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은 연례 대회의 일부분일 뿐.또 하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우수 직원에 대한 포상이다.작년에 실적이 뛰어났던 WS그룹은 두둑한 보너스를 준비했다.이름이 불리면 모두 무대에 올라가 자신의 실적에 맞는 포상을 받는다.모두가 기뻐할 때 강명수와 강명호가 앞으로 나갔다.집안의 기둥이었던 자신들의 아버지는 감옥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지내야 할 판.올해는 좋지 않은 해가 분명했다.자신들의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가 고생하고 있는 판국에 강무진은 무슨 권리로 경축을 한단 말인가?그래, 두 늙은이를 없애고 강무진이 최대 승자가 되었지?무진이 지금처럼 득의양양한 것이 누구의 것과 바꾼 것인지 생각도 해보지 않았겠지.강명수와 강명호는 비록 아주 불만스럽고 강무진 저놈을 조각 조각 포를 뜨고 싶지만, 장소를 생각해서 오늘 같은 날 강무진에게 표정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두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본 직원들이 분분히 한쪽으로 섰다.두 사람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을 보니 분명히 좋은 뜻으로 온 게 아니었다.무대 아래의 직원들은 모두 슬쩍 강무진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설마 올해 연례 대회에서 또 다른 빅 뉴스가 터지는 건 아니겠지?무진이 두 사람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저 두 사람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두고 볼 참이었다.앞으로 나서서 무진을 응시하는 강명수의 눈빛이 상당히 음산했다.그는 이를 악물었다가 말했다.“무진아, 곧 설이다. 우리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두 사람은 모두 연로한 늙은이들이다. 네가 손에 넣으려던 것은 모두 손에 넣었지 않니? 우리 둘째, 셋째 일가는 앞으로 회사에서 발언권도 없으니, 너도 우리와 계속 다툴 걱정할 필요 없다. 어쨌든 네게도 할아버지들 아니시냐? 네가 좀 두 분이 나오시도록 선처를 해 다오.”강면수는 일부러 무진을 도리도 모르는 사람처럼 들리게 말했다.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진이 두 노인을 감옥에 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난을
무진의 눈에 두 사람의 반응이 들어왔다.사과하러 왔다 해도 성의가 없음을 바로 알 수 있다.무진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변호사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전했습니다. 이미 두 노인에 대해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었습니다. 두 사람의 소행에 대해서는 드러난 증거가 확실한 이상, 현재 검찰로 이미 넘어가 법에 따른 처분을 기다려야 할 상황입니다. 두 분을 구하고 싶다면 검찰청에 가서 부탁하시죠!”그가 이렇게 말하는데 이 일을 증명하는 것은 의논의 건더기도 없었다.무진 쪽은 철회하고 싶지 않다면, 검찰에서 어떻게 풀어주겠는가?“강무진, 너무 지나치다!” 강명수가 분을 참지 못했다.자신들이 아버지 뻘인데도, 강무진은 조금도 체면도 봐 주지 않았다.자신과 강명호가 직접 찾아가 여러 차례나 부탁하였지만 무진은 모두 묵살했다.자신이 회사를 맡고 있으면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비록 두 노인은 집안의 어르신들이지만, 나는 스스로 컸다고 장담한다. 두 어른에게 아무런 은혜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전의 유언비어도 모두 강상철, 강상규 두 어른이 조작한 것들이죠. 두 삼촌들도 이미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두 분이 알고 있는 사실을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나는 가장 큰 양보를 했습니다. 바로 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요. 다른 부분은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무진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그는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저들 마음대로 하고 싶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만약 강상철과 강상규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그에게, 혹은 큰 집에, 조금이라도 잘했다면, 당연히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무진은 그 두 사람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렇다면 이렇게 된 마당에 후환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 그들이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이미 선을 넘었기에 자신을 탓하면 안되는 것이다.무진의 말이 떨어지자, 강명수와 강명호가 서로 쳐다보았다.원래 무진에 대해 반박할 말을 찾으려고 했
연례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강명수와 강명호가 다녀간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이번 연례 대회는 원만하게 진행된 편이다.직원들 모두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얻었으니 당연히 즐거워했다.회사 중앙에는 점차 사람들이 떠나고 띄엄띄엄 몇 사람만 남았다.안금여는 나이가 많아 젊은이들과 달리 그렇게 오래 견디지 못했다.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본 안금여와 강운경도 먼저 돌아갔다.차에 오르기 전에 안금여가 말했다.“무진아, 운전 조심해라.”무진은 얼른 대답했다.“네, 할머니, 이따가 손 비서가 데려다 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세요.”그는 오늘 저녁에 술을 좀 마셔서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손 비서는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운전하라고 일렀다.그러자 안금여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강운경과 함께 돌아갔다.무진은 협력사 대표들과 주주들에게서 적지 않은 술잔을 받았지만,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고 걸음걸이도 반듯한 것이 전혀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았다.성연은 안금여와 모두 떠난 것을 보고 구석에서 일어나 무진의 곁으로 걸어갔다.“우리도 돌아가는 거예요?”성연을 본 순간, 무진의 얼굴 표정이 부드러워졌다.“피곤하니?”“조금요.” 조금 전까지 구경을 한다고 오래 서 있었더니 하이힐을 신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발이 좀 아팠다.“잠시만, 잠시 체크하고 마무리하는 것 보고 돌아가자.” 무진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성연은 서있고 싶지 않아 다시 휴게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은 채 턱을 괴고 무진이 오기를 기다렸다.대략 십여 분 정도 지났을 때 무진이 돌아왔다.후방지원 부서의 인원에게 남은 작업들을 인계하면 일을 끝낸 셈이다.그는 성연의 손을 잡고”가자, 우리 돌아가자.”성연은 그의 뒤를 따랐다.오늘은 예쁘고 드레스 효과를 위해 성연은 좀 적게 입었다.무진에 손바닥에 가라앉는 온도가 있어서 오히려 성연은 많이 따뜻함을 느꼈다.곧 문어귀까지 걸어가려고 할 때 무진이 멈추자 성연은 의아스러운
계속 닭살이 돋았던 손건호는 무진과 성연을 들여보낸 뒤에 곧바로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무진은 손건호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손건호가 손을 내저으며 사양했다.“보스, 평소에 저에게 주신 월급과 보너스로 이미 충분합니다. 필요 없습니다.”“이것은 네가 가져야 할 몫이야. 새해에도 기쁜 마음을 시작하자. 내 곁에 믿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앞으로 너를 많이 귀찮게 할거야.”무진은 다른 사람의 장려도 잊지 않고 손건호도 잊지 않을 것이다.“보스, 무슨 일이 있어도 보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손건호가 얼른 자신의 충심을 표현했다.“가져가, 돌아가서 푹 쉬고.” 무진은 손건호의 손에 흰 봉투를 쥐어 주고 성연을 안고 들어갔다.무진은 침대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성연을 보았다.오늘 성연은 아주 섹시한 치마를 입었다.성연은 잠옷을 찾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무진이 그녀를 향해 멍하니 있는 모습이 보였다.무진의 뺨이 약간 붉은 것 같다.성연은 그가 술에 취한 것은 아니겠지, 생각했다.그녀는 무진 앞에 가서 손을 뻗어 무진 앞에서 흔들었다.“무진 씨, 왜 그래요? 취했어요?”무진은 정신을 차리고 성연의 손을 잡았다.한 차례 천정이 빙빙 도는 듯하더니 성연은 무진의 몸 아래에 깔렸다.성연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보았고 성연은 눈동자에 물빛을 띤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직접 몸을 숙여 성연의 입술에 키스했다.무진의 키스는 아주 사나웠다.성연도 발버둥칠 생각은 포기하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무진이니까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싫지 않다는 느낄 뿐임을 알고 있었다.성연은 자신을 좀 내버려두기로 결정했다.성연은 자신의 입술에서 아무런 감각도 안 느껴지는 것 같았다.무진 술을 많이 마셨더니 입에서 술 냄새가 난다.그녀는 흥분하여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고, 가벼운 손짓으로 무진을 밀었다.“무진 씨.”무진은 그녀의 입술을 깊숙이 베어 문 뒤에 동작을 멈추었다.무진은 다시
연례 대회가 끝나고 바로 이어 본격적으로 설을 맞이했다.진미선은 엠파이어 하우스의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설 명절 선물을 가지고 왔다.진미선은 크고 작은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있었는데, 대부분 유명 브랜드의 건강보조 식품들이었다.출혈이 꽤나 커 보였다.마침 거실에 있던 집사는 초인종 소리를 듣고 현관의 인터폰을 들어 방문객을 확인했다.그런데 인터폰에 웬 낯선 사람이 보이자 집사가 물었다.“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는, 성연이 엄마예요. 실례지만, 성연이 좀 불러주시겠어요? 연말이 되어서 성연이 주려고 몇 가지 사왔어요.”진미선의 태도는 부드러웠다.이때 인터폰을 통해 그녀의 부풀어 오른 아랫배의 윤곽이 보였다.성연의 집안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는 집사.만약 작은 사모님의 부모들이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 했었다면, 그 어린 나이에 강씨 집안으로 시집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아는 사람들이야 무진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해도,외부에 알려진 무진의 명성이 좋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나이 어린 딸을 이곳으로 시집을 보낼 정도라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진미선에 대한 집사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그리고 애초 사모님이 막 강씨 집안에 왔을 때는 소위 부모라는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사모님의 엄마라는 여자는 지금 둘째를 가진 게 분명해 보이는데, 어떻게 사모님에게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저 여자가 무슨 꿍꿍이로 여기에 왔는지는 자명하다.집사의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하더니 여러 생각들이 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진미선을 대하는 집사의 음성은 부드러웠다.“죄송합니다, 부인. 먼저 작은 사모님께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이런 일은 집사가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네.” 외부의 날씨는 추웠지만 진미선은 조금도 불평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임산부를 밖에 오래 세워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얼른 성연에게 알렸다.마침 성연은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설 명절. 안금여는 주방에 일러 식탁 한 상 가득 차리게 했다.성연은 강운경과 같이 원래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안금여는 모처럼 쉬는 설명절에는 온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야지, 주방에 들어가 주방에서 고생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성연이 안금여의 말에 따라 안금여 옆을 지키며 어른들과의 대화에 동참했다.올해 설에는 무진의 삼촌 강상문도 참석하며 온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누구 하나 빠진 사람 없이.어린 손자, 손부를 바라보는 안금여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이 정도 나이가 되면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란 그저 어린 자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것뿐.설날 음식을 먹는 자리에서 강상문은 해외에서 가져온 포도주를 내놓았다.코르크 마개를 따니 강렬한 와인향이 코를 찌를 듯하다.강상문이 모두의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와인은 도수가 낮으니 편하게 마셔요.”성연이 한 모금 맛을 보니 향이 아주 강한데에 비해 오히려 달달한 맛이 많이 났다.꽤나 맛있다고 생각하며 성연은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어머, 상문아, 같이 마시려고 네 와이너리의 와인을 꺼내 온 거야? 아깝지 않든?” 강운경이 옆에서 놀렸다.강상문은 누나 강운경의 농담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서 웃으며 말했다.“가족 사이에 아까울 게 뭐가 있어? 그럼 가족들에게 아껴서 누구에게 줄려고?”“그건 그래. 내가 너 하나뿐인 누나지.” 강운경도 전혀 겸손하지 않은 태도로 턱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주고받는 투닥거림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친밀감이 느껴졌다.‘그래, 이게 진짜 친남매지. 어쨌든 남매 간의 우애가 참 좋네.’와인을 홀짝이면서 사람들 사이로 오고 가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성연은 올해 설이 최고의 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식사 끝난 후, 성연은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 앉았다.테이블 위에는 과일과 한과 등이 있었다.성연은 좋아하는 것 몇 가지를 자기 앞에 당겨 놓고 먹고 있었다.잠시 한담
성연에게 세뱃돈을 준 안금여는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우리 성연이 한 살 또 먹었네. 이제 아가씨가 다 됐어.”순간 쑥스러움을 느낀 성연이 입술을 오므린 채 웃었다.지금 같이 강씨 집안의 떠들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성연이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혼자 시골로 보내져 외할머니와 지내면서, 부모의 마중을 받는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도 아빠, 엄마가 마중 오길 얼마나 바랬었는지.그러나 그런 시끌벅적한 명절에도 결국 자신과 외할머니만 시골집에서 쓸쓸하게 지냈다.그리고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신 후에는 자신은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그래도 적어도 자신에게는 사부님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사부님은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계셨고,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사부님과의 연락도 많지 않았다.그러니 자기 혼자 남은 것이나 매한가지였다.다만 강씨 집안에 와서 이 가족들로부터 이런 사랑을 받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무진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정말 자신을 강씨 집안의 일원으로 여겼다.그러나 애초에 목적을 가지고 강씨 집안에 들어온 자신. 강씨 집안 사람들과의 감정이 이렇게 깊어질 줄은 예상 밖이었다.강씨 집안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신인데도 가족들 모두 자신에게 이토록 잘해주니, 성연은 마음속으로 엄청 감동을 받았다.나중에 떠날 생각을 하니 정말 미련이 남았다.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성연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그런 성연을 바라보면서 안금여는 이 아이가 불쌍하고 마음이 아팠다.마침 성연의 옆에 앉아 있던 안금여가 좀 더 다가가 성연의 어깨를 껴안았다.“이런 맹추 같으니, 보는 눈이 없는 사람들이나 너에게 제대로 못하는 거야. 앞으로 널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 할머니가 있으니 그딴 사람들은 신경 쓰지도 마, 알겠니?”안금여의 품에 기대어 있던 성연의 눈가에 어느새 한 줄기 눈물이 가로지르고 있었다.성연이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친 후에 말했다.“네, 고맙습니다. 할머니.”성연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몰랐던 강상문이 눈
안금여가 보니 모두가 선물을 꺼내 놓았는데, 무진만 없었다.안금여가 손을 뻗어 무진의 팔을 쳤다.“무진이 너 어떻게 된 거야? 너의 선물은? 성연이 선물 준비 안 했어?”그녀는 무진이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들 지금 필사적으로 협조하는데, 무진이만 적극적인 태도가 전혀 없으니,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나중에 성연이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면 울기밖에 더하려고.’무진의 눈에 어쩔 수 없다는 빛이 어리며 말했다.“할머니, 정말 살풍경해요. 사실 이미 준비 다 해 놨어요. 몰래 주려고 했단 말입니다.”말하면서 무진이 재킷 주머니에서 검은색 벨벳 상자를 꺼내 열었다. 케이스 안에는 은색으로 반짝이는 반지가 들어 있었다.아주 심플한 디자인의 반지는 지나치게 복잡한 커팅이 없어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이 반지를 위해, 이 새해 선물을 위해, 무진은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반지의 디자인에서 소재까지 모두 무진이 직접 골랐다.성연이 부끄러움이 많은 걸 잘 아는 무진은지금 온 가족이 다 있는 자리에서 빨리 꺼내고 싶지 않았다. 성연이 분명 쑥스러워할 테니까.그러나 지금 안금여의 말에 선물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뭐, 준비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겠지.’무진의 손에 있는 반지를 본 성연의 눈은 온통 의아스러운 빛이다.커다란 눈을 더 크게 부릅뜨고 있는 성연의 모습이 무척 귀여워 보였다.무진이 반지에 대해 설명했다.“이전의 약혼반지는 너무 화려해서 성연이 네가 끼고 다닐 수가 없었지만, 이건 새끼손가락에 끼고 다닐 수 있게 심플한 디자인으로 주문 제작했어.”재질이 특수해서, 무진은 많은 공을 들이며, 또 많은 자료를 찾아보며 수집했다.비록 그 과정이 좀 번거로웠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성연을 보니 전혀 수고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성연이 반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한 개의 링에 불과한 반지지만 오히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링 위에 성연의 19살 나이에 맞게 조각된 별 문양이 성연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선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