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씨 일가족은 집으로 돌아오자 공포가 사라졌다. 그러나 마음속의 불만은 끊임없이 솟아올랐다.‘아이를 지워? 이거 어떻게 해? 강씨 집안에서도 혼인시키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안금여든 강상규든 모두 똑같은 태도였다.비록 강씨 집안에서 20억을 받았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강씨 집안에 시집가면 20억이 문제일까?지금 강씨 집안에서는 20억을 아무렇게나 꺼낼 정도였다.앞으로 아연이 시집만 가면 무수한 20억이 쏟아질 텐데.그러면 자신들은 더 이상 돈 걱정 없이 쓸 수 있을 텐데.임수정은 계속 눈썹을 찌푸린 채였다.“우리 아연이 어릴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키웠는데 겨우 20억으로 어떻게 하란 거야? 방법을 생각해 봐요.”송종철에게 아주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송종철은 내심 무기력했다.“우린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잖아? 만약 번복하면, 10배의 돈으로 갚아야 해. 당신 무슨 돈으로 그 많은 돈을 배상할 거야? 그리고 강씨 집안이 어떤 집안이야? 저들이 원하지 않는데 내가 어디에 가서 방법을 찾아?”송종철은 적당히 물러나자는 태도였다.헛수고하지 않도록.강씨 집안을 찾아 갔을 때 그는 강씨 집안의 속셈을 알아 차렸다.자신들이 어떻게 강씨 집안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임수정도 그 정도는 안다.그러나 기회를 눈앞에 두고 그냥 넘긴다는 건 말이 안된다.“거기 성연이도 있잖아요? 이 정도면 성연이에게 도움을 청해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성연이가 결혼 지참금 100억을 혼자 꿀꺽 했잖아? 그 돈 우리가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이 일은 성연이 우리를 위해 말을 해 줄 필요가 있어요.”임수정은 속으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강씨 집안은 성연이를 아꼈다. 안금여도 성연의 말을 잘 들어 주니.만약 성연이 나서면, 어쩌면 안금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어쨌든 아연이 성연의 여동생인데 성연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게다가 성연이 왔을 때 성연에게 그리 심하게 대하지도 않았다. 또 성연에게 그런 좋은 혼처를 찾아 주
그래서 다음 날 수업이 끝날 시간에 송종철은 아버지라고 말하며 경비원에게 성연을 불러달라고 했다.북성남고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성연을 알고 있었다. 경비원이 친절하게 송종철 앞에 성연을 불러주었다.얘기 잘하고 오라고 말이다.성연은 어쩔 수 없었지만 경비원을 탓할 수도 없었다.입구에 도착하자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종철과 임수정을 바라보았다.“말해봐요, 무슨 일로 날 찾아왔어요.”송종철은 원래 이야기를 좀 나눠 보자는 태도로 성연에게 말을 걸었다.그런데 성연의 태도를 보며 즉시 폭발했다.자신이 성연 앞에서 조금도 위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송종철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너 지금 이게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냐? 너는 강씨 집안에서 너를 밀어준다고 이 아비를 몰라봐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만약 여기에 와서 설교할 생각이라면 정말 필요 없어요. 나 혼자 18년을 살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잘 알고 있어요. 아직도 당신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만약 용건 없으면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다시 돌아가서 문제 풀어야 해요.”성연은 송종철과 임수정을 대하는 게 너무 참기 힘들었다.두 사람의 뱃속에는 나쁜 물만 가득 차 있다. 둘 다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성연은 자연히 저들에게 좋은 표정을 지어 줄 수가 없었다.“네 성적으로 문제 풀어서 뭐해?” 송종철은 아직도 성연의 진짜 성적을 모른다.성연이 그저 핑계를 대고 얼버무리는 거라고 생각했다.성연을 바라보는 송종철의 눈에 경멸이 가득했다.성연은 그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어서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임수정이 입을 열었다.“일이 좀 있어서 우리가 너를 찾아온 거야.”“말해봐요.” 성연이 몸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임수정을 바라보았다.임수정도 사양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너는 강씨 집안에서 줄곧 아낌을 받고 있지 않니? 네가 가서 안금여 회장님에게 말 좀 해다오. 어찌 되었든, 네가 방법을 좀 생각해 줘. 아연이가 반드시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그러나 성연의 동작을 눈치 챈 임수정이 먼저 성연의 앞을 가로막았다.임수정이 매섭게 말했다.“너 오늘 도와주겠다고 대답하지 않으면 이 자리를 떠날 생각은 하지도 마! 아연이가 가질 수 없는 건 너도 가질 생각하지 마!”성연의 안색이 가라앉았다.“이 일은 상의할 필요도 없군요. 만약 기어코 저를 막는다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네요.”임수정은 성연이 그저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설마 그렇게 쉽게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겠어?’임수정이 계속해서 앞을 가로막았다.“이 일은 네가 반드시 도와줘야 해. 너 잊지 마. 애초에 너를 강씨 집안에 소개해 준 사람이 누구인지, 거기서 네가 잘 지내게 된 게 누구 덕분인지, 네 아버지도 네 출생에 대한 은공이 있어. 그런데 왜 안 도와주려는 거야?”임수정의 논리에 기가 막힌 성연이 웃었다. 자신을 바보천치로 아나 싶었다.‘자기들이 날 팔아먹어도 돈을 벌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사람을 뭐로 보고?’성연이 입술을 꽉 다문 채 휴대전화를 꺼내 자세히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며 바로 신고했다. 아연이 임신한 것을 포함해서 그녀는 모두 깨끗이 털어버렸다.여전히 성연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던 임수정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멀리서 경찰차 싸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서야 임수정은 뒤늦게 당황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종철을 바라보았다.눈을 부릅뜬 송종철도 성연이 정말 경찰에 신고할 줄은 전혀 몰랐다.그는 즉시 욕설을 퍼부었다.“이 악마 같은 x아, 제 아비를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거리낌 없이 하다니!”“두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데 왜 나는 경찰에 신고할 수 없어요?” 성연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저들이 말을 하고 있을 때 경찰차가 앞으로 다가왔다.경찰은 그들 세 사람 앞으로 걸어갔다.“누가 경찰에 신고하셨습니까?”송종철도 제복을 입은 경찰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환심을 사듯이 웃으며 말했다.“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잘못 오신 것
임수정과 송종철은 성연이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성연이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번 일로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되었다.강씨 집안 쪽에는 안 그래도 미운 털이 박혔는데.임수정은 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만약 자신이 딸을 부추겨서 이런 일을 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겠는가?그래서 임수정은 강진성에게 이 일을 덮을 씌우기 위해 속으로 궁리했다.자신들이 연루되어서는 안 된다.그들은 모두 각각 다른 칸막이에 있어서 심문하기 편리했다.경찰이 물었다.“강진성 씨가 당신 따님과 관계를 맺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네, 강진성이 철이 없는 우리 딸과 억지로 관계를 맺어서 지금 우리 딸이 임신을 했습니다. 그런데 강씨 집안에서 책임을 지려고 하질 않습니다.”임수정은 속으로 이미 대답할 말을 다 준비하고 있었다.송종철은 임수정의 말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했다.이번에야 말로 진짜 강씨 집안에 미움을 단단히 받게 생겼다.임수정에게 물어본 뒤 경찰은 송종철을 보며 다시 물었다.“부인께서 진술한 상황이 사실인가요?”송종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상황에서 그 역시 인정할 수는 없었다.만약 그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임수정은 아마 그의 가죽을 벗길 것이다.이어서 경찰은 임수정에게 상황을 다시 물었다.임수정은 두말할 것 없이 모든 책임을 강진성에게 떠넘겼다.강진성을 온갖 쓰레기 같은 놈으로 말했다. 자신이 먼저 강진성에게 접근하라고 딸을 부추겼다는 사실은 쏙 빼고서.이쪽 조사가 끝나자 경찰은 저쪽으로 건너가서 강진성을 조사했다.강진성은 즉시 욱하기 시작했다.“이런 개X리! 내가 주로 어울리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송아연이 스스로 원한 거예요. 우리가 관계가 가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나한테 명품 가방, 팔찌 따위를 요구했다구요!”클럽에서 친구들과 한창 신나게 놀고 있을 때 경찰들이 와서 가타부타 없이 그를 경찰서로 데리고 온 터였다.
연락을 받은 강상규는 즉시 경찰서로 달려왔다.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듣고 강상규는 완전히 화가 났다.그만큼 큰 돈이 나갔는데도 일이 이렇게 되자 정말 구역질이 났다.붉으락 푸르락 한 얼굴의 강상구가 송종철과 임수정 앞으로 걸어갔다.“너희 송씨 집안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군! 약속을 어겼으니 계약서 상에 명시한 대로 합의금10배로 나에게 배상해.”이 지경에 이른 마당이니 모두 최대한 자기 이익을 찾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10배면 200억, 그런데 송씨 집안은 지금 몇 억도 내놓지 못할 테지.어떻게 그런 많은 돈을 낼 수 있겠어?그러나 강상규가 진짜 그 합의 내용대로 따를 것을 끝까지 요구한다면 자신들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리하여 임수정과 송종철은 이 일을 또 성연에게 떠넘겼다.“어르신, 이 일은 우리가 말한 게 아닙니다. 성연이가 폭로한 겁니다. 우리와는 상관없습니다.” 임수정이 성연을 확실하게 팔아 넘겼다.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사실이 그랬다.자신들은 개인적으로 성연을 찾아갔을 뿐이다.그런데 성연이 경찰에 신고해 버린 것이다.그러니 이 일은 그들도 어쩔 수가 없었다.이렇게 난리가 나 버리자 송아연의 임신 사실을 모두가 다 알아버렸다.이게 어떻게 자신들이 원한 것이겠는가?강상규 같은 교활한 사람이 송종철과 임수정이 성연에게 찾아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어찌 짐작하지 못하겠는가?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두 사람이 할 일 없이 송성연을 찾아갔겠어? 너희들 이 호랑말코 같은 것들 내 눈앞에서 어디 거짓말을 해? 재미없을 줄 알아.”“어르신, 이 일이 이렇게 된 건 정말 우리가 원한 게 아닙니다.” 임수정이 불쌍한 척하기 시작했다.강상규는 몹시 화가 났다.송종철과 임수정이 속셈을 가지고 성연을 찾아갔다면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그러나 송성연도 미워 죽을 지경이다.송성연이 일부러 이런 일을 벌인 걸지도 모르고.“너희들 기다려, 나중에 다시 결판을 내자!” 임수정은 송아연을 강진성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했
무진도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찾아왔다.전반적인 과정은 성연과 관계가 없었다. 증인이 된 성연은 경찰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그래서 무진이 와서 바로 성연을 데려갈 수 있었다.송종철과 임수정의 심문실을 지날 때 성연의 뒷모습을 본 두 사람은 성연에게 이를 갈았다. 성연을 뼈를 뽑고 껍질을 벗기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그들의 아이디어가 이렇게 성연에 의해 망가졌다.경찰서까지 오게 하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다.무진이 경찰서 입구에 나와서야 물었다.“괜찮아?”성연은 어깨를 으쓱했다.“괜찮아요.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요?”그녀의 설명을 듣고 있던 무진의 안색이 아직도 좋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은 그의 안색이 좀 이상해 보였다.“무진 씨, 화난 거 아니죠?” 성연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약간 이해가 안되는 표정으로 물었다.“화 안 났어.” 무진이 잠긴 음성으로 말했다.“화도 안 났다면서 표정이 왜 그래요? 이번에 내가 잘못한 건 없잖아요?” 성연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녀는 나름 분별력을 가지고 있었다.“임수정과 송종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돈에 눈이 먼 인간들이야. 저들과 만나기 전에 먼저 나한테 전화했어야 했어. 만약 저들이 당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면 어쩌려고 그랬어?”무진의 눈에는 걱정하는 마음이 깊이 담겨 있었다.성연은 그가 경찰서의 전화를 받고 얼마나 마음이 조급했을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심지어 중요한 회의까지 미루고 급히 달려온 참이었다.성연은 그저 불퉁거리기만 했다.“겨우 저 두 사람이 날 어떻게 할 수 있다고요?”그녀의 말에 무진의 표정이 더 나빠졌다.성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 남자를 달래러 했다.“알았어요,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꼭 기억해서 미리 전화할게요. 화내지 마요.”성연이 무진의 소매를 잡고 애교를 부렸다.어린 계집애가 먼저 수긍하고 애교를 부리자, 무진이 차마 더 이상 나무랄 수 없었다.성연의 이마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돌아온 성연은 무진에게 이 일을 말했다.방금 경찰서 입구에서 이런 말을 하기는 불편한데다가 무진이 화가 나 있어서 입을 열기가 더 어려웠다.무진의 화가 거의 가라앉은 것을 보고 성연은 비로소 말을 했다.무진이 물었다.“너는 마지막에 강진성이 곤경에 빠질 것을 진작 예상했어?”성연도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확실히 이렇게 생각한다.강상규는 졸렬한 수단을 사용해서 하마터면 무진을 죽을 뻔했다.그러니 강진성이 피를 좀 흘리게 해야 한다고.강상규도 화가 많이 난 것을 보고 그녀는 안심했다.그리고 지금 이 일이 생김으로써 송씨 집안과 강상규 쪽도 철저히 틀어진 셈이다.강상규는 송씨 집안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가지게 됐으니, 앞으로 송아연이 강씨 집안에 들어오는 일은 더욱 불가능할 것이다.성연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이 일들을 모두 똑똑히 생각했다.한꺼번에 그들 모두를 계산에 다 넣었다.성연은 원래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수정과 송종철이 자신을 찾아와 일부러 이런 말을 하며 구역질나게 하지만 않았어도.그녀도 어쩔 수 없이 강요당했잖아?무진이 한숨을 쉬었다. 성연이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게 싫었다.이 일로 강상규의 사소한 원한은 갚은 셈이지만, 저쪽에서는 틀림없이 원한을 품고 이 일을 성연에게 계산하려 할 것이다.그러나 일이 이미 발생했고 성연이 이 일을 건드렸다.무진은 어떻게든 성연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나를 위해 복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다음에는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네가 이런 일에 연루되는 게 싫어. 알겠어?” 강씨 집안의 은원은 정말이지 너무 깊었다.강상철, 강상규 쪽은 늘 암수를 썼다.무진은 성연만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는 성연이 다칠까 봐 두려웠다.“나는 무진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성연이 발끝을 노려보았다.“나는 네가 똑똑하고 그들도 두려워하지 않는 걸 알아. 그러나 내가 두려워. 만약 너한테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해? 응?” 무진이
강상규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중에 어쨌든 그 계집애에게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화가 나서 고택에 가서 이 일을 안금여에게 알렸다.“형수님, 어떻게 제가 이렇게 벙어리 냉가슴 앓는 소리를 해야만 하나요? 진성이도 손자인데 아직 경찰서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요. 성연이가 꾸민 짓이에요. 일부러 그랬습니다.” 강상규는 앉지도 못한 채 서서 말하며 몸을 떨었다. 얼굴도 시퍼렇게 변한 걸 보니 화가 엄청 많이 난 모양이다.“서방님, 이 일은 성연이를 부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성연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어?” 안금여는 성연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이때 무진과 성연이 이미 현관문을 넘어 들어왔다.“할머니, 부르지 마세요. 저 이미 왔어요.” 성연의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렸다.강상규가 고개를 돌려 성연을 보니 더욱 화를 참을 수 없었다.“네가 고의로 그 일을 폭로한 것이 아니냐? 너는 도대체 무슨 속셈이냐? 형수님이 너를 감싸고 있다고 마음대로 하는 거야? 오늘 네가 나에게 실토를 하지 않으면 내가 오늘 너랑 끝장을 볼 테다.” 강상규는 화가 났는지 거의 말을 가리지 않았다.이전에 그는 성연을 싫어했지만 성연 앞에서 독설을 한 적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성연은 마음속으로 그녀가 설사 고의적이라 하더라도 강상규는 그녀를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만약 그들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성연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셋째 할아버님, 말씀이 옳지 않아요. 할아버님은 손자를 잘 가르치지 못하셨잖아요? 일을 잘못한 게 먼저인데 또 책임도 지려 하지 않았어요. 제 아버지와 계모도 나에게 방법을 생각해내라고 강요하는데, 내가 왜 경찰에 신고할 수 없습니까? 저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강상규는 성연을 노려보았고, 성연도 이에 질세라 노려보았다.강상규는 그녀에게 말문이 막히자 더 화가 나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