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3. 금속과 속살의 모순된 결합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헝클어진 이불 위로 쓰러지듯 몸을 뉘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허리 위까지 거칠게 걷어 올렸다. 얇은 속바지를 발끝으로 밀어내어 완전히 벗어 던지자, 속박에서 풀려난 가장 깊고 붉은 속살이 어둠 속에서 헐떡이듯 틈새를 열었다.그곳은 이미 치명적인 굶주림에 짓눌려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며칠을 쏟아진 장맛비를 머금은 진흙탕처럼 축축하고 미끄러웠으며, 뱉어내지 못한 짐승의 열기로 펄펄 끓고 있었다.그녀는 놋수저의 매끄럽고 둥근 머리 부분을 자신의 다리 사이로 천천히 끌어내렸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렸다.
씻을 수 없는 배덕이었다.
죽은 지아비의 제사상에 밥을 꾹꾹 눌러 담던 신성한 제기(祭器)를, 감히 발정 난 과부의 음탕한 구멍을 쑤시는 도구로 탐하다니.하지만 뼛속 깊이 각인된 그 지독한 죄책감이야말로 그녀의 젖은 속살을 팽창시키는 가장 지독한 최음제였다.
조상들의 서슬 퍼런 눈초리를 능멸한다는 타락감이 그녀의 감각을 시퍼런 칼날처럼 예리하게 벼려냈다."흣... 아아!"
얼음장처럼 차가운 쇳덩이가 펄펄 끓는 속살에 닿는 찰나, 그녀의 입술을 뚫고 짐승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부드러운 쾌락이 아니라 살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스러운 충격이었다.
결코 섞일 수 없는 극단적인 상극(相剋)의 충돌. 생명 없는 금속의 혹독한 냉기가 핏줄이 터질 듯 팽창한 살의 열기를 무자비하게 베고 들어오는 잔인한 파열.그녀의 허리가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휘어졌다. 비단 이불을 할퀴듯 파고든 발가락이 하얗게 질리도록 흉하게 곱아들었다.
소름이 척추 끝에서부터 뒤통수까지 거친 파도처럼 뻗쳐나갔다.차갑다. 뼛골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입술에서 피가 배어날 정도로 꽉 깨문 채 숟가락을 비틀어 움직였다.
놋수저의 볼록하고 매끄러운 뒷면이 잔뜩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붉은 꽃잎과, 그 속에 똬리를 튼 가장 예민한 속살을 짓누르며 지독하게 문질렀다.질척.
마찰. 하지만 그것은 살아 숨 쉬는 짐승의 마찰이 아니었다.
수컷의 거친 살결은 맞닿으면 땀방울이 엉기고, 억세게 짓누르면 뜨겁고 부드럽게 감싸오는 찰진 탄력이 있다. 그러나 이 놋쇠는 완벽하게 죽어 있었다. 살과 살이 맞물려 떨어질 때 나는 농밀한 마찰음도, 짐승의 거친 숨결도 없었다. 딱딱하고 서늘한 표면은 그녀의 붉은 살을 파고들지 못한 채, 그저 미끈거리는 진액 위를 차갑게 겉돌며 헛돌 뿐이었다.그것은 사무치게 텅 빈 고독이었다. 혼자만의 비참하고도 서글픈 몸부림.
그녀는 쇳덩이를 통해 단전을 찢는 쾌락을 구걸했지만, 그럴수록 밀려드는 것은 텅 빈 자궁을 후벼 파는 막막한 굶주림뿐이었다.
이 딱딱한 쇠붙이에는 피가 돌지 않았다. 거친 맥박도, 살을 녹이는 뜨거운 입김도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허리를 튕기며 짐승처럼 애원해도, 이 창백한 금속은 그녀의 뱃속에 뜨거운 수컷의 진액을 쏟아내 주지 못했다."아니야... 흐윽... 이게 아니야..."
그녀는 결국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뜨거운 뺨을 타고 흘러내려 귓바퀴를 적셨다.
매끄럽고 서늘한 놋수저의 마찰은 연한 살갗을 베일 듯 예리하게 자극했지만, 끝내 깊은 곳에 맺힌 응어리를 폭발시키지는 못했다.
단전에 똬리를 튼 열기를 식히기는커녕, 예민해진 속살만 잔인하게 긁어대며 미칠 듯한 갈증만 증폭시키는 악랄한 고문이었다.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놋수저를 방바닥으로 내던졌다.
쨍그랑―!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음이 방 안의 끈적한 정적을 신경질적으로 찢었다.
그 서늘한 쇳소리는 흡사 헛된 위로에 매달렸던 그녀의 알량한 이성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 같았다.7. 닫힌 방의 비밀 계약: 공범자"물러가라. 그리고 그 더러워진 속곳은... 흔적도 없이 태워버리거라. 부엌 아궁이에 던져 넣어 잿더미로 만들어라.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게."정씨 부인이 치맛자락을 신경질적으로 끌어당기며 홱 하고 돌아앉았다.돌쇠는 바닥을 짚고 비틀거리며 짐승처럼 일어났다. 다리에 뼈가 녹아내린 듯 휘청거렸다.그는 자신의 침과 진액으로 흠뻑 젖은 마님의 속곳을 품에 안았다.마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성물(聖物)이라도 되는 양 굵은 가슴팍에 소중하고 끔찍하게 품어 안았다.그가 짐승처럼 밭은 숨을 쉬며 뒷걸음질로 방을 빠져나갔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무겁게 울렸다.탁.방 안에는 다시 정씨 부인 홀로 남겨졌다.그녀는 그제야 억누르고 참았던 가쁜 숨을 헐떡이며 토해냈다.등줄기와 허리 골짜기에 식은땀이 비 오듯 질척하게 흘러내렸다.목숨을 건 엄청난 도박이었다.만약 돌쇠가 그 짐승의 힘으로 반항했거나, 사내의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미쳐 발광했다면 모든 것이 갈기갈기 찢겨 끝장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는 온몸으로 굴복했다.아니, 그는 그녀가 내민 그 끈적거리고 치욕스러운 사슬을 기꺼이 제 굵은 목덜미에 찼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경대 거울을 쏘아보았다.거울 속의 여인은 더 이상 열녀문을 기다리는 고결하고 창백한 청상과부가 아니었다.붉게 열꽃이 핀 뺨, 사냥감을 거머쥔 듯 맹렬하게 번들거리는 눈빛, 더운 숨결을 내뱉는 벌어진 입술.그것은 타인의 지독한 수치심과 굴복을 먹고 자라난 마녀의 얼굴이자, 억눌렀던 야성의 지배력을 깨우친 암컷 여왕의 낯짝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 시뻘겋게 물든 타락한 얼굴이 미치도록 마음에 들었다.적어도 이 얼굴과 헐떡이는 핏줄은, 차가운 놋그릇처럼
6. 이중적인 언어: 소유 선언"역겹고 더럽구나."정씨 부인이 얼음조각을 씹어 뱉듯 싸늘하게 말했다.하지만 그녀의 번들거리는 눈동자는 돌쇠의 축축하게 젖은 입술과, 그 거친 혀가 짐승처럼 빨고 있는 젖은 속곳에서 단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천하고, 야만적이고, 짐승만도 못한 놈..."그녀의 벌어진 입술은 도덕의 혐오를 읊고 있었으나, 그녀의 달아오른 점막과 핏줄은 그 거칠고 날것 같은 야만성을 미치도록 갈구하고 있었다.그녀는 이성의 가면으로 그를 경멸하는 척하면서, 본능의 끈적한 손아귀로는 그를 지옥 같은 쾌락의 늪으로 자비 없이 끌어당기고 있었다.돌쇠가 굳은 얼룩이 형체도 없이 녹아 허물어질 때까지 천을 짐승처럼 핥고 빨아들인 뒤, 축축해진 다리속곳을 들고 헐떡이며 마님을 올려다보았다.그의 눈빛은 아득하게 몽롱했다.수치심과 걷잡을 수 없는 수컷의 흥분이 시뻘겋게 뒤섞여 초점을 흐리게 잃어버린 짐승의 낯짝이었다."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네놈의 기둥에서 함부로 진액을 흘리지 마라."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무겁고 낮아졌다. 서늘한 명령이자 뱀의 속삭임에 가까웠다."네 그 더러운 짐승의 욕정이 다시 끓어오르거든, 헛간에 숨어 혼자 해결하려 들지 말고 안방으로 와 내게 고하거라. 내가 살이 찢기는 벌을 내리든, 불을 끌 약을 주든 할 것이니."이것은 지독한 소유 선언이었다.이제 돌쇠라는 수컷의 사정(射精)과 본능적인 해소조차 그녀의 무자비한 통제 아래 묶어두겠다는 폭력적인 선언.그의 짐승 같은 교미는 오직 마님의 발밑에서, 허락이 떨어져야만 가능한 행위로 전락했다.돌쇠는 타액으로 흠뻑 젖은 속곳을 거세게 쥔 채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눈빛은 이제 목숨을 잃을 공포에서, 안주인을 향한 맹목적이고 타락한
5. 굴복과 수용: 혀의 속죄돌쇠는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억센 손으로 바닥에 던져진 속옷을 집어 들었다. 안주인의 명은 거역할 수 없는 하늘이었다. 어기는 순간 사지가 찢겨 죽어 나갈 뿐이었다.하지만 그 잔인한 명령 이면에는, 이빨을 감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독사처럼 숨죽이고 있었다. 그는 피 끓는 본능으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마님이 자신을 멍석에 말아 내치지 않고, 오히려 이 밀실 안에서 가장 은밀하고 치욕적인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이것은 살이 찢기는 벌이 아니라, 짐승에게 내리는 가장 달콤한 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그는 천천히, 침을 꼴깍 삼키며 아주 묵직하게 그 하얀 천을 제 두꺼운 입술로 가져갔다. 천에 밴 마님의 부드러운 살 냄새. 그리고 어젯밤 짐승처럼 뿜어냈던 자신의 비릿한 진액의 냄새.그는 짐승처럼 눈을 감고 그 무명 천을 거친 입술에 짓이기듯 비비며, 붉은 혀를 내밀어 그 빳빳하게 굳은 얼룩을 축축하게 맛보았다. 짭짤하고, 씁쓸하며, 비릿한 맛. 피와 땀이 뒤섞인 생명의 맛이었다.그것은 하늘이 무너질 듯 수치스러웠으나, 동시에 쪼그라들었던 그의 사타구니를 다시금 불덩이처럼 달구어버리는 치명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어젯밤 짚더미 위에서 헐떡이던 쾌락의 기억이 혀끝을 타고 척추로 내리꽂혔다. 그의 흉폭한 붉은 기둥이 다시금 삼베 바지 속에서 미친 듯이 핏대를 세우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정씨 부인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 적나라한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집채만 한 맹견이 주인의 발밑에 바짝 엎드려, 던져주는 먹이를 침을 흘리며 받아먹는 모습을 굽어보는 잔혹한 조련사처럼.그녀의 호흡이 불을 삼킨 듯 거칠어졌다.'그래, 그렇게 짐승처럼 핥는 것이다. 너는 이제 온전히 나의 것이다. 네 통제 못 할 욕망도, 네 비참한 수치심도, 네 그 흉폭하게 솟아오르는 기둥도 모조리 내 손바닥 안에서만 숨 쉴 수 있는 것이다.'그녀는 소복 치마폭 아래로 자신의 하얀 허벅지를 손톱이 파고들도록 꽉 쥐었다. 어젯밤 헛간
4. 훈육이라는 이름의 애무: 언어의 채찍"고개를 들라."서슬 퍼런 빙장(氷藏) 같은 목소리였다.돌쇠는 덜덜 떨리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눈가는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입술은 바싹 타들어가 갈라져 있었다. 도살장 앞에 끌려온 짐승의 핏기 없는 눈.정씨 부인은 그 짐승과 정면으로 시선을 옭아맸다. 그녀의 눈빛은 겉으로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나, 그 깊은 동공 속에는 도깨비불처럼 음란하고 푸른 불꽃이 끈적하게 일렁이고 있었다."너는 개다."그녀가 나직하게, 뼈를 씹어 뱉듯이 내뱉었다."주인의 물건을 함부로 탐하고, 발정 난 개새끼처럼 아무 데나 더러운 진액을 흩뿌리고 다니는 천박한 수캐란 말이다."그녀는 그를 서늘한 언어로 채찍질했다. 그 말은 가문을 더럽힌 종놈을 향한 모욕이었으나, 동시에 기이하고 끈적한 음란한 춘의(春意)를 품고 있었다. 그를 도덕을 아는 '인간'이 아닌 본능뿐인 '개'로 격하시킴으로써, 오히려 양반가의 썩어빠진 예법과 금기를 여지없이 벗어던진 육체적 얽힘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짐승과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짐승의 교미에는 법도가 없으니까."이런 미친 개에게는 살이 터지는 몽둥이가 약이라 들었다. 내 당장 관아에 고하여, 네놈의 그 음탕하고 흉폭한 양물(陽物)을 뿌리째 썰어내어 개먹이로 던져줄 수도 있단 말이다."돌쇠의 눈동자가 극한의 공포로 뒤집힐 듯 흔들렸다. 양물이 잘려 나가는 거세의 공포. 그것은 사내로서의 모든 생명력과 남성성이 시궁창에 처박히는 끔찍한 종말이었다. 그는 사시나무 떨듯 바닥을 기며 빌었다."마님, 제발... 제발 그곳만은... 목숨만 살려주십시오..."하지만 정씨 부인은 자비 없이 말을 이었다. 목소리의 톤을 살짝 낮추며, 은밀한 뱀처럼 귓가를 핥았다."허나... 가문의 정결한 명예가 네놈의 더러운 피로 더럽혀질까 두려워, 내 이번만은 관아에 알리지 않겠다."그것은 자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짐승의 목에 시퍼런 족쇄를 채우는 사육의 시작이었다.
3. 증거물의 제시: 누런 얼룩정씨 부인은 천천히, 짐승의 숨통을 조이듯 아주 느릿하게 자개장 서랍을 열었다.드르륵.그리고 어젯밤의 그 문제적인 물건을 끄집어냈다. 눈부시게 하얀 무명 천 조각.바닥에 처박혀 있던 돌쇠의 핏발 선 눈동자가 그곳에 콱 고정되었다.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의 굵은 얼굴이 일순간 잿빛으로 질려버렸다."이것이 무엇이냐."정씨 부인은 그 다리속곳을 하얀 엄지와 검지로 집어 들어, 마치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오물이라도 되는 양 그의 코앞에 대고 싸늘하게 흔들었다."내 다리속곳이 어찌하여 네놈의 더러운 헛간 짚더미 위에서 뒹굴고 있었느냐?"그녀의 목소리는 매의 발톱처럼 날카로웠다."내가 잃어버린 줄 알고 온 하인들을 닦달하게 만들었던 이것이, 왜 네놈의 품속에 들어 있었느냔 말이다."그리고 그녀는 기어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짐짓 역겹다는 듯 서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라붙은 누런 얼룩의 한가운데를 그의 코앞에 바짝 들이밀었다. 네놈이 저지른 짓의 냄새를 맡아보라는 듯이."그리고... 이 더럽고 짐승 같은 자국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돌쇠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목숨이 날아갈 공포와 함께 끔찍한 수치심이 거대한 해일처럼 밀려와 그의 숨통을 짓눌렀다.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 짐승 같은 욕정의 배설물을, 하늘같이 고고하고 정결하다 믿었던 마님에게 고스란히 들켜버린 것이다. 그것도 핏대가 서도록 헐떡였던 가장 적나라한 증거물과 함께."죽여주십시오, 마님! 소인이... 소인이 잠시 미쳐 돌아갔던 모양입니다요! 당장 제 손목을 잘라주십시오!"그는 방바닥에 쿵, 하고 머리를 찧었다. 이마에서 시뻘건 피가 맺힐 정도로.쿵, 쿵.살이 부서질 듯 찧어대는 그 둔탁한 소리가 오히려 정씨 부인의 심장을 찌릿하게 울렸다. 치마폭 아래 감춰진 그녀의 아랫배가 뻐근하게 조여들었다.그녀는 환희에 차 즐기고 있었다. 눈앞의 이 태산 같은 사내가, 어젯밤에는 제 속곳에 코를 박고 짐승처럼 포효하
2. 죄인, 아니 제물: 무릎 꿇은 짐승문이 열리고 묵직한 그림자가 넘어왔다.끼이익.아침 햇살이 그의 육중한 등 뒤에서 쏟아져 들어왔으나, 돌쇠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벌벌 떨며 방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 그는 죄인이었다. 지난밤, 자신이 주워온 마님의 속곳에 미친 듯이 숫짐승의 욕정을 배설하고 정신을 잃었을 때, 그는 이성이 여지없이 끊어진 발정 난 개에 불과했다.하지만 아침이 되어 서늘한 이성을 되찾았을 때, 그는 자신의 대역죄가 발각되면 당장 멍석말이를 당해 뼈가 부서지거나 관아에 끌려가 사지가 찢길 것이라는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가 무아지경 속에서 잠든 사이 손에 꼭 쥐고 있던 그 젖은 속곳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그는 직감했다. 누군가가 보았다. 누군가가 가져갔다. 그리고 지금 안방 마님의 뜬금없는 호출은 그 잔혹한 심판의 시작을 의미했다."그 자리에 무릎을 꿇어라."정씨 부인의 서늘한 명이 얼음장처럼 떨어졌다.돌쇠는 털썩, 흙먼지가 묻은 무릎을 방바닥에 꿇었다. 마당에서 도끼를 휘두르던 그의 흉폭하고 집채만 한 몸집이 한순간에 벼랑 끝에 몰린 초식동물처럼 작아졌다.정씨 부인은 그를 서늘하게 내려다보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시선. 이것은 일방적이고도 절대적인 권력의 구도였다. 하지만 이 권력은 단순히 양반과 머슴이라는 얄팍한 신분적 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타락한 욕망을 흔적 없이 숨긴 자가, 짐승 같은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켜버린 자에게 행사하는 잔인하고도 숨 막히는 혼백의 우위였다."네 죄를 네가 알렷다."질문이 아니었다. 퇴로를 가차 없이 차단해버리는 무자비한 선고였다.돌쇠의 태산 같은 어깨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렸다. 식은땀이 구릿빛 관자놀이를 타고 굵게 흘러내렸다."마... 마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요..."그는 감히 변명조차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