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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 제안 동의할게

Penulis: 도화
서지혁은 서정우의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불안한지 얼굴을 찌푸리고 자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한효진을 돌보는 가정부 유민숙이 들어와 심연정이 가려 한다고 일렀다.

유민숙은 한효진의 말을 곧이곧대로 전했다. 심연정이 직접 차를 몰고 오긴 했지만 서지혁더러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라 했다고 했다.

서지혁은 서정우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심연정이 거실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황급히 눈물을 훔쳤다.

서지혁이 다가가 말했다.

“가자.”

두 사람은 나란히 주차장으로 갔다. 차에 오른 뒤 심연정이 입을 열었다.

“할머니한테서 들었어. 시윤 씨의 골수가 정우랑 적합하지 않다며?”

그녀의 시선이 서지혁에게 향했다.

“가족들 중에 아직 골수 검사를 안 한 사람도 있지 않아? 그 사람들이 해보면 혹시 맞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서지혁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전에 가족들이 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을 때 내가 몰래 골수 적합성 검사를 하라고 했어. 그런데 다 적합하지 않아.”

심연정은 멈칫했다가 한참 뒤에야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랬구나.”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정말 방법이 없다면 의사 선생님 말대로 하나 더 낳는 수밖에. 요즘 기술이 발달해서 시험관 시술도 편하니까 큰 문제 없을 거야. 다만 돈이 좀 더 들겠지. 시윤 씨도 분명 동의할 거야. 그때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정우를 낳아서 넘기고 돈을 받았잖아. 돈이라면 뭐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혁이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갑작스러운 가속에 심연정은 하던 말을 멈췄다.

심연정은 4년 전 일을 다시 꺼내서 서지혁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예전이었더라면 알아서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참을 수가 없었다. 하여 산에서 내려온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쪽에 아는 의사가 있어. 불임 치료로 많은 가정을 도운 의사야. 내일 전화해서 물어볼까?”

서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가볍게 흘겨보았다.

“필요 없어.”

그러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정우가 기다릴 시간이 없대.”

심연정은 뭐라 말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몇 번이나 심호흡하고서야 간신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하긴. 정우가 기다릴 시간이 없지.”

조금 전 한효진이 이미 심연정에게 다 말해줬지만 포기하지 않고 설득해보려 했던 것이었다. 혹시라도 그가 원치 않을까 싶어서.

차가 심씨 가문 본가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심연정이 차를 등지고 몇 초 서 있다가 갑자기 다시 돌아서서 허리를 숙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리창을 두드리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일 시간 돼? 같이 점심 먹을까?”

서지혁이 대답했다.

“없어. 요즘 바빠.”

심연정의 눈가가 여전히 붉어 있었다. 거기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니 더욱 연약하고 서글퍼 보였다.

“알았어. 운전 조심해.”

서지혁은 대답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얼굴의 표정이 완전히 굳은 채로 빠른 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손에 든 가방을 소파에 내던졌다. 거실에 누군가 있었는데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

“연정아, 왜 그래?”

심연정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상대를 쳐다봤다. 두 눈에 짙은 원망이 담겨 있었다.

“4년 전에 왜 나한테 그런 일을 하라고 부추겼어요? 당신이 날 다 망쳐놓은 거 알아요?”

...

서지혁이 차를 몰고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하시윤.”

전화기 너머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지혁 씨, 나 결정했어. 의사 선생님의 제안 동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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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162화 안 돼

    서지혁이 돌아오자 하시윤은 기타 치던 남자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그 남자, 혹시 결혼했거나 여자친구 있는 거 아니야?”서지혁은 혀를 차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직접 얘기해 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았어?”그는 접시를 내려두고는 티슈로 손을 닦았다.“결혼했대.”여기로 온 것도 출장 때문인데 일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는데도 그는 일찍 돌아가지 않았다.딱 봐도 가정에 성실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 아내도 밤마다 그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한 것 아니겠는가.조금 전에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남자는 받지 않았다.그러다가 아내 쪽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연속으로 전화가 쏟아졌다.남자는 처음에 애써 덤덤한 척하다가 점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시윤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서지혁이 말했다.“그거야 뻔하지. 내 앞에서 꼼짝도 못 했어.”사실 그가 크게 두려움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정말로 하시윤에게 번호를 물어본 일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서로 증거가 없는 상황이니 대충 넘길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는 너무 겁을 먹고 있었다. 서지혁이 그의 휴대폰을 빼앗자 도로 빼앗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일이 커질까 봐 두려운 모양이었다.덕분에 서지혁은 손쉽게 그를 정리할 수 있었다.서지혁이 말했다.“그래도 여기서 망신 안 당하게 했잖아. 그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서지혁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찾아가 남자의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그리고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을 뿐, 말을 덧붙이거나 꾸며내지는 않았다. 상대가 알아서 상황을 판단할 테니까.그 남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나중에 다시 전화를 돌려줄 때 말을 더듬느라 설명도 제대로 못 했다.서지혁이 말했다.“들어보니까 애도 둘이나 있더라고. 예전에도 실수를 한 적 있었는데 그때 무릎 꿇고 빌어서 기회를 줬대.”그런데도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다니.하시윤은 곧바로 하병우를 떠올리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남자들은 왜 그러는 거야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161화 만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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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159화 혹시나

    바보가 아닌 이상 남자는 서지혁이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서지혁이 다가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타를 들고는 공연을 위해 연습해야 한다며 하시윤에게 인사한 뒤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하시윤은 서지혁을 돌아보더니 물었다.“바닷가 쪽은 준비 다 됐어?”“몰라.”서지혁은 그녀 옆에 앉았다.“잘 보지 않았는데?”하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바닷가 쪽 상황을 보러 간다고 나갔고, 또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으면서 잘 보지 않았다는 건 무슨 뜻이지?’서지혁은 무대를 보며 화제를 돌렸다.“그 사람이랑 인연인가 보네. 이렇게 또 마주치고.”하시윤은 그제야 서지혁이 방금 그 남자를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지혁 씨도 그 여자들 우연히 만났잖아. 호텔에서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지혁 씨 쪽이 진짜 인연 아니야? 어떻게 거기서 만나?”그 말에 서지혁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괜히 건드렸어.”하시윤은 워낙 말발이 좋았다.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병원에 가 볼 걸 그랬어. 둘 다 병원 체질이던데 며칠 더 누워 있게 할걸.”하시윤은 그 이상 대화를 이어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올라가자.”두 사람은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하시윤은 소파에 앉았고 서지혁은 창가에 잠시 서 있다가 곧바로 침실로 들어갔다.문 너머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 같았지만 워낙 작게 말해서 무슨 내용인지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하시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휴대폰을 꺼내 본가의 가정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정우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다.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서정우는 막 잠든 참이었다고 한다.그 문자만으로도 하시윤은 기분이 좋았다.가정부는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서정우는 오늘 몸 상태가 괜찮았는데 밥도 잘 먹고 약도 문제없이 삼켰다고 했다.잠시 후 가정부가 한 줄을 더 보내왔다.원래는 오후에 영상통화를 해 줄까 했는데 한효진이 두 사람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렸다고 했다.하시윤은 애초에 불평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158화 넘어가 줄게

    하시윤은 방 안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두 형제가 일 때문에 나눌 이야기가 있었기에 바로 거실로 나왔다.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켜자 그제야 지윤정이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열댓 개나 되는 문자였는데 조금 전 호텔로 돌아오던 길에 보내온 듯했다.하시윤은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예상 밖의 내용이었다.지윤정은 오늘 다시 경찰서를 찾아갔다고 했다.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사건 진행 상황을 묻는 과정에서 주우빈까지 구속됐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했다.윤근영은 남편을 빠져나가게 하려고 모든 죄를 홀로 뒤집어쓰려 했지만 결국 주우빈도 빠져나가지 못했다.경찰 쪽에서는 상부에서 사건을 최대한 빠르게 공소 단계까지 끌어올리라는 압박이 내려왔다고 들었는데 주우빈에 대한 증거 역시 누군가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기에 지윤정은 하시윤 쪽에서 움직인 거냐고 물었다.‘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런 일을 시키겠어. 그럴 능력도 없고.’하지만 그게 다른 누군가라면 말이 달랐다.하시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지혁이 있는 방 문을 두드렸다.문을 열자 창가에 기댄 채 서 있는 서지혁의 모습이 보였다.서인준과의 통화는 이미 끝난 듯했는데 손에는 갓 불을 붙인 담배가 타오르고 있었다.하시윤을 보자 그가 물었다.“무슨 일인데.”“강수호 사건 말이야. 지혁 씨가 사람을 붙여서 계속 살피게 한 거야?”서지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응.”“어쩐지.”하시윤은 지윤정이 보내온 메시지를 보여주려 했다.“지윤정 씨 말로는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고.”하시윤이 다가오자 서지혁은 곧바로 담뱃불을 끄고 손으로 연기를 흩었다.“그래?”연기가 사라지지 않자 그는 아예 하시윤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거실 소파에 앉더니 하시윤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왜 그래? 회사에 무슨 문제 생겼어?”여행 온 뒤로 서지혁은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굳어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157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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