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화

Author: 이제리
“안 돼!”

“그럴 수 없다!”

맹세하는 것뿐이라서 최소택도 알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크게 반응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더 이상한 것은, 그와 똑같이 크게 반응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막내?”

온장온과 일행은 이상하다는 듯 온모를 바라보았다.

온모는 표정이 굳어졌다.

방금 자신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급히 감정을 추스르며 억지로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아니…… 그게, 저는…… 저는 그저 언니가 한 말이 조금 옳지 않은 것 같아서, 만약…… 만약 나중에 소택 오라버니가 마음을 돌리면, 그러니까 언니도 여지를 좀 남겨두는 게 어떨까?”

첫째 온장온은 서서히 미간을 찌푸렸다. 온모의 말이 뭔가 이상했다.

셋째 온자월은 별 반응이 없었다.

넷째 온옥지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온모를 보더니 다시 최소택을 보았다.

그들에 비해 순진한 둘째 온자신은 온모를 완전히 믿고 있었다. 그는 애초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됐다, 막내야. 나도 네가 온사를 걱정하는 것은 알지만,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시큰둥하게 최소택을 흘끗 보았다.

“너도 그렇게 우리 온씨 집안 딸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아예 깔끔하게 오늘 우리 아버지 앞, 오신 이렇게 많은 손님들 앞에서 깔끔하게 맹세하면, 앞으로 온사가 네게 매달린다 하여도 우리 온씨 가문에서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오라버니……”

온모가 다급해졌다. 하지만 최소택은 그녀보다 더 다급했다.

“안 됩니다. 이 맹세는 할 수 없습니다!”

최소택은 매섭게 온사를 노려보았다.

그는 온사가 분명 온모에 대한 그의 마음을 깨닫고 고의로 이런 못된 조건을 내걸어 그와 온모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허.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도 이 못된 여자가 절대 우쭐거리게 두지 않을 것이다.

최소택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속에서 굳건한 용기가 솟았다.

그는 다시 손을 모으고 고민도 없이 온권승에게 말했다.

“외삼촌, 파혼 외에 또 한가지 말씀 드릴 일이 있습니다. 외삼촌께서 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너는 요구가 많구나.”

이때 온권승은 이미 그와 온모의 반응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손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온아려는 그녀의 오라버니가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급히 최소택을 끌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지금 최소택은 온 정신이 다 온모에게 가 있으니 어미 말을 들을리가 있나?

그는 다시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단숨에 남은 말을 다 내뱉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외삼촌. 제가 이번 생에 혼인하고 싶은 여인은 오직 하나, 바로 온모입니다! 그러하오니, 외삼촌께서 이 소망을 들어주셔서 온사와 파혼하고, 온모와 혼인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가 이 말을 내뱉자, 장 내에 있던 온씨 가문 형제들은 낯빛이 서서히 변했다.

“최소택, 네가 감히!”

온자신이 크게 화를 냈다.

온장온은 침울한 얼굴로 타일렀다.

“소택아, 우리 온씨 가문 여식은 네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온자월과 온옥지 두 사람도 좋은 눈으로 보지는 않았다.

서로 흥분해서 단점을 가려주는 모습이 아까보다 훨씬 더 보기 좋기는 했다.

온사는 차갑게 웃었다.

옆에서 우연히 이 모습을 본 온자신은 그녀가 웃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넌 지금 웃음이 나와?! 온사야, 넌 도대체 우리 온씨 가문 여식이 맞긴 하냐? 네 정혼자를 보거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널 괴롭히는데 관리 좀 잘 할 수 없겠느냐?”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둘째 오라버니께서는 못 들으셨습니까? 제 정혼자가 이번 생에 혼인하고 싶은 여인은 제 동생뿐이라 하셨잖습니까. 그럼 불륜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막내야?”

온사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감탄하는 듯했다.

게다가 이 말이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자, 몇몇 사람들은 서서히 되새겼다.

오늘 온 손님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암투와 음탕한 생활을 수도 없이 지켜본 관가의 부인이었다.

여동생이 형부를 꼬셨다거나 그런 일들은 경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정말 순수하다면 언니의 약혼자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 온사가 앞뜰에 오기 전, 온모와 최소택이 같이 하하호호 웃으며 아주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사람들이 똑똑히 보았다.

전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저 사촌 관계가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최소택이 이렇게 나오고 온사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니 순간 많은 사람들이 온모를 바라보는 시선에 의미심장함이 더해졌다.

주변의 분위기가 변한 것을 느낀 온모는 이를 악물어 이가 깨질 뻔했다.

빌어먹을!

이 년이 왜 갑자기 똑똑해진 거야?

예전에는 돼지처럼 멍청해서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더니, 이제는 확실히 상대하기 어려워졌다.

설마 어떤 고수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온모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멍청한 건 멍청한 거다.

아빠와 오라버니들이 그녀의 편이라면, 영원히 온사가 판을 뒤집을 기회는 없다.

전생의 나는 너무 멍청했다.

똑같이 주변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낀 온사도 속으로 감개무량한 말투로 스스로를 욕했다.

전생에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최소택에게 파혼을 당했을 때 그 충격이 너무 커 받아들일 수 없었고, 최소택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손님들 앞에서 힘겹게 애원했지만, 되돌아온 건 최소택의 불쾌하다는 듯한 눈빛과 증오였다.

그가 말했다.

“나 최소택은 사람됨이 공명정대하여 가장 싫어하는 것이 그런 음모인데, 온사 너는 내 금기를 어겼고 진작 내 아내가 될 자격이 없었어.”

그 뒤로, 그녀는 최소택의 이 말 때문에 하루 아침에 경성 전체의 비웃음을 샀다.

이제는 새로운 인생이니, 온사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그녀의 것이 아닌 것들에 집착하지 않으니 그제야 모든 것이 간단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사야, 적당히 해!”

최소택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이 일은 온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내가 너랑 파혼하려는 거니, 할 말이 있다면 나한테 해! 하지만 내 생각을 바꾸려 한다면 내가 말해두는데……”

그는 가장 불쾌하다는 듯한 말투로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

“허튼 생각 마!”

짝!

청아한 뺨 때리는 소리가 장 내에 울려퍼졌다.

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며 예단 위의 온사를 바라보았다. 온장온 형제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했다.

온사가 최소택을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최소택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고 빨리 커서 소택 오라버니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온사가 최소택을 때리다니?

“온사! 너 미친 게냐? 네가 뭘 믿고 우리 아들을 때려!”

온아려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흥분해서 소리치며 손을 들어 온사의 얼굴을 때리려했으나 온사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125화

    연못가의 이족인들은 몸에서 통증이 느껴지자 미친듯이 그 독충들을 떨쳐내려고 몸부림치고 도망치려고도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맹독의 거미군단, 맹독의 지네군단은 이족인들의 몸에 내려앉은 이후로 그들의 살점을 놓치지 않고 물어뜯었다.순식간에 십여 명은 이미 거미군단에 먹혀 사라지게 되었다.지네군단에 당한 사람들은 더 처참했다. 녀석들은 사람의 눈,코,입을 파고들어 그들의 체내부터 부식시켰다.“악!”“사… 살려줘!”“이… 이게 뭐야! 날 먹고 있어!”처참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는 호숫가는 기괴하고 참혹한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독충들에게 공격당한 이족인들은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지더니 살 한점 안 남은 백골 시신이 되어 버렸다.좀 똑똑한 자들은 독충무리들을 떨칠 수 없게 되자 곧바로 호수에 뛰어들었다.그러나 물 밑에는 더 많은 독충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하여 물에 뛰어든 자들의 피가 호수를 붉게 물들였다.하늘을 찌르는 피비린내가 왕궁의 화원을 뒤덮었다.이 모든 걸 지켜보는 온권승은 간담이 서늘해졌다.그는 재빨리 몸을 피하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저 시신들 중 일부가 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머리털이 곤두섰다.‘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큰일나겠어!’독충들은 이족인들을 모두 먹어치운 후, 그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다.그리고 란사를 이대로 도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어서 가서 사람들을 더 불러와야 해!’온권승이 몸을 돌려 도망치려던 순간, 뒤에서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드니 검은 망토를 입은 충술사가 보였다.이자는 연지와 함께 늘 온모의 뒤에 서 있었기에 온권승은 이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그는 너무 늦게 왕성에 도착했고 온모와 만났을 때는 창청람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눈앞의 충술사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지는 못한 상태였다.그는 단지 창왕도 란사를 잡으려 움직인다는 것만 알고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그러나 어차피 그들의 표적이 란사라면 아군이라고 생각했다.어쨌거나 그는 란사에게서 용골련만 손에 넣으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124화

    숨겨져 있던 통로 하나가 독충들의 시야를 통해 란사에게 전해졌다.그녀는 즉시 고양 일행에게 지시를 내렸다.“즉시 뒤로 퇴각하게! 조금만 더 가면 호수가 있네. 그쪽으로 가게!”고양 일행은 그 시각 긴장한 눈으로 온권승과 그의 병사들을 주시하고 있었다.곧 발각될 위기에 처한 순간에 란사의 지시가 전해진 것이다.그들은 망설임 없이 즉시 후퇴하기 시작했다.십여 명은 한 몸처럼 재빠르게 움직였다.만약 그들만 있었다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철수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하필 그들은 온모를 데리고 있었다.온모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도 고양에게 제압당한 탓에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녀가 뭔가를 하려는 낌새가 보일 때마다 그녀를 잡고 있는 사내의 우악스러운 손길이 힘을 주어 어깨뼈를 으스러지게 움켜쥐었다.그 바람에 온모는 어깨뼈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드디어 기회가 생긴 것이다.고양 일행이 뒤돌아선 순간, 고양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온모는 고개를 들고 멀리 있는 온권승을 바라보며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읍, 읍!”‘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고양 일행은 그녀를 데리고 신속히 뛰었다. 하지만 눈이 나빴는지 온모가 필사적으로 낸 소리는 결국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온권승의 귀에 전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부녀간에 마음이라도 통했는지, 온권승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그는 구원을 요청하는 온모와 눈이 마주쳤다.그것도 잠시, 그녀는 고양에 의해 순식간에 온권승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저기다! 당장 쫓아가거라!”온권승은 큰 소리로 외치며 고양 일행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 일행은 란사가 말한 호숫가에 도착했다.“다 같이 입수하게. 통로는 호수 밑에 있어. 내 독충들이 자네들에게 방향을 인도할 거네.”란사의 지시가 떨어졌지만 고양은 바로 입수하지 않고 어깨에 앉은 수정거미에게 물었다.“그럼 전하는요? 지금 어디 계신 겁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123화

    하지만 막 목적지에 도착하자, 갑자기 나타난 거미떼가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고양은 이 거미들이 란사의 독충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이 녀석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누군가 앞길에서 막고 있다는 의미였다.수정 거미 한 마리가 재빨리 고양의 어깨로 기어오르자, 익숙한 음성이 그의 귀에 전해졌다.“이 거미들을 따라 화원으로 돌아가게.”그쪽으로 돌아간다면 뒤에서 추격하는 추격병들과 부딪치게 될 것이다.의구심이 들었지만, 고양은 성녀의 판단을 믿기로 했다.그는 입을 틀어막은 온모와 부하들을 데리고 화원으로 이동했다.물론 란사는 그들을 이대로 충술사 일당과 맞닥뜨리게 할 생각이 없었다.그녀가 몸을 숨기고 있던 이유는 유성이 왕궁 전체에 진을 치고 모든 사람들을 감시하게 하기 위함이었다.그녀는 대왕자와 이왕자를 완전히 믿지 않았다.그들은 신뢰의 가치가 없는 자들이고 운이 좋아 그들이 배신을 택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왕궁의 다른 보는 눈이 많았다.특히나 대일왕은 대왕자, 이왕자보다 더 이 왕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온권승의 제안을 받아들여 왕궁을 봉쇄한 순간부터 란사는 대왕자가 미리 준비해 준 통로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그녀가 보낸 독충들이 알아본 결과,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진을 치고 지키고 있었다.만약 그녀가 무작정 대왕자만 믿었더라면 아마 고양 일당은 진작에 병사들에게 붙잡혔을 것이다.그리하여 그녀는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지금은 시간을 끌어야 했다.유성이 독충떼를 조종하여 진짜 출구를 찾기 전까지, 그녀는 고양 일행의 행적을 감추기로 결정했다.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란사는 독충무리로부터 검은 망토의 충술사 일당이 두 갈래로 흩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고양 일행에게 방금 있었던 화원으로 돌아가 숨을 것을 지시했다.당분간은 그자들이 미처 그쪽을 생각하지 못할 것이고 적어도 숨을 돌릴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경성의 황궁보다는 크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122화

    “너희도 가지고 있는 충왕을 나도 가지고 있다. 과연 누구의 충왕이 더 뛰어난지, 한번 겨루어 보자꾸나!”충술사가 쉰 목소리로 외쳤다.그의 머리 위에는 핏빛의 붉은 충왕 지네가 날카로운 충명을 내지르고 있었다.그 소리는 유성의 위협적인 충명을 몰아내고 무형의 검이 되어 고양 일행의 귓속을 파고들었다.고양 일행은 순식간에 머리가 뭐에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일행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뒤쫓아오던 지네 약충들은 이 기회에 그들에게 달려들어 고양 일행의 종아리까지 기어올랐다.그러나 녀석들이 무릎까지 기어오른 순간, 일행의 어깨 위에서 손바닥만한 거미가 뛰어내렸다.그 거미들은 밑에서 기어오르는 지네들을 향해 독액을 뿜기 시작했다.사람의 몸을 기어오르던 지네들은 독액을 맞고 순식간에 몸뚱아리가 침식되더니 버둥거릴 틈도 없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이럴 수는 없어!”약충무리를 조종하던 검은 망토의 충술사는 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질렀다.그를 놀라게 한 점은 자신의 약충들이 독액에 죽은 게 아니었다. 그의 약충무리는 분명히 독액에 부식되어 녹아서 사라졌는데 똑같이 독액을 뒤집어쓴 고양 일행은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는 점이었다.그들은 바지에 살짝 작은 구멍이 뚫렸을 뿐, 그 어떤 상해도 입지 않았다.고양과 일행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달렸다.그들은 이 독거미들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바로 어젯밤, 란사는 그들에게 독거미의 위력을 보여주었다.그때 고양 일행은 살점을 부식시키는 독성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그러나 란사가 맑은 물을 그들의 몸에 뿌리자 독액은 순식간에 독성을 잃어버렸다.맹독의 독성과 해독제의 강력한 효과를 눈으로 확인한 그들은 각자 한마리씩 란사의 독거미를 받아 몸에 숨겨두었다.그들은 몸에 모두 해독약을 발라두었기에 란사는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벌레들을 통제할 수 있었다.온모가 고양에게 끌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검은 옷의 충술사는 란사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충술사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수많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121화

    특히나 고양 일행은 살인으로 입막음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이었다.온모의 주변을 지키던 충술사 일당은 처음에는 조금 버티나 싶더니 곧바로 흑기군의 강세에 밀리기 시작했다.고양은 앞을 막고 있는 이족인들의 목을 벤 후, 곧바로 온모에게 접근했다.온모는 뒤돌아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그들은 흑기군에게 포위된 상황이었다.고양은 곧바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온모를 제압한 고양은 곧바로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그러나 충술사는 이대로 그녀가 잡혀가게 둘 수 없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충술사는 분노의 고함을 지르더니 오른발을 들어 힘껏 땅을 굴렀다.그 순간 무수히 많은 지네가 그의 망토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더니 신속히 고양 일행을 향해 덮쳐왔다.고양은 전장에서 무수히 많은 시체를 밟고 피비린내 나는 광경을 겪어왔지만, 이렇게 벌레들로 들끓는 장면을 보니 소름이 끼쳤다.특히나 수많은 지네와 굼벵이들이 충술사의 몸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이를 통해 그 충술사가 평소에 벌레들을 자신의 품에서 키우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커다란 검은 망토를 걸치고 다닌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생각만 해도 고양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털이 곤두섰다.다행히 성녀가 그들에게 내린 명령은 저 약충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었다.고양은 비명을 지르는 온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팔을 꽉 움켜잡은 채, 거칠게 밖으로 끌고 나갔다.동시에 그는 부하들에게 퇴각 명령을 내렸다.“철수한다!”이제부터는 그들의 싸움이 아니었다.다른 흑기군들도 이를 알기에 고양의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망설임 없이 즉시 후퇴했다.“어딜 도망치려고!”고양 일행은 표적을 잡았지만 충술사 일당은 아직 자신들의 표적을 밖으로 끌어내지도 못했으니 이들이 도망치게 놔둘 리가 없었다.“막아라!”검은 망토의 충술사가 명을 내리자, 몇 남지 않은 호위들과 지네들이 즉시 고양 일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그 호위들은 비록 속도와 순발력이 대명인들과 비교할 바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120화

    볼일을 보러 간다는 것은 진짜 볼일이 급해서가 아니었고 술기운도 진짜 취한 것이 아니었다.지금의 온모는 산송장인 몸이니, 진짜로 생리적 현상을 느낄 리가 없었다.그러나 연기는 아니었다.그녀가 마신 술에 든 환각제의 주요 작용이 바로 그러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배가 아픈 증상이 동반된 것이다.이는 란사가 온모를 대상으로 특별히 제작한 약물이었다.산 사람은 술을 마신 후에 별다른 느낌을 느끼지 못할 테지만 온모와 같은 산송장은 그런 증세를 동반했다.그리고 증상은 온모가 술향기가 가득한 관람대를 떠날 때까지 지속되다가 향기가 사라진 후에야 점차 정신을 차렸다.그러나 온모는 이미 왕궁의 화원까지 걸어온 상황이었다.이족 왕궁의 화원은 그리 크지 않지만 각종 기이한 꽃과 풀들이 적지 않았다.안에 들어서서 진한 꽃향기를 맡은 온모는 화들짝 놀라며 환각 상태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여기 있어?”그녀는 분명 연회장에 있었는데 언제 여기까지 온 것일까?온모의 목소리를 들은 충술사도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주변을 둘러본 그는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이분을 잘 잡고 있거라!”보호가 아닌 잡고 있으라는 명이었다.시종들은 곧바로 온모를 중심에 두고 그녀를 포위했다.온모는 이를 갈며 그들에게 호통쳤다.“대체 뭘 한 거지? 창왕께선 너희들을 시켜 나를 보호하라 하였거늘! 너희들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나한테 문제가 생기면 창왕께서 너희의 목을 칠 것이다!”검은 망토의 충술사는 그녀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미끼 주제에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꼴이 우스울 뿐이었다.그녀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창왕은 절대 심복들의 목숨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전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아무리 이 여자가 마음에 안 들어도 그녀의 신변 안전에 문제가 생기게 둘 수는 없었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안 충술사는 곧바로 약충을 풀어 주변을 정찰하도록 지시했다.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