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26화

Penulis: 류한나
“길 안 보고 다닐래?”

곽승재가 화를 내며 말했다.

방금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한 고은서는 깜짝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 왜 이래? 왜 갑자기 승재한테 화를 낸 거지? 게다가 그렇게 시큰둥한 말을 하다니...’

고은서는 박지연의 말에 세뇌당한 것만 같았다. 곽승재가 그녀에게 잘해주고 이혼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니 또 내심 희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었다.

고은서는 두려웠다.

그녀는 곽승재의 꾸지람을 무시하고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쇼핑몰에 안 가고 단팥빵을 파는 가게를 찾아서 빵만 사면 돼.”

곽승재는 고은서가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라면서 화낼 줄 알았다. 그러나 고은서는 화내지 않았을뿐더러 많이 침착해 보였다.

곽승재는 당연히 고은서가 생떼를 부리지 않고, 할 말이 있으면 바로 얘기하는 지금의 반응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예전의 그녀는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서 있어 전혀 소통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차에 올라탔고 곽승재는 손이 가는 대로 약봉지를 콘솔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단팥빵을 파는 노포를 찾아갔다.

가게는 장사가 잘되는지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

고은서가 안전벨트를 풀고 차를 내리려 할 때 곽승재는 그녀가 얇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당신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내려가서 사 올 게.”

이 말을 듣고 고은서는 안전벨트를 풀던 동작을 멈추었다.

곽승재가 차에서 내린 후 고은서는 속이 계속 불편해서 약 봉투를 열어 소화제를 찾아 먹었다.

그러고 나서 고은서는 목을 축이려고 차 안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마셨다.

그러나 물병을 딸 때 힘을 잘 조절하지 못해 안장과 옷에 물을 많이 쏟았다. 고은서는 얼른 휴지를 뽑아 물기를 닦았고 그러다가 실수로 곽승재가 백유미에게 사준 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처방 약은 위생을 고려하여 모두 작은 투명 봉지에 따로 담겨있었고 약품 명칭과 용량이 표시되어 있었다. 고은서는 약 봉투를 들어 대충 물이 젖지 않은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baru

  • 어게인, 비긴   제1160화

    단은숙이 초대한 자리였지만, 송민준이 이미 방을 예약하고 음식까지 시켜놓았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매니저가 친절하게 맞이하며 그들을 방으로 안내했다.식사하는 동안, 송민준은 신사다운 매너로 고은서와 단은숙을 세심하게 챙겼다.단은숙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송민준을 칭찬했다. 다만 고은서가 싫어할까 봐 둘을 엮어주는 말은 하지 않았다.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고국성이 단은숙에게 전화를 걸어와 식사했냐고 묻자, 그녀는 자기도 집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고 대답했다.“은서야, 삼촌이 요즘 너무 피곤한지 입맛이 없어서 식사를 잘 안 하셔. 내가 들어가서 좀 챙겨야 해. 민준 군이랑 천천히 먹어.”단은숙은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민준 군, 오늘 정말 고마웠어. 다음에 은서랑 한번 식사 자리를 마련할게.”송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심히 들어가십시오.”숙모가 떠난 후 고은서도 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때 호텔 매니저가 정교하게 포장된 장수면과 케이크 상자를 들고 왔다.“송 대표님, 생신 축하합니다. 이건 저희 호텔에서 준비한 장수면과 케이크입니다. 약소한 선물이지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고은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송민준을 쳐다보았다.“오늘 생일이었어? 왜 말하지 않았어?”‘생일인데 왜 옆에 아무도 없지?’송민아조차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우리랑 같이 식사하지 않았다면 송민준은 이 시간에 야근하고 있었겠네.’‘송씨 가문에서 송민준을 이렇게 대할 리 없는데.’송민준은 선물을 받으며 가볍게 인사하고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담담히 말했다.“나는 평생 생일을 챙겨본 적이 없어. 식구들도 다 알고 있어서 언급하지 않아. 호텔에서 선물을 주지 않았으면 나도 모르고 지나갔을 거야.”고은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어떻게 생일을 기억 못 하고 안 챙길 수가 있지?’문득 송민아가 송민준과 이복형제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송민준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설마 생일만 되면 친

  • 어게인, 비긴   제1159화

    단은숙의 속마음을 모를 리 없는 송민준이 온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단은숙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하게 웃었다.“그래, 그래! 가자!”고은서는 송민준이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마 숙모의 체면을 생각해서 동의했을 것이다.문을 나선 고은서는 단은숙에게 먼저 차에 가 있으라 하고는 송민준에게 말했다.“민준 오빠, 방금 우리 편을 들어줘서 고마워. 더 이상 시간을 뺏을 수는 없으니 바쁘면 가도 돼.”송민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방금 내가 나서지 않아도 당하고만 있을 네가 아니라는 걸 알아. 그저 너한테 좀 더 호감을 사려고 나선 것이니 감사할 필요 없어.”“하지만 이번 식사는 뻔뻔하게 같이하고 싶어.”송민준은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숙모님의 지지를 얻는다면 너를 사로잡을 확률도 조금 올라갈 테니까.”“...”거절하는 말을 수없이 했지만 송민준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오늘 일을 그녀가 해결할 수 있었든 아니든 송민준이 도움을 준 건 사실이고, 식사도 숙모가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고은서는 정중하게 말했다.“식사는 물론 환영이야. 다만 다른 건... 아마 실망하게 될 거야.”송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실망도 희망 없는 것보다는 낫지.”“...”고은서는 속으로 그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생각했지만 송민준은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그가 좋다면 그걸로 됐다.차에서 조수석에 앉은 송민준이 부하 직원에게 전화해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이니 남은 일은 내일 사무실에서 논의하자고 했다.“민준 군, 오늘 정말 고마웠어.”전화를 끊자, 단은숙이 송민준에게 말을 걸었다.단은숙은 김지숙의 표정을 생각하니 또 속이 후련했다.“김 여사가 그 한심한 아들을 두고, 우리 은서를 무시하다니! 정말 어이없네!”고은서는 약간 민망했다.‘숙모는 누가 그 소개팅 자리를 마련했는지 잊으신 건가?’“숙모가 김 여사님 아들이 굉장히 출중하다며 저한테 친구로 소개해 주려고 한 것이 아니었어요?

  • 어게인, 비긴   제1158화

    고은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송민준의 뒤편을 살폈다. 그쪽 테이블에 음식들이 놓여 있고 그의 부하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대기 중이었다.이 커피숍은 간단한 양식도 제공하고 있어 식사와 미팅을 병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의도된 우연이 아니라 송민준이 여기서 누군가와 미팅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송민준이 어느새 그녀 곁에 왔다.“누구시죠?”김지숙은 경멸에 찬 눈으로 송민준을 바라보며 극히 불친절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면 언짢게 굴지 마세요.”김지숙의 오만한 말투에도 송민준은 흐트러짐 없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언짢게 해서 죄송합니다.”“김 여사님은 정말 건망증이 심하시군요. 지난번 만찬 때, 하 대표님과 함께 저를 찾아오셔서 북성 지역 대리권을 따낼 수 있도록 좀 연결해달라고 부탁하시더니, 고작 며칠 지났는데 벌써 저를 잊으셨네요.”조금 전까지도 기고만장하던 김지숙은 안색이 확 변했다.“어머, 송 대표님이었군요. 제가 눈이 침침해서 못 알아봤어요. 정말 죄송합니다.”김지숙의 얼굴에 비위를 맞추려고 알랑거리는 미소가 번졌다.“괜찮습니다. 김 여사님도 이제 그 나이가 되셨으니 가끔 눈이 흐려지시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어요.”김지숙은 평소에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제일 듣기 싫어했지만 송민준 앞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웃는 얼굴을 유지해야 했다.“네에, 제 실수입니다. 송 대표님, 고은서 씨와 아는 사이인가 봐요?”송민준은 고은서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제가 지금 고은서 씨를 쫓아다니고 있어요. 어때요? 제가 좀 보는 눈이 있나요?”“네, 있다마다요.”김지숙은 오버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고은서 씨는 분위기부터 남다르고 우아하면서 아름다우세요. 두 분이 너무 잘 어울리고, 정말 천생연분인 것 같아요.”김지숙의 말을 듣고 단은숙이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아까는 조건 좋은 남자들이 우리 은서를 보지도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기가

  • 어게인, 비긴   제1157화

    구석의 상황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고은서가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단은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김 여사님, 그 말씀은 지나치시네요.”단은숙이 고은서 편을 들며 말했다.“이혼녀 주제에 눈이 높다니요? 우리 은서를 좋아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요?”“저는 여사님이 성의를 보이고 아드님 조건도 괜찮은 것 같아서 소개시키려고 했는데, 이런 태도로 나올 줄 알았으면 아예 나오지도 않았어요.”평생 아첨만 받아온 김지숙은 단은숙 같이 억지로 상류층에 끼려는 부류를 업신여겼다.하지만 단은숙이 눈치가 빠르고 평소에 비위를 잘 맞춰주기 때문에 김지숙은 그녀를 심부름꾼 정도로 곁에 두고 있었다.어제 오후, 그들이 차를 마시고 있을 때 김지숙의 아들이 옆에서 새로운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단은숙이 슬쩍 보더니 자기 조카딸이 그 게임에 투자했다고 말했다.단은숙은 또 조카딸이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출중하며, 애정운이 좀 없을 뿐이지 다른 건 다 완벽하다고 한바탕 자랑했다.김지숙의 아들이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는 소리를 들은 단은숙은 두 사람을 위해 소개팅 자리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유일 투자은행에 대해서는 김지숙도 다른 부잣집 사모님한테서 들은 바 있었는데, 차세대 기업 중에서는 성장세가 꽤 좋고,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전망이란다.살짝 마음이 동한 김지숙은 못 이기는 척하며 동의했다.고은서의 외모를 보고 나서는 사실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훗날 집안에 들였을 때 고분고분 자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흠을 잡아 기선을 제압하려 했다. 그런데 고은서가 버릇없이 대들 줄이야.게다가 단은숙까지 감히 이런 태도로 말하고 있다.단은숙이 언성을 높이는 바람에 커피숍에 있던 사람들이 시선을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김지숙은 더욱 창피하고 분했다.“단은숙, 네가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내가 아들을 데리고 이 자리에 나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에 이것저것 따지고 있어?”그녀의 독설은 계속됐다.“네가 조카딸을 하늘로 떠받들면 뭐 해? 진짜 그렇게

  • 어게인, 비긴   제1156화

    고은서는 은근한 속내가 있었다. 낯선 타국에서 사이가 가까워지기 쉬우니 고은혜와 유성준이 함께 출장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한편 MQ의 조향사들과 다양한 향료 배합 비율과 조합 방식을 논의했다. 각자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해 보라는 고은서의 격려에 팀원들은 창의적인 시도를 이어갔고, 그중에서 최상의 조합을 추려내기로 했다.그렇게 하루가 훌쩍 지나가고, 고은서가 어깨를 주무르며 작업실을 나설 때 마침 회사에 나온 단은숙과 마주쳤다.단은숙은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며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고은서는 삼촌, 숙모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마음이 있던 터라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유성준의 출장으로 업무가 많아진 삼촌은 회의가 있어서 동행하지 못했고 고은서와 단은숙 둘만 갔다.그 고급 커피숍에 들어선 고은서는 모피 코트를 입고 온몸을 장신구로 치장한 부인과 올백 머리에 정장을 차려입은 평범한 외모의 남자를 보고 즉시 경계했다.“숙모, 왜 다른 사람이 있는 거죠?”단은숙은 손을 내저으며 설명했다.“저 부인을 너도 만난 적 있어. 남편이 해성에서 탄탄한 재력가야. 아들은 유학파에, 외모도, 능력도 출중해. 생각도 깨어 있어서 돌싱도 괜찮다고 하길래 한번 보라고 데려온 거야.”‘숙모가 나를 소개팅시키려고 데려온 거였어?’고은서는 어이없었다.“숙모, 저는 소개팅이 필요 없어요. 당장 결혼할 생각도 없고요.”“아이고, 숙모도 네 마음을 알아. 하지만 어쨌든 옆에 누군가 있긴 있어야 하잖아?”“승재랑은 재결합할 마음이 없고, 시후는 해외로 떠났고, 송민준도 마음에 안 든다며. 마침 조건 좋은 사람이 있길래 만나라도 보라고.”“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는 될 수 있잖아.”단은숙은 열정이 대단했다.“저는 정말 필요 없어요. 아니면 남겼다가 은혜한테 소개해 주실래요?”나만 죽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고은서가 제안했다.자기가 숙모의 잔소리를 듣는 것보다 고은혜가 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은혜 그 계집애는 출국했잖아. 그리고 네가 두 살 더 많

  • 어게인, 비긴   제1155화

    이 말을 들은 고은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여시은이 갑자기 별장을 얻은 이유가 뭐지?”“아직 구체적으로 뭐 하는지 알아내지 못했어. 별장은 면적이 클 뿐만 아니라 철통 보안으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하지만 별장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건 확실해. 매일 대량의 식재료를 주문하고 생활 쓰레기도 많이 배출하고 있어.”고은서는 미간이 더 찌푸려졌다.“언제부터였어?”“꽤 오래됐어.”“여시은은 내가 은밀히 조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 직접 관여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어.”이번에 그의 부하들이 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여시은이 어제 그 별장에 갔기 때문이라고 한다.고은서는 어렴풋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여시은이 몰래 별장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숨겨둔 건 분명 큰 계획이 있어서일 거야. 나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커.”여시은은 지난번 리셉션에서 큰 수모를 당했고, 그 후에 꾸민 고육지책도 고은서에게 실질적 타격을 주지 못했으니 가만히 있을 리 없다.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두 사람은 재빨리 올라탔다.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아 두 사람은 잠시 대화를 멈추었다.곽승재는 고은서가 밀리지 않도록 몸으로 막아주었다.얘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고은서는 기사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한 후, 곽승재와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차에 탄 후, 곽승재가 위안의 말을 건넸다.“조급해하지 마. 너를 노린 것이 아닐 수도 있어. 목적이 뭔지 내가 다시 조사해 볼게.”고은서는 여시은의 표적이 십중팔구는 자신일 것임을 알고 있었다. 곽승재도 이 사실을 알면서 그저 위로하는 것이다.‘여시은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여시은의 예흥 투자은행은 개업 리셉션을 다시 열지 않고 직접 운영에 들어갔고, 현재까지 고은서와 자원이나 프로젝트를 두고 경쟁하지도 않았다. 고은서는 그녀가 무슨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손문호 쪽은 별다른 이상이 없어?”곽승재가 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손문호가 경마장과 정월

  • 어게인, 비긴   제1154화

    박지연이 고개를 돌려 보니 온승준이 음식도 먹지 않고 나와 있었다.그 역시 두 사람을 보고 마치 무언가에 맞은 듯 슬픈 표정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가자.”박지연이 육현석의 팔을 잡아당기자, 육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차에 오른 박지연은 방금 온승준과 우연히 마주쳤던 일을 털어놓았다.육현석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그저 네가 마음이 흔들릴까 봐 걱정될 뿐이야. 온 선생님은 아직도 널 사랑하는 게 분명해.”박지연은 육현석을 흘겨보며 말했다.“아내랑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야. 그런 말로 사람을 짜증 나게 할 거야?”육현석은 박지연을 더 꽉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그럼 나만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래야 걱정하지 않을 것 같아.”박지연은 어이없어 얼굴을 돌렸다....그날 밤, 박지연은 고은서와 영상통화를 하던 중 곽승재가 옆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곽승재는 요 며칠 바빠서 이미숙에게 맡겼던 애완묘 퀸을 데리러 온 것이었다.박지연이 온승준과 마주친 일을 말하고 있을 때 육현석이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지연아, 국이 다 됐어. 같이 좀 먹을래?”“와, 현석 씨는 너무 완벽한 거 아니야? 다정한 데다 요리까지 잘하다니. 다른 남자들은 어떻게 하라고?”육현석은 고은서의 장난을 무시한 채, 뒤에 있는 곽승재를 향해 잘난척했다.“형, 들었어? 은서도 내 실력을 인정했어.”곽승재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다가와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쓸데없이 칭찬하지 마. 곧바로 기고만장해져.”“...”이튿날 아침, 고은서가 일어나니 이미숙이 아침을 준비해 놓았는데 죽, 밑반찬, 우유는 물론 샌드위치까지 있었다.샌드위치는 야채와 햄이 삐뚤게 놓여 모양새가 영 허술했고, 계란후라이는 심지어 가장자리가 살짝 탄 게 보였다.고은서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이미숙이 다이닝룸으로 왔다.이미숙은 샌드위치를 지켜보는 그녀에게 말했다.“평소에 한식 아침만 차리다 보니 샌드위치를 예쁘게 만들지 못했네요. 그래도 맛은 괜찮

  • 어게인, 비긴   제1153화

    고은서는 목소리의 주인이 온 닥터 온승준이라는 걸 알아챘다.‘해외에서 돌아온 건가?’“은서야,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박지연이 급히 전화를 끊었다.눈앞에 있는 남자는 한층 수척해진 몰골에 피부도 그을어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온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박지연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예전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초췌하고 무덤덤한 얼굴이었다.“세미나가 끝나고 배가 고파서... 옛날에 네가 이 집 볶음요리가 맛있다고 했던 게 기억나서 왔어. 여기서 너를 만날 줄은 몰랐네.”온승준의 쉰 목소리가 공중에 맴돌았다.“너도 아직 저녁 안 먹었어? 같이 먹을래?”한때 사랑했던 남자가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니 박지연은 가슴이 먹먹했다.그래서 냉담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평범한 친구처럼 대했다.“아니, 난 먹었어. 육현석이 출장 갔다가 막 돌아왔는데,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해서 포장해 가려고.”온승준은 박지연이 이렇게 당당하게 육현석을 언급할 줄은 몰랐다. 무덤덤하던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지연아, 요즘 잘 지내?”박지연은 일부러 그의 어두운 표정을 외면하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난 항상 좋지. 온 선생님은? 언제 해성에 돌아온 거야?”“며칠 됐어.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아서 주변 동료나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못했어.”온승준은 박지연의 직장인 옷차림을 보고 물었다.“지연아, 너 병원 그만뒀다며? 지금 하는 일은 힘들지 않아?”박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모르는 게 많지만 경험 많은 동료들 덕분에 천천히 배우면서 일하고 있어.”온승준은 대화를 이끌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특히 새로운 연인이 생긴 전처와의 대화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풀어갈지는 더욱 몰랐다.하지만 이대로 대화를 끝내기는 아쉬웠는지, 서툴게나마 관심을 표시했다.“지연아,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말고 쉬어가면서 해.”박지연은 그의 어색함을 눈치채고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은서가 투자하라고 해서 나도 의료 미용 기관의 주주가 됐어. 내 돈 벌려고 하는

  • 어게인, 비긴   제1152화

    OBT는 보름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첫날 데이터가 예상보다 좋아 사기가 진작되면서 팀 전체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다.고은서는 축하의 뜻으로 팀원들에게 저녁을 사줬다.개발팀은 계속해서 서버 유지 및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야 했기에 간단한 축하 파티로 대신했다. 고은서는 게임이 공식 출시될 때는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3일 동안 밤낮으로 마음껏 즐기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팀원들은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고은서가 라이트문 아파트에 돌아왔을 때, 박지연에게서 전화가 왔다.OBT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그녀는 오늘 부서장들과 회의가 있어서 직접 축하하러 가지 못하고, 정식으로 축하 파티를 할 때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했다.의료 미용 기관 인수 절차가 완전히 종료된 후, 박지연은 사직하고 기관에 들어가 일하게 됐다. 배워야 할 것도, 처리해야 할 것도 많아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다.하지만 박지연은 이런 바쁜 일상을 즐겼고, 사람들이 왜 일중독에 빠지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느낌이 너무 좋고 뿌듯하기 때문이라고.그녀는 여성 CEO가 되는 것이 무척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심지어 도아름을 롤모델로 삼겠다고 말해서 깜짝 놀란 육현석이 급히 그녀를 말렸다. 돈 버는 건 좋지만, 적당히 쉬기도 하고 삶을 즐길 시간도 있어야 한다고.육현석은 심지어 고은서에게 SOS를 쳤다. 제발 직원을 더 뽑아서 박지연의 업무를 분담해달라고. 그는 박지연이 일중독에 빠지면 남자친구인 자기가 뒷전으로 밀릴까 봐 걱정했다.고은서는 시간을 확인한 후 박지연을 재촉했다.“얼른 퇴근해. 육현석이 또 나를 찾아와서 너랑 같이 있을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겠어.”“알았어. 맛있는 거 포장해서 들어갈 참이었어.”박지연이 갑자기 물었다.“은서야, 송민준이 요즘도 너한테 꽃다발과 선물을 보내니?”지난번에 분명히 거절했는데 송민준의 공세는 오히려 더 거세졌다. 물러나기는커녕 수시로 꽃다발과 선물을 보내는 바람에 유일 투자은행 직원들은 이제 모두 송민준이 그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