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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백그라운드에 띄워진 진심

作者: 데이지
last update 公開日: 2026-04-01 13:41:59

그는 그녀를 어떤 눈으로 보게 될까.

그리고 그 눈은, 그녀가 더 이상 피해갈 수 없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하준은 요즘 이상하리만치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 이상이었다. 그는 자주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심지어는 때때로 습관적으로.

차서윤 팀장. 입사 첫날부터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던 그녀.

‘쎄다’, ‘무섭다’, ‘멋있다’, ‘일은 잘한다, 근데 감정이 없다’…

그런데 하준에게는 그녀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 단정하고 또렷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요즘 들어 그 또렷함 뒤로 미묘한 흐트러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회의실을 전전하며 시시콜콜한 기획안들을 검토하면서도, 

그녀는 늘 어딘가 다른 공간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을 때가 있었다.

그건 피곤해 보인다는 말로 설명될 수 있는 종류의 흐트러짐이 아니었다.

한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던 도중, 그녀가 종종 허공을 보며 눈을 깜빡일 때가 있었고

아무도 없을 때, 책상 아래로 손을 넣어 고개를 천천히 숙일 때가 있었다.

한밤중,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지날 때,

그녀의 자리에서 희미한 백라이트가 비치는 걸 본 것도 세 번이나 됐다.

정하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팀장님, 밤에 뭐 하시는 거지…”

처음 의심을 품게 된 건, 며칠 전 야근하던 날이었다.

하준은 홍보 자료 편집을 마친 뒤, 복도 쪽 자판기 앞에 서 있었다.

캔커피를 고르고 막 뚜껑을 열려는 순간, 멀리서 작은 빛이 흘러나오는 걸 봤다.

사무실 끝 쪽, 불 꺼진 공간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빛.

그건 팀장 자리였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장 재킷은 벗은 채, 셔츠 소매를 걷고, 안경을 쓴 모습.

자세는 깊숙했고, 표정은 심각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가 몰입한 틈을 타서 들키지 않도록, 발소리를 죽이고.

그 순간, 그녀의 노트북 화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불빛 아래 희미하게 보인 문장.

그의 손끝이 허리를 따라 움직였다. 숨이 '턱~하고' 막혔다.

하준은 멈췄다. 너무도 명확하고, 강한 문장이었다.

회사 업무용 문서라고 보기엔, 표현의 강도와 방향이 확실했다.

그리고 결정적이었던 건, 그녀의 표정이었다.

그 문장을 바라보며, 그녀는 미묘하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건 분석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창작자의 몰입이거나, 혹은 감정의 기억이었다.

그는 조용히 뒷걸음질쳤다.

그녀가 알아채지 못한 채,

자신의 세계 안에서 몰입해 있는 그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부터였다.

그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하나의 단어가 자꾸 맴돌기 시작한 것은.

‘작가…?’

며칠 후. 하준은 의도적으로 팀장 근처를 오가며 그녀의 작은 습관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그녀는 항상 비슷한 시간에 커피를 내린다.

진한 블랙. 우유나 시럽은 전혀 넣지 않는다.

오후 1시 40분경, 점심 후 돌아와 잠시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인다.

아마도 책상 아래에 숨겨둔 작은 메모장을 보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오후 4시 즈음엔, 자주 오른손을 들어 눈가를 문지른다.

다크서클이 깊어지며, 가끔은 눈을 감은 채 머리를 젖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행동 사이사이에 그녀는 습관처럼 노트북을 열었다 닫는다.

언제나 창을 완전히 끄지 않는다.

작업 중인 문서가 열린 상태로 백그라운드에 떠 있는 듯한 방식.

하준은 몇 번이고 그 순간들을 본 뒤, 점점 확신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팀장님은 뭔가 쓰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강하게 의심하게 된 건 우연히 그녀의 USB를 보게 된 날이었다.

서윤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노트북에서 화면 보호기가 깨어나며 잠깐 나타난 창.

그는 무의식적으로 USB의 디렉토리 이름을 보았다.

PM_episode_list

Final_Edit_ver4

NightCharacter_InnerVer

회사 문서 치곤 이상하게 직관적이고,

이상하게 창작자다운 파일명들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점점 더 그녀가 쓰는 글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밤마다 무얼 쓰고, 왜 그렇게 몰입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그렇게 조용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하는지.

하준은 그날 밤, 노트북을 켜고 핑크문이라는 필명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몇 줄 읽고 나서야 그는 알게 되었다.

그 글 속의 여자 주인공이 말투도, 커피 취향도, 말끝의 리듬도…

너무도 차서윤을 닮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어딘지 모르게 지금의 자신과 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하준은 노트북을 덮으며,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설마.”

설마가, 조금씩 의심이 되고, 의심이 서서히 흥미가 되며, 흥미는 곧… 감정이 된다.

그리고 감정은 그 어떤 비밀보다 빠르게 두 사람 사이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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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상사의 비밀 알바   38. 조용한 경고

    점심시간 직전, 서윤은 회사 근처 작은 공원 벤치에 혼자 앉아 있었다.이진과 나눴던 원고 이야기로 하루를 정리하며, 조금은 가벼워진 숨을 고르고 있던 그때지현이 조용히 다가와 옆에 앉았다.“시간 괜찮아?”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랐지만,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지현은 시선을 멀리 두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출판사 일, 오래 하다 보면 사람의 기류 같은 게 보여요.그게 썸인지, 애매한 감정인지, 그냥 우연한 친밀감인지.”말투는 차분했지만,그 안에는 또렷한 목적이 서려 있었다.“서윤 씨.”이름을 또렷이 부른 지현의 눈빛이조용히 그녀를 찔렀다.“하준이는… 그럴 사람 아니에요.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아무에게나 마음 주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요.”그 말은 하준에 대한 옹호처럼 들리기도 했고, 동시에 서윤을 향한 경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지현은 조금 더 목소리를 낮췄다.“지금 서윤 씨가 누구와 가까워지고 있는지,모르고 있진 않아요.”그 말에, 서윤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혹시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그냥, 너무 쉽게 마음 주지 말라는 말이에요. 어떤 사람은, 글로는 멋있게 사랑을 써도현실에서는 책임지지 않거든요.”그건 이진을 향한 말이었다.그리고 동시에, 서윤을 향한 조용한 경고였다.지현은 말 끝에 살짝 웃었다.“뭐, 저는 그냥… 오래 지켜본 사람 입장에서 하는 말이니까. 기분 나쁘게 듣진 않았으면 좋겠어요.”그 말은, 무해한 포장지를 두른 독백처럼 들렸다.지현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서도, 서윤은 한참 동안 벤치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가슴 안에서 말없이 일렁이는 파문을쉽게 가라앉힐 수 없었다.같은 시각, 이진은 서윤의 원고에 코멘트를 달고 있었다.‘2막의 갈등, 독자가 서윤 씨의 내면을 함께 통과하게 될까요?’‘결말은 조용하게 울리는 방식이면 더 오래 남을 거예요.’그의 문장은 조심스럽고 다정했다.작가가 자신을 잃지 않게 이끄는 선 너머의 손길 같았다.서윤은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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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사람에게로 향하는 일은커다란 결심이 아니라 작은 선택의 반복이다.그 선택들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비로소 관계라는 이름이 조용히 시작된다.서윤과 이진은 서로에게로 향하는 그 수많은 작은 선택의 도중에 있었다.“이거, 출판사 내부 회의에서 올려보자고요.”이진은 서윤이 마지막까지 손본 원고 파일을출력한 종이에 꼼꼼히 메모를 더해 서윤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이제… 진짜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거네요.”서윤은 종이를 바라보며 잠시 복잡한 감정 속에 멈춰 있었다.자신의 글이, 더 이상 혼자 쓰는 이야기가 아니라이진과 함께 준비한 ‘작품’으로 이제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그건 어쩌면, 글이 아니라 마음을 내보이는 일일지도 몰랐다.“무섭기도 해요. 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제가 보여지는 게…”“괜찮아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냈어요.”이진의 말에 서윤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 한 마디가 그녀 안의 마지막 두려움을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며칠 뒤, 사내 회의실에서 진행된 출간 기획 프레젠테이션.서윤은 처음으로 자신이 쓴 글을 직접 소개하는 자리에 섰다.이진은 그 곁을 지켰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사내 편집장과 마케팅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작가님의 문장이… 묘하게 현실적인데, 그 안에 환상이 있어요.”“그리고 무엇보다, 이진 씨와의 조화가 좋네요. 두 분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게 느껴져요.”그 말에 서윤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함께’라는 단어가 이토록 따뜻하게 들린 건 처음이었다.회의실을 나와 복도로 걷던 중, 이진이 말했다.“잘했어요. 오늘, 당신 정말 멋있었어요.”서윤은 무심한 척 웃었지만, 그 말이 얼마나 오래 가슴속에 남아있을지는 그 누구보다도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한편, 하준은 그날도 우연히 편집부 회의 일정을 보고서윤의 이름이 적힌 프로젝트 발표 제목을 하단에서 발견하고 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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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하루는 오직 마음의 온도만으로 기억된다.그날, 서윤의 하루는 그랬다.짧지도 길지도 않은 대화, 우연한 시선의 교차, 한 잔의 커피와 두 잔의 숨.모든 것이 조용했지만, 이진과 마주했던 그 시간만큼은 기억 저편 어딘가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 같았다.“오늘 표정이 다르네요. 당신이 당신을 선택한 표정이에요.”그 말이 서윤의 귓가에 남아, 하루 종일 천천히 퍼져갔다.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왔던 시간이 있었다.그러다 문득 자신의 중심이 어디 있었는지도 잊은 채 타인의 시선 속에서 길을 잃기도 했던 시간.그런 시간 너머에서, 그녀는 지금 처음으로 자신에게 다정한 사람을 알아보고 있었다.사무실로 향하는 출근길. 전날보다 조금 가벼운 발걸음이었다.마치 온몸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서윤은 오늘만큼은 일을 빨리 마치고 싶었다.그 이유가 이진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라는 것을 스스로도 더는 부정하지 않았다.그는 다가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멀어지지도 않았다.늘 그녀의 반 걸음 옆을, 조용히 같이 걸어주는 사람.그런 거리감이 요즘 서윤에게는 이상하게도 위로가 됐다.하지만 그 평온은 오후 한 통의 전화로 깨졌다.[정하준]'잠깐만 얼굴 좀 볼 수 있을까요. 지금 로비에 있어요.'서윤은 핸드폰을 바라보다 잠시 눈을 감았다.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마음을 무겁게 했다.하지만 피하고 싶지도 무작정 밀어내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책임감과 감정 사이에서 항상 더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이었다.회사 근처의 작은 공원. 하준은 벤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 서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이런 데서 다 보네요.”그는 억지로 웃었지만, 그 미소는 금방 기울었다.“요즘, 당신을 볼 때마다 무서워요.”“…….”“예전엔 내가 잘 안아주면 당신이 괜찮아질 거라 믿었어요.근데 요즘은… 내가 아무리 가까이 가도 당신이 더 멀리 있는 느낌이에요.”서윤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그의 말엔 진심이 있었지만, 그 진심은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이었다.

  • 여상사의 비밀 알바   34. 나를 선택한 표정

    그날 밤. 하준은 돌아갔고, 서윤은 다시 조용한 공간에 홀로 남았다.TV를 켜지도 않았고, 음악도 틀지 않았다.그저… 침대에 앉아, 이진이 건넨 책을 다시 펼쳤다.책의 한 챕터를 다 읽었을 즈음 핸드폰이 또 울렸다.[류이진]오늘, 당신 생각이 나서요. 그냥… 괜찮았으면 해서요.그 문장엔 아무런 조건도, 확인도, 요구도 없었다.그저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 그 마음이 서윤의 밤을 감싸안았다.서윤은 처음으로 자신이 어떤 사랑을 원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마주하기 시작했다.확신을 강요하지 않는 사랑, 나로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감정.그런 관계 안에서 자신이 더 빛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씩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금요일 아침, 서윤은 일찍 눈을 떴다.창밖의 햇살은 눈이 부시지도, 어둡지도 않았다.그저 적당한 온도로 방 안을 채우고 있었고그날의 기분도, 딱 그만큼이었다.어디에도 쏠리지 않고, 한쪽으로 기울지도 않는 조용한 중심의 감각.아침 식탁에 앉아, 서윤은 전날 남겨둔 찬밥을 데워 간단한 아침을 차렸다.계란을 익히는 소리, 커피포트의 물 끓는 소리,모든 것이 익숙하게 반복되었지만 그 반복 속에서 처음으로그녀는 혼자인 시간을 마음 깊이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혼자인데 고요하고, 고요한데 편안하다.그게 그녀가 요즘 부쩍 자주 느끼는 감정이었다.회사로 향하는 길목, 출근길의 사람들 틈에서 서윤은 조용히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어제 밤, 류이진이 추천한 재즈 플레이리스트.멜로디는 말하듯 흘러들어왔고, 그 멜로디 안에 이진의 배려가 숨 쉬고 있었다.그녀는 이따금 문득 궁금해졌다.그는 어떻게 그렇게 ‘건드리지 않고 다가오는 법’을 아는 걸까.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하준이 문 앞에 서 있었다.그는 전날보다 더 피곤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서윤 씨. 잠깐 시간 좀 괜찮아요?”서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그녀를 회의실 쪽으로 데려갔다.회의실 안. 둘만의 공간.그러나 예전처럼 편안하지 않았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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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여섯 시가 가까워질 무렵, 서윤은 편집부 사무실에 도착했다.류이진이 “간단하게 회의하자”라며 부른 자리였다.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곳엔 다른 스태프나 팀원이 없었다.“다들 퇴근했어요?”이진은 조용히 웃으며 와인 두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오늘은 우리 둘만의 회의야.”그 말이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오히려 낯설었다.과거에도 그들은 둘이 앉아 글을 이야기했고,작가와 편집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하지만 오늘의 분위기는 달랐다.그건 일의 공기라기보단 감정의 밀도였다.“너 요즘, 하

  • 여상사의 비밀 알바   19. 목소리가 줄어드는 사람

    출근 후, 정하준은 습관처럼 두 잔의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섰다.언젠가부터 당연해진 이 작은 일상은 둘 사이에 다시 생긴 작은 평온이기도 했다.서윤은 자리에서 하준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다.“오늘도요?”“어제보다 진하게 타봤어요. 요즘 잠 못 잔다고 해서.”그 말에 서윤은 잠깐 눈을 피했다.“…응, 요즘 좀 복잡해서.”그 짧은 한마디는 사실 그보다 훨씬 많은 말들을 눌러 담고 있었다.복잡한 건 일이었고, 감정이었고, 그 안에서 서윤 자신이었다.오후, 이진과의 회의. 서윤은 회의실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있었고,

  • 여상사의 비밀 알바   13. 그 세계 바깥에서

    일요일 밤, 서윤은 문득 하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별일 없을 밤이었고, 별일 없는 하루였다.하지만 아무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그가 보내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가 먼저 연락하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서로의 공간을 존중한다는 이유,조금은 쉴 타이밍이라는 이유.하지만 진심은 이유로 움직이지 않았다.그녀의 마음 어딘가엔 ‘지금 하준이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조용한 파장이 번지고 있었다.'그도 알까. 자신이 지금 자신의 글 앞에서 또 다른 사람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그날 낮, 서

  • 여상사의 비밀 알바   12. 나를 읽는 두 가지 시선

    류이진. 그가 꺼낸 단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지금의 너, 그때보다 덜 쓸쓸해 보여.”그 말이… 어쩐지 마음속 깊은 곳을 찔렀다.밤이 오는 시간. 서윤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문장 하나 쓰려다, 손을 멈췄다.‘그녀는 조용히 울었다. 누군가의 마음 때문이 아니라,자신이 그 마음에 다 닿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이 문장을 몇 번이고 읽다가 결국 저장하지 않고 꺼버렸다.무언가가 흔들리고 있었다.하준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흔들리고 있었다.며칠 뒤. 회사 근처 북카페.하준은 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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