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해일은 오토바이에서 내려 궁의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 뱀파이어 앞에 섰다.
“폐하를 만나러 왔네.”
“해일 심판자님. 연락받았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보디가드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자 궁의 문이 열렸다.
해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궁 안으로 들어섰고 곧장 현목이 있는 집무실로 향했다.
승계식이 끝난 후 황제의 자리에 오른 현목은 가끔씩 해일에게 전화를 걸어 신세 한탄을 하곤 했다.
황제가 된 뒤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쉬는 시간조차 제대로 가질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황후 폐하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든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어 황후 폐하를 찾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황제라는 자리가 그마저도 마음대로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해일은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
해일은 그대로 오토바이를 몰아 루비 아워로 달리기 시작했다.처음 현목의 조언을 구하고자 궁으로 향할 때만 해도 가슴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지만, 지금은 한결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일단 이솔에게 프로포즈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그녀의 허락을 받은 후의 일은 그때부터 하나씩 해결하면 되는 일이었다.해일은 오토바이를 몰며 작게 웃었다.“잘될 거야..... 힘내자~!”잠시 후 루비 아워 앞에 도착한 해일은 오토바이에서 내렸다.헬멧을 벗어 들고는 곧장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지율아. 나왔어.”해일의 목소리에 지율과 하윤이 대화를 나누다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형! 왔어?”“오셨어요?”해일은 자리로 가서 앉은 뒤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일단 앉아봐. 나 할 말 있어.”해일의 진지한 말에 지율과 하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둘은 해일을 바라보다 지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형, 궁에 다녀오더니 뭔가 분위기가 좀 달라졌는데?”하윤 역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해일님, 어쩐 일로 저를 보자고 하신 거예요?”해일은 둘을 번갈아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께 조언을 듣고 내 마음은 확실히 정해졌어. 그래서 하윤이 널 보자고 한 거고.”결심이 선 듯 해일의 눈빛이 반짝였다.그 모습을 본 지율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어 급하게 한 손을 들어 올렸다.“형. 잠깐만...... 우리 조금 더 고민하자. 이렇게
해일은 오토바이에서 내려 궁의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 뱀파이어 앞에 섰다.“폐하를 만나러 왔네.”“해일 심판자님. 연락받았습니다. 들어가십시오.”보디가드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자 궁의 문이 열렸다.해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궁 안으로 들어섰고 곧장 현목이 있는 집무실로 향했다.승계식이 끝난 후 황제의 자리에 오른 현목은 가끔씩 해일에게 전화를 걸어 신세 한탄을 하곤 했다.황제가 된 뒤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쉬는 시간조차 제대로 가질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특히 황후 폐하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든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예전 같으면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어 황후 폐하를 찾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황제라는 자리가 그마저도 마음대로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었다.해일은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황제의 자리에 오르시더니 신세 한탄이 느셨군...’하지만 그만큼 현목에게 황후 폐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오늘 자신이 현목을 만나러 온 목적은 분명했다.이솔에게 프로포즈하기 전에 현목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특히 인간이었던 황녀님께서 뱀파이어가 되기까지 어떤 고민과 결정을 했는지 듣고 싶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도움이 되는 조언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현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집무실 문 앞에 선 해일은 가볍게 노크했다.‘똑똑.’“폐하. 해일 심판자입니다.”“들어오게.”해일은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서 현목 앞에 서서
해일은 이솔과 정식으로 만남을 갖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처음에는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해일에게는 점점 더 큰 고민이 생겼다.뱀파이어인 자신은 늙지 않았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하지만 인간인 이솔의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었다.지금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의 곁에서 웃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이를 먹을 것이고, 결국 자신보다 먼저 늙어갈 것이다.해일은 그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이솔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었지만 가능하다면 지금처럼 수백 년의 시간을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이솔에게 자신의 삶을 따라와 달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뱀파이어가 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었다.한 번 선택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자신의 삶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은.... 해일에게 너무나 이기적인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며 매일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 이기심은 사라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결국 해일은 더 이상 혼자 고민할 수 없어 지율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지율아.....”“응?”해일은 한동안 입만 달싹 거릴 뿐이었지만 결국 어렵게 입을 열었다.“나..... 이솔 씨랑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지율은 아무 말 없이 해일을 바라보았다.해일은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지금처럼 계속 함께 있고 싶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이현명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후, 그의 여행이 그렇게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저 모두가 그의 새로운 삶을 응원할 뿐이었다.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일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순혈 뱀파이어 사회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존재들은 단연 하이브리드 뱀파이어들이었다.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순혈 뱀파이어들에게 좋은 가십거리가 되기 쉬웠다.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과장되어 퍼지기도 했고, 사소한 행동 하나가 하이브리드 뱀파이어 전체의 이미지로 이어지기도 했다.때문에 하이브리드 뱀파이어들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평소보다 몸가짐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물론 그런 상황이 불편하다고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었다.“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저렇게 쳐다보는 거야?”“그러니까. 지나갈 때마다 수군거리는 것도 너무 싫어.”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하윤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순혈 뱀파이어가 아니잖아.”하윤의 말에 주변이 조용해졌다.“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뱀파이어 사회에 제대로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았어. 이제 막 우리 존재를 인정받기 시작한 거니까.... 다른 뱀파이어들이 우리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당연한 일이야.”하윤은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우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그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어.”“하지만 너무 억울하잖아.”한 하이브리드 뱀파이어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하윤은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명은 최근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황제의 자리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정신없이 바빴다.황제였을 때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와 국정 업무 때문에 바빴다면, 지금은 집을 알아보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로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특히 이현명을 가장 지치게 만든 것은 집을 알아보는 일이었다.“집을 알아보는 것이 이렇게 정신없는 일인가?”며칠째 여러 집을 둘러본 이현명이 지친 얼굴로 중얼거렸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율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선황 폐하. 원래 집을 알아보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입니다.”“자네는 언제까지 선황 폐하라고 부를 것인가? 어?”이현명이 짜증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자 지율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노력하고 있습니다.”“노력?”“네.”지율은 웃음을 가라앉히며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러니 선황 폐하께서도 노력해 주십시오.”“내가 뭘?”“황제가 아니라 평범한 뱀파이어로 사는 것에 익숙해지시는 것 말입니다.”순간 이현명의 입이 굳게 다물렸다.지율은 그런 이현명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웃었다.“선황 폐하께서는 아직도 저나 은재에게 지시하는 것이 익숙하시잖습니까.”“......”“이제는 조금 느긋하게 생각하시고 선황 폐하께서 지시가 아닌 결정을 하시는 겁니다.”이현명은 팔짱을 끼고 지율을 바라보았다.“자네...... 요즘 나한테
사색에 잠겨 앞으로 황제가 아닌 평범한 뱀파이어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던 이현명은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떴다.삑, 삑, 삑.곧 현관문이 열리고 해일이 안으로 들어왔다.이현명은 소파에 앉은 채 해일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왔나?”“.....”해일은 현관에 들어선 그대로 걸음을 멈춰서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이현명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이현명은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등받이에 기대지도 않았고, 다리를 꼬지도 않았다.그저 정자세로 앉아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해일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속으로 중얼거렸다.‘누가 선비 아니랄까 봐......’이현명은 조선 초기부터 살아온 뱀파이어였다.인간이었던 시절에는 꼬장꼬장하기로 유명한 선비였고, 왕의 곁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일이 보이면 거리낌 없이 충언을 올리던 사람이었다.말 한마디를 할 때도 예의를 갖췄지만, 그 말 속에는 언제나 뼈가 있었다.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시절의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고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온 지금까지 소파에 앉은 자세 하나만큼은 흐트러짐이 없었다.결국, 해일은 결국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오셨습니까?”“그래.”이현명은 여전히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 채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해일은 신발을 벗으며 거실 안으로 들어와 이현명 가까이로 다가가 소파 앞에 놓인 테이블을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형......”자신을 부르는 해일의 목소리에 이현명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