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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Penulis: 류한나
“고은서 씨, 질문 하나 있는데 제가 물어본다는 걸 깜박했네요.”

민시후가 사악하게 말했다.

‘나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무슨 질문인데요?”

민시후는 일부러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고은서 씨는 저랑 곽 대표님의 내기에서 누가 이길 것 같아요?”

민시후가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는 순간, 고은서는 곧바로 그의 뜻을 알아챘다.

전에 고은서는 먼저 민시후에게 연락처를 물어서 그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가르침을 받았다. 이건 고은서가 곽승재보다 민시후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런데 민시후가 지금 이런 질문을 하는 건 그녀를 난처하게 만듦과 동시에 곽승재를 도발하는 것이었다.

고은서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얼버무렸다.

“내기 같은 건 실력을 제외하고도 운이 필요한 일이죠.”

“고은서 씨는 제 운이 좋은 것 같나요?”

“글쎄요, 일단은 민시후 씨가 좋은 성적을 얻길 바랄게요.”

민시후는 뭔가 더 할 얘기가 있는 듯했는데 곽승재가 창문을 올려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언제부터 민시후랑 그렇게 친해진 거야?”

고은서가 고개를 돌렸을 때 곽승재가 다소 짜증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고은서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넘겼다.

“지금은 안 친한데.”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민시후의 미래 투자은행은 전망이 밝고 돈을 벌기에 적합할 듯했다.

그러나 민시후 쪽에서는 곽승재와 대결하려고 했다.

고은서는 전생에 곽승재가 그녀를 냉대하고, 그녀를 정신병원에 보낸 일로 그를 무척이나 원망했다. 그때 곽승재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녀가 억지로 그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직 그 단계까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곽승재는 고은서의 말뜻을 알아채고는 작게 냉소했다.

곧 초록불이 들어오자 민시후는 액셀을 밟아 곽승재의 앞에 서더니 곽승재의 차를 막고 천천히 운전했다.

곽승재가 왼쪽으로 가면 그도 왼쪽으로 가고 곽승재가 오른쪽으로 가면 그도 오른쪽으로 가서 절대 곽승재에게 먼저 앞서나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

비록 고은서가 직접 운전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민시후 때문에 화가 났다.

“꽉 잡아.”

결국 민시후의 도발을 참지 못한 곽승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곽승재의 얼굴에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그윽한 눈빛이 차갑게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고은서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뭐... 아!”

고은서가 한 글자를 내뱉자마자 곽승재는 액셀을 꽉 밟았고 차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고은서가 반응할 틈조차 없이 차 앞쪽에서 쾅 소리가 났다. 곽승재가 민시후의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칙.

바퀴와 바닥이 마찰하면서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고은서의 몸은 앞으로 확 쏠렸다가 다시 뒤로 넘어갔다.

고은서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개를 들었을 때 민시후의 차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몇 미터 나아갔다.

곧이어 민시후의 차에서 시동을 거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뒤쪽에 있는 그들을 향해 돌진해 왔다.

곽승재가 제때 반응해서 방향을 틀었지만 민시후의 차에 부딪혀서 몸이 옆으로 쏠리며 차가 미끄러져서 길가의 큰 나무에 부딪혔다.

두 차례의 둔탁한 충돌음과 함께 고은서는 하마터면 시트 밖으로 내동댕이쳐질 뻔했다.

이때 차창이 깨지고 파편이 자신에게 튀기 전, 고은서는 놀라서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러나 상상했던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가 단단한 가슴으로 감싸진 것이다.

귓가에서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가 들리자 고은서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전생에 그녀는 곽승재가 인사불성으로 취했을 때 그의 가슴팍에 기대어 그의 심장 박동 소리를 몰래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때처럼 급하게 뛰지 않았었다.

곽승재가 그녀를 걱정한 걸까?

“괜찮으면 일어나.”

곽승재의 낮은 목소리에서 약간의 초조함이 느껴졌다.

머리 위에 놓였던 곽승재의 손은 이미 떠나간 상태였다. 고은서는 서둘러 꼿꼿이 앉았다.

조금 전 일을 떠올린 고은서는 화를 냈다.

“미친 거야? 차를 박으면 어떡...”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곽승재가 문을 박차고 차에서 내렸다.

“내려와. 차 안에 있지 말고.”

곽승재는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면서 명령했다.

“...”

곽승재가 갑자기 열 받아서 차를 박은 것인데 말을 들어보면 그녀가 잘못한 것 같았다.

고은서는 화가 났다.

고은서 쪽의 차 문은 나무에 부딪혀서 열 수가 없었기에 운전석 쪽으로 나가야 했다.

목숨이 중요했기에 고은서는 곽승재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곽승재의 손을 못본 척하고 힘겹게 기어레버를 넘어 스스로 나왔다.

그러나 차에서 내릴 때 실수로 차 문에 머리를 부딪혀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는데 곽승재가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

허리에서 느껴지는 그의 손바닥 온기에 고은서는 불편한 듯 몸을 비틀며 앞으로 몇 걸음 나갔다.

마이바흐의 차 머리는 완전히 박살 난 상태였다. 창문은 박살 났고 차체도 움푹 들어가서 흰 연기가 나고 있었다.

이때 적지 않은 차들의 차주가 멈춰 서서 구경했고 어떤 이들은 혀를 차면서 한숨을 쉬었다.

“차 폐기해야겠네. 좋은 차인데 참 아쉬워.”

“그러게. 저쪽 차는 더 심하게 찌그러졌는데. 에어백까지 나온 것 봐. 역시 돈 많은 사람들은 스케일도 크다니까.”

민시후의 차 상태가 심각한 듯했다.

고은서는 앞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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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4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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