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그 보고가 채 끝나기도 전, 수화기 너머 서울의 펜트하우스에서는 유리창이 깨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 살아있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한결은 아이폰을 쥔 손을 눈에 띄게 떨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서울의 야경을 안주 삼아 즐기던 여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수화기 너머의 흥신소 직원이 들으라는 듯 악을 썼다.
“뉴스에서 다 그랬어! 사고 현장 혈흔만 봐도 생존 가능성 없다고. 기사마다 사망 추정이라고 도배가 됐었는데, 어떻게 네가 살아있을 수가 있어!”
한결의 목소리가 볼품없이 뒤틀렸다.
3년 전 그날, 타임라인을 도배했던 사고 현장의 자극적인 사진들과 렉카들의 라이브 방송이 망막을 어지럽혔다.
“그리곤 흔적도 없이 사라졌잖아! 사고 현장에는 피만 가득한데 사람은 없어져버렸고, 그럼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니야? 상식적으로 그 몸 상태로 사라졌으면 벌써 진작에 죽어 없어졌어야 정상 아니야?”
분명 강현우라는 이름은 그날로 이 바닥에서 영원히 아웃됐다고 믿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그놈 그림자에 가려져 평생 2인자로 썩을 뻔했던 제 자신이, 그때서야 이 바닥의 원탑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는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숨이 막혀왔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마치 남의 인생을 훔쳐 살다 들킨 애송이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한결은 끓어오르는 불안을 억누르지 못한 채, 수화기에 대고 그대로 말을 이었다.
“더 알아봐. 샅샅이 뒤져보라고! 뭔가 구린 구석이 있을 거야. 얼굴만 비슷한 사람일수도 있고, 강현우 영상만 봐도 말투나 창법은 충분히 따라할 수 있다고. 아닐수도 있으니까, 아니 절대 아니어야 하니까 당장 확인해!”
한결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는 눈앞의 대형 스크린 속에 멈춰 있는 해솔의 흐릿한 실루엣을 찢어발길 듯 노려보며 덧붙였다.
“만약… 만약에 정말로 그놈이 맞다면, 왜 3년 동안 잠적해 있었는지, 그리고 왜 하필 이은재가 그놈을 찾아낸건지 1분 1초 단위로 파헤쳐. 이은재가 움직였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 또 그때처럼 그놈을 앞세울거라고!”
전화를 끊은 한결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화려한 펜트하우스의 스마트 조명이 오늘따라 그를 비웃는 것 같았다.
그는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폰을 움켜쥐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강현우… 죽었다고 했으면 그냥 죽은 대로 살지, 왜 기어 나와서 사람 미치게 만들어?”
다시, 고성 루나 바.
서울의 비명과는 대조적으로 이곳의 공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사장 도윤은 카운터 뒤에서 칵테일 글라스를 닦으며, 해솔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은재와 소망을 가늘게 뜬 눈으로 살폈다.
도윤은 이상하리만큼 해솔에게 집착하는 저 여자들을 경계하면서도, 묘하게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은재가 파고들 틈을 만들어주려는 듯, 해솔의 빈 잔에 말없이 얼음을 채워 넣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마치 이 상황이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는 듯 담담한 태도였다.
은재가 해솔을 똑바로 응시하며 다시 입을 뗐다.
“말했죠. 난 지금 잘나가는 가수를 여럿 맡고 있는 프로듀서라고. 윤해솔 씨, 당신 목소리… 이대로 묻히기엔 너무 아까워요. 내가 당신, 제대로 키워볼게요.”
옆에 있던 소망은 갑작스러운 은재의 선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언니? 나랑 의논도 없이 이렇게 지른다고?’
당황스러웠지만 소망은 입을 꾹 다물었다.
보조 프로듀서로서 은재를 보필해온 세월이 얼마인데, 저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게다가 강현우의 빈자리를 이을 압도적인 목소리가 절실한 건 은재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돌아온 해솔의 반응은 차가울 정도로 덤덤했다.
“거절하겠습니다.”
“…네?”
“전 그냥 지금처럼 취미로 노래하는 게 좋습니다. 굳이 서울까지 가서 큰일을 벌이고 싶지 않네요. 조용한 게 좋거든요.”
해솔은 미련 없이 기타 케이스를 닫았다.
단호한 거절에 바 안에는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때, 카운터 뒤에서 묵묵히 글라스를 닦던 도윤이 툭,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으며 다가왔다.
“자, 자. 얘기 다 끝났으면 그만들 일어나시죠. 해솔이가 싫다는데 자꾸 붙잡고 있으면 이거 영업 방해거든요.”
도윤은 검은색 앞치마 주머니에 무심하게 손을 찔러 넣은 채, 은재와 소망 사이를 파고들었다.
덩치 큰 도윤이 앞을 가로막자 두 사람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도윤은 그대로 문까지 안내하듯 한쪽 팔을 길게 뻗었다.
“고성까지 오느라 고생은 하셨는데, 밤바람이 찹니다. 서울 올라가는 길에 휴게소라도 들려서 뜨끈한 우동 한 그릇씩 하세요.”
은재가 다급히 도윤의 팔을 붙잡으며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도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루나 바의 묵직한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은재와 소망은 바깥으로 반쯤 밀려 나갔다.
“가시는 길 안 심심하게 아아라도 한 잔씩 타 드릴까? 그건 서비스로 줄 수 있는데.”
허허실실 웃으면서도 한 치의 틈도 내주지 않는 도윤의 철벽에, 은재와 소망은 결국 어떠한 확답도 얻지 못한 채 쫓겨나듯 바 밖으로 나섰다.
바닷바람이 섞인 밤공기가 뺨을 때렸다.
소망이 한숨을 내쉬며 차 키를 꺼내 들었을 때, 은재가 우뚝 멈춰 섰다.
“소망아, 차 키 넣어둬. 우리 오늘 여기서 자고 간다.”
“어? 언니, 갑자기요?”
“내일 날 밝으면 이 근처에 방도 좀 알아보자. 아예 여기서 지내면서 설득해야겠어.”
소망은 기가 차다는 듯 은재를 쳐다봤다.
“언니, 제정신이야? 여기서 살겠다고? 그럼 지금 서울에서 우리 기다리는 가수들은 어쩌고! 우리 담당 곡들 스케줄 다 어쩌려고 그래!”
그러자 은재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 말고도 할 사람 많아. 이참에 우리 밑에 후배들도 좀 양성하고 그러는 거지, 뭐. 야, 원래 대어 낚으려면 이 정도 공은 들여야 하는 거야.”
은재의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그 서슬 퍼런 눈빛을 마주한 소망은 결국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평소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서울로 차를 돌렸겠지만, 지금의 은재는 제 목숨줄이라도 붙잡고 있는 사람처럼 절박해 보였다.
“진짜 언니 고집은…”
소망은 투덜거리면서도 익숙하게 차키를 가방에 넣었다.
결국 두 사람은 서울행 고속도로 대신 고성의 낡은 민박집으로 향했다.
그 시각, 루나 바 안.
손님들이 빠져나간 뒤 해솔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도윤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조용히 살고 싶다던 너 바람… 아무래도 그른 것 같다, 해솔아.”
도윤의 시선은 해솔의 기타가 아닌, 그가 방금까지 서 있던 무대 위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3년 전, 그 지독하게 차가웠던 바다에서 건져 올린 건 단순한 조난자가 아니었음을…
그가 강현우라는 사실은 오직 도윤만이 알고 있었다.
“먼저, 지난 사고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아울러 저를 둘러싼 악의적인 루머들의 실체를 이 자리에서 바로잡고자 합니다.”해솔의 목소리는 차분했다.“그동안 유포된 허위 사실들은, 소속사 선배였던 박한결 씨가 악의를 품고 선동한 가짜 뉴스입니다. 이에 대한 증거와 허위 제보 정황은 이미 모두 확보하여 수사 기관에 제출한 상태입니다.”해솔이 대형 스크린을 가리키자, 도윤이 수집해 둔 박한결의 허위 제보 메일과 IP 추적 자료들이 화면에 띄워졌다.기자들 사이에서 거대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이미 팬의 목격담으로 의심을 품고 있던 터라, 해솔의 폭로는 사실상 확인사살이었다.박한결이 꾸며낸 거짓말들의 실체가 대중 앞에 낱낱이 까발려졌다.정적을 깨고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그럼 박한결 씨가 기자회견 직전 차량으로 돌진한 이유가, 가짜 뉴스의 실체가 폭로될까 두려워 입막음을 하려 했던 게 맞습니까?”“네, 맞습니다.”해솔은 기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대답했다.해솔의 단호한 태도에 분위기는 완벽하게 이쪽으로 넘어왔다.사실상 확인사살이었다.해솔은 옆에 선 은재를 바라보았다.여전히 긴장한 채 정면만 응시하는 옆모습이 보였다.해솔은 테이블 아래로 은재의 손을 찾아내어 힘주어 쥐었다.은재가 놀란 듯 고개를 돌려 마주 보았다.해솔은 가볍게 눈빛을 건넨 뒤,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은재 씨.”일주일 만에 들려온 해솔의 목소리에 은재는 눈물을 터뜨리며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해솔은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한 손길로 은재의 등을 토닥였다.3년 전의 기억 같은 건 전혀 모르는 듯, 여전히 다정하고 든든한 연인인 윤해솔의 모습 그대로였다.얼마 후, 은재가 의사를 부르러 잠시 병실을 비운 사이 도윤이 안으로 들어왔다.침대에 걸터앉은 해솔과 도윤의 시선이 무겁게 맞물렸다.도윤은 문을 닫자마자 목소리를 낮춰 면담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해솔아, 의사가 외상 수술 중에 위벽 쪽에서 종양을 발견했다고 하더라. 암이 강하게 의심된대. 환자 의식 돌아오는 대로 정확한 정밀 검사부터 다시 해보자고 하더군.”도윤의 말에 해솔의 눈동자가 잔잔하게 가라앉았다.방금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이 타이밍에 찾아온, 잔인한 소식이었다.해솔은 멍하니 닫힌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문밖에는 자신을 위해 일주일 밤낮을 지새운 은재가 있었다.“……은재 씨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형.”해솔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은재씨랑 약속했거든요. 강현우씨처럼 혼자 두지 않겠다고. 우선 검사부터 조용히 받겠습니다.”도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이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딸칵, 그 타이밍에 맞춰 병실 문이 열렸다.의사를 부르러 나갔던 은재가 서둘러 들어왔다.은재의 시선이
방 안에는 각종 기계장치가 규칙적으로 내는 기계음만이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은재는 일주일째 의식을 찾지 못하는 해솔의 침대 곁을 지켰다.마른 수건으로 해솔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사이를 정성스럽게 닦아내리는 은재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툭 치면 부러질 것처럼 마른 손목을 보며 가슴이 아려왔다.소나기가 그친 뒤 맑았던 그 여름날, 혼자 두지 않겠다며 다정하게 웃어주던 얼굴이 자꾸만 겹쳐 들었다.“제발… 깨어나기만 해줘요.”은재는 해솔의 이마 위에 덮인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나직하게 읊조렸다.도윤이 골절 상처가 깊어 회복이 늦어지는 것뿐이라며 안심시켰기에, 은재는 그 말을 믿고 있었다.그의 속이 암이라는 잔인한 진단으로 부서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같은 시각, 도윤은 서울 변두리의 한 폐건물 지하로 향하고 있었다.어두컴컴한 공간의 문이 열리자 먼지 냄새가 훅 끼쳤다.방 한가운데에는 의자에 묶인 채 엉망이 된 박한결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사고 직후 도주했던 그를, 도윤이 움직인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후배들이 쫓아 낚아챈 결과였다.“어, 어욱…! 당신 이거 미친 짓이야! 당장 안 풀어? 법대로 해, 경찰 불러!”박한결은 덜덜 떠는 와중에도 악을 썼다.하지만 도윤은 대답 대신 의자 앞으로 다가와 뚜벅뚜벅 멈춰 섰다.차갑게 내려다보는 도윤의 눈빛에는 감정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법대로 처리하기 위해 경찰에 넘기는 건 쉬웠다.하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훗날 그가 풀려난다면, 눈이 돌아간 박한결이 또다시 해솔에게 어떤 미친 짓을 저지를지
빨간불이 켜진 수술실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은재는 수술실 앞 대기실 의자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었다.옷에 묻은 해솔의 피가 비에 젖어 눅눅하게 굳어가고 있었지만, 추위를 느낄 새도 없었다.초점 없는 눈으로 바닥만 응시하는 은재의 손은 여전히 잘게 떨리고 있었다.“은재 씨!”복도 끝에서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도윤과 소망이 달려왔다.은재의 몰골을 확인한 소망이 헉, 소리를 내며 은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이게 무슨 일이야, 언니… 해솔 씨는? 수술 들어간 거야?”은재는 대답 대신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도윤은 굳게 닫힌 수술실 문과 은재의 옷에 남은 핏자국을 번갈아 바라보며 턱을 짓씹었다. 박한결을 그렇게 경고하고 짓눌러 놓았는데도, 결국 사달을 내고야 만 것이다.도윤의 눈에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소망이 은재를 다독이는 사이, 도윤은 쉴 새 없이 진동하는 휴대폰을 확인했다.화면에는 이미 스타더스트를 집어삼킨 억측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도배되고 있었다.[속보] 스타더스트 윤해솔, 기자회견 직전 의문의 교통사고… 정면돌파 무산?
그날 오후, 스타더스트 사옥 앞.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아스팔트 위로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었다.정식으로 예고된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기 위해 해솔이 은재의 배웅을 받으며 로비를 나섰다. 빗속에서도 사옥 앞 도로에는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가 빽빽하게 진을 치고 있었다.해솔이 횡단보도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위이이잉-!빗소리를 뚫고 지독한 엔진 굉음이 울렸다.검은색 차량 한 대가 통제선을 뚫고 해솔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운전대를 잡은 박한결의 눈은 이미 뒤집혀 있었다.비가 내려 어두컴컴해진 시야 속에서, 박한결은 오직 해솔을 끝장내겠다는 광기 하나로 차량의 상향등을 미친 듯이 켠 채 달려들었다.“해솔 씨!”은재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진 순간, 쏟아지는 빗줄기를 찢고 돌진하는 차량의 쌍라이트 불빛이 해솔의 시야로 사정없이 쏟아져 들어왔다.수증기를 뚫고 망막을 찌르는 그 강렬한 백색광이 닿는 찰나, 해솔의 머릿속으로 거대한 이명과 함께 지독한 기시감이 몰아쳤다.어디선가 본 듯한 불빛이었다.비릿한 빗물 냄새, 눈이 멀어버릴 것 같던 지독한 광량, 그리고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좁혀오던 죽음의 감각.언젠가 한 번 분명히 겪었던 것만 같은 낯익은 공포가 뇌리를 사납게 스쳤지만, 그 형체는 지독한 안개에 가려진 듯 끝내 잡히지 않았다.‘…이 느낌, 뭐지.’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의문의 잔상을 삼킨 순간, 거대한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다.쾅-!둔탁한 마찰음이 빗소리를 집어삼켰다.찰나의 순간, 해솔의 신체가 허공으로 부서지듯 붕 떴다가
후배의 그 짧은 한마디에 도윤은 지체 없이 기어를 변속했다.엑셀을 밟는 발끝에 힘이 실리며 차가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내달렸다.늘 한 박자 늦게 움직이던 시선이 백미러와 내비게이션 화면을 서늘하게 훑었다.본능적으로 가라앉는 호흡이 낯설지 않았다.도윤이 도착한 곳은 강남의 한 한적한 공유 오피스였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도윤의 후배들에게 사방이 가로막힌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단독 타이틀을 달고 은재를 난도질하는 기사를 써 내려간 가짜 뉴스의 시발점, 김 기자였다.도윤이 뚜벅뚜벅 걸어가 노트북 화면을 덮어버리며 김 기자의 앞에 섰다.낮게 가라앉은 도윤의 눈빛에 김 기자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말해.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작품이야.”도윤의 건조하고 서늘한 목소리가 좁은 오피스 안에 무겁게 가라앉았다.제 손목을 부러뜨릴 듯 꽉 쥐고 있는 덩치들과 도윤의 포스에 완전히 압도당한 김 기자가 침을 삼켰다.“단독 띄우고 인생 종 치고 싶지 않으면, 묻는 말에만 답해.”“바, 박한결이요…! 박한결이 시켰습니다! 선금받고 소스도 그놈이 다 던져준 겁니다!”김 기자의 입에서 박한결의 이름이 튀어나온 순간, 스타더스트를 발칵 뒤집어놓은 가짜 뉴스의 실체.그 지저분한 선동의 끝에는 박한결이 있었다.도윤은 곧바로 박한결을 파고들기 시작했다.후배들을 시켜 박한결의 주변과 과거 연예계 바닥의 소문들을 샅샅이 긁어모았다.같은 시각, 스타더스트 사옥 내부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