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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Author: 류한나
민시후의 차는 큰 시멘트 더미와 충돌해서 차 뒷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졌다.

겉보기엔 곽승재의 차보다 상태가 훨씬 더 심각했다.

이때 구급차가 도착했고 곧 의사가 도착해 민시후를 차 안에서 들어냈다.

“뚜렷한 외상은 없고 골절 현상도 없습니다. 일단은 에어백 충격이 너무 커서 정신을 잃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의사의 말에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안도했다.

동시에 그녀는 이상함을 느꼈다. 민시후와 곽승재 두 사람의 원한이 얼마나 크기에 겨우 비즈니스적인 대립 관계로 인해 이렇게 목숨까지 걸면서 충돌한단 말인가?

...

고은서와 곽승재가 경찰서에서 나왔을 때 날은 이미 저물었다.

그들은 민시후가 이미 정신을 차렸고 큰 문제는 없지만 머리를 핸들에 박는 바람에 약간의 뇌진탕 증상이 있어 병원에 며칠 입원해서 쉬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 사고가 발생한 곳은 길이 넓고 차가 적어서 다른 차량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에 경찰서에서도 크게 추궁하지는 않았다.

고은서는 곽승재와 민시후 사이의 갈등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곽승재가 계속 표정을 굳히고 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호기심을 거두어야 했다.

주민기가 차를 타고 도착했다.

고은서가 말했다.

“두 사람 회사로 돌아가는 거 방해하지 않게 나는 내가 알아서 차 타고 갈게요.”

곽승재는 워낙 바빠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오늘 시간을 이렇게 많이 지체했으니 틈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배려한다고 한 말에 곽승재는 오히려 차가운 표정을 해 보였다.

“요 이틀 있었던 사건들로는 모자라서 계속 사고 치려고?”

고은서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곽승재는 대답을 하는 대신에 코웃음쳤다.

고은서는 뒤늦게 반응했다.

“이혼 얘기는 진심이었어. 민시후 씨 차를 들이받은 건 순전히 사고였고.”

“민시후가 왜 널 알고 있는 건데? 민시후 만나자마자 자기소개라도 했어?”

그 일을 설명하기는 번거로웠고 설명한다고 해도 곽승재가 믿지 않을 것 같았기에 고은서는 설명할 마음이 없었다.

“오늘 오빠에게 폐를 끼친 건 내 탓이야. 앞으로 이런 일 생기면 나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곽승재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또 다음이 있다고?”

“대표님, 사모님, 시간도 늦었고 피곤하실 텐데 제가 일찍 별장으로 모셔다드릴 테니 일찍 쉬는 건 어떻습니까?”

주민기가 적당한 때 입을 열면서 뒷좌석 문을 열었다.

고은서는 곽승재를 무시하고 곧장 조수석을 향해 걸어갔고 곽승재는 꼼짝하지 않았다.

주민기는 안색이 어두운 곽승재를 보았지만 그냥 아무것도 못 본척했다.

그는 평범한 비서일 뿐이니 이런 고난도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곽승재는 결국 차에 올랐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 때문에 차 안의 온도가 훅 내려갔다.

주민기는 운전하면서 계속 이렇게 하다가는 얼음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은서에게 말을 건넸다.

“사모님, 저번에 제게 선물로 주신 에센셜 오일, 저희 어머니께서 굉장히 좋아하세요. 잠이 잘 온다고 하더라고요.”

고은서는 곽승재에 관한 일을 알기 위해 자주 그의 비서들에게 선물을 했다.

주민기는 보통 받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녀가 제조한 향긋한 에센셜 오일을 받았다.

고은서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번에는 더 많이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사모님.”

곽승재는 코웃음쳤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한사코 애를 쓰면서, 이혼이 진심이라고?”

“믿든 말든 상관없어. 오빠는 걱정하지 마. 모든 사람에 오빠는 제외니까.”

곽승재는 울컥했다.

“누가 신경이나 쓴대?”

예원 별장에 도착한 뒤 고은서는 먼저 차에서 내려 곽승재를 따돌리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도련님, 돌아오셨어요.”

고은서가 물을 따라서 마시려는데 곽승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어쩌다가 다치셨어요?”

이미숙이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돌린 고은서는 곽승재가 소매를 접어 올리자 팔에 긁힌 자국이 몇 개 있는 것을 보았다. 붉게 부어오르고 살짝 검게 변한 모습이 조금 섬뜩했다.

“왜 다쳤다고 얘기하지 않은 거야? 많이 아팠어?”

고은서가 빠른 걸음으로 곽승재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그의 팔을 잡아 확인했다.

그것은 아마 그녀를 대신해 창문 유리를 막을 때 생긴 생채기일 것이다.

곽승재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쁜 건지,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순간 자신이 뭘 하는 건지 깨달은 고은서는 서둘러 곽승재의 팔을 내려놓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동시에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곽승재를 8년 동안 깊이 사랑했다 보니 그를 걱정하는 건 그녀의 뼛속 깊이 새겨진 습관이 되었다.

그가 다쳤다는 말에 고은서는 조건반사처럼 움직였다.

따뜻하던 작은 손이 팔에서 떨어지자마자 곽승재는 왠지 모르게 언짢아졌다.

“이게 안 아프겠어?”

“아프면 약이라도 바르든지.”

고은서는 말을 마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곽승재가 그녀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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