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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Penulis: 류한나
박지연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온승준의 어머니 조수연과 그의 첫사랑 유혜린이었다.

조수연은 유혜린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마치 친모녀 같았다.

두 사람은 박지연의 말을 듣기라도 한 건지 조수연은 표정이 거의 썩어 있었고 유혜린은 그나마 괜찮아 보였다.

심지어 그녀는 먼저 박지연을 향해 인사했다.

“지연 씨, 여기서 만나네요. 친구랑 쇼핑 중인가요?”

박지연은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고은서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가자.”

“이혼을 협박 수단으로 삼는 여자를 누가 좋아해.”

조수연이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어떤 사람은 진짜 존재하는 것 자체가 화를 불러온다니까. 승준이가 그렇게 취했는데도 모르는 척하고. 혜린이가 제때 가서 집까지 데려다주고 밤새 보살피지 않았더라면 큰일 났을 거야.”

박지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발걸음을 멈췄다.

옆에 있던 고은서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조수연 씨, 입은 삐뚤어도 말은 바르게 해야죠. 그날 회식은 지연이 부문 회식이었거든요. 당신이 아들이 기어코 고집부리며 따라간 거예요. 술도 스스로 마신 건데 지연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러나 조수연은 여전히 피식거리며 비아냥거렸다.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면서 우리를 가해자로 만드는 게 좋은 사람이야? 승준이가 착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바보처럼 저 애를 쫓아다녀서 그렇지.”

“지연이가 없는 말을 했어요?”

고은서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연이한테 잘해준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지연이가 온씨 집안에서 언제 한 번 편하게 지낸 적이 있어요?”

“승준이한테 시집온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친구로 남편이랑 남편 가족을 잘 챙기라고 타이르기는커녕 승준이랑 이혼하라고 시키고 정말 친구를 사귀어도 하필 이런 애를 사귀고 난리야. 이게 다 네 탓이야!”

“나만 욕하면 됐지 왜 은서까지 끌어들이고 난리세요!”

박지연이 더는 참지 못하고 호통쳤다.

“당신 아들한테 시집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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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128화

    “여시은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건 그 여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곽 회장님이 가문의 재산을 전부 주신다고 해도 곽승재랑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고은서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면서 말을 이었다.“곽 회장님이 여씨 가문과 협력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해요. 하지만 며느리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사모님과 할머니한테 골칫덩어리를 던져줄 생각은 아니겠죠?”고은서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만약 곽 회장님이 며느리의 인성을 보지 않는다고 하면 존중할게요. 그러나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오늘처럼 불러서 제 탓을 하지 말아주세요.”그녀는 곽현수의 두 눈을 쳐다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곽승재가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고 싶어 하는지 아시죠? 재결합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또 제 가족한테 손을 댄다면 곽승재의 뜻대로 할 거예요. 저도 제 가족을 지키고 싶거든요.”“고은서!”곽현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네가 감히 나를 협박해?”고은서는 주먹을 꽉 쥔 채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곽 회장님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개같은 년!”곽현수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커피잔을 바닥에 던졌다.쨍그랑!커피잔은 산산조각 났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고은서는 곽현수가 화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벌어지니 깜짝 놀랐다.“은서야.”고은서가 어쩔 줄 몰라 할 때 문밖에서 곽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휴식실의 문이 열리더니 곽승재가 다급히 들어왔다.그는 고은서가 다쳤는지 확인하고는 곽현수를 노려보았다.“아버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은서한테 화풀이하는 거냐고요!”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가운 눈빛으로 곽현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곽현수는 기가 막혀서 소리를 질렀다.“곽승재,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 버릇없이 구는 거야?”곽승재는 고은서의 앞을 막아서면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여시은이 붙잡힌 건 은서랑 아무 상관도 없다고 어제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아버지는 왜 또 은서

  • 어게인, 비긴   제1127화

    화려한 조명이 켜진 이곳은 볼링장이었다. 곽현수는 편한 옷을 입고 볼링을 치고 있었다. 다리를 살짝 구부리면서 걸어가다가 볼링공을 앞으로 던졌다.볼링공과 볼링 핀이 부딪치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몇 개의 볼링 핀은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곽현수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때 그 중년 남성이 옆으로 다가가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곽 회장님, 고은서 씨가 왔어요.”그 말을 들은 곽현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고은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마치 그녀가 나타나서 실점한 것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고은서는 기분이 상해서 먼저 인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가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본 곽현수는 직원이 건네는 수건으로 손을 닦고 자리를 떠났다.“휴식실로 가지.”직원은 그가 손을 닦은 수건을 받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곽현수가 앞장서자 중년 남성은 고은서와 함께 뒤를 따라갔다.휴식실은 볼링장 바로 옆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옅은 차 향기가 코끝에 맴돌았다. 이곳은 생각이 많을 때 와서 멍때리기 좋은 공간이었다.그러나 고은서는 오늘 쉬러 온 것이 아니었다.곽현수가 커피잔을 들더니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내보냈다. 중년 남성이 문을 닫고 나간 후, 곽현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왜 여기까지 오라고 한 줄 알아?”그의 맞은편에 앉은 고은서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곽 회장님, 제가 어떻게 회장님의 마음을 꿰뚫어 보겠어요? 용건만 말하세요.”곽현수가 차갑게 웃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우리 승재랑 다시 만나지 말라고 말했었지. 그런데 왜 아직도 만나는 거야? 승재가 바로 앞집으로 이사 갔다고 들었어.”고은서가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곽 회장님, 계속 저를 주시하고 있었다면 제가 곽승재랑 아무 짓도 벌이지 않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저는 회장님 뜻대로 선을 그었지만 회장님의 아들이 자꾸 선을 넘네요. 저한테 이러실 게 아니라 아들 교육을 먼저 하는

  • 어게인, 비긴   제1126화

    송민아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오빠가 어제 오후에 너를 찾으러 왔었어. 네가 보이지 않아서 나한테 묻길래 알려주었을 뿐이야.”송민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고은서는 이 일로 송민아를 탓할 생각이 없었다.“부모님이 곧 해성에 오신다고 들었어.”송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너무 바빠서 부모님을 만나러 간 적이 없었어. 나중에 봐도 되는데 자꾸 해성에 오겠다고 하시는 거야. 오빠가 너한테 같이 식사하자고 말했지? 우리 엄마가 너를 만나고 싶어 한단 말이야. 이번에 꼭 너랑 같이 가서 소개해 줄 생각이야.”이때 고은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부모님도 나랑 민시후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고 계시지 않을까? 너랑 민시후 사이가 틀어지게 한 게 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송민아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그때 민시후한테 파혼하겠다고 말한 건 나야. 한참 전부터 부모님을 설득해서 민시후를 차버린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우리 엄마랑 아빠는 사리에 밝으신 분들이니 너를 아주 좋아할 거야.”송민아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엄마랑 아빠가 너를 미워한다면 내가 해성에 남아서 너랑 같이 일하는 것을 허락하지도 않았을 거야.”고은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WOR 게임 회사의 상황을 지켜보니 괜찮은 것 같아. 열심히 노력해서 테스팅할 테니 기대해.”그리고 미용 프로젝트를 인수하고 나서 절차를 밟으면 영업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은서는 신이 나서 이 소식을 박지연한테 알려주었다.“은서야, 정말 기대돼. 내 사업을 하다가 안정되면 육현석의 부모님을 만나 뵙기로 약속했어. 아직 알고 지낸 시간이 적어서 당장 찾아뵙는 건 아닌 것 같아.”고은서는 박지연이 무슨 선택을 하든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지난번에 온 닥터의 어머니가 당장 귀국하라고 하면서 난리를 피웠잖아. 온 닥터는 지금 어디에 있어?”고은서는 온씨 가문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주인님 말로는 온 닥터가 해외 의료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대. 귀국하고 싶다고 해서 당장

  • 어게인, 비긴   제1125화

    고은서는 휴대폰을 충전하면서 최근 통화 내역을 확인했다. 어젯밤에 곽승재와 6시간 동안 통화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그녀는 깊게 잠들어서 곽승재의 전화를 받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잠결에 그의 전화를 받았다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다.고은서는 곽승재도 전화를 끊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줄 알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는 연결음이 거의 끊어질 때 전화를 받았다.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혹시 어젯밤에 나한테 전화했었어?”곽승재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네가 전화를 받고 바로 잠든 바람에 말하지 못했어. 그렇다고 해서 자는 사람을 깨울 수 없잖아.”고은서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어제 너무 피곤해서 깊게 잠들었나 봐. 전화를 받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물어보려고 연락한 거야. 그런데 당신은 내가 잠들었다는 걸 알면서 왜 전화를 끊지 않았던 거지? 6시간 통화해서 휴대폰 전원이 꺼졌어.”곽승재가 헛기침하고는 말했다.“끊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나도 전혀 몰랐어.”고은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래서 할 말이 뭐였어?”곽승재는 진지하게 말했다.“어제 변호사 측에서 연락이 왔었어. 여시은이 마재경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대.”고은서가 예상한 대로 여시은은 인정하지 않았다.“마재경은 뭐라고 했대? 다른 말은 하지 않았어?”“아니. 마재경이 말한 사람을 조사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찾지 못했어.”나쁜 짓을 저지르고는 잡히지 않기 위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있을 것이다.고은서는 어제 곽승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혹시 또 의심 가는 사람은 없어? 너무 쉽게 풀리니까 이상해.”“아직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으니 조심해야지. 여시은의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가 마재경의 뒷배가 되어주었을 거야.”곽승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요즘 될수록 혼자 외출하지 말고 기사님과 동행해. 아니면 내가 경호원을 따로 붙여줄게.”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 어게인, 비긴   제1124화

    “집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이만 가볼 테니까 오빠도 조심히 들어가.”말을 마친 고은서가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송민준이 입을 열었다.“은서야, 잠시만 기다려 봐.”고은서가 고개를 돌리자 그가 말을 이었다.“부모님이 민아를 보러 곧 해성에 올 것 같아. 민아가 부모님께 네가 평소에 많이 도와준다고 말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 같이 식사하고 싶다고 하셨어. 혹시 그때 시간이 되면 오지 않을래?”고은서는 송민아의 부모님과 같이 식사하는 자리라는 말에 바로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북성에서 지냈었고 송민아의 아버지와 아는 사이일 수도 있었다.고은서는 어머니와 송민아의 아버지가 아는 사이인지 궁금해서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작은 정보라도 얻을 기회였기에 놓칠 수 없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민아를 도와준 게 뭐가 있다고 그래. 친구끼리 서로 도와주면서 사는 거지.”송민준은 부모님이 고은서를 만나고 싶어 한다면서 시간이 되면 꼭 와달라고 부탁했다.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일 민아랑 얘기해 보고 결정할게.”송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서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씻고 잠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곽승재가 전화를 걸어왔다. 휴대폰 벨 소리에 잠이 깬 그녀는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로 연락했어?”“은서야, 설마 자고 있었던 거야? 안 자는 줄 알고 전화했어.”곽승재는 고은서가 이 시간에 자고 있을 줄 몰랐다. 평소에 그녀는 자주 밤을 새웠기 때문이었다.고은서는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피곤해서 일찍 누웠어.”그녀의 목소리가 곽승재의 귀를 간지럽혔다. 고은서가 무방비한 상태에서 전화를 받아서 그런지 목소리가 유난히 달콤하게 들렸다.곽승재는 지난번에 호텔에서 고은서와 같이 중독된 날을 떠올렸다. 두 번 정도 하고 나니 고은서는 기진맥진해서 침대에 쓰러졌다.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날도 고은서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곽승재를

  • 어게인, 비긴   제1123화

    송민준은 고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감정은 원래 저도 모르게 생겨나는 거야. 나도 언제부터 너한테 호감을 느끼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네가 나랑 만난 적이 없다고 해서 술집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한 거지. 정확히 그날부터 좋아했다는 건 아니야.”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오빠는 나한테 있어서 그저 친구의 오빠일 뿐이야. 미안하지만 오빠를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오빠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랄게.”송민준이 씁쓸하게 웃었다.“은서야, 나한테 너무 차갑게 구는 거 아니야? 혹시 내가 잘못한 거라도 있어?”고은서의 말이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혔다. 그러나 송민준이 갑자기 호감을 느낀다고 말했을 때부터 고은서는 선을 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녀가 정색하면서 입을 열었다.“민준 오빠, 해성과 북성에서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하지만 나는 오빠가 남자로 보이지 않더라.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야.”송민준이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혹시 곽 대표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니면 민시후 때문인가?”고은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다른 사람과 상관없는 일이야. 오로지 내 생각이니까 이해해 줘.”송민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은서야, 내가 갑자기 호감 있다고 해서 많이 놀랐지? 네가 나를 그저 민아의 오빠로만 보니까 답답해서 그랬던 거야. 나는 아무 감정도 없는 기계가 아니라 사랑을 꿈꾸는 남자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지금 말해봤자 의미 없긴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얘기하니까 마음이 편안해졌어.”그가 말을 이었다.“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누구라도 너랑 친하게 지내다 보면 호감을 느끼게 될 거야. 만약 내가 부담스럽게 굴었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자. 예전처럼 계속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고은서는 송민준을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송민준은 너무 완벽한 사람이었고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해도 화내거나 욕하지 않고 이 상황

  • 어게인, 비긴   제1122화

    곽승재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송 대표님은 온화하지만 늘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둔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봐요? 고은서한테 특별히 신경 쓰는 것 같아서요.”그가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지만 송민준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아름다운 여자를 마다할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곽 대표님 말대로 은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그의 말에 곽승재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고은서는 깜짝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송민준을 쳐다보았다.송민준이 이런 상황에서 그녀한테 호감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줄 몰랐던 것이다.예전에 송민아와 박지연이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지만 송민준이 명확하게 말한 적이 없어서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래서 고은서는 송민준이 평소에 잘해줄 때마다 동생의 친구여서 챙겨주는 줄 알았다.오늘 송민준이 갑자기 그녀한테 호감이 있다고 말하니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민준 오빠, 그런 장난은 재미없어요. 나처럼 한번 갔다 온 여자가 어떻게 송씨 가문의 며느리를 꿈꾸겠어요?”고은서가 자신을 비꼬자 송민준이 다정하게 말했다.“은서야, 너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 곽 대표님과 민시후가 너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낄 자리가 없어.”“낄 자리가 없으면 마음을 접어야죠.”곽승재가 차갑게 말했다.“그리고 고은서는 송 대표님 같은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송민준이 고개를 돌리며 씩 웃었다.“곽 대표님,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곽 대표님이라고 해서 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는 것도 아니고요.”송민준이 말을 이었다.“은서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제가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래요. 저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곽승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고은서는 두 사람이 유치하게 말싸움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곽승재를 향해 말했다.“바쁘니까 먼저 가 봐.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곽승재는 떠나기 싫었지만 이곳에 남아있어도 할 수

  • 어게인, 비긴   제1121화

    곽승재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들어보니 확실히 여시은답지 않은 것 같아. 여재훈이 강박해서 어쩔 수 없이 온 건 아닐까?”여재훈은 여시은의 뒷배가 되어주었기에 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만 할 것이다. 곽승재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런 가능성도 있는 것 같아. 오늘 마재경을 너무 쉽게 설득해서 그런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그의 말에 고은서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그러면 여시은이 지시한 게 아니라 마재경이 우리를 속이려고 그랬다는 거야? 마재경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해.”고은서가 불안해하자 곽승재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추측일 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경찰 측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나도 비밀리에 사람을 보내서 알아볼 생각이야. 해외 아이디를 추적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시간이 늦었으니 집까지 데려다줄게.”곽승재와 고은서가 같이 걷고 있을 때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고은서는 그의 휴대폰 화면을 힐끔 쳐다보았다. 발신자는 곽승재의 아버지 곽현수였다.곽현수는 Y 국에 가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여씨 가문의 개업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마 귀국했거나 최근에 일어난 일을 듣게 되어서 곽승재의 책임을 물으려고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고은서가 차분하게 말했다.“나는 괜찮으니까 전화 받아.”곽승재는 굳은 표정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 한 편에서 곽현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은서는 곽승재의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나는 기사님한테 연락하면 되니까 먼저 가 봐.”곽승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서가 말을 이었다.“나를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그래도 아버지한테 가보는 게 어때? 괜히 나 때문에 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고 할까 봐 그래.”곽승재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고은서를 혼자

  • 어게인, 비긴   제1120화

    고은서가 누가 사주했는지 밝히면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마재경은 아직 경찰서를 떠날 수 없었다.경찰 조사에 협조해야 했고, 명확한 결론이 나온 후에야 책임 감경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곽승재는 변호사를 불러 진전 상황을 체크하도록 했다. 나머지 일은 경찰에 맡기고 그들은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한바탕 분주히 보낸 후, 곽승재가 변호사와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고은서가 먼저 밖으로 나왔다.정문에 도착한 고은서는 마침 경찰서에 온 여시은과 마주쳤다.그녀는 이전과 같은 실내복 차림에 창백한 얼굴로, 집사처럼 보이는 중년 남성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그녀는 고은서를 발견한 순간 분노를 쏟아냈다.“고은서, 아빠를 다치게 한 것도 책임을 묻지 않았는데, 오히려 나를 모함해?”“허튼소리로 아빠를 현혹시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만들다니!”고은서는 살짝 놀랐다. 물론 여시은의 발악이 아니라 여재훈의 처사 때문이었다.그녀가 마재경의 말을 녹음해 여재훈에게 보내긴 했지만, 여재훈이 직접 여시은을 경찰서에 보낼 만큼 정의로운 선택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은서는 여재훈에게 약간의 존경심이 생겼다.외할아버지라면 이런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고은서, 이번 이간질은 너무 지나쳤어.”여시은이 억울하다는 듯 울분을 토했다.“지난번 리셉션에서도 일부러 나를 모함하고. 대체 무슨 심보야?”이 순간까지도 억울한 척하는 여시은, 그녀를 바라보던 고은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없이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잠깐만.”여시은은 곁에 있던 중년 남자에게 뭐라고 말한 뒤, 헐떡이며 고은서를 쫓아왔다.“똑바로 말해봐. 나한테 왜 이러는지?”여시은은 병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라 가슴을 움켜잡고 있는 모습이 더 연약하고 무력해 보였다.고은서는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매일 이러면 지치지도 않아? 머리에 문제가 있으면 정신과에 가서 제대로 치료를 받아. 여기서 미친 사람처럼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여시은은 여전히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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