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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Author: 비담
강루인의 말에 병실이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네 사람이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흥분한 기색의 주초원과 구아정과 달리 박정금은 강루인이 주제를 모른다고 생각했고 주영도는 그녀가 그의 체면을 깎으려 한다고 여겼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강루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자신의 마음뿐이었다.

구아정이 먼저 침묵을 깼다.

“언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영도 오빠는 초원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몇 마디 한 것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억지를 부려요? 이건 어머님이랑 영도 오빠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라고요.”

구아정은 주영도를 꽤 잘 알았다.

강루인은 구아정의 여우 짓을 무시하고 주영도를 똑바로 쳐다봤다.

“난 진심이야.”

주영도의 얼굴이 얼마나 굳어 있든 상관없이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힌 뒤 강루인은 병실을 나왔다. 그들의 가족 모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병실에 남은 네 사람 중 가장 분노한 건 단연 박정금이었다.

‘이혼? 강루인이 방금 이혼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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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53화

    주영도가 최지호에게 술 한잔하자고 연락했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안 가. 나 아들 돌봐야 해.”“애 엄마가 있잖아.”이번만큼은 최지호도 주영도에게 숨기지 않고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주영도가 강루인에게 버림받은 것에 비하면 그는 자신이 쫓겨난 일 정도는 충분히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최지호의 말이 끝나자 전화기 너머로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그는 통화가 끊긴 줄 알고 다시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하지만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할 말 없으면 끊을게.”주영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지금 어디서 지내?”최지호가 주소를 알려주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영도는 최지호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다소 초췌해진 주영도의 얼굴을 바라보던 최지호는 피식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여기에 구연정은 없는데. 왜 이렇게 폐인 같은 얼굴을 하고 온 거야?”구연정은 유일하게 그를 걱정해 줄 사람이었다.주영도는 그의 비아냥을 무시한 채 신발을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은 최지호가 예전에 살던 집이라 주영도 역시 익숙했다.그는 망설임 없이 곧장 술장으로 향했다.술장 앞에 선 주영도는 텅 빈 선반을 바라보며 물었다.“술은?”최지호는 담담하게 말했다.“다 줘버렸어. 지율이가 집에서는 술 마시지 말라고 해서.”그 말투에는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이 묻어났다.“그걸 왜 진작 말 안 했어?”술이 없는 줄 알았다면 주영도가 올 때 미리 챙겨왔을 터였다.최지호는 태연하게 받아쳤다.“네가 묻지도 않았잖아.”주영도가 사람을 시켜 술을 가져오라고 하려 하자 최지호가 그의 손을 붙잡아 말렸다.“그만 마셔. 네 몸 상태가 어떤지는 너도 잘 알잖아. 젊은 나이에 이대로 죽고 싶은 거냐?”주영도가 위출혈로 병원에 갔었다는 이야기는 최지호 역시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하루 종일 몸을 함부로 혹사하는 걸 보니 그는 아직도 자신이 젊은 줄 아는 모양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52화

    노윤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루인이 그의 말을 끊었다.“노 비서님. 제가 예전의 정을 생각해서 험한 말은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너무 제멋대로 생각하지 마세요. 노 비서님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요.”“그 사람이 꿈속에서 이름을 부른 여자가 한두 명이 아니잖아요. 순서를 따져도 제 차례까지 올 리가 없는데요. 저한테 전화할 시간에 차라리 구연정 씨에게 연락하세요. 그분이 그쪽 대표님을 돌보는 건 저보다 훨씬 더 잘할 테니까요.”말을 끝낸 강루인은 노윤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통화 종료음에 노윤환은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이제 자신이 할 만큼 다 했다고 생각했다.결과가 이렇게 된 건 결국 주영도가 과거 강루인에게 너무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었다.“누구야?”강루인이 막 전화를 끊은 순간 지수현이 나타났다.그녀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노윤환. 주영도 비서야.”지수현은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미세하게 찌푸렸다.“그 사람이 왜 너한테 연락한 거야?”강루인은 노윤환이 전화를 걸어온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설마 주씨 가문이 파산해서 도우미 하나 고용할 돈도 없는 건가? 그래서 이제 너한테 손을 내미는 거야?”지수현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부하나 대표나 분수를 모르는 건 똑같네. 차라리 그냥 일찍 죽지.’“화내지 마. 내가 허락한 것도 아니잖아.”강루인은 손가락으로 잔뜩 찌푸려진 그의 미간을 부드럽게 눌러주며 말했다.지수현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이었다.“네가 감히 허락하기만 해봐. 내가 정말...”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루인이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네가 정말 뭐?”지수현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죽도록 키스해버릴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곧바로 강루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지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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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50화

    주영도는 순간 움찔하더니 다급하게 부인하며 변명했다.“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루인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강루인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주영도, 난 이제 너를 미워하지도 않아.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내 마음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 담을 수 있어. 그 외의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마음에 둘 여유는 없어.”그녀는 말을 이어가며 힘을 주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그의 팔을 하나씩 떼어냈다.주영도의 살을 파고들 정도로 손가락에 강한 힘을 줬지만 강루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어차피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으니까.“여보...”주영도가 놓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강루인은 그를 남겨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렸다.주영도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만약 강루인이 한 번이라도 고개를 돌렸다면 그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그런 것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주영도의 눈물은 강루인에게 그저 악마의 눈물과 다를 바 없었고 결코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환한 얼굴로 돌아와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의 손에서 지은우를 받아 안았다.지은우는 입만 열었다 하면 달콤한 말부터 쏟아냈다.“엄마, 저 보고 싶었어요? 저는 오늘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하루 종일 엄마 생각만 했더니 가슴이 아플 정도였어요.”강루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억지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난 따뜻한 웃음이었다.“꼬맹이가 못하는 말이 없어. 어린 나이에 가슴이 왜 아파.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쳐준 거야?”지은우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진짜예요. 못 믿겠으면 엄마가 직접 만져봐요.”아이는 강루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더니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말했다.“뛰고 있죠? 엄마를 위해 뛰고 있는 거예요.”강루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능글맞기는.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49화

    강루인은 주영도를 어떻게 자극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전남편이라는 호칭도, 아들이라는 말도, 그녀가 내뱉는 모든 말이 주영도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찔렀다.강루인이 그를 내버려둔 채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듯 주영도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그는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불쾌감이 가득 담긴 강루인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그녀가 손을 빼내려 했지만 주영도는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강루인의 손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하며 말 대신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놔!”주영도는 마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죄수처럼 돌아갈 길도 물러설 곳도 없었다.그는 어떻게든 강루인을 다시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었다.“지수현이랑 결혼하지 않으면 안 돼?”주영도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이 손 놔!”강루인은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그의 손아귀가 지긋하다는 듯 뿌리치며 어떻게든 손을 빼내려 했다.하지만 주영도는 오히려 그녀의 손목을 더 꽉 붙잡은 채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그대로 품에 끌어안았다.그는 강루인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부탁이야.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난 네가 그 사람과 결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너희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아.”설령 강루인이 지금 당장 자신과 함께하지 않더라도 결혼식만 세상에 알리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렇다면 주영도는 여전히 자신을 속인 채 그녀가 아직 미혼이기에 자신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의 간절한 바람은 강루인의 마음에 그 어떤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주영도, 넌 정말 역겨워.”그 말을 들은 주영도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하지만 강루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결혼식이 뭐가 중요해? 나와 지수현은 이미 부부야. 우리는 이미 한 침대에서 잠도 잤고 부부가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48화

    노윤환은 백미러 너머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주영도를 조용히 바라보았다.그 시선을 느낀 주영도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노윤환이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다.사실 구연정이 주영도에게 보이는 집착이나 그가 강루인에게 보이는 집착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하지만 주영도는 여전히 자신은 괜찮고 다른 사람은 안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노윤환은 그 속마음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없었다.괜히 조용히 있는 호랑이의 수염을 건드렸다가 결국 고생하는 건 자신일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주영도는 언제나 남에게는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었고 그 이중적인 태도만큼은 누구보다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람이기도 했다.노윤환은 재빨리 말을 바꿨다.“물을 마실 건지 여쭤보려고 했습니다.”주영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한편, 지수현은 행동력이 빠른 사람이었다.강루인이 청혼을 받아들이자마자 그는 곧바로 결혼 준비에 서둘렀다.결혼식 디자인은 업계 최고 수준의 웨딩 기획사에 맡겼고 웨딩드레스 역시 유명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를 찾아가 강루인만을 위한 드레스를 제작하게 했다.지수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모든 것을 강루인에게 안겨주고 싶었고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기를 바랐다.그는 지금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아내 역시 같은 행복을 누리게 하고 싶었다.“보니까 지수현 씨가 너한테 정말 잘하는 것 같아.”함지율은 날이 갈수록 얼굴빛이 좋아지는 친구를 바라보며 진심 어린 감탄을 자아냈다.강루인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응. 좋은 사람이야.”함지율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사랑하게 된 거야?”강루인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아.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나다워지는 것 같아.”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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