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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비담
강루인의 침묵이 주영도의 눈에는 일종의 인정으로 보였다.

요 며칠 구아정 때문에 계속 억지를 부리더니 이젠 구아정을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모습에 주영도는 실망이 컸다.

구아정은 세상 서러운 듯 주영도의 품에 안긴 채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엉엉 울었다.

“오빠, 나 집에 갈래.”

주영도는 싸늘한 눈빛으로 강루인을 쏘아보더니 더는 뭐라 하지 않고 구아정을 부축해 차에 태우고는 먼저 가버렸다.

그의 눈빛에 강루인은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멀어져가는 고급 세단을 보던 홍보팀 직원이 불안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루인 씨, 사모님 때문에 우리 혹시 다 잘리는 거 아니에요?”

사모님이라는 단어가 또다시 비수처럼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저런데도 구아정을 그냥 여동생이라 생각한다고? 어떤 여동생이 와이프보다 더 중요해?’

강루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글쎄요. 누가 알겠어요.”

어차피 퇴사할 생각이었던 터라 잘리든 말든 이젠 상관없었다.

일행은 식당 앞에서 헤어졌고 강루인은 택시를 타고 선샤인 빌리지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오용주와 진경자가 그녀를 맞이했다.

술 냄새를 맡은 진경자는 바로 해장국을 끓이러 갔고 오용주는 잔소리를 시작했다.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임신 준비 중에는 술 마시면 안 되는 거 몰라요? 계속 이렇게 몸을 망가뜨리면 큰 사모님은 언제 손주를 안아보고 큰집은 언제 후사를 보겠어요?”

오용주의 태도를 예상했던 터라 별로 놀라지 않았다. 어쨌거나 오용주는 박정금의 명령을 받고 왔으니까.

강루인은 머리가 지끈거려 더 이상 말싸움하고 싶지 않았고 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안 마실게요.”

그러고는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오용주가 그녀를 불렀다.

“주방에 데워 놓은 보양탕이 있는데 그거 드시고 쉬세요.”

그녀가 먹지 않으면 바로 박정금에게 일러바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억지로 보양탕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속이 더부룩해졌다. 오늘 술에 보양탕까지 먹어 배 안에 물밖에 없는 것 같았다.

겨우 벗어난 강루인은 곧장 2층으로 올라가 숨을 돌렸다.

침실.

텅 빈 방을 보던 그녀는 문득 구아정과 주영도가 껴안던 모습이 떠올라 속이 울렁거렸다. 결국 변기에 엎드린 채 싹 다 게워냈다.

세면대에서 입을 헹구고 턱에 묻은 물기를 닦아낸 후 두 손으로 세면대를 짚었다. 거울을 들여다봤는데 생리적인 반응 때문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강루인은 한눈에 사람을 사로잡는 미모의 소유자였다. 외모만 놓고 보면 구아정은 그녀의 상대가 안 되었다. 평소 차갑던 모습과 달리 촉촉하고 하얀 얼굴이 무척이나 가련해 보였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나약함은 무기지만 싫어하는 사람의 나약함은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주영도에게 강루인은 후자에 속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이불로 몸을 감싼 자세가 가장 편안했다.

한밤중에 집에 들어온 주영도는 맞이하러 나온 도우미들을 무시하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침실 커튼이 쳐지지 않아 달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새근새근 잠든 강루인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손바닥만 한 얼굴이 이불에 반쯤 파묻혀 있었는데 평소와 같은 자세로 자고 있었다.

얇은 이불 아래 그녀의 몸매가 또렷하게 드러났고 공기 중에 강루인의 체취가 희미하게 풍겼다.

주영도의 시선이 잘록한 허리에 머문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다. 손끝에 부드러운 감촉이 아직 남아있는 듯했다.

강루인의 몸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주영도는 잘 알고 있었기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이불 위에 올렸다.

간신히 잠들었던 강루인은 갑자기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맹수가 쫓아오는 꿈을 꿨는데 끔찍한 송곳니로 그녀를 산 채로 잡아먹으려 했다. 겁에 질려 미친 듯이 도망치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한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주영도가 침대 앞에 서 있었다. 벌떡 일어나 그의 품에 안겼다.

“여보, 나 악몽 꿨어.”

꿈속의 맹수가 어찌나 무서운지 현실처럼 느껴졌다.

주영도는 잠깐 멈칫했다가 부들부들 떠는 강루인을 토닥였다.

시간이 흐르자 정신이 들었다. 강루인은 그제야 진짜 사람을 안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부드럽던 몸도 점차 굳어졌다.

잠자리할 때 말고는 서로 껴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주영도가 싫어하기 때문에.

강루인은 재빨리 뒷걸음질 쳐 그와 거리를 두면서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왜 들어왔어?”

구아정이 하도 서럽게 울어서 밤새 위로해줄 줄 알았다.

강루인이 뒷걸음질 쳤지만 향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녀의 말에 집으로 들어온 목적이 떠올랐다.

“이 와중에 잠이 와?”

강루인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왜 자면 안 되는데?’

주영도가 말을 이었다.

“아정이 예전에 안 좋은 일을 겪은 거 몰라? 너 때문에 지금 그 병이 재발해서 상태가 엄청 안 좋다고.”

강루인이 따뜻했던 그의 품을 느끼기도 전에 싸늘한 질책이 쏟아졌다. 주영도의 익숙한 얼굴에 낯선 걱정이 보였다.

갑작스럽게 잠에서 깬 탓인지 심장이 날카로운 것에 찔린 듯 아팠다.

“집에 들어온 이유가 이거야?”

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아정이는 그냥 여동생이라고. 너한테 조금도 위협이 안 되는데 왜 자꾸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강루인은 화가 나면서도 생기가 도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무표정한 얼굴 말고도 다른 표정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또 여동생 타령이네.’

이젠 여동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진저리가 났다.

“내가 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는 건데?”

강루인이 차분하게 되물었다.

“프로젝트는 영도 씨가 아정 씨한테 줬고 내 일은 아정 씨가 정해줬어. 전에는 직장이 놀이터가 아니라면서 억울하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지 않았어?”

주영도가 말했다.

“널 부른 건 네 능력을 높이 사서 부른 거야.”

‘구아정한테 고맙단 인사라도 하란 말이야?’

주영도가 말을 이었다.

“회사가 널 몇 년이나 키워줬는데 놀고먹기만 할 거야? 그 정도 위기 대처 능력도 없어?”

따지고 드는 그의 말에 강루인은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나야말로 영도 씨 와이프라는 걸 잊은 거야? 다른 여자 때문에 와이프를 혼내다니. 세상에 이런 남편도 다 있어?’

밤이 어두워 강루인이 흘린 눈물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목이 메는 것도 억지로 참았다.

“아정 씨가 밖에서 괴롭힘당할까 걱정되면 새장이라도 만들어서 가둬 놔. 그럼 아무도 못 건드릴 테니까.”

비꼬는 뜻이 다분한 말에 주영도가 버럭 화를 냈다.

“강루인!”

강루인이 되물었다.

“내 제안이 별로야?”

‘영도 씨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거 아니었어? 소중한 보물을 지키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주영도가 시선을 늘어뜨렸다.

“너 원래 이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었어?”

강루인이 힘없이 피식 웃었다. 그녀도 그가 이렇게 뻔뻔하고 빌어먹을 사람일 줄은 몰랐다.

“할 얘기 더 남았어? 없으면 이만 잘게.”

그러고는 주영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등을 돌렸다.

주영도가 뭐라 더 말하려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후 전화를 받으면서 옷을 갈아입으러 옷방으로 향했다.

구아정은 오늘 일 때문에 상태가 불안정해져 병원에 갔다. 집에 온 김에 갈아입을 옷을 챙겨 가려 했다.

눈을 감으니 청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주영도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굳이 보지 않아도 누구의 전화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혼을 결심하긴 했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다른 여자와 다정하게 전화하는 모습을 보니 강루인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5년간의 결혼 생활이 한낱 웃음거리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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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9
중국사람들은 5라는 숫자를 참 좋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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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3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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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3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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