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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언짢은 마음

Author: 도화
심연정은 말을 잇다가 두 걸음 앞으로 다가오며 서정우를 안으려 했다.

서인준이 몸을 살짝 빼며 말했다.

“당신 몸에 세균이 있다고요.”

말투는 여전히 거칠었다.

심연정은 익숙하다 못해 체념한 듯했지만 하필 하시윤이 옆에 있어 그 말이 더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표정이 잠깐 일그러졌으나 그녀는 이내 억지로 미소를 되찾았다.

“아이고, 엄마가 깜빡했네. 그럼 조금 있다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인준은 서정우를 안은 채 그녀 옆을 지나 한효진에게 다가갔다.

“정우가 아까 왕할머니 보고 싶다고 했잖아. 빨리 인사드려야지.”

한효진은 아이를 안아줄 수 없으니 몸을 굽혀 가까이 다가갔다.

서정우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더니 한참 생각하고는 볼에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

한효진의 눈이 단숨에 가늘어졌다.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

“아이고, 착한 우리 정우.”

하시윤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 장면을 지켜봤다.

심연정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금세 다시 평정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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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509화 경계

    서경민은 허름한 나무 오두막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주변에는 부하들이 밤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한밤중이라 다들 쉬고 있던 참이었다.그런데 발소리가 들렸다. 서경민은 그 순간 눈을 번쩍 떴다.경계심이 강한 건 이번 일 때문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것이었다.아주 오래전 일이다. 서무열에게 끌려가 어딘가에 갇혔을 때였다.한밤중에 원정희가 들이닥쳐 주먹이며 발길질을 퍼붓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의 머리를 밟고 서서 어머니 욕을 해댔다.서무열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그 여자는 거리낌없이 제 마음대로 날뛰었다.그리고 그 여자 지시로 밥줄이 끊겼다. 더 버티다간 굶어 죽을 판이었다.결국 서경민은 입고 있던 옷을 길게 찢어 억지로 삼키며 겨우 목숨을 이어갔다.그 세월이 지나도 그는 여전히 온전히 잠들지 못했다. 늘 뒤숭숭하고 작은 기척에도 바로 깼다.지금처럼 말이다.그는 몸을 일으키며 바로 물었다.“무슨 일이야?”부하의 목소리였다. 이 으슥한 산중에서도 상대는 바짝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다.“회장님,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서경민은 옷을 입은 채 잠들어 있었던 터라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오두막을 나서자 부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옆에 나란히 서서 조용히 주변 동태를 살폈다.딱히 뭔가를 잡아내기가 어려웠다. 밤바람이 세차게 불어 나뭇잎이 쏴 울어댔고 사방이 온통 뒤숭숭했다.서경민이 다시 물었다.“구체적으로 뭐가?”“아까 불 피워서 밥 해 먹던 곳, 발각된 것 같습니다.”부하도 확신하는 건 아니었다.“거기 한 명 남겨뒀는데 아까부터 연락이 안 됩니다.”손에 쥔 휴대폰 화면에는 통화 기록이 떠 있었다. 방금 전 연달아 전화를 걸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받은 사람은 없었다.서경민은 말이 없었다. 표정만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일대는 신호도 잘 안 잡혔다. 그냥 전화를 못 받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쪽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판이니 경계심은 살갗처럼 달고 사는 것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508화 저돌적

    서지혁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뭉뚱그려 대답했다.“아직 정리 안 된 업무가 좀 있어서 그래.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하시윤이 물었다.“경찰이 다시 저택에 조사하러 갔다는데. 알고 있어?”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조사하라지 뭐. 문제가 있으면 밝혀질 거고, 없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포기하겠지. 결론적으로 우리한테 지장 주는 일은 없을 거야.”하시윤이 다시 물었다.“회장님 어디 있는지 알아?”서지혁이 말했다.“몰라.”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서경민이 정확히 어느 구석에 박혀 있는지 알지 못했다.하시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다른 전화가 걸려 왔음을 알렸다.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서지혁이 먼저 말을 가로챘다.“나도 이만 움직여야 해서 끊을게. 일 다 보고 다시 연락할게.”하시윤이 알겠다고 답하자마자 통화가 끊겼다.그녀는 곧바로 새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병원에 보냈던 경호원이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상대방이 다급하게 말했다.“하시윤 씨, 방금 큰일 날 뻔했습니다.”그 소리를 들은 하시윤은 심장이 발밑으로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경호원이 대답했다.“그게... 인경 아주머니가 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그러더니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그래도 안심하세요. 이쪽에 미리 사람을 깔아둔 덕분에 범인은 현장에서 바로 잡았습니다.”하시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인경 아주머니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요?”경호원의 설명에 따르면 인순 아주머니의 남편이 죽은 직후, 서지혁이 조인경의 병실 밖에도 사람을 배치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경호가 아니라 어둠 속에 숨은 매복이었다.결국 그 예상이 적중했다. 조금 전, 의사 차림을 한 남자가 조인경의 병실로 잠입했다.병실 안에는 간병인이 있었고 조인경도 깨어 있었지만 상대가 흰 가운을 입고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507화 확인 사살

    하시윤은 한동안 넋이 나간 채 서 있었다.“...돌아가셨다고요?”두어 번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정말 돌아가셨다고요?”인순 아주머니는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상태였다. 소파를 짚고 몇 번이나 일어서려 애썼지만 결국 다시 무너지듯 털썩 내려앉았다.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으로 범벅되어 있었다.“분명 괜찮다고 했잖아. 의사가 검사 끝나면 이제 잘 돌보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질식이라니.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죽냐고!”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려 제 아들을 바라봤다. 전화기 너머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 그녀가 다급하게 물었다.“왜? 의사가 왜 그랬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인순 아주머니의 아들은 입술을 달싹이며 대답했다.“병원에서 경찰에 신고했대요.”경찰을 불렀다는 건 사고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누군가 개입된 의문사였다.그 순간 하시윤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서경민.이제 하시윤은 주변에 무슨 일만 생겨도 일단 그부터 떠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경찰은 곧 현장에 도착할 것이고 유가족들도 병원으로 모여야 했다.하시윤이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주머니, 병원에 가실 거예요? 괜찮으시겠어요?”혹여나 충격에 쓰러질까 하시윤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아주머니는 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야죠. 당연히 가야죠.”아들이 어머니를 부축하며 일어서더니 하시윤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하시윤이 선수를 쳤다.“사람 보내서 모셔다드릴게요. 우선 가서 일부터 처리하세요. 제 걱정은 마시고요.”그녀는 경호원 한 명을 불러 아주머니를 부축하게 한 뒤 병원으로 가는 차에 태워 보냈다. 사람들이 떠나자마자 그녀는 곧장 발길을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방 안, 침대 곁에는 아기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에 앉은 서정우는 동생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다.모래가 든 장난감을 흔들자 자갈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아이는 그게 뭐가 그리 좋은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까르르 웃음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15화 이용

    서지혁은 하시윤을 한 번 보더니 그녀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다.“엄마,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성문영은 미간을 찌푸렸다.화가 난 나머지 서지혁에게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서지혁과 하시윤은 3층으로 올라갔다가 시간이 다 되자 서정우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왔다.서경민을 제외한 모두가 식탁 앞으로 모였다.서인준은 서정우의 옆자리에 앉더니 갑자기 하시윤을 보며 물었다.“형수님, 아버지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하시윤은 흠칫하다가 이내 대답했다.“괜찮으신 것 같아요.”사실 정확히는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21화 뽀뽀

    서인준이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 마침 앨범 구경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는 갓 귀가했는지 아직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벗어둔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치고 있었다. 단란하게 모여 있는 세 사람을 본 그는 너스레를 떨며 한마디 던졌다.“어이쿠, 단란한 세 식구가 모여 계시네.”말을 뱉자마자 뭔가 빠뜨렸다는 걸 깨달았는지, 서인준의 시선이 하시윤의 배 위로 향했다.“아니지, 네 식구구나. 곧 태어날 우리 조카님을 깜빡할 뻔했네.”그는 침대 가운데 펼쳐진 앨범을 보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이게 뭐야?”서지혁이 앨범을 들어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13화 상처

    하시윤은 금세 욕실에서 나왔다.일부러 서지혁에게는 시선을 주지도 않고 곧장 침대에 누운 뒤 이불을 끌어 올리고 눈을 감았다.서지혁은 이미 잠옷을 챙겨 두었다.평소였으면 바로 욕실로 들어갔을 텐데 하시윤이 저러고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그는 잠옷을 옆에 내려놓고 침대 옆에 섰다.하시윤은 그가 옆에 서 있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서지혁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하시윤은 참다못해 눈을 뜨고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변태 아니야? 왜 씻지도 않고 여기 서...”그녀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눈을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09화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

    서강 그룹에 도착한 타이밍이 절묘했다. 오후 근무 시작까지 딱 몇 분 남겨둔 시점이었다.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직원 몇 명이 줄을 서 있었고, 그 바로 옆이 전용 엘리베이터였다.서지혁은 하시윤을 데리고 전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아 서로 부딪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서지혁은 하시윤의 허리를 감싼 손을 끝끝내 거두지 않았다.지난번 하시윤이 한 번 회사에 들른 뒤로, 그녀의 정체를 두고 온갖 추측이 돌았다.하지만 서지혁과 하시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소문만 무성했을 뿐, 다들 반신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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