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솔은 루비 아워에서 근무하는 동안 최근이 가장 힘들었다. 출퇴근 할 때 지율은 그녀에게
“데이트 가는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되?”
“김매니저, 내가 아끼고 있는거 알잖아? 그지?” 혹은 “김매니저, 데이트 할 때 나도 따라가면 안될까? 시현이 나도 아는 뱀파이어야! 방해하지 않을게.”
매번 다른 이유, 다른 톤, 다른 핑계로 그녀의 맨탈을 흔들어대는 지율이었다.
이솔은 그저 애매한 미소로 대답을 피한 채 도망치듯 빠져나오는 게 일상이 되어 있었다.
오늘은... 금요일 오후, 조금만 지나면 퇴근이었다. 그녀는 직원들을 먼저 보내며 오늘은 또 무슨 말로 회유하려 들까..... 생각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매니저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시현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해일과 이솔의 앞에 메뉴판을 건넨 뒤 한 발짝 물러나 조용히 기다렸다.해일은 어떤 메뉴를 골라야 이솔이 좋아할지 고민했고, 그 사이 이솔은 잠시 손을 멈췄다. 메뉴에 적힌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이었다.이솔은 가장 저렴한 메뉴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시현이 다가와 한 메뉴를 짚어 주었다.“이솔 씨, 저희 레스토랑은 한우 안심 스테이크가 아주 맛있어요. 안심 스테이크에는 메를로 와인이 잘 어울리고요.”이솔은 시현의 설명에 순간 정신이 없었지만, 어떻게든 이해하려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해일은 혼란스러워하는 이솔의 표정을 보며 한숨을 쉬며 자신이 들고 있던 메뉴판을 내려놓았다.“음.... 시현아.”해일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그럼 이솔 씨한테는 네가 추천한 메뉴 그대로 준비해 줘. 굽기는 웰던이 좋겠어.”해일은 설명에 점점 더 긴장하는 이솔을 배려하듯 자연스럽게 주문을 마무리했다.“그리고 나는 한우 안심 스테이크 레어로. 최대한 핏물이 많았으면 좋겠고, 와인은 괜찮아.”메뉴판을 건네받은 시현은 환한 미소로 고개를 숙였다.“메뉴 확인했습니다. 맛있게 준비해서 올릴게요.”그 말을 남기고 시현이 주방으로 돌아가자, 이솔은 메뉴를 고른 뒤부터 심장이 조금 빨리 뛰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해일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해일 님.... 여기 너무 비싼 것 같은데요. 정말 괜찮을까요?”해일은 망설임 없이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해일이 이솔과의 데이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복해하며 직장으로 향한 그 시간 이솔은 퇴근 후 금요일 저녁의 여유를 온전히 누릴 수 없었다.내일 해일과의 데이트를 생각하면 괜히 설레고, 떨리고, 또 조금 긴장되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옷장 문을 열어두고 하나하나 옷을 꺼내 대보며 거울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너무 캐주얼한가...? 아니면 이게 더 나을까?”평소라면 정말 편한 옷을 골라 입고 나갔을테지만 내일은 해일과 테이트였고 고급 레스토랑은 처음으로 가보는 것이라 더 옷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한편, 해일 역시 자신의 가게에서 직원들과 함께 분주하게 저녁 장사를 치르고 있었다.겉으로는 평소처럼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지만, 마음속에서는 계속 한 장면이 반복 재생되었다.이솔과 데이트. 그리고.... 고백.“아, 진짜.... 왜 이렇게 긴장되냐.”손님들에게 웃으며 주문을 받으면서도 손끝이 살짝 떨리고, 틈만 나면 시계나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확인하게 되고, 머릿속으로 고백 멘트를 수십 번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일을 기다리며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금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드디어 토요일. 해일은 밤새 가게를 지키다 아침 6시에 먼저 퇴근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도 대충 끝내고 옷 방으로 직행했다.오늘은 그날이었다. 이솔과의 데이트, 그리고.... 고백.그는 옷장 문을 활짝 열고 양쪽 벽면을 가득 메운 옷들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정장, 캐주얼, 스트리트, 맞춤 셔츠, 브랜드 자켓, 코트... 인간 몇 명은 감당 못 할 양의 옷이 층층이 걸려 있었다.“신경쓴 듯 안 쓴 듯한 스타일.... 그냥 편한데 멋있는
이솔은 루비 아워에서 근무하는 동안 최근이 가장 힘들었다. 출퇴근 할 때 지율은 그녀에게“데이트 가는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되?”“김매니저, 내가 아끼고 있는거 알잖아? 그지?” 혹은 “김매니저, 데이트 할 때 나도 따라가면 안될까? 시현이 나도 아는 뱀파이어야! 방해하지 않을게.”매번 다른 이유, 다른 톤, 다른 핑계로 그녀의 맨탈을 흔들어대는 지율이었다.이솔은 그저 애매한 미소로 대답을 피한 채 도망치듯 빠져나오는 게 일상이 되어 있었다.오늘은... 금요일 오후, 조금만 지나면 퇴근이었다. 그녀는 직원들을 먼저 보내며 오늘은 또 무슨 말로 회유하려 들까..... 생각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매니저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저희 먼저 퇴근하겠습니다.”“월요일에 뵐게요, 매니저님!”이솔은 웃으며 직원들의 인사를 받아주고 손을 흔들었다.“여러분도 오늘 수고 많았어요. 다음 주에 봐요!”그때, 문이 열리며 지율이 안으로 들어왔다.“여러분~ 이제 퇴근하는 거예요?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네, 사장님! 저희 가볼게요!”직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남기고 떠나는 동안, 이솔은 슬며시 숨을 들이켰다.이제부터 진짜다..... 이솔은 ‘잘 빠져나가야되. 말 잘못하면 끝이야.’ 라고 생각하며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고용주인 지율을 바라보았다.“김매니저. 표정 왜그래? 많이 굳어있네? 괜찮은거야?”지율은 이솔의 컨디션을 체크하며 옆으로 다가왔다. 이솔은 숨을 한번 크게 들이켰다.
이솔은 집으로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TV앞에 작은 식탁을 펴고 맥주와 함께 치킨을 차리고 OTT를 틀었다.방금 해일의 가게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이솔은 재미 있었다.자신을 향한 다정한 눈빛을 하는 해일을 본 순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의 데이트 신청에 머리가 어지러웠던 것은 처음이었다.기분 좋은 두근거림에 이솔은 행복하기만 했다.자신의 인생에 이런 두근거림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지만 한 번도 없었던 그런 느낌이었다.누군가 자신에게 깊은 애정을 보이며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해일이 자신에게 보이는 그 호의가 감사함을 넘어 호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설레이는 마음으로 자신이 그동안 미루고 보지 못했던 방송들을 보며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휴가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간 이솔은 거울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지난 밤 치맥 파티의 후폭풍이 얼굴 전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이게... 뭐야....”입이 절로 벌어졌다.“오늘 이 상태로 출근해야 한다고?”맛있게 먹었던 흔적이 아주 성실하게도 얼굴에 남아 있었다. 눈은 퉁퉁 부어 반쯤밖에 떠지지 않았고, 피부는 기름기 때문인지 반질반질했다. 촉촉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반질거렸다.이솔은 거울 앞에서 양손으로 볼을 꾹꾹 눌러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아.... 최악이야. 출근하면 해일님이랑 마주칠 텐데.....”이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씻고 메이크업으로 어찌저찌 퉁퉁 부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옷을 갈아입은 후 집을 나서 루비 아워로 향했다.2주 만에 출근한 루비 아워 앞에선 이솔은 &lsqu
이솔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난처하다는 생각을 하며 볼을 살짝 붉혔지만 어쩔 수 없었다.야식으로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해일의 가게를 무작정 찾아온 것이다.이솔이 주문한 양념 통닭은 아주 맛있게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고, 해일의 온 몸을 감싸고 있는 핑크 빛의 기운 때문에 뒤로 밀려나 한군데 뭉쳐 있는 직원들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이솔은 해일의 뒤편에서 오만상을 쓰고 있는 직원들을 확인한 후 난처한 표정으로 해일을 바라보았다.“해일님, 저 없는 동안.... 괜찮으셨나요?”이솔은 조심스레 물었다. 직접 그 사건을 묻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휴가 내내 걱정됐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다.해일은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굳이 흔들 이유는 없었다.괜히 불안만 키우게 될 테니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희 아주 잘 지내고 있었어요.”“....그렇구나.”이솔은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정말?’ 하고 되묻고 싶었지만, 애써 삼켰다. 잠시의 정적을 깨는 건 해일이었다.“아, 참!”그가 조금 더 몸을 숙여 이솔과 눈을 맞췄다.“이번 주말에 시간 괜찮으십니까?”“이번 주말이요?”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솔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해일은 이제 그녀에게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각인 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네. 제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알고 있습니다. 뱀파이어가 운영하는 곳인데.... 사람
이솔은 휴가 기간 동안 즐거운 여행을 즐기고 여유를 만끽했지만, 휴가 막바지 루비 아워 직원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지우와 관련된 사건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지우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랐기도 했고, 지율을 애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감정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사장님을 연애 대상으로 보는게 가능해?”자신은 지율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를 어떤 연애 감정의 대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는 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산 역사였고, 인간인 자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존재였다.그래서인지 이솔에게 지율은 ‘좋아할 수 있는 대상’로 떠올려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물론 젊고 잘생긴 외모 때문에 순간적으로 혼란이 올 때도 있었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지율은 조선 시대 사람처럼 고전적인 말투를 쓰거나, 할아버지 같은 조언을 건네곤 했다.그럴 때마다 이솔은 현실로 돌아왔다. 자신에게 지율은 아버지 같고, 할아버지 같고, 때로는 스승 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특히 역사 공부를 하던 시절, 지율의 도움은 절대적이었다.그가 들려주는 조선·근대사의 실제 체험담은 교과서보다 훨씬 생생했고, 시험 직전에 해준 정리는 거의 ‘실전 문제집’ 수준이었다.그 덕분에 이솔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높은 점수로 통과할 수 있었다.지율은 이솔에게 지식과 이야기를 나눠주는 ‘오래된 존재’였지, 어떤 감정을 품을 만한 대상은 아니었다.내일이면 다시 루비 아워로 복귀를 해야했지만, 이솔은 지우의 소식을 접한 후 지율에게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괜한 오지랖으로 위로했다가 그에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