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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태자검객
사실 예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이 우유였다.

학교 다닐 때도 엄마는 항상 아침에 우유 한 병을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느 날, 교실에 들어갔을 때 강시우가 내 앞자리 책상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때 강시우는 이미 키가 꽤 커서 몸을 숙이면 그의 그림자가 나를 완전히 덮을 정도였다.

비웃음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말했다.

“재미있는 걸 해보시죠, 도련님.”

그러자 강시우가 내게 웃으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우유병을 건넸다.

뚜껑을 여는 순간, 우유 향이 코끝에 닿기도 전에 하얀 액체가 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코끝과 쇄골, 옷깃과 치맛자락까지 모든 곳이 그 냄새로 젖어들었다.

나만 흐느끼고 있을 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쟤 좀 봐. 누굴 꼬시려고 저러는 거야?”

“아, 도련님 취향이 참...”

갑자기 엄지손가락이 내 뺨을 스쳐 지나갔다.

강시우는 턱을 괸 채 내 앞에 앉아서, 내 턱을 잡아 올려 한동안 바라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정말 못생겼네.”

그래서 지금은 우유만 보면 역겨움이 든다. 하지만 가장 증오하는 건 단연코 강시우다.

오늘 두 번째로 우유를 엎자, 우유를 가져다준 사람은 거의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을 지경이었다.

“한서은 씨... 제발 좀 드세요...”

나는 고개를 돌리며 싫다고 말했고, 소파 옆 유선전화기에 시선이 멈췄다.

그쪽으로 다가가 버튼을 눌렀다. 이 전화기는 오직 한 사람의 휴대폰으로만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자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는데, 강시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한서은 씨?]

강시우의 전담 운전기사이자 비서였다.

“강시우 좀 바꿔줘.”

[사장님께서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그럼 직접 가볼게.”

나는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별장은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어 입구에 경비원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경비원에게 강시우의 회사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아마도 강시우와 결혼하기로 한 것의 유일한 이점일 것이다. 아무도 나를 막지 않았고, 최상층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회의실에 들어가려는 순간 비서가 나를 잠시 막아섰다.

“한서은 씨, 옆 휴게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면...”

나는 단숨에 회의실의 큰 문을 밀어젖혔다.

가끔은 나도 내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 살다 보니 누군가를 끌어들여 함께 파멸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혹은 큰 소동을 일으켜 스스로를 철저히 무가치하게 만들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처럼 보잘것없는 사람도 구원받을 자격이 있는지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회의실에는 대부분 중년의 임원들이 앉아 있었다.

주석에 앉아 있는 강시우는 외모만으로도 이 중년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이질적으로 보였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40여 쌍의 눈동자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서인지 나는 순간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품에 안아 올렸다.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강시우의 담배 냄새를 맡은 순간이었다. 차갑고 잔인했던 그 사람처럼, 담배 냄새도 그랬다.

“언제 왔어?”

방금 전까지는 직원들을 호되게 꾸짖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었다. 이제 내게 말을 건넬 때는 한없이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였다.

내가 난입한 탓에 회의는 중단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강시우의 사무실에 안겨 들어와 있었다.

최상층에 자리한 사무실은 매우 넓었고, 아래로는 빽빽이 들어선 고층 건물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아래에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운명이 손안에 쥐어진 것만 같았다.

마치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개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일 수 있듯이. 나처럼 하찮은 존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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