.""그래."따뜻한 물을 받은이시안은멍하니 그저 어두운 바다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널 보고 있으니, 그때가 떠오르는 거 같아.""아무래도 난 그때 그대로니까.""재미있군."입꼬리를 살짝 올려 크게변화 없는김상팔을 바라보던이시안이물을 바닥에 버리자, 바닥에서 연기가 올라오더니 따뜻한 물은 금세 식어버렸다."괴로워?"이시안의물음에 김상팔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다.그리고한참 동안침묵을 유지하고,이시안의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랐을 때, 대답했다."그렇다고 하면, 화낼 건가?""화내지 않아."대답과 다르게 이미 잔뜩 인상을 쓰고짜증 난목소리로 대답하는 모습에 김상팔이 잘게 웃으며 입가를 가렸다."그러면서 너는 곧잘 화를 냈지. 그런 부분은윤재이를닮았다고 생각해.""그래?"시시콜콜한 이야기였다.김상팔이 몇 발짝 앞으로 걸어 바다를 등지고 그때 그 어린 모습인이시
해수욕을 하는 바다가 아니지만, 얕은 물장구를 치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박시온도 조심스럽게이시안의손을 잡고, 얕은 물에 발을 담그자 차가운 물에 신이 난 듯 살짝 발장구를 쳤고,이시안은그 주위를 둘러보며 새파란 바다를 눈에 담았다.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거 봐, 기분 좋죠?""… 그러네."이시안의작은 발이차가운 물 속으로들어가자, 뇌리를 스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안아, 바다에 도넛을 끼면 가라앉지 않는다고 하더라? 」「 도넛? 」「 도윤아! 너도 들었지? 」「 응. 」「 전쟁이 끝나면, 다 같이 바다에 가서 도넛을 정체를 알아내는 거야! 」이시안의머리에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에이시안이눈살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요즘 꽤 자주 이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정확히는정안용을만난 이후부터. 이 익숙하지 않는 고통은이시안을예민하게 했다."이시안씨?""… 배고파. 나가자."배고프다는 소리를 처음 들은 박시온이 눈을 깜빡였다.발에 모래를 잔뜩 묻히고는이시안에게여전히 손을 잡힌 채로 모래밭을 걸으면서도 묘하게 행동이 이상해진이시안을살폈다. 잡힌이시안의손은 뜨거운 햇살보다 덜 뜨거웠고, 바다보다는 덜 차가웠다. 길도 모르면서 앞서 향하던이시안을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결국 사단은 일어났다."시안아!"족제비 부대의 근방에 있던 함정을 어찌 알았는지, 결국 마지막 함정에 빠져 고군분투 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다급하게 찾아온 박도윤의 모습을 보며이시안의눈빛이 상처를치료해 주던한지훈을 보며 매서워졌다.대장이 된서윤재는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한지훈까지 있다는 것이 상당히 불만인 상태인데, 거기다 박도윤까지 오니 가뜩이나 예민한 신경이 결국 찢어져 온몸에 피 대신 전류가 흐르는 듯이 고통스러워이시안이참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는 것에 한지훈과 박도윤이 다급하게이시안의상태를 살폈다."내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이시안은거친 숨을 토해내며 한지훈과 박도윤을 바라봤다."시, 시안아 그렇게말하지 마~ 도윤이가 네 걱정을 얼마나 했는데! 얼마나 걱정됐으면 네 말도안 듣고이렇게 헐레벌떡 왔겠냐! 너 지금 무진장 예민해! 진정해~ 그리고 도윤이 너도, 얘 지금 예민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니까, 크게….""네가 그러는 거, 내가 원해서 그런 거야?"분위기를원만하게 해결하려는한지훈의 노력이 허사가 됐다."야, 야! 도윤아!""이시안, 네가 멋대로 그러는 거 아냐?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어?"박도윤의 그 말에 결국이시안이억누르고 있던 불안한 마음이 터져 나와 자리를 박차고 박도윤의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한지훈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빤히 바라보는 박도윤의 시선에이시안의눈은 의아한 듯 깜빡였다. 그 맹한 모습에 박도윤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다시 시트에 얼굴을 파묻었다.언젠가 한지훈이 박도윤은 사춘기니까이해하라고한 말이 떠올랐지만, 애초에 '사춘기'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이런 식으로 요즘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박도윤이 갑갑하고 불안했다. 차라리 화난 것이 있다면 말해준다면 하지 않을 텐데, 속으로만 삼키고 말해주지 않고, 자신은 그걸 알 방도가 없으니 괜히 애가 탔다."윤아."괜히 손끝으로 박도윤의 목덜미를 콕콕 찌르자, 그러지 말라는 듯 손으로 목덜미를 덮으며 겨우 파묻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박도윤도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복잡한 심경은일렁이는 눈동자로 나타났지만, 그걸이시안이알 수 없었다."안아."박도윤이 결국 침대에 앉아 양팔을 벌렸다."안아줘."그러자, 반사적으로 박도윤의 품으로 안긴이시안의표정은 여전히 의아했다.그런이시안을꼭 끌어안으면서도 박도윤은 갑갑했다.이시안은항상 위험한 현장의 선두에서 싸우는데, 자신은 옆에서 도와줄 수 없는 것도 불만인데, 있다고 한들별 도움이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여러모로 속이 탔다. 특히 그 재수 없는정안용이함께 있다고 하면 더욱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이시안의탓이 아닌데도 괜히 심술을 부리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고 진저리가 났다. 그렇다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