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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 제안 동의할게

Penulis: 도화
서지혁은 서정우의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불안한지 얼굴을 찌푸리고 자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한효진을 돌보는 가정부 유민숙이 들어와 심연정이 가려 한다고 일렀다.

유민숙은 한효진의 말을 곧이곧대로 전했다. 심연정이 직접 차를 몰고 오긴 했지만 서지혁더러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라 했다고 했다.

서지혁은 서정우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심연정이 거실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황급히 눈물을 훔쳤다.

서지혁이 다가가 말했다.

“가자.”

두 사람은 나란히 주차장으로 갔다. 차에 오른 뒤 심연정이 입을 열었다.

“할머니한테서 들었어. 시윤 씨의 골수가 정우랑 적합하지 않다며?”

그녀의 시선이 서지혁에게 향했다.

“가족들 중에 아직 골수 검사를 안 한 사람도 있지 않아? 그 사람들이 해보면 혹시 맞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서지혁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전에 가족들이 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을 때 내가 몰래 골수 적합성 검사를 하라고 했어. 그런데 다 적합하지 않아.”

심연정은 멈칫했다가 한참 뒤에야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랬구나.”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정말 방법이 없다면 의사 선생님 말대로 하나 더 낳는 수밖에. 요즘 기술이 발달해서 시험관 시술도 편하니까 큰 문제 없을 거야. 다만 돈이 좀 더 들겠지. 시윤 씨도 분명 동의할 거야. 그때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정우를 낳아서 넘기고 돈을 받았잖아. 돈이라면 뭐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혁이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갑작스러운 가속에 심연정은 하던 말을 멈췄다.

심연정은 4년 전 일을 다시 꺼내서 서지혁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예전이었더라면 알아서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참을 수가 없었다. 하여 산에서 내려온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쪽에 아는 의사가 있어. 불임 치료로 많은 가정을 도운 의사야. 내일 전화해서 물어볼까?”

서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가볍게 흘겨보았다.

“필요 없어.”

그러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정우가 기다릴 시간이 없대.”

심연정은 뭐라 말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몇 번이나 심호흡하고서야 간신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하긴. 정우가 기다릴 시간이 없지.”

조금 전 한효진이 이미 심연정에게 다 말해줬지만 포기하지 않고 설득해보려 했던 것이었다. 혹시라도 그가 원치 않을까 싶어서.

차가 심씨 가문 본가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심연정이 차를 등지고 몇 초 서 있다가 갑자기 다시 돌아서서 허리를 숙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리창을 두드리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일 시간 돼? 같이 점심 먹을까?”

서지혁이 대답했다.

“없어. 요즘 바빠.”

심연정의 눈가가 여전히 붉어 있었다. 거기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니 더욱 연약하고 서글퍼 보였다.

“알았어. 운전 조심해.”

서지혁은 대답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얼굴의 표정이 완전히 굳은 채로 빠른 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손에 든 가방을 소파에 내던졌다. 거실에 누군가 있었는데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

“연정아, 왜 그래?”

심연정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상대를 쳐다봤다. 두 눈에 짙은 원망이 담겨 있었다.

“4년 전에 왜 나한테 그런 일을 하라고 부추겼어요? 당신이 날 다 망쳐놓은 거 알아요?”

...

서지혁이 차를 몰고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하시윤.”

전화기 너머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지혁 씨, 나 결정했어. 의사 선생님의 제안 동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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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703화 보상

    서지혁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쌀 한 톨은커녕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도 갈증이나 허기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온몸에 힘이 넘치고 정신도 또렷했다.“난 안 먹어. 신경 쓰지 마.”하시윤이 고개를 숙이고 국수를 먹는 동안 서지혁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무심코 그녀의 웨딩드레스 치맛단에 박힌 다이아몬드를 손끝으로 매만지며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시윤이 괜히 쑥스러워져 말했다.“그만 좀 봐.”서지혁이 웃었다.“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안 봐?”하시윤이 콧방귀를 뀌며 살짝 몸을 돌렸다.“정말 못 말린다니까.”그녀가 국수를 다 먹자 서지혁이 곧바로 그릇을 받아 인순 아주머니에게 건넸다. 미리 준비해 둔 휴지로 하시윤의 입가를 닦아 준 뒤, 옆에 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립을 다시 손봐 달라고 했다.모든 준비가 끝나자 서지혁이 하시윤의 손을 꼭 잡았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새삼스러운 감회가 묻어났다.“드디어 나한테 시집왔네.”하시윤이 그의 손을 살짝 꼬집었다.“진작 혼인신고까지 했잖아. 법적으로도 부부인데 아직도 나 못 믿겠어?”“그거랑은 다르지.”서지혁이 말했다.“혼인신고는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는 거고 결혼식은 주변 사람들한테도 우리가 부부라는 걸 알리는 거니까. 의미가 다르잖아.”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최승우도 일단 본가에 오라고 했어. 여기 와서 얼굴이라도 비추라고.”하시윤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아, 그만 좀 해. 유치하게 왜 그러는 거야?”서지혁이 낮게 웃었다.“왜 또 삐졌어.”그때 서정우와 서시은도 아래층에서 간단히 요기를 마친 뒤 다시 올라왔다.서시은은 곧장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왔다.“엄마.”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결혼?”서정우가 옆에서 대답했다.“응. 오늘 아빠랑 엄마 결혼하는 날이야.”서시은은 하시윤의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아기.”그러더니 자기를 톡톡 건드렸다.“아기.”서정우가 설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702화 소란

    살구와 김성빈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하시윤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그녀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저 이 정도뿐이었다.“제 생각엔 성빈 씨한테 살구 씨 마음을 명확하게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거기까지 생각 못 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남자들이란 게 참 그래요. 일할 때는 똑부러지고 능구렁이 같은데 이럴 때는 바보처럼 답답하다니까요.”그 말을 하면서 하시윤은 문득 서지혁을 떠올렸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서지혁이 여자 마음을 그렇게도 모를 줄은 꿈에도 몰랐을 터였다.살구는 시선을 내리깐 채 말했다.“고민 좀 해볼게요.”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다.세 사람은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내일 아침부터 일찍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결혼식 당일에는 아침부터 준비할 일이 많았다. 하시윤은 간단히 씻고 침대에 누운 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서지혁에게서 동영상 하나가 와 있었다.영상을 재생하자 서정우와 서시은이 귀여운 꼬마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고 손을 꼭 잡은 채 레드카펫을 걷는 모습이 나왔다. 둘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제법 그럴싸했다.영상이 끝난 뒤에는 짧은 음성 메시지도 도착해 있었다.하시윤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서지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보고 싶어.”장난기라고는 전혀 없는 묵직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였다.하시윤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를 지으며 음성 메시지를 두어 번 더 들었다. 그러고는 끝내 답장을 보내지 않은 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지혁 씨 갈수록 표현을 잘하네.”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던 탓에 하시윤은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꿈결을 헤매는 듯 비몽사몽한 밤이었다.날이 밝아오자마자 그녀는 눈을 떴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하시윤은 서둘러 샤워를 했다.씻고 나왔지만 머리도 미처 다 말리지 못한 상태에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701화 불만

    점심식사는 정경란과 심연정이 서씨 가문 본가에서 함께했다.예전에도 이 집에서 밥을 먹은 적이 워낙 많았던 터라 이번에도 앉은 자리는 늘 앉던 곳 그대로였다.하시윤과 서지혁이 마주 보고 앉았고 두 아이가 하시윤의 양옆에 나란히 붙어 앉았다. 서지혁은 서시은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고 연재윤은 혼자 따로 떨어져 앉았다.서정우는 손이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밥을 의젓하게 잘 먹었다.반면 서시은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밥을 몇 숟가락 뜨다가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는 자꾸 고개를 돌려 하시윤에게 말을 걸었다.하시윤이 상대해 주지 않자 아이는 몸을 쭉 빼고 서정우에게 질문을 던졌다.서정우는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대답은 다 해 주었고, 그 모습에 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끝없이 조잘거렸다.그 옆에 앉은 서지혁은 쉴 새 없이 바빴다.아이가 워낙 생선을 좋아했기에 서지혁은 가시를 발라 살코기만 발라낸 뒤, 혹시 남은 가시가 없는지 확인하고서야 입에 쏙 넣어 주었다.서시은도 사람 기분을 맞추는 재주가 남달랐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고개를 치켜들고 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정경란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심연정을 바라보았다.심연정은 묵묵히 밥만 먹을 뿐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었다.식당에서 다 같이 밥을 먹었을 때는 인경 아주머니와 인순 아주머니가 각각 아이 한 명씩을 맡아 돌봐주었기에 별 탈 없이 넘어갔었다.하지만 지금 이 자리를 겪고 나서야 서지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변화의 실체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었다.그는 아이를 챙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하시윤에게도 반찬을 집어 주었다. 그리고 자리가 꽤 먼 데도 서정우까지 세심하게 살폈다.사적인 대화는 오가지 않았고 식사는 금방 끝났다.정경란과 심연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고 모두가 마당까지 나와 배웅했다.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올라탄 두 사람은 창문을 내리고 밖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됐어, 안으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700화 어쩔 수 없는 일

    본관의 뒤편에 비해 앞마당은 전체적으로 크게 바뀐 것 없이 자잘한 변화만 더해진 상태였다.옆쪽 공터에는 에어바운스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별장에 두었을 때는 엄청나게 자리를 차지하더니 이 넓은 곳에 갖다 놓으니 제법 아담해 보였다.그 옆에는 서시은을 위해 맞춤 제작한 핑크색 미니 해먹과 회전목마, 붕붕카가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는 미끄럼틀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원래 그 공터에 있던 큰 그네는 철거되고 아이들을 위한 2인용 키즈 그네가 대신 들어서 있었다.서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조금 달라지긴 했지. 몇 군데 손을 좀 봤거든.”정경란은 여전히 휠체어에 앉은 채였는데 안색은 좋아 보이지도 나빠 보이지도 않았다.그녀가 먼저 입을 열어 본론을 꺼냈다.“오늘 이렇게 찾아온 건 다른 게 아니라 내일 있을 결혼식 때문이야. 난 참석 안 하려고. 거기도 사람이 워낙 바글거릴 텐데 지금 내 꼴에 그런 사람 많은 데는 엄두도 안 나서 말이다. 미리 와서 얼굴 도장이나 찍으려고 들렀어.”하시윤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정경란의 건강 상태는 도저히 성한 사람이라 볼 수 없었다. 그런 자리에 덜컥 나타났다가는 얽히는 시선과 쏟아지는 말들에 이리저리 치이기 십상이었다.애초에 안 가는 게 상책이었다.서지혁 역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네, 그러세요. 신경 쓰지 마세요.”그렇게 마당에만 서 있을 순 없어 심연정이 정경란의 휠체어를 밀며 다 함께 뒷마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화려하게 꾸며진 뒷마당을 본 심연정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와, 진짜 예쁘다.”하시윤이 피식 웃으며 턱짓했다.“지혁 씨가 유난을 떨어서 그렇지. 고생은 엄청 했다니까요.”그녀는 슬그머니 웃음기를 머금고 서지혁을 힐끗 보며 덧붙였다.“연못 난간에요, 인순 아주머니가 빨간 리본 묶다가 손에 쥐가 날 뻔했다고 하더라고요.”서지혁도 가볍게 웃어넘겼다.“나야 일손 붙여준다고 했는데 별거 없다고 혼자 하겠다고 우겼다니까.”별거 없어 보여도 막상 칭칭 감으려면 손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699화 안 믿어

    본가 집을 꾸미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고 결국 결혼식 이틀 전에서야 끝이 났다.일꾼들의 손이 느린 게 아니라 서지혁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탓이었다.사들인 물건들을 전부 배치해 놓은 모습은 하시윤이 보기에도 이미 충분히 훌륭했다.하지만 서지혁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밤새 고민하더니 다음 날 곧바로 집사를 불러 차를 몰고 나가 물건을 한가득 다시 사들여 왔다.결혼식 코앞에 닥쳐서야 겨우 마무리가 되었고 마침내 그의 성에 차는 수준이 되었다.김인순은 마지막에 이르러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저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 빨간 리본을 하도 묶었더니 토할 것 같아요.”뒷마당에 있는 모든 나무들은 굵은 줄기마다 빨간 리본이 칭칭 감겨 있었고 풍선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도 모자라 온통 경사스러운 축하 문구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특히 연못가 난간은 서지혁이 원목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며 그 긴 구간을 전부 빨간 리본으로 감아버리라고 엄명을 내렸던 것이다.김인순은 혼자서 그 많은 걸 감아내느라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었다.하지만 거실 소파에 앉아 한참 숨을 돌리더니 그녀가 너스레를 떨었다.“그래도 다 해놓고 보니까 엄청 예쁘긴 하네요.”하시윤은 방금 뒷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 왔던 터라 그 말이 진심임을 잘 알고 있었다.뭐든 직접 비교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법이었다. 이리저리 손을 본 뒤로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사해져 있었다.하시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내일 밤에는 저 호텔에서 잘 건데요. 애들은 집에 있을 테니까 시은이가 보채면 정우한테 봐달라고 해요. 정우가 시은이를 잘 달래니까 지혁 씨 찾게 두지 마시고요.”서지혁이 워낙 오냐오냐 받아주다 보니 서시은은 요즘 그를 아주 쥐고 흔들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아빠만 봤다 하면 울고불고 늘어지기 일쑤였으니까.김인순이 피식 웃었다.“알았어요, 걱정 말아요.”하시윤은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2층으로 올라갔다. 침실 역시 온통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져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698화 부럽네

    청첩장을 돌리는 당일, 하시윤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탕비실에 간식을 넉넉히 준비해 두라고 지시했다.비서실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였다.“부서장님들께서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어 하시는데 대표님이 안 보여서 제게 대신 마음을 전하셨어요.”비서는 오전 내내 축하한다는 말을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자신과 직접 상관도 없는 일인데 일일이 대답하며 ‘감사합니다’를 읊조리려니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하시윤은 지금 뒷마당 연못가에 앉아 있었다. 서정우는 유치원에 갔고 서시은은 혼자 모래 놀이터에서 노는 중이었다.연재윤도 오늘 외출하지 않고 모래 옆에 쪼그려 앉아 작은 삽을 들고 가끔 그럴싸하게 몇 번 휘저어 보았다.하시윤이 탄성을 뱉으며 말했다.“이렇게 될 줄 알았어.”회사 사람들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아침부터 축하 메시지를 쉴 새 없이 보내왔다. 전부 형식적인 축하 인사들이었다.예전에 서지혁을 따라 파티에 참석했을 때가 떠올랐다. 비록 서지혁이 대외적으로 그녀를 하씨 가문 장녀로 소개하긴 했어도 존재감이 워낙 미미하다는 걸 남들도 다 알았다. 그래서 겉으로는 예의를 차려도 얼굴에는 짓궂은 무관심이 묻어났었다.그게 그리 오래전도 아닌데 신분이 바뀌자마자 사람들의 태도도 싹 달라졌다.역시 돈과 권력이 있어야 말도 통하는 법이었다.통화는 대충 몇 마디 나누고 끊었다.하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 쪽으로 가려던 찰나, 조인경이 앞마당 쪽에서 걸어오며 손님이 찾아왔다고 알렸다.“김성빈 씨랑 조수분이 같이 오셨어요.”하시윤이 앞마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살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요.”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는데 살구는 김성빈에게 등을 돌린 채 두 손으로 제 귀를 꽉 틀어막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대체 무슨 얘기를 나눈 건지 얼굴이 사과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하시윤이 다가갔다.“두 분 오셨네요.”살구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다가와 팔짱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3화 저 여자가 무슨 엄마야?

    서인준이 놀란 눈으로 하시윤을 쳐다봤다.“저한테 이러기예요? 순한 토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매운 고추였네요?”그러더니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마침 우리 형도 매운 걸 좋아하거든요. 형 입맛에 딱 맞겠어요.”두 사람이 계속 무표정하게 쳐다보는 걸 보고는 피식 웃었다가 하시윤에게 말했다.“형수님도 참. 어쩜 농담 하나 못 받아요? 재미없게.”그때 가정부가 노크하고 들어오더니 심연정이 왔다고 전했다.그 말에 서인준은 즉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또 왔어? 왜 만날 우리 집만 들락거리는 거야? 자기 집이 없대? 그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290화 진도가 꽤 빠른데?

    서지혁은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하시윤의 정기 검진에 동행했다.미리 의사에게 연락해 둔 덕분에 대기 시간 없이 일사천리로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초음파 결과지를 받아 든 두 사람은 곧장 병원을 나섰다.공복 상태였던 하시윤은 허기가 졌는지 서둘러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른 시간부터 서두른 덕분에 조금이라도 빨리 먹을 수 있었다.차에 올라타자 서지혁이 물었다.“특별히 먹고 싶은 거 있어?”“응. 어젯밤부터 계속 생각나더라.”그녀가 말한 만둣집은 하씨 가문 저택 근처에 있었다. 첫째 서정우를 임신했을 때도 자주 들렀던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84화 마음 썼구나

    다음 날 아주 일찍 일어난 하시윤은 먼저 부엌에 들른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서정우는 가정부가 물을 가져와 얼굴을 씻고 이를 닦아주자 매우 불만스러운 듯 투정을 부리고 잘 협조하지 않았다.하시윤이 다가가 말했다.“제가 할게요.”하시윤이 대신하자 서정우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아직 자고 싶다며 일어나기 싫다고 병원에 가기 싫다고 투덜댔다.하시윤은 녀석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모두 준비를 마친 후 품에 안고 토닥였다.“그럼 좀 더 자.”서정우는 정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375화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태아 심음 검사를 마칠 때쯤, 서지혁이 병실로 들어왔다.오후 내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비웠는데 정말 업무 때문이었는지는 하시윤으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한동안 서경민이 신출귀몰하더니 이제는 서지혁까지 그 모양이었다.이미 서정우의 병실에 들렀다 온 서지혁이 다가오며 말했다.“정우 쪽은 오늘 밤에 인준이가 지키기로 했어. 내일은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서 하룻밤 같이 있고 싶다네.”하시윤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다른 화제를 꺼냈다.“조금 전에 경찰들이 왔었어.”이미 소식을 들었는지 서지혁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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