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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Auteur: 중신장지
이해리는 곧바로 미소 지으며 인사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정지안도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

정도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왔어? 어서 앉아. 다들 형만 기다리고 있었어.”

정지안은 회의 테이블의 주인석에 앉으며 담담히 말했다.

“난 그냥 잠깐 들르겠다고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형 오는데 당연히 성대하게 맞이해야지.”

정도원이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정지안은 반응하지 않았다. 의자에 기대앉은 채 문득 시선을 정도원 옆의 윤유나에게 돌렸다.

“이분은 누구지?”

이해리는 잠시 멈칫했다.

윤유나는 뜻밖의 관심에 감격한 듯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회사 재무부 팀장 윤유나야.”

정도원이 설명했다.

“재무부 팀장?”

정지안의 목소리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럼 그 자리는 원래 저 사람이 앉을 자리였어?”

그 말이 떨어지자 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시선이 윤유나와 이해리에게 향하며, 그제야 오늘 사모님도 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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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577화

    다른 사람들도 정지안의 침착한 말을 듣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네,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할게요.”정지안은 비서에게 현장을 맡기고 곧바로 이해리를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다.이해리는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라 똑바로 서기도 힘들었다.의식은 남아 있어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는 알았지만, 말하거나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했다.다행히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큰 문제는 없었다.의사는 갑작스럽게 심한 충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쓰러진 것뿐이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이해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침대 옆을 지키고 있는 정지안을 보자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다.“또 지안 씨한테 폐 끼쳤네요.”“그런 말 하지 마.”정지안은 고개를 저으며 이해리의 손을 잡았다.“알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네 옆에 있을 거야.”이해리는 감동할 겨를도 없이 공항 일을 떠올렸다.“공항 쪽은요? 다들 괜찮아요?”“괜찮아. 주세훈도 괜찮고. 그중에서는 제일 심하게 다쳤지만 이미 병원으로 옮겼어.”그 말을 듣자 이해리는 겨우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정지안과 눈이 마주친 순간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졌다.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이해리는 갑자기 손을 빼 얼굴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다.“공항으로 가는 내내 계속 생각했어요. 애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럼 난 교수님 볼 면목이 없어요. 교수님이 나를 얼마나 믿었는데요. 아픈 와중에도 모든 걸 나한테 맡긴 건 그만큼 날 믿어서였잖아요.”그 생각을 하니 이해리는 더 무너졌다.“만약 애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만약...”정지안은 그런 이해리를 잠깐 바라보다 곧 품에 끌어안고 머리와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달랬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지금은 다들 무사하잖아.”하지만 이해리는 생각할수록 공포가 밀려왔다.정말 큰 일이라도 났다면 어쩔까? 교수님을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자신이 데려온 연구원들을 볼 면목도 없었을 것이다.실험실 전체를 국내로 옮기겠다고 결정한 건 자신이었다.누구 하나라도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576화

    이해리는 생각에 잠겨 자기 손가락만 내려다보았다.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 일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었다.정지안은 오히려 이렇게까지 침착한 이해리가 신기한 듯 바라봤다.이해리는 씁쓸하게 웃었다.“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은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나요. 어떻게 해야 할지...”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 온 이상 이를 악물고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공항은 이미 난장판이었다.실험실 사람들이 하나둘 끌려가는 걸 보며 주세훈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저는 절대 같이 안 가요.”주세훈은 다른 후배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우리가 선배한테 뭐라고 약속했는지 잊었어? 지금 이 사람들 따라 돌아가면 국내 실험실은 어떻게 해? 그리고 애초에 저 사람들이 떳떳하면 왜 이런 식으로 강제로 사람을 끌고 가겠어? 저쪽도 자기들 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아니까 이런 비열한 수를 쓰는 거잖아.”주세훈은 앞장서서 소란을 일으키며 상대가 사람들을 데려가지 못하게 막으려 했다.사람들로 붐비는 공항에서 그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자 상황은 순식간에 통제할 수 없게 됐다.그는 애초에 억지로 끌려온 상황이었기에 더욱 격렬하게 저항했다.비행기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그들을 데려가려던 사람들이 초조해졌다.“이봐, 앞장서서 우리 일 망치지 마.”그들은 다급해지자 그대로 주세훈에게 달려들었다.“우리가 굴복할 것 같아?”주세훈이 외치며 달려들었고, 그대로 두 사람은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망설이던 다른 연구원들도 싸움이 시작되자 어쩔 줄 몰라 눈치만 살폈다.주세훈 혼자 여러 사람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그는 연구와 공부만 하던 사람이라 이런 상황에 익숙할 리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두 사람에게 짓눌리다시피 두들겨 맞았다.코피가 터졌다. 주세훈은 얼굴의 피를 훔치며 다시 말했다.“여기서 나를 때려죽여도 당신들 따라 안 가.”상대는 더욱 흥분해 그의 배에 발길질했다.공항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됐다.얼마 지나지 않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575화

    어제까지만 해도 주세훈은 자신이 좀 더 알아본 후 오늘 결과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그런데 오늘은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이해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설마 세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직접 확인하러 가고 싶었지만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도 막막했다.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후배 한 명이 다급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선배, 큰일 났어요. 세훈 선배가 그 사람들한테 강제로 끌려간 것 같아요.”“그 사람들이라니? 설마 해외에서 따라온 사람들이야?”이해리는 책상을 짚고 벌떡 일어섰다. 역시 말로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닫자 강제로 데려가려는 것이었다.이해리는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었다.“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주세훈이었다.전화를 받자 건너편에서는 온갖 소음이 들렸다.“선배, 이 사람들이 억지로 저를 데리고 가려고 해요.”현장은 몹시 혼란스러웠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렸다.‘정말 강제로 밀어붙이겠다는 건가?’이해리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너희는 일단 최대한 같이 붙어 있으며 시간부터 끌어. 내가 지금 바로 갈게.”자신이 데리고 돌아온 후배들이었다. 어떻게든 책임져야 했다.전화를 끊은 이해리는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넌 먼저 돌아가서 애들을 진정시켜. 오늘은 일단 쉬게 하고. 실험실에 무슨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 줘.”말을 마친 이해리는 정지안에게 전화를 걸면서 공항으로 향했다.그녀는 정지안과 함께 상황을 수습하러 가려 했다. 소식을 들은 정지안은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엑셀을 끝까지 밟으며 제일 빠른 속도로 공항을 향해 달렸다.차 안에서도 이해리는 불안한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국내 관련 부처에 전화를 걸었다.“이번엔 일이 너무 커졌어요. 저는 이미 여러분과 협력하기로 약속했어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여러분께서 저희를 지켜 주셔야 합니다.”이해리는 최대한 침착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설명했다.갑자기 이런 일이 터져 관련 부처에도 부담이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원래라면 그들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574화

    윤유나는 통화하면서도 멀어지는 쪽을 한번 바라봤다.이해리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윤유나는 자신의 계획이 곧 성공할 거라 확신했다.그녀는 몸을 돌려 전화기 너머의 남자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그냥 당신 일에 대해 조금 물어본 것뿐인데 그것 때문에 날 피한 거예요? 그럴 줄 알았으면 아예 안 물어봤죠.”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줄곧 연구실과 학교만 오가던 사람이었다. 이번에 이해리의 실험실을 따라 귀국했지만 여태껏 연애 경험은 거의 없었다.윤유나가 몇 마디 다정하게 떠보자 금세 경계심을 풀고 이런저런 일을 털어놓았다.이해리가 뭔가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아낸 윤유나는 전화를 끊고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오늘 이해리가 자신 앞에서 잘난 척한 것에 복수할 절호의 기회였다.윤유나는 휴대폰을 넣은 뒤 다시 머릿속으로 계획을 굴렸고 마침내 꽤 괜찮은 방법을 하나 떠올렸다.3일 뒤.이해리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들었다.며칠 전부터 해외 쪽 사람들이 국내로 들어와 실험실 직원들에게 갖은 회유와 협박을 하며 해외로 돌아오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그런데 이 정보가 대체 어디서 새어 나간 걸까?소식을 들은 이해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그들은 이미 국내로 돌아온 지 꽤 됐다.정부 역시 이해리에게 관련 문제는 도와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이해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가 정보를 넘겼는지 알아?”주세훈은 고개를 저었다.“저도 이런 움직임이 있는 걸 알아채고 바로 선배한테 온 거예요. 누군지는 아직 모르겠어요.”사실 주세훈은 전에 한 동료를 의심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최근에는 그 사람이 얌전히 지내고 있었기에 함부로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해리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자 주세훈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선배, 제가 전에 말했던 거 기억나요?”이해리는 지금 해외 당국의 움직임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그들이 화가 난 이유는 실험실 인원이 통째로 빠져나왔기 때문이었다.처음에는 장비를 돌려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573화

    이해리는 눈앞의 여자를 담담히 살폈다.윤유나의 뺨에 남은 손자국과 팔에 난 상처들을 보면 가정폭력을 당한 게 분명했다.이해리는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가 먼저 물었다.“이거 다 정도원이 그런 거야?”윤유나는 대답하기 싫다는 듯 얼굴을 돌렸으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 반응만으로도 이해리는 답을 알 수 있었다.그래도 정도원이 윤유나에게까지 손을 댈 줄은 몰랐다.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자 이해리는 저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연민이 생겼다.“굳이 정도원 옆에서 계속 버틸 필요 없어. 정도원은 믿을 만한 남자가 아니야. 그렇게 오래 옆에 있었는데도 유나 씨는 아직 원하는 걸 얻지 못했잖아. 그런데도 미련이 남았어?”이것이 이해리가 윤유나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선의였다.하지만 윤유나는 고개를 들어 이해리를 바라보며 마치 자신 앞에서 우쭐대는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충고해? 내가 지금 이렇게 된 건 다 네 탓이야.”“그때 해리 씨가 끝까지 도원 씨하고 이혼을 안 하겠다고 버티지만 않았어도, 해리 씨가 계속 나를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내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됐겠어.”처음 윤유나는 이해리 대신 옆에 둔 대체품에 불과했다.그때만 해도 정도원은 분명 자신을 좋아했다. 만약 이해리가 일부러 시간을 끌며 정도원과 이혼하지 않았더라면...윤유나는 자신이 겪은 모든 불행을 이해리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이해리는 어이가 없어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지금 잘난 척하려고 이렇게 말하는 줄 알아?”“아니면 뭔데? 해리 씨가 그렇게 착한 사람일 리가 없잖아.”윤유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자기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예전에 내가 정도원 옆에 있을 때는 죽어라 우리를 괴롭혔잖아. 그때는 왜 이런 말을 안 했는데? 지금은 내가 너보다 못살고 내가 행복해지지 못했으니까 네가 우월감 느끼면서 훈계하는 거잖아.”윤유나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그 말을 듣고 나니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572화

    이해리는 짐짓 뒤로 물러나며 웃었지만, 정지안의 눈빛이 순식간에 짙어지는 것을 보고 흠칫했다. 오늘 밤도 평범하게 넘어가긴 글렀다는 직감이 들었다.정지안이 한 걸음씩 다가왔다. 조금 전의 질투와 불만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이해리를 향한 노골적인 욕망만이 그의 눈동자에 가득했다.이해리가 다급히 외쳤다.“아참, 오늘 고양이 밥을 아직 안 줬어요. 내가 가서...”하지만 정지안은 이미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걱정하지 마. 너부터 챙겨 줄게.”말과 함께 뜨거운 입맞춤이 쏟아졌다. 이해리는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손을 남자의 등 뒤로 천천히 옮겨 상처 난 부위를 더듬었다.“등은 이제 괜찮아요?”잠시 입술이 떨어진 틈을 타 이해리가 물었다.정지안은 잠깐 멈칫하더니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에 이해리가 발끈했다.“왜 그러세요? 대답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아직 등이 아팠으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겠어?”그 말을 마치자 정지안의 움직임은 오히려 더 거칠어졌다.이해리는 그제야 자신이 쓸모없는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그날 그렇게 차갑게 거절했던 사람이, 상처가 쑤셨다면 오늘 같은 행동을 할 리가 없으니까.긴 밤이 끝나고 녹초가 된 이해리는 정지안의 품에 안겨 욕실로 향했다. 정지안의 손길은 아주 부드러웠다.너무 편안해서 이해리는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았다.그러다 욕조 안에 앉혀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남자의 기척을 느낀 이해리가 눈을 번쩍 떴다.“뭐 하세요?”‘조금 전에 이미 몇 번이나 했는데 또?’정지안의 움직임에는 질투와 불안이 섞여 있었다.이해리도 그의 마음을 알기에 맞춰주려 했지만 지금은 정말 한계였다.그러나 정지안은 귓가에 노골적인 말을 속삭이며 그녀를 몰아붙였다.이해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만 해요. 벌써 몇 번이나...”하지만 정지안의 큰 손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그는 이해리의 몸을 돌려 자신의 품에 가뒀다.정지안은 낮은 목소리로 달래듯 속삭이며 이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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