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rtir

제7화

Autor: 중신장지
이해리가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저 혼인신고서를 내려오려고요.”

정지안은 잠시 멈칫했지만, 더 캐묻지 않고 의자를 밀어냈다.

훤칠한 키에 다리가 길어서 발끝만 살짝 들어도 쉽게 선반 위의 서류철에 손이 닿았다.

정지안은 혼인신고서를 쓱 훑어보다가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그는 혼인신고서를 이해리에게 건네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군요.”

이해리는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서류를 받아 들며 가볍게 말했다.

“고마워요, 아주버님.”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서 혼인신고서를 받아 들고도 뼛속까지 시린 한기를 느꼈다.

서류에 적힌 내용은 이 결혼이 얼마나 허망한 농담인지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정도원의 그 지독한 사랑 연기 속에는 처음부터 세 사람이 공존했던 것이다.

정지안이 시선을 내렸다.

이해리보다 키가 훨씬 커서 그녀의 동그랗고 예쁜 정수리만 보였다.

그녀는 새하얀 손으로 혼인신고서를 꽉 잡고 있었는데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버렸다.

남자가 태연하게 물었다.

“혼인신고서는 왜 가져가는 거죠?”

“아, 그냥 집에 가져다 두려고요.”

이해리는 서둘러 변명을 둘러댔다.

남자는 따스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뜨거운 열기에 데일 것 같지만 끝내 아무런 제스처가 없었다.

그는 천천히 소매 단추를 고쳐 매고 문밖을 나섰다.

이해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가운 수납장에 등을 기댔다.

허벅지 안쪽에는 여전히 지독한 열기가 남아 있어 황급히 치맛자락을 끌어 내리고 혼인신고서를 가방 깊숙이 밀어 넣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온 그녀는 태연하게 문밖을 나섰다.

정도원은 아직도 뒤 정원에서 몇몇 친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이해리가 담담한 얼굴로 다가와 그의 옆에 섰다.

몇몇 친척이 정도원에게 얘기했다.

“지안이가 며칠 전에 왔으면서 오늘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대.”

정도원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비행기로 온 거 아니었어요?”

“아니야. 뭐 경매 같은 데 간 모양이야. 나도 얼핏 들었는데 골든 경매장에 갔다나 뭐라나.”

“에이, 아닐걸요. 저도 그날 거기 있었는데 전혀 못 봤어요.”

정도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리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베일에 싸인 217번 룸의 손님이 떠올랐다. 설마 정지안이 그녀를 위해 최고가를 지른 미스터리 손님일까?

다만 그녀는 금세 그 생각을 짓눌렀다.

둘은 딱 한 번 만났을 뿐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다. 기껏해야 아주버님과 제수라는 빈껍데기만 씌워졌을 뿐인데 정지안이 아무리 대단해도 굳이 그녀를 도와줄 필요가 있을까?

정도원도 형이 미리 왔다는 소식을 못 들었으니 수상한 그 손님은 절대 정지안일 리가 없다.

이해리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사람들이 흩어질 무렵, 정도원이 그녀를 데리고 정지안에게 다가갔다.

“엄마, 형, 우린 먼저 갈게. 조만간 가족끼리 따로 만나서 식사해요.”

정지안은 의자에 나른하게 걸터앉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요즘 인수 건으로 바쁘니 식사는 천천히 잡고 오히려 너 말이야.”

불현듯 그가 고개를 들고 차가운 시선으로 돌변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엉뚱한 데로 새지 말고.”

형으로서의 경고가 너무나 노골적이었다.

정도원은 어릴 때부터 형에게 눌려 살았던지라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내가 뭘... 회사도 잘 운영하고 있어. 못 믿겠으면 요 이틀 재무제표 보여줄게. 마음껏 확인해봐.”

“회사만 얘기하는 게 아니잖아.”

정지안은 고개를 숙이고 차를 천천히 음미했다.

이해리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찰나의 순간, 엉뚱하고도 기이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도원에게 듣기로 정지안은 늘 밖에 머물지만, 집안의 모든 일을 훤히 꿰뚫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도원이 밖에서 저지른 그 짓거리들도 다 아는 걸까?

“알았어, 형. 해리랑도 잘 지낼게.”

정도원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이해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정지안의 시선이 그들의 손 위에 잠시 머물렀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이해리는 이 인간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피하고 싶어 무심코 손을 털어냈다.

정도원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또다시 손을 잡으려 했다.

자신의 행동이 정도원에게 망신을 줄 것을 예상했기에 이해리는 정지안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고 먼저 차 쪽으로 걸어갔다.

조수석에 앉자마자 정도원은 아까 그 온순하고 공손한 태도를 싹 거두어들이고 또다시 황태자가 된 것마냥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또 어른 행세하면서 날 가르치려고 들지! 어릴 때부터 늘 이런 식이야. 해외에서 잘 나가면 뭐? 나도 국내에서 나쁘지 않아! 해성에서 감히 나한테 덤빌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정도원은 습관처럼 담배 한 대 꺼내 물려다가 이해리를 보고는 참았다.

“요 몇 년 동안 내 회사가 잘 나가는 게 다 지안 형 덕분이라고 하는데 웃겨 정말! 왜 뭐든 다 형 공로냐고? 그리고 너도 말이야. 아까 왜 일부러 손 놨어? 형 앞에서 나 꼽 주려고 작정했니?”

정도원의 안색이 점점 굳어지고 말투에도 불만이 역력했다.

이해리는 듣는 내내 미간을 찌푸렸다.

요 몇 년간 정도원이 해성에서 얼마나 제멋대로 행동하고 사람을 얕잡아보는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 배후에 정지안의 세력이 없었다면 정도원은 얼마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형제 우애가 좋을 줄 알았는데 정도원은 겉으로만 형을 존중할 뿐 속으로는 이토록 반항심이 클 줄이야.

다른 건 제쳐 두더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위선적으로 손을 잡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해리는 혼인신고서가 든 가방을 껴안고 끝내 한 마디 내던졌다.

“오랜만에 손잡는 거라 적응이 안 됐어.”

차 안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하긴, 두 사람의 마지막 스킨쉽이 언제였는지 이해리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지경이었다.

정도원은 미간을 좁히며 담배꽁초를 뚝 부러뜨렸다.

“뭐라고?”

그녀는 남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앞으로 이런 불필요한 스킨십은 좀 줄였으면 좋겠어. 기분 별로니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귀청을 찢는 듯한 급브레이크 소리가 울렸다.

차가 굉음을 내며 인적이 드문 길가에 멈춰 섰다.

이해리는 관성에 밀려 창문에 부딪힐 뻔했다. 그녀는 넋이 나간 채 소리쳤다.

“미쳤어?”

별안간 정도원이 확 덮쳐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긴 해?”

이해리는 턱이 아프기도 하고 이 상황이 너무 우스꽝스러워 그를 밀쳐내려 발버둥 쳤다.

“내 말 틀렸어? 우리가 마지막으로 손잡은 지가 언제인지 넌 기억 나?”

정도원은 마치 금기라도 건드린 듯 눈빛이 어두워졌다.

“너도 설마 제수씨처럼 지안 형한테 홀린 거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이거! 형 앞에서 나랑 선 그으려고 스킨쉽도 거절한 거잖아.”

“정도원, 헛소리 그만해!”

이해리는 분노가 차올라 그를 힘껏 밀쳤다.

“역겨운 짓 저지른 건 너야. 괜히 나한테까지 덧씌우지 마!”

정도원은 지금 만인에게 추앙받는 정지안 때문에 완전히 긁힌 상태였다.

이해리가 발버둥 칠수록 그의 눈빛은 더욱 음침해졌다.

별안간 남자가 고개를 홱 돌리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덮쳤다.

이해리는 두 눈을 부릅뜨더니 고개를 돌려 피하면서 그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윤유나와 수없이 키스한 저 입술, 생각만 해도 역겨워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도원은 고통에 화들짝 놀라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내가 방금 뭐한 거지?’

그는 후회가 밀려와 입술에 피를 머금은 채 이해리를 끌어안으려 했다.

“미안해, 해리야. 정말 미안해.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나 봐... 잘못했어, 자기야.”

이해리는 힘이 다 빠져서 조수석에 기댄 채 그에게 안겨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은 황량함과 혐오감만 차올랐다.

한때 그토록 갈망했던 품이었으나 지금은 그저 역겨웠다.

“나 놓아줘.”

그녀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도원아, 제발.”

Continúa leyendo este libro gratis
Escanea el código para descargar la App

Último capítulo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621화

    그날 열린 축하연과 정지안의 청혼 성공 소식은 정도원과 윤유나가 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심여진은 그 실시간 검색어를 본 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이해리가 정지안에게 눈짓을 보냈다.정지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 말했다.“지금 어머니께 돈이 부족하지도 않고 이런 일에 더는 관심을 두고 싶지 않으시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해리는 이 재산도 결국 우리 집안의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정도원에게서 일부를 되찾았어요. 나머지는 관련 프로젝트의 피해 보상에 사용했고, 남은 돈은 어머니 노후 자금으로 드리려고 해요.”사실 그 돈은 많지 않았다. 정지안과 이해리가 심여진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그러나 심여진은 고개를 저었다.“이 돈은 필요 없다. 나는 이제 정도원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아. 앞으로 그 아이가 살든 죽든 나와는 상관없다. 그저 다른 곳으로 옮겨 편안히 요양하고 싶을 뿐이야.”나이가 들면서 과거에 가졌던 의욕과 고집도 이미 많이 사라졌다.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정지안과 이해리는 서로를 바라봤다.사실 두 사람도 이런 결과를 오래전부터 예상하였다. 그들은 억지로 권하지 않고, 경치가 아름다운 요양원을 이미 알아봐 두었다고 말했다.이곳에서 멀지 않아 두 사람도 자주 찾아갈 수 있었다.심여진은 동의했다. 그녀는 정지안과 이해리가 결혼식을 마친 뒤 요양원으로 가겠다고 말했다.에드워드는 깨어난 뒤 매우 빠르게 회복했다. 거의 일주일 만에 이해리를 도와 실험실 일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이해리는 실험실 전체의 권한도 다시 에드워드에게 돌려주었다.그동안 그를 대신해 너무나 많은 일을 처리한 탓에 사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이제는 손에 쥔 일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삶부터 돌보고 싶었다.한 달 뒤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오초아가 해외에서 급히 돌아와 이해리에게 큰 선물을 건넸다.그제야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620화

    하지만 이해리는 견딜 수 없이 피곤했다. 그녀는 정지안의 손을 잡고 먼저 말했다.“어머님 일을 잘 정리하고 나면 우리 휴가를 떠나요.”정지안은 좋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그렇게 약속했다.다음 날 정도원과 윤유나에게 내려진 판결 결과가 모두 나왔다.그동안 정지안과 이해리도 가만히 있지 않고, 두 사람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을 각각 사람을 보내 조사했다.그 과정에서 정도원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여러 단기 대출 계약을 복잡하게 체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윤유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듯했다. 재산을 손에 넣은 뒤 그 돈을 자신의 해외 계좌로 옮기려 했고, 이미 몇 사람을 매수하기까지 했다.처음에는 정말 해외로 달아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정도원이 자신에게 숨긴 채 그렇게 많은 일을 벌였고, 그 재산을 차지하려면 빚까지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너진 듯했다.그 모든 내용을 본 이해리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처리는 전부 정지안에게 맡겼다.윤유나는 원래 혼자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고의로 사람을 해치려 한 사건 때문에 정도원과 함께 체포됐고, 두 사람 모두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앞두게 됐다.한편 정지안이 이해리에게 약속했던 축하연도 정식으로 열렸다.이번 축하연에는 이해리의 친구 전원과 실험실 사람들이 초대됐다.그런데 축하연에 에드워드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스승이 깨어난 모습을 본 이해리는 몹시 놀랐다.요 며칠 정도원과 윤유나의 일을 처리하느라 실험실에는 거의 가지 못했다. 모든 일을 정지안과 다른 사람들에게 맡긴 채 다른 사정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가끔 병원에 가서 심여진을 찾아뵙는 것이 전부였다.그런데 이제 스승까지 깨어났으니 이해리는 크게 기뻐하며 다가갔다.에드워드는 그동안 주세훈과 다른 제자들이 계속 자신을 정성껏 돌보고 치료해 줬으며, 특효약을 쓴 뒤에야 깨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이전에 벌어진 일도 모두 들었다며 이해리가 고생했다고 위로했다.스승에게 인정받았다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619화

    윤유나의 말은 이해리에게 너무나 기괴하게 들렸다.이해리와 정도원의 결혼은 처음에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지키는 관계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윤유나가 끼어들었다.이해리는 두 사람을 놓아주기 위해 오래전에 정도원과 이혼했다.그 뒤에 벌어진 모든 일은 정도원과 윤유나가 함께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만든 결과일 뿐이었다.그런데 지금 윤유나는 그 모든 책임을 이해리에게 떠넘기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이해리는 갑자기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마음속 두려움은 이미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충격과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네가 이 지경이 된 것도, 너와 정도원의 관계가 망가진 것도 나와는 상관없어. 알아? 이 모든 건 너희가 자초한 일이야.”이해리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윤유나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네가 오랫동안 정도원의 곁에 남을 수 있었던 게 단순히 네가 수완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네가 예전의 나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야. 정도원은 너를 내 대용품으로 여긴 거라고.”윤유나는 갑자기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그래도 그 사람이 나에게 조금은 진심이었어! 아니었다면 내가 마지막에 임신했다고 속였을 때 모든 재산을 나에게 넘기지 않았을 거야!”그 말을 듣고서야 이해리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윤유나가 정도원에게 임신했다고 거짓말해 그 재산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이해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이미 돈을 얻었고 임신도 하지 않았잖아. 이 도시나 나라를 떠나면 좋은 미래를 살 수도 있어. 그 돈이면 평생 먹고사는 데 아무 문제도 없을 텐데.”몰락한 부자라도 평범한 사람보다는 나았다. 정도원의 손에는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이 있었다.회사 형편이 갈수록 나빠져 앞으로 회사만으로 먹고살 수 없고 윤유나가 직접 운영할 수도 없다고 해도, 그 돈을 활용하면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그런데 대체 왜 마지막까지 나를 찾아온 것일까?’윤유나는 이해리를 바라보며 웃었다.“별다른 이유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618화

    그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이 도시를 떠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윤유나는 이해리에게 직접 만나자고 제안했다.그 메시지를 바라보며 이해리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다.멍하니 있던 그녀를 옆의 정지안이 알아챌 때까지도 생각은 이어졌다.정지안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마침 화면에 떠 있는 내용을 보게 됐다.정지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가 보낸 메시지야?”이해리는 원래 혼자 해결하고 싶었지만 정지안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윤유나였군.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저들을 상대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네...”정지안은 차갑게 웃었다.그동안 정도원의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 윤유나라는 사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윤유나가 만나자고 한다면 가. 어떻게 상대할지는 이미 생각해 뒀어.”사실 이해리의 마음에는 망설임이 조금 남아 있었다.이렇게 좋은 날 굳이 다시 윤유나와 얽힐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정지안의 말도 옳았다.게다가 윤유나가 정도원이 가진 재산의 관리 권한을 손에 넣은 듯하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앞으로 윤유나가 그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일 가능성이 있었다.“그 사람 손에는 아직 그 집안의 재산 일부가 있어요. 반드시 만나서 그 재산을 되찾아야 해요.”결심을 굳힌 이해리는 상대에게 답장을 보냈다.그녀 역시 윤유나를 만나 이 모든 일을 끝낼 생각이었다.윤유나의 답장은 간단했다. 이해리가 만나겠다고 하자 윤유나는 일부러 아주 가까운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소식을 받은 이해리는 정지안과 다시 상의했다.두 사람은 모든 상황에 미리 대비한 뒤, 이해리 혼자 윤유나가 말한 교외 공원으로 향하도록 했다.그 공원은 평소 사람의 발길이 드물고 조금 황량한 곳이었다. 이해리는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일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 걸어가면서도 계속 윤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유나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617화

    정도원이 전부터 그녀에게 잘한 것도 아니었으니까.두 사람 사이의 일은 이미 단순한 사랑 문제라고 할 수 없었다. 정도원은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고 이제야 자신이 받아야 할 벌과 대가를 치르게 됐다.하지만 윤유나의 인생은 아직 길었다.그녀는 온갖 수단을 써서 재벌가 사모님 자리에 오르려 했지만 결국 처참하게 추락했다. 반드시 분노를 풀 기회가 필요했다.윤유나는 그 서류를 든 채 구치소 밖에 아주 오랫동안 서 있었다. 얼굴에는 끔찍하고 처연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이날을 위해 윤유나는 정말 너무 오래 참았다.그래서 재산을 손에 넣은 직후에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정도원이 혹시 다른 대비책을 남겨 두었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정도원이 아무런 낌새도 보이지 않고, 전화로는 그저 자신을 위해 사람들을 찾아다니라고 재촉하기만 하자 윤유나는 독하게 마음먹었다. 곧바로 정도원의 변호사에게 전화해 해임을 통보했다.그 뒤 온라인 생방송을 켜고 카메라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윤유나는 자신이 줄곧 강제로 내연녀가 된 것뿐이며, 다른 사람의 가정을 망칠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도원이 자신을 속이고 끝까지 이용한 뒤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여러분이 더는 저를 공격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일에서 저 역시 피해자일 뿐입니다. 전에 정도원의 달콤한 말에 속아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일을 저질렀다는 건 인정합니다...”윤유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누구나 그녀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해리는 더 잘 알았다.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영상을 보며 윤유나의 연기를 지켜보던 이해리의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이제 윤유나는 한시라도 빨리 정도원과 선을 긋고 싶었다.하지만 과거의 일은 정도원과 윤유나가 함께 저지른 것이었다.‘정말 윤유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린 이해리는 뜻밖에도 마침 주세훈을 발견했다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제616화

    “이런 상황에서도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임신한 게 분명하니까 찾아와 말하는 거죠.”윤유나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묻어났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그동안 계속 오빠를 도울 방법을 생각했지만 저도 정말 힘이 없었어요... 이제 임신까지 했으니 오빠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을 것 같아요.”그러면서 정말로 눈물을 흘렸다. 겉보기에는 꽤 가련하고 안쓰러워 보였다.정도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네가 나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준 건 알아. 하지만 나는 이제 감옥에 가게 생겼는데,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다른 바람은 없어요. 그저 안에서 잘 지내면서 어떻게든 빨리 나올 방법을 찾았으면 해요. 지금은 임신해서 정말 오빠를 도울 수 없지만, 그렇다고 오빠가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아요...”윤유나는 눈물을 닦으며 다시 말했다.“하지만 도원 오빠, 저는 임산부일 뿐이에요. 전부터 일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잖아요. 이제 오빠까지 갇혔는데, 저와 아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생각해 봤어요?”그 말을 들은 정도원은 멈칫하고 윤유나를 바라봤다. 묘한 예감이 들었다.“무슨 뜻이야?”“그게... 지금 회사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말해 줄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재산 관리 대리인이 되게 해 주면 안 될까요?”윤유나는 다급한 표정으로 정도원이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어 갔다.“이 요구가 너무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재산을 저에게 맡겨 주기만 하면 아이와 함께 잘 지내면서 오빠를 기다릴 수 있어요. 도원 오빠, 지금의 어려움은 잠깐뿐이에요. 나중에는 우리 둘 다 다시 좋아질 거예요. 네?”윤유나의 달콤한 말에 정도원은 정말로 멍해졌다.지금까지 자신이 겪어 온 일을 돌이켜 보니 마지막까지 곁에 남은 사람은 윤유나뿐이었다.특히 윤유나가 무력하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정말로 정도원의 앞날을 걱정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달콤한 말에 흔들린 정도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동의했

Más capítulo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