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무진은 WS그룹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합작 사업의 회계장부를 철저하게 감사 중이다.크고 작은 계열사, 지사 할 것없이 어느 한 곳도 피할 수 없었다.이미 깨끗이 마무리된 줄 알았다. 더 이상 아무 문제없다고 말이다.그런데 끄트머리에 와서야 구멍이 있음을 발견했다.처음에는 회사의 손실이 그리 큰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무진.그러나 두 지사의 손실액을 본 무진은 화가 치밀었다.이 손실액까지 계산하면 아래 지사들의 손실액은 본사 영업액의 거의 절반이다.즉, 밑의 지사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뜻.상황이 이런데 무진이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분노의 표정을 한 채 바로 손건호를 불러들였다.“재무부는 도대체 회계를 어떻게 한 거야?”무진이 서류를 데스크 위로 내던졌다.서류를 흘깃 쳐다본 후 손건호가 대답했다.“재무부는 정관에 따라 진행한 게 맞습니다. 말하자면, 강상철, 강상규 사장 측에서 아직 회계장부 전체를 제공하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강상철, 강상규 측은 여전히 못된 짓을 일삼고 있다.그에 무진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둘째, 셋째 할아버지 쪽이 확실합니까?” 의자에 앉아 있는 무진의 안색이 무척이나 어둡다.“확실합니다. 재무부를 움직여 제출 시간을 끌 수 있는 건 거기뿐입니다.”손건호가 단호하게 대답했다.무진의 곁을 오래동안 지키면서 많은 일들을 처리해 온만큼 회사 사정을 모를 리가 없는 손건호였다.“내려가서 확인해 봐. 저들이 확실한지.” 무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원래는 모든 감사를 벌써 다 끝냈어야 했다.그런데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가 있었던 것이다.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진짜 자신에게 일을 제대로 만들어 준다.의자에 기대어 앉은 무진이 서류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손 비서의 보고를 기다렸다.바로 그때 데스크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발신 표시를 본 무진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무슨 일이야?”“난 학교 끝나고 벌써 집에 왔는데, 무진 씨는 왜 아직 안
무진이 잠시 주먹을 말아 쥐었다.‘또 그 늙은 여우들이군.’차가운 얼굴로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른 채 강상철, 강상규를 부르라고 손건호에게 지시했다.처음에는 손건호가 두 사람에게 연락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체면도 차리지 않은 채 일이 있다는 핑계로 빠져나갔다.형편없는 핑계에 무진이 차가운 표정을 한 채 직접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상철이 또 빠져나가려 하자, 무진이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지금 회사의 총괄대표로서 두 분을 부르는 건데도 안 오실 겁니까? 둘째, 셋째 할아버님 두 분이 잘 알아서 하십시오.”말을 끝낸 무진이 전화를 끊었다.강상철의 반응을 듣고 손건호가 불만을 드러냈다.“강상철, 강상규 사장은 보스를 아주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네요.”그런 일에 있어서 무진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다만, 이번 일은 결코 작지 않아서 반드시 둘째, 셋째 할아버지를 불러야만 했다.그저 예사로웠다면 무진도 두 사람을 부르기 싫었다.둘째, 셋째 할아버지도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테고, 자신 또한 저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보스, 두 사람 올까요?” 손건호는 좀 걱정스러웠다.이미 퇴근 시간이 지난 터라, 야근하는 부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올 거야.” 입 꼬리를 말아 올린 무진의 눈에 냉소의 빛이 흘렀다.다만 시간이 좀 늦어질 뿐.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는다면, 둘째, 셋째 할아버지는 일부러 일을 만들어 가며 시간을 끌 테지.자기 보스의 머릿속에 계산이 서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손건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식사 좀 주문해 줘.” 무진은 성연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다른 사람 때문에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특히나 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그들은 성연이만큼 중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식사 주문 말씀입니까?” 놀란 손건호의 음성이 다소 어눌했다.“무슨 문제라도 있어?” 무진의 차가운 눈으로 손건호를 응시했다.손건호는
“손아래 사람이 두 분 어르신을 기다리는 건 당연한 일이죠. 당연히 두 분을 탓하지 않습니다. 도로에 차가 막히는 것까지 두 분이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무진이 웃으며 말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서로 마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뜻밖에도 무진이 꽤 잘 넘어가고 있었다.자신들을 보고 이처럼 예의 바르게 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설마 무진이 철이 든 건 아니겠지?강상철과 강상규는 소파에 앉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차를 마셨다.소파로 건너온 무진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두 사람에게 건넸다.“할아버님들께서 이 서류들을 한 번 보신 후, 저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 주시죠.”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들여다보던 강상철, 강상규 두 사람의 안색이 싹 변했다.하지만 곧바로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은 후,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계속 아래 서류를 내려다보았다.“무진아,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고 싶은 건지 바로 물어봐라.”강상규가 온화한 태도를 가장하며 말했다.저들이 속임수를 쓰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무진은 잘 알았다.‘이런 일로 자신의 경계심을 늦추려는 거지.’그러나 무진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저들의 길을 막을 것인지, 저들은 생각지도 않는다.무진이 웃는 것도 아닌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는 그저 두 분 할아버님께 여쭙고 싶을 따름입니다. 이 회계장부에 어째서 이런 큰 구멍이 있는지 말입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무진이 이렇게 빨리 자신들의 비리를 찾아낼 줄은 생각지 못했다.기민한 머리의 강상철이 바로 대답했다.“작년에 두 지사가 적자를 냈는데, 꽤 많은 직원이 빠져나가면서 재무 업무를 볼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장부 정리가 엉망이 된 거야.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강상규도 옆에서 거들었다.“이 회사가 크다 보니 장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무진아,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니 계속 따질 필요가 뭐 있겠느냐? 자칫하다 우리 조손 간에 감정이 상하지 않겠니?”저들의 말은 무진이 그만 따지고 좋게 넘어가기를
최근 무진이 바쁘다는 걸 잘 아는 성연은 눈치껏 방해하지 않았다.마침 이때 곽연철이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지금 강씨 집안에 있다 보니 성연의 입장이 좀 애매했다.그래서 성연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고 했었다.지금 곽연철이 다급히 전화를 해오며 성연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WS그룹과의 합작 사업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성연은 자신의 걱정을 멈춘 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곽 대표?”정중하게 ‘보스’라고 부른 곽연철이 그제서야 전화를 건 용건을 말했다.“최근 해외에서 우리 다이아몬드 광산의 채굴권을 대놓고 빼앗으려는 자들이 있습니다.”제왕그룹은 얼마 전에 남아프리카 쪽에서 광산 합작 사업을 한 건 체결했다.그런데 지금 알지 못하는 자본이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원래 이 합작 사업에 대해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빼앗기면 반드시 되찾아와.” 성연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사업을 빼앗긴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성연이 찍은 것은 바로 그녀의 것이 되어야 했다.곽연철이 웃으며 말했다.“공교롭게도 그 강탈자들은 바로 WS그룹의 강상철, 강상규입니다.”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성연이 눈살을 찌푸린 채 말했다.“이 일, 강무진의 지시야?”당연히 아닐 것이다. 강상철, 강상규가 무진과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불가능했다.“아마 아닐 겁니다.”곽연철이 바로 대답했다.WS그룹과 제왕그룹은 지금 합작 파트너인 건 말할 것도 없다.만약 WS그룹에서 이게 제왕그룹의 사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처럼 공개적으로 달려들지 않을 것이다.그러므로 이 일은 강상철, 강상규가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아마도 강상철, 강상규가 무진을 속이고 한 것일 터이고.생각을 해보던 성연은 머릿속에 계산이 섰다.“가서 직접 강무진에게 이 일을 알리세요. 그가 칼을 쥐게 하세요.”이 일에 대해 강무진은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강상철, 강상규의 약점을 쥐게 된
곽연철은 직접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에 대해 알려 주었다.무진은 처음에 믿을 수가 없었다.“곽 대표님, 말씀하신 게 사실입니까?”“물론 사실입니다, 강 대표님. 우리는 지금 합작 파트너 관계가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대표님을 속일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강 대표님 아래의 손 비서가 아주 뛰어나니, 바로 조사해 보게 하시면 됩니다. 제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이요.”곽연철이 바로 응수하며 말했다.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오직 강무진 스스로 알아봐야 효과가 있을 터.‘내가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라는 점을 강무진은 분명히 알아야 해.’“곽 대표님,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무진은 정중하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진심으로 협력하고 싶은 파트너에게는 항상 그에 맞는 태도로 대하는 무진이다.곽연철이 매번 자신에게 전해주는 정보들은 아주 유용해서 무진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천만에요, 어찌 되었든 지금 우리는 같은 줄을 쥐고 있는 입장이 아닙니까? 강 대표님 쪽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말을 마친 곽연철이 전화를 끊었다.무진이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생각에 잠겼다.곽연철, 정말 진실한 사람이다.내 쪽에서 무엇을 하든 곽 대표와의 합작에는 절대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곽연철의 염려도 불필요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곽연철은 자신에게 도의와 의리를 다한 셈이다.둘째, 셋째 할아버지들이 뒤에서 몰래 벌인 짓을 생각하던 무진의 표정이 금세 가라앉았다.‘인력 유실에 따른 손실이라고 자신을 속여 넘기더니, 결국은 자신들의 탐욕을 가리기 위한 것일뿐.’곽연철로부터 이 정보를 듣는 순간, 무진은 강상철과 강상규가 그 돈을 가져가서 무엇을 하려했는지 알아차렸다.광산 채굴을 통해 몰래 얻은 이익이 두 사람의 주머니로 들어갔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인정 사정없다고 탓하지 마시죠.’그 두 사람은 자신을 바보로 여기고 속이려 들었다.자신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목표가 생겼으니, 해외
손건호는 곧바로 강상철과 강상규가 몰래 광산을 손에 넣은 증거를 수집했다.그 증거들을 확보한 후 바로 무진에게 보고했다.먼저 직접 서류를 한 번 훑어본 무진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드디어 이 두 늙은 여우들의 약점을 잡았다.다음날, 강상철과 강상규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제시간에 맞추어 바로 건너왔다.무진이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상철과 강상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무진아, 만약 지사의 장부 문제 때문이라면 우리가 정말 도와줄 게 없구나. 이 정도는 너에게 그리 큰 금액도 아니지 않니? 지사 아니냐? 지나간 일은 그냥 지나가게 두는 게 좋지 않겠니? 따져서 뭐 하겠니?”“지사 두 곳의 문제는 구우일모에 불과해. 무진아, 그냥 넘어가자. 내년에 완전한 장부를 내게 하면 되는 거지.”속에 계획을 세워 놓은 강상철이 자신의 턱을 쓸었다.내년에는 장부의 손실액을 메꾸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무진도 작년 장부를 정확하게 조사할 방법은 없을 테고.두 사람이 말하는 것을 지켜보던 무진이 냉소를 지었다.그가 아직 입을 열지도 않았건만, 두 사람은 무진이 할 말을 막았다.어린 녀석이 자신들 두 사람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다면 바로 녀석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무진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두 사람의 공연을 쳐다만 보았다.강상철과 강상규가 한참을 떠들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다소 난감한 듯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저들도 말을 하지 않았다.사무실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무진이 입을 열었다.“오늘 두 분 할아버님을 부른 것은 해외 지사의 일 때문이 맞습니다. 손건호.”무진이 부르자 손건호가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무진이 턱을 들어올리며 지시했다.“이 자료들, 두 분께 보여 드리세요.”네, 하고 대답한 손건호가 서류들 하나하나를 강상철과 강상규 앞에 놓았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속으로 강무진 저 놈이 또 뭘 하려고 저러지, 하는 생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손에 든 서류에서 글자 몇 개가 눈에
강상철이 보기 드물게 조심스러운 어조로 강무진에게 말했다.“무진아, 네가 다 알았으니, 우린 할 말이 없구나. 솔직히 말해 보거라, 우리 두 늙은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둘째 형님 강상철이 바로 인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강상규는 눈을 크게 뜬 채 강상철을 쳐다보았다.사실 강상철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인정하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겠는가?저도 이제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이다.두 지사의 장부가 가짜라는 사실을 무진이 알았을 때, 속으로 이미 불길한 예감을 느꼈던 강상철이다.자신의 예감이 이처럼 딱 들어맞을 줄은 몰랐다.적어도 자신들이 손실액을 계산해서 메꾸어 놓은 다음에야 무진이 알아채리라 생각했었다.그때가 되면 무진이 알게 됐다 해도 자신들을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라 여기며.그런데 지사의 일이 모두 들통났을 뿐 아니라,광산을 채굴의 건도 들통나 버렸다.이제 아무것도 숨길 수가 없었다.무진은 강상철이 이렇게 바로 인정할 줄은 몰랐다. 정말 뜻밖이라고 여겨졌다.하지만 사정이 이렇게 된 이상, 강상철로서도 뭐라고 반박할 말이 없었다.무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할아버님 두 분 모두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두 분은 개인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많은 돈을 사용했습니다. 얼마를 쓰셨든 그만큼 토해 내셔야지요. 개인적으로 진행한 사업 모두 공금으로 충당하셨습니다. 토해내지 않으시면 두 분이 공금을 횡령했다는 증거를 제공할 겁니다. 이 증거들이면 아마 10년 이상 감방에 있을 수 있을 겁니다.”무진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만약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지 않았더라면, 회사의 그 많은 돈이 강상철, 강상규의 주머니에 들어간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어쩐지 요 몇 년 사이에 강상철과 강상규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라니.’그냥 이대로 갔으면 저 두 사람은 분명히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WS그룹을 계승할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을 것이다.그저 WS그룹을 이용해 자신들만의 제국을 만들려는
강상철의 별장.강상철의 맞은 편에 앉은 강상규의 입에서 분노의 말들이 쏟아졌다.“형님, 왜 무진이 그 놈이 내놓은 무리한 조건을 승낙하셨어요? 양도권들을 넘겨줬으니 앞으로 우리에겐 이윤이 안 남을 겁니다.”강상철은 뒷짐을 진 채 창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양도권은 이미 서명해서 줬는데 어쩌라고!”그 역시 화가 났지만 달리 방법이 있단 말인가?지금 자신들의 약점을 강무진이 손에 단단히 쥐고서 자신들을 죽도록 압박하고 있었다.그러니 서명하는 것 외에 자신들이 달리 선택할 길이 있었는가?“이 일은 사실 그렇게 빨리 서명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아직 의논의 여지가 있었어요. 시간을 좀 더 끌 수 있었단 말입니다.” 강상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매우 부당하다고 느껴졌다.“강무진 그 놈의 태도 못 봤어? 우리가 서명하지 않으면 그 놈이 우리를 가만히 놔 둘 것 같아? 아니면 당장 감옥에 들어가고 싶어?” 그 증거들을 모두 넘겨주면해외 지사 두 곳과 광산뿐만 아니라, 강씨 집안 어디에서도 자신들이 몸 둘 곳이 찾지 못할 것이다.지금은 잠시 힘을 키워야 재기할 수 있다.진짜 감옥에 들어가면 그 길로 끝장이다.“나, 나는 당연히 원하지 않지요. 그러나 단지 강무진이 저렇게 날뛰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 하는 말이지요. 우리는 그 놈의 웃어른 아닙니까? 도대체 뭘 믿고 우리에게 이렇게 대하는 건지? 어쩌면 서명하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강씨 집안 사람인 점을 고려해서 강무진이 지나치게는 안 할 지도 모르지요.” 강상규가 떠보듯이 강상철을 쳐다보았다.“상규야, 너 참 생각이 순진하다. 우리가 뒤에서 한 일들을 무진이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어떻게 우리 사정을 봐 주겠니? 그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거라.” 강상철은 누구보다도 무진의 생각을 제대로 알아야 했다.만약 무진이 정말 이 쥐 꼬리 만한 혈육의 정을 고려했다면, 자신들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즉시 뒤에서 이러한 내막을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다.“어떻게 강무진이 우리 머리 꼭대기에 오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