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케이틀린의 시점창문 사이로 흘러드는 서늘한 공기가 나를 깨웠다. 잠들기 전에 창문을 닫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나는 눈을 비비며 천천히 창가로 걸어갔다.수면 부족이었다.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었다. 그나마 그들이 내 휴대전화를 돌려준 것이 다행이었다. 릴스를 넘겨보는 동안 조금이나마 딴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까.침대로 걸어 돌아가는데, 에스테반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어젯밤의 목소리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지극히 다정한 어조였다.어젯밤으로 부족했던 건가? 이제 와서 뭘 어쩌자고 저러는 거지?나는 그를 무시한 채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이봐, 오늘은 안에만 있어라. 나가야 한다면, 경호원 없이는 절대 나가지 말고.”치, 언제는 나 혼자 나가게 내버려 두기라도 한 것처럼.그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돌아다녀도 좋다고 말하는 방식인가? 아니, 그건 그저 그럴싸하게 포장된 명령일 뿐이었다.“이건 내가 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려는 게 아니다.”아, 꺼져버려!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복도를 따라 멀어지는 그의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몇 시간 동안 더 침대에 누워있었다. 어제만 해도 조깅을 하러 나가기로 마음먹었었지만, 방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아가씨, 마담 미란다께서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오라고 하십니다.”아마도 로시오의 것으로 보이는 작은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힘겹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금방 내려갈게요.”나는 스웨트팬츠와 맨투맨 티셔츠를 꺼내 입고 양치를 했다.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눈 밑의 짙은 다크서클 때문에 마치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보였다.나는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물을 들이부었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 넘기며 거울 속 내 모습을 다시 올려다보았다.“이제 좀 낫네.”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그들과 합류했다. 에스테반을 제외한 모두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늘 있던 일이라 이상할 것도
에스테반의 시점그녀의 연애 관계에 관한 단순한 질문을 던졌더라면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나는 멍청하게 행동하는 쪽을 택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반응이란…“내 전 남친의 불륜을 내 얼굴에 대고 들먹이면서 내 자존감을 아주 잘 짓밟아 놓았잖아.”그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재상영되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더욱 멍청이처럼 느껴졌다. 그 질 나쁜 놈이 바람을 피웠다니. 나는 그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어떤 얼간이가 저지른 선택 때문에 내가 자기를 비웃고 싶어 할 거라고 그녀가 생각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빡치게 만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신사적으로 굴었던 건 아니었다.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어차피 신경도 쓰지 않는 남자를 위해 왜 눈물을 흘린단 말인가?그럼 넌 신경 쓰고 있고?나는 한숨을 내쉬며 힘겹게 문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 역시 다를 바 없는 놈이었지 않은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사과하는 것이었다.그녀의 방문 앞에 섰지만, 차마 문을 두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가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케이틀린…”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려 머리를 쥐어짜며 내가 부드럽게 불렀다.“저리 가!”그녀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에게는 감정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고, 어쩌면 우는 것이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몰랐다. 나는 내 방으로 걸어 돌아왔다. 조만간 그녀도 그 인간 쓰레기 같은 놈을 잊어야만 할 터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방으로 돌아온 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구스타보에게 문자를 보냈다.나: 케이틀린의 남친에 대해 찾아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원한다. 그놈이 어떤 인간인지, 그들의 관계는 어땠는지, 전부 다.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화면을 잠그고 휴대전화를 치워두었다. 케이틀린이 시트를 가져가 버렸기에, 나는 다른 시트를 꺼내 침대 위에 깔끔하게 정돈했다. 침대에 누워 나는 잠에 빠져들기를 청하며 눈을 감았다.문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노크 소리에 깜짝
케이틀린의 시점내 몸이 에스테반을 얼마나 탐하는지—그를 향한 내 욕망을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나는 그의 환심을 사려고 연기를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 자신으로 존재했던 것뿐이었다—내 뒤에서 다른 여자와 질펀하게 뒹굴던 남자를 위해 억눌러왔던 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악마가 나를 원했고, 우리도 서로를 원하고 있었으며, 아직은 내가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이왕 이렇게 된 것 최대한 즐기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는 그 같은 인간 쓰레기들이 하듯 나를 강제로 무력 행사하지는 않았다. 나는 내가 주도권을 잡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으로 내게 힘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하지만 그가 던진 한마디가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그 남친이라는 놈…”그놈이 어쨌다는 건가? 왜 이런 순간에 그놈 이야기를 꺼내는 거지?“생각하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이야기조차 나누지 마. 만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절대로.”글쎄, 그가 그놈 이야기를 꺼내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놈에 대해 생각할 일조차 없었을 터였다. 대체 자기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한단 말인가?나는 그를 밀쳐냈다.“당신이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어.”그가 나를 밑에 짓눌렀다. 그의 손이 내 두 손을 머리 위로 고정시켰다. 그의 눈동자는 어두웠고, 턱관절에는 힘이 들어갔다.“있어.” 그는 다른 한 손으로 내 무릎을 세워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그의 성기가 내 입구를 슬금슬금 자극하는 것이 느껴졌다.“싫어!”“싫다고? 그 얼간이 놈은 너를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잖아, 안 그래?”그 말이 가슴을 콕콕 찔렀다. 콜턴이 다른 여자를 품고 난 몇 초 뒤, 나를 문밖으로 쫓아내던 그 순간으로—그놈의 집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당연히 그놈은 나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놈은 내가 사라지길 바랐으니까. 어떻게 알았는지 에스테반은 그놈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내 얼굴에 대고 대놓고 조롱하고 있었다.
에스테반의 시점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내 참을성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노크 소리가 한 번만 더 들렸다간, 진짜 미쳐버릴 것이 분명했다. 케이틀린을 안에 들여보내든가, 아니면 내 마음의 평화를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였다.“문 열고 그 아이를 안에 들여보낼 때까지 계속 두드릴 거다. 필요하다면 밤새 여기 서서 두드릴 테다.”어머니의 성격을 잘 알기에, 그 말이 장난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큰 걸음으로 문으로 걸어가 획 열어젖혔다. 어머니가 앞으로 비틀거리며 나와 부딪혔다. 나는 어머니를 문밖으로 가볍게 밀어낸 뒤, 이 미친 짓에 동참한 케이틀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가리개에 불과한 타월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시선은 나에게 강렬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린 듯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작은 걸음으로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이제 와서 왜 이렇게 순진한 척을 하는 거지?나는 단숨에 그녀의 팔을 낚아채 내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녀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살짝 발을 헛디뎠다. 나는 그녀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표정이 놀라움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문을 잠그는 동안, 내 시선은 그녀의 타월에 묶인 느슨한 노트에 고정되어 있었다. 화가 난 그녀가 내 손을 털어냈다.그 작은 움직임에 타월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그녀의 완벽한 분홍빛 유두가 당당하게 드러났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따라 시선을 내렸다. 사타구니로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케이틀린의 시선이 발기한 내 성기로 내려왔다.그녀가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서둘러 쪼그려 앉아 타월을拾어 올렸다. 그 움직임에 그녀의 가슴이 출렁였다.“변태 새끼!”나는 코웃음을 치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하지만 넌 나를 원하잖아, 케이틀린.”그녀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
케이틀린의 시점내 침대에 앉아 있던 여인은 다름 아닌 에스테반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내가 겁을 먹어야 하는 건지 아닌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가 다가올수록 나는 발걸음을 뒤로 물러섰다.“아니다, 그러지 마라.”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다가오던 걸음을 멈췄다. “얘야, 지난밤 내 반응에 대해서는 미안하구나. 그저—”“그저 제가 죽은 여자와 닮아서요?” 내가 그녀의 말을 대신 끝맺었다.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유령을 보았다면 내가 더 심하게 반응했을 것이라 확신했으니까. 고인이 된 로라를 알던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였다. 스콧만 제외하고 모두가. 그 사실은 나를 호기심 나게 만드는 동시에 두렵게 만들었다.그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내 말은,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말이다.“아니다… 내 말은, 그래. 아니다.”그녀는 어느 쪽으로 정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렇다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앉으렴—괜찮다면 말이다, 물론.”당연히 괜찮았다. 이 상황에서 불청객은 나였으니까. 제법 큰 타월을 구해서 욕실에서 나올 때 몸에 두르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요, 괜찮아요.”나는 그녀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앉으려 신경 썼다. '뱀은 도마뱀을 낳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아니면 '사자는 염소를 낳지 않는다'였던가? 아무렴 어때.핵심은 디아블로 역시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그의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녀는 그의 나이 든 여성 버전일 수도 있었다. 그녀를 디아블라라고 불러야 하나?“내 불쌍한 아들이 죄책감을 짊어지고 있단다, 내려놓기를 거부하면서…”“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가 직접 그녀를 죽인 것은 아닌가 궁금해하며 내가 부드럽게 물었다.“나는 거기에 없었다. 에스테반, 스콧, 로라, 이렇게 셋뿐이었지. 적대 조직이 습격해 왔고, 결국 그녀가 죽고 말았다
에스테반의 시점‘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왜 지금 안 하는 거지?’ 그 말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상영되었다. 그 당시에는 성가시게만 들렸던 그 말이, 이제야 비로소 모든 이치에 들어맞았다.나는 전화를 걸어 구스타보를 불렀다.“돌아왔나?”“네, 돈(Don).”“내 집무실로, 당장.”나는 그가 대답할 틈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지체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지금까지는, 별다른 거 없습니다.” 그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말했다. “새로운 방 배치에 만족해하는 듯 보입니다만—”“그것 때문에 부른 게 아니다. 네가—해야만 할 일이 있다.”그는 의자에 편하게 몸을 기대며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제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는 건 잘 아시잖습니까, 돈(Don).”“좋다.” 나는 그레이스톤 가문 및 그들의 범죄와 연결된 인물들의 목록을 그에게 건넸다. “나를 대신해 이자들을 방문해라. 좀… 흥미롭게 만들어 보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방문 목적이 뭡니까, 보스?”“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 전부를 원한다.” 그러고는 스콧이 나에게 준 파일의 인쇄본을 그에게 건넸다. “이걸 훑어보면 왜 이자들이 중요한지 알게 될 거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들을 넘겼다.“오늘 출발해라. 이틀 뒤에 돌아오기를 기대하지. 협조하는 자가 있다면, 누구든 창고로 끌고 오도록.”나는 그자들을 다른 방식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계획이었다. 그들 중 몇몇은 반드시 끌려오게 될 것이라 100% 확신했다.“명심해라, 구스타보. 그레이스톤 가문이 직접 저지른 일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연루된 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책임은 그레이스톤 놈들에게 씌워질 터였다. 내가 들이칠 때, 그 누구도 나를 추적해 오지 못할 것이다. 설령 추적해 온다 한들 상관없었지만, 스콧은 신경을 쓸 테니까.구스타보가 문을 반쯤 나섰을 때 내가 그를 다시 불렀다.“너는 그 여자를 믿나?”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