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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ผู้เขียน: 차차
“여기 있는 심 매니저가 바로 내 며느리야.”

“내 아들과 결혼한 지 이제 곧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여태 임신을 못했어.”

“그런데도 우리 식구들은 저애를 내치지 않았지. 함께 병원이라도 가보자고 해도 안 가고 버티기만 했었단 말이야. 그러고는 친척들 앞에서는 내 나쁜 말을 하면서 나를 쪽팔리게 만들었지!”

“저런 애지만 내 바보 같은 아들은 지금껏 이혼하지 않고 저 애를 감싸기만 했어!”

“저애가 임신을 못 하니까 내 아들은 다른 여자를 찾아서라도 아이를 낳으려고 했고 저 애도 그 일에 동의를 했었지. 그런데 그 여자애가 진짜 임신을 하니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야!”

“어젯밤 샤부샤부 집에서는 임신 4개월 된 그 여자애를 밀치기까지 했어! 여자애는 그 뜨거운 샤부샤부 국물을 잔뜩 뒤집어쓰게 되었지! 하마터면 유산까지 할 뻔했어. 아직까지도 병원에 입원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란 말이야!”

“여기 모여있는 당신들이 한번 말해 봐. 어쩜 여자가 저렇게도 지독할 수 있는지!”

심유진은 자신의 시어머니가 사실을 왜곡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왜곡된 ‘진실’을 듣고 나니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머님께서 이렇게까지 저를 깎아내리시니 저도 더 이상 당신과 당신 아들의 체면을 봐줄 필요 없겠네요.”

심유진이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녀는 비굴하지도 그렇다고 거만하지도 않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첫째, 제 몸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아이를 안 낳은 건 순전히 제가 낳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당신 아들과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었어요. 아마 당신 아들이 부모님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아 지금껏 말씀드리지 않았나 보죠. 둘째, 당신 아들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아이를 낳은 게 아닙니다. 그 일에 대해 저한테 알린 적은 더더욱 없고요. 현재 임신 4개월인 그 젊은 아가씨는 그가 밖에서 간통한 여자입니다. 아니지, 이제 곧 당신 아들 와이프가 되겠네요. 왜냐면 저는 이미 당신 아들과 이혼하겠다고 했었거든요. 세 번째, 그 젊은 아가씨가 스스로 웨이터한테 가서 부딪친 겁니다. 저하고는 일절 상관없는 일이죠.”

“거짓말이야! 이 거짓말쟁이! 낯짝도 두꺼운 년!”

조건웅의 어머니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또다시 심유진의 뺨을 내리치려고 했다.

심유진은 아까 미처 반응하지 못했기에 맞았지만 이번엔 재빠르게 그녀의 팔목을 잡아채 자신을 때리려는 것을 막았다.

“제 말을 믿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전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고 당신이 저를 어떤 눈으로 보든지 상관없습니다. 두 분, 더 이상 다른 볼 일이 없으시면 저는 이만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심유진이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 몸을 돌린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두피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그녀가 숨을 들이켰다.

“거짓말쟁이 년! 빌어먹을 년!”

조건웅 어머니의 화가 난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당장 나랑 병원에 가! 가서 그 아이한테 사과해! 너 때문에 하마터면 빛도 보지 못할 뻔한 내 손자한테 사과하란 말이야!”

심유진이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 했으나 어찌나 세게 머리채를 잡고 있었던지 꿈쩍하지 않았다.

조건웅의 어머니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호텔 직원들은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노부부를 감히 건드리지 못하고 그저 멀찍이 서서 말로만 말릴 뿐이었다.

“이러지 마세요 아주머니!”

“놓지 않으면 신고하겠어요!”

조건웅의 어머니는 이 정도 협박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신고해! 경찰 보고 와서 이 여자가 내 손자를 죽이려고 했던 걸로 몇 년이나 받을 수 있을지 판결을 내리라고 해!”

그때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시끄럽죠?”

그의 말투에서 선명한 짜증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서연지였다.

“안녕하세요 허 대표님!”

프런트 직원들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따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허 대표님!”

허태준은 그녀들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고 천천히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

“여기 호텔 보안팀은 일 안 합니까? 어디서 튀어나온 지도 모를 정신병자가 호텔 매니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나요?”

보안팀 역시 위에서 당부의 말을 들었는지 허태준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결국 그의 한마디 말에 여태 망설이며 상황을 지켜보던 보안 요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조건웅의 어머니가 아무리 소리 지르고 주먹과 발길질을 해대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곧바로 심유진은 그들한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단정하게 묶어 올렸던 머리는 조건웅의 어머니에 의해 산발이 되었다. 아까 맞았던 따귀 때문에 가뜩이나 퉁퉁 부어올랐던 얼굴이 방금 전 혼란 속에서 긁혀 피가 나고 있었다.

그녀가 입은 옷 역시 멋대로 잡아 뜯겨 차마 눈뜨고 봐주지 못할 처참한 모습이었다.

조건웅의 부모는 보안 요원들이 그들을 쫓아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을 보고 방금 전까지 유지했던 태도를 고쳐먹었다.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것들이 사람을 때려! 아이고 나 죽어! 여긴 법도 없어?”

그들은 무턱대고 빽빽 소리 지르다가 가끔씩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보안 요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더니 동시에 허태준을 돌아보며 그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심유진은 예전에도 저 두 사람 때문에 부끄러웠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처럼 땅굴이라도 파서 들어가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들한테 다가가 타일러서 돌려보낼 생각으로 막 한걸음 내디디려 했다. 그때 허태준이 그녀를 막아섰다.

그는 그녀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컸다. 두 사람이 나란히 함께 설 때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려고 힘겹게 고개를 쳐들어야 했었다.

허태준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갔다. 엄청나게 기분 나쁜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위로 올라가.”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심유진도 이 모든 상황을 내버려 둔 채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당연히 제가 처리해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네가 처리한다고?”

허태준이 싸늘하게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처리할 건데? 또다시 뺨이라도 맞고 머리채 잡혀서 질질 끌려가려고?”

그는 돌려 말하는 법 따위는 모르는 것처럼 대놓고 그녀를 조롱했다. 심유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이제 귀까지 빨개졌다.

허태준이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올라가.”

그가 다시 한번 말했다.

“이미 신고했어. 더 이상 이곳에는 네가 필요 없어.”

심유진은 단호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 알았어요.”

그녀가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엘리베이터까지 오르는 모습을 확인한 허태준이 보안팀을 향해 명령했다.

“당장 저 두 사람을 들어서 밖에 내다 버리세요.”

그의 명령에 보안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조건웅의 부모가 미친 듯이 반항했다.

“내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대봐. 내가 너희들 싹 다 파산시키게 고소할 거야. 티브이에 나와서 여기 호텔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지 다 고발할 거야! 아무도 이 호텔에 오지 못하게 할 거라고!”

조건웅의 어머니가 아우성쳤다.

“잠깐.”

허태준이 보안팀에게 말했다.

보안 요원들이 순식간에 멈춰 섰다.

조건웅의 어머니는 허태준이 자신의 말에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바닥에서 일어나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겁나지? 겁나면 당장 심유진 그년을 불러내. 그년한테 우리와 함께 병원에 가라고 하란 말이야! 그러면 내가 고소는 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저 병원비를 배상해 주는 걸로 넘어가 줄게!”

허태준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날카롭게 주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꼬리를 씩 올렸다.

“병원비? 얼만데요?”

그가 물었다. 그의 말투가 퍽 부드러웠다.

“4천만 원!”

조건웅의 어머니는 허리에 손을 얹고 강경하게 말했다.

“4천만?”

허태준은 눈썹을 씰룩거렸다.

“좋습니다.”

통쾌한 그의 답에 조건웅의 어머니가 당황했다.

그녀가 잠깐 고민하더니 다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을 번복했다.

“아니야 잘못 말했어! 4천만이 아니라 1억이야!”

“1억? 그렇게 하죠.”

허태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 말에 조건웅의 아버지가 자신의 와이프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얼른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서 말했다.

“1억은 너무 적어. 2억을 내 놔!”

“그렇게 하죠.”

허태준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4억 드리겠습니다.”

조건웅 부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의 눈동자에 환희가 가득 피어올랐다.

“두 분의 목숨 값으로.”

허태준이 뒷말을 이었다.

노부부의 환희에 젖어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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