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Author: 이제리
온장온은 예단으로 올라가 두 여동생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직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온모의 기대에 찬 눈을 마주치니 순간적으로 미간이 펴졌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됐다. 탓하려면 다섯째가 스스로 사랑받지 못한 걸 탓해야지.

그러게 누가 버릇처럼 질투를 하랬나, 막내는 하나도 보듬어주지 않고.

온장온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온사의 앞을 지나쳐, 온모에게 꽃을 건넸다.

그 뒤로 온자신, 온자월, 온옥지……

온씨 가문 사람들을 포함한 장 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꽃을 온모에게 주었다.

전생과 똑같았다.

쓸쓸한 온사와 싱그러운 꽃과 축복에 둘러싸인 온모.

온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진작부터 이런 결과를 알고 있었고, 그녀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다음 차례는 최소택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꽃에 비해 그가 들고 있던 꽃은 크고 풍성해서 예뻤는데, 온사는 쳐다도 안 보고, 고민도 없이 온모의 품에 안겨주었다.

“온모야, 꽃도 예쁘고 노래도 좋다. 성년이 된 거 축하해. 네 아름다운 그 미소 영원히 변치 않길 바라.”

“고맙습니다. 오라버니들. 그리고 소택 오라버니. 오라버니들이 준 꽃 다 너무 예뻐요. 꽃이 너무 많아서 다 보지도 못하겠어요.”

온모는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소택과 사람들은 그녀를 둘러싸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오랜 시간 고민해서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꽃을 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온자신이 사람들에게 밀려나다가 실수로 온사와 부딪혔다.

온자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는데, 그녀가 꽃을 한 송이도 받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가볍게 비웃었다.

“너무 질투하지 말거라. 막내가 꽃을 이렇게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건, 얘가 순수하고 착해서 그런 것이니. 만약 네가 막내의 10분의 1 정도만 했어도 한 송이도 못 받진 않았을 게다.”

“그러니, 앞으로 더 반성해.”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 둘째 오라버니, 반성은 필요 없어요. 전 지금 이대로 아주 괜찮은 것 같아요.”

온사는 부드럽게 웃었지만 따뜻함은 없었다.

오늘 이미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직 여기 서있는 이유는 최소택의 파혼을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근데 그 사람은 예단에 올라오니 꽃을 주느라 바쁘고, 마치 자신의 ‘본론’은 잊고 있는 듯했다.

온사는 조금 짜증이 나서 그를 밀어내기로 했다.

“아버지, 성년식도 끝났고 보아하니 아무도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저는 이제 가도 될까요?”

온사는 더 이상 온자신에게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온권승에게 말했다.

역시 그녀가 간다는 말을 들으니 온모를 둘러싸고 있던 최소택이 매섭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기다려라, 너는 가면 안 된다. 내가 아직 할 얘기가 있다.”

드디어 왔다.

최소택은 온사를 한번 노려본 뒤, 윗자리에 앉아있던 온권승에게 손을 모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외삼촌, 오늘 제가 외삼촌께 말씀드릴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마지막 말을 듣고 최소택이 진국공 저택과 혼기를 논의하여 드디어 온사를 신부로 맞이하는 줄로만 알았다.

온모는 순간 긴장했다.

그녀는 온사에게 최소택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소택 오라버니……”

최소택은 그녀의 불안한 눈빛을 보니 순간 속으로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 온모는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진짜 온사와 결혼할까 걱정됐다.

하지만 괜찮다. 그 역시 온모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절대 온사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평생 딱 한 사람만을 원하고 있었다.

최소택은 소중하다는 듯 온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온모야, 걱정 말거라. 내가 깜짝 놀라게 해 줄테니.”

그는 말을 끝내고 하나도 두렵지 않다는 듯 온권승과 시선을 마주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첫 번째 일은, 파혼에 관한 일입니다.”

“저는 온사와의 혼약을 취소하고 싶습니다!”

“무엄하다.”

“소택아!”

최소택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 있던 손님들도 떠들썩했다.

온모는 두 눈이 빛났다.

온권승은 새파랗게 질려 차가운 눈으로 최소택을 보고 있었다.

온아려는 오라버니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급히 자신의 아들을 말렸다.

“소택아, 할 말이 있으면 다음에 하거라. 오늘은 두 여동생의 성년식이고 기쁜 날이잖니. 꼭 여기서 소란을 피워야겠느냐.”

비록 그녀도 온사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파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서 파혼을 하다니, 이건 진국공 저택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었다.

독불장군 최소택은 온아려의 손을 그대로 뿌리치고 고집스럽게 말했다.

“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전 이미 결심했습니다.”

온자신은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가 잔뜩 나서 물었다.

“최소택, 아무리 다섯째가 어떻더라도 그 애는 너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커온 여동생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으면서 굳이 오늘 이 아이에게 이런 모욕을 주고, 우리 진국공 저택에까지 모욕을 주어야겠나?!”

온자신은 온사를 감싸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최소택이 온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런 뿐이다.

“둘째 형님, 전 온씨 가문에 모욕을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여생을 온사같이 악랄하고 습관적으로 질투하는 여인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 것뿐입니다! 아무리 뭐라 하셔도 저는 오늘 무조건 파혼할 것입니다!”

최소택도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이러는 게 온씨 가문에 미안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온모는 속으로 환호하고 있었다. 만약 소택 오라버니가 온사와 파혼을 한다면, 그녀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최소택의 평소 행동을 보면 충용후 저택 세자 부인이라는 이름도 틀림없이 그녀의 것이었다.

하지만 비록 온모가 속으로 확신하더라도 지금 그녀는 ‘착하고 순수한’ 여동생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한 온모는 입가의 만족감을 숨기고 가짜로 최소택을 설득했다.

“소택 오라버니, 언니가 잘못을 하긴 했지만, 언니를 이렇게 대하는 것도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언니가 그렇게 오라버니를 좋아하는데, 아니면 제 체면을 봐서라도 언니를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을 들은 최소택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렇다, 온모는 정말 그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 그가 파혼할지라도 앞으로 온사가 그에게 매달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반드시 온사의 모든 미련을 끊어내야 했다.

최소택은 고개를 돌려 온사에게 경고했다.

“온사, 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난 죽어도 너와 혼인하지 않을 것이다. 너도 눈치껏 동의하는 게 좋을 거야. 적어도 온씨 가문 체면이 있으니, 나도 네가 원하는 조건 하나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

“그래도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난 평생 단 한 사람만을 원해. 그 사람은 네가 아니고, 난 절대로 첩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최소택의 말은 거의 온사를 겨누며 하는 말이었다.

본처는 불가능하고, 첩은 생각도 말라!

그래도 그는 온사가 그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도 그렇게 오랫동안 끌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그녀의 조건을 하나 들어준다고는 했지만 만약 그녀가 이걸로 자신을 첩으로 들이라고 협박하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그는 반드시 그녀에게 경고해야만 했다.

헛된 망상은 말라지!

“허허.”

계속 아무 말 없이 그들의 공연을 보고 있던 온사는 순간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웃었다.

온사는 만족스럽다는 눈빛으로 조용히 그녀를 도발하고 있던 온모를 흘끗 보고 살짝 웃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근데 내 조건 하나 들어준다고 했지?”

“그래.”

최소택은 팔짱을 끼고 턱을 든 채 그녀를 보았다.

“네가 우리 충용후 저택의 문을 넘지만 않는다면, 다른 건 내가 다 들어줄 수 있어.”

“너무 잘 됐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사람들 앞에서 맹세해……”

온사의 입꼬리에 걸려있던 미소는 점점 짙어졌다.

그렇게 그녀를 도발하는 게 좋으면 도대체 누가 먼저 다급해질지 지켜보자고.

“……그러니까, 너 최소택은 이번 생에 절대 온씨 성을 가진 여자와 결혼할 수 없어.”

말이 끝나자, 최소택과 온모 두 사람은 동시에 낯빛이 변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81화

    두 시진 후, 마차는 드디어 경성에 당도했다.마침 하늘에서 해도 저물고 있었다.성안에 들어서자 만가등화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명절을 맞은 거리에는 등불과 채색 장식이 드리워졌고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등불 연회가 주최되는 거리로 가자 각양각색의 꽃등과 수수께끼 놀이 등 수많은 오락거리들이 펼쳐져 있었다. 상한아는 가는 곳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온사도 마차에서 내려 사람들 틈에 섞여들었다.“자.”이때 북진연이 상한아에게 돈주머니를 쥐여주었다.“경성의 등불 연회에서는 어린아이들의 놀거리가 참 맞아. 추월과 함께 놀다 오려무나.”“예? 저는 어린아이도 아닌걸요?”상한아는 온사보다 고작 한 살 어렸지만 키가 작아서 어린애처럼 보였다. 하지만 본인은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지 눈을 부릅뜨고 투덜거렸다.“옆거리의 주루에서 파는 구운 통닭이 그렇게 맛있다던데….”그 말을 들은 상한아는 온사에게 고개를 돌리며 정색해서 말했다.“성녀 전하, 저를 잘 아시잖아요. 통닭 구이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전하께 드리려고 사오려는 거예요.”“아니야, 난 출가인이라 못 먹으니 네가 가서 맛보고 오렴.”온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방해꾼들이 사라지자 북진연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그는 챙겨온 보따리에서 하얀색 바탕에 매화가 수놓아진 망토를 꺼내 온사의 어깨에 걸쳐주었다.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옷을 너무 얇게 입고 나왔어. 밤에는 공기가 차니까 나중에 고뿔에 고생하지 말고 이거라도 걸치고 있어.”온사는 고개를 들고 북진연을 빤히 응시하다가 오후에 한아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섭정왕 전하께서는 친구에게 한없이 친절한 분이시네요.”그녀는 과도한 친절이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다.과연 단지 절친이라서 이렇게 챙겨주는 건지 의심스러웠다.북진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예상했던 반응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입에서 친구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그는 애써 표정을 수습하며 무심한듯 말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80화

    오히려 며칠 온사를 못 본 날에는 괜히 기분이 울적했다.그래서 오늘은 말을 타고 친히 온사를 데리러 온 것이다.올 때는 급급히 달려왔지만 갈 때는 시간이 느리게 흘렀으면 하는 마음에 느긋하게 걸었다.고개를 돌리자 상한아와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북진연은 한참 그녀를 홀린 듯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차 안에 난로를 두었어. 추위에 고뿔이라도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하고 있어.”온사는 바로 차 안에 고이 놓아둔 난로를 찾아냈다. 하나는 정교한 모양에 손 크기의 난로였는데 딱 봐도 온사를 위해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다른 하나는 한아가 앉은 자리 뒤쪽에 있었는데 비록 온사의 것에 비해 정교하진 않지만 아주 따뜻했다.상한아는 섭정왕이 온사를 챙기는 김에 자신까지 챙겨주었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섭정왕께선 참으로 성녀 전하를 아끼시나 봐요. 그러니 시종인 저까지도 챙겨주시는 거죠.”말을 마친 상한아는 뒤늦게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틀어막았다.‘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한편, 온사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북진연의 자상함은 곳곳에 녹아 있었다.솔직히 그가 다른 마음을 품은 건 아닌지 의심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럴 리는 없다고 판단했다.그녀는 어차피 출가인이지 않은가.게다가 친히 그녀를 수월관까지 호송한 사람이 섭정왕이었다.비록 삭발 수행은 아니지만 황명을 받고 출가인이 되었으니 쉽게 속세로 돌아올 수 없는 몸이었다.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섭정왕이니 괜한 마음을 품었을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출가인이 된 이후로 성녀로 책봉되었고 어렵게 진국공부를 벗어났다. 성녀의 신분은 그녀가 진국공부에 복수할 수 있는 가장 예리한 무기였다.그녀는 이 신분이 필요하고 되돌아갈 생각도 없으니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복수를 위해서는 성녀의 입지를 단단히 해야 하고 그들을 모두 짓밟을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만 전생에 그녀가 겪었던 죽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79화

    한해의 마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진국공부에게는 파란만장한 한해인 반면에 온사는 느긋한 나날을 즐기고 있었다.“내일 저녁에 등불 연회나 보러 갈까?”북진연이 조심스레 의견을 물었다.“등불 연회요?”온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북진연이 말했다.“내일 그믐날이라 경성에서 왕년처럼 등불 연회가 있다더군.”온사는 그제야 자신이 명을 받들고 출가한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믐만 지나면 새로운 한해가 펼쳐질 것이다.그녀는 얼어붙은 손을 비비며 미소를 지었다.“좋죠. 그런데 먼저 사부님께 허락을 구해야 해요.”북진연의 시선은 얼어서 빨갛게 된 그녀의 손에 잠깐 머물렀다.다음 날, 일과를 마친 온사는 막수를 찾아갔다.“물론 되지.”막수는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가서 잘 놀다가 오렴. 긴장도 좀 풀고.”온사뿐이 아니었다. 막수는 오늘 일과를 마친 다른 사람들에게도 휴식을 주었다.한해가 시작되는 내일은 수월관이 가장 바쁜 날이었다. 각종 기도 의식도 진행해야 하고 적지 않은 손님들이 방문할 것이다. 기도 의식을 장관할 사람은 막수와 온사뿐이라 남은 사람들은 두 사람 몫까지 해야 해서 더욱 바빠질 것이다.얘기를 전해들은 온사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관내에서 그녀는 외출 횟수가 가장 많은 편이었다. 신분이 특별하다고는 하지만 너무 특혜만 받는 것도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그래서 곧 바빠질 거라고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오후에 막수와 함께 반년 동안 준비한 기도 의식의 준비를 마친 후, 그녀는 옷을 갈아입었다.그녀와 북진연 두 사람 다 유명인사였기에 등불 연회에 가려면 위장하고 갈 수밖에 없었다.온사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의복으로 갈아입었다.그리고 승려모를 벗고 긴 머리를 비녀로 간단하게 틀어 올렸다.거기에 진녹색의 의복까지 입으니 평소와는 다른 신비롭고 우아한 분위기가 넘쳤다.밖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북진연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출가인이 된 후로 그녀가 법복이 아닌 일상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78화

    온모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온옥지는 그런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온모는 그 눈길이 괜히 불편했다.‘왜 저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지? 설마 뭔가 눈치라도 챘나?’온모는 가슴이 철렁해서 마른침을 삼켰다.온옥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막내야, 사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 난 다 알아. 그러니 내 앞에서는 가면을 쓸 필요 없이 진실한 모습으로 있어도 좋아.”온모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뭘 안다는 거지?’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자 온옥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 그러고 싶지 않으면 계속 그 모습으로 있어도 돼. 나는 괜찮아.”온모는 더 이상 이 화제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기에 어색한 얼굴로 말을 돌렸다.“참, 오라버니. 전에 제가 선물한 화분은 잘 있죠?”온옥지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밀실에 놓아두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어제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그 꽃도 일종의 약재더라고요. 어쩌면 오라버니의 다리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좀 더 연구를 해볼 생각이었는데 남은 모종이 없지 뭐예요. 제가 다른 화분으로 바꿔드릴 테니 그 화분은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온모의 당당한 요구에 온옥지는 별다른 의심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밀실로 가서 가져가. 어차피 네가 준 거고 네가 준 것이면 난 뭐든 좋아.”독이 든 화분이 제 효과를 내려면 최소 두 달의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온옥지가 갑자기 중독으로 쓰러지면서 대놓고 독약을 먹일 기회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그 일로 생명의 은인이 되었으니 온모로서는 일거양득이었다.비록 버린 장기말이긴 하지만 온옥지는 진국공부 일가족 중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상대였다.물론 온자월도 다루기 쉽기로 따지면 마찬가지였지만 지난번에 독을 먹였다가 들통난 이후로 그 방법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그녀가 갖고 있는 독초는 그리 많지 않았다. 생존율도 낮아서 지금 갖고 있는 모종은 고작 두 개였다.온장온에게 하나 줬고 온옥지에게도 줬었는데 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77화

    그 시각, 진국공부.온모는 온옥지가 누워 있는 침상으로 살며시 다가가서 앉았다.“넷째 오라버니, 오늘은 좀 어떠세요?”침상 위 그의 얼굴은 창백했으나 온모를 보자마자 억지미소를 지었다.“오늘은 어제보다 많이 좋아졌어. 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네 약이 없었더라면 아마 난 지금쯤 저승강을 건너고 있었겠지.”“오라버니,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제 약이 좀 더 좋은 약이었다면 오라버니가 이런 모습이 되지 않았을 텐데, 다 제 잘못이에요….”말을 마친 온모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온옥지가 다급히 말했다.“아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약 덕분에 내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이 정도로 나는 만족해.”말을 마친 그는 억지미소를 지었다.말은 그렇게 해도 이 사건이 그에게 가져다준 충격은 엄청났다.그가 가장 혐오하는 것이 바로 타인이 자신을 폐인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그는 항상 자신은 병약할 뿐, 불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날에 와서 진짜 불구가 되어버린 것이다.그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두 다리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처음 의식을 회복했을 때 느꼈던 두려운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하지만 아끼는 막냇동생 앞에서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랬다가는 진짜 폐인이 될 것 같았다.온옥지는 사람들이 자신을 혐오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가장 두려웠다. 그래서 막내도 혹시나 그런 눈으로 자신을 볼까 봐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동시에 매일같이 찾아오며 그를 위로하고 응원해 주는 막내의 모습에 큰 감동을 느꼈다.온모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온옥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라버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오라버니의 다리를 낫게 해드릴 방법을 찾아볼게요. 대명왕조에는 의성과 귀의독왕이 계신다고 하잖아요. 그 두 사람을 다 불러오면 어떻게든 오라버니가 다시 걸을 수 있게 치료해 드릴 거예요!”온옥지는 감격 어린 눈으로 온모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막내야… 역시… 너밖에 없구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476화

    최근에 만약 누군가가 수월관에 정찰을 왔다면 그것은 분명 온모의 사람일 것이다.만약 오지 않는다면 아마 온권승이 외부에서 고용한 암살자로, 온모의 안전만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자일 것이다.온모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그녀 역시 수월관 근처에 미리 함정을 파둔 상태였다.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진국공부 쪽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정말 그 인간이 고용한 자란 말인가?’한편, 추월이 진국공부에 다녀간 다음 날, 온옥지는 재차 위기에 빠졌다.모든 어의가 모여서 진료를 보았지만 다들 이제는 방법이 없다며 뒷일을 준비할 것을 권고했다.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지만 진국공부 쪽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고 외부에 소문만 무성했다.누군가는 진국공 가문의 넷째 공자가 이미 사망하였다고 했고 일부는 아직 죽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그게 아니라면 진국공 가문이 이리 조용할 리가 없다고 그들은 말했다.대문에도 애도를 위한 흰 꽃이 걸리지 않았다.“누가 살려줬나 보네.”이제 온사는 기마세를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북진연이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고민 있어?”“워낙 소식이 빠른 섭정왕 전하이신데 들리는 소문 못 들으셨나요?”북진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짐짓 모른 척 물었다.“예를 들자면?”“예를 들면 누가 온옥지를 살려줬는지 말이에요.”온사는 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이 독거미의 독을 해독했는지 너무 궁금했다.물론 온옥지가 바로 죽지 않은 건 예상했던 일이지만 진국공부가 이리도 조용한 것이 너무 이상했다.온옥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보낸 독거미였다. 독성을 해독하지 못한다면 죽기보다 못한 고통을 매일 견뎌야 할 것인데 그렇다고 하기에 온권승 쪽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그래서 온사는 누군가가 그 독성을 해독했다고 판단했다.“누가 살려준 건 맞아. 하지만 그걸 정말 살렸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를 일이야.”북진연의 대답에 온사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온옥지를 살린 사람은 다른 사람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