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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화. 문을 여는 날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7 09:15:40

토요일 오전부터 서윤은 이상할 정도로 시계를 자주 봤다.

오전 열한 시.

열두 시 십 분.

한 시 반.

도현은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결국 물었다.

“오늘만 몇 번째입니까.”

서윤이 휴대폰 화면을 껐다.

“뭐가요.”

“시간 확인하는 거.”

“그냥 본 건데.”

“밤에는 시계도 안 보겠다던 사람이 낮에는 계속 보고 있습니다.”

서윤은 대답 대신 소파 쿠션을 끌어안았다.

《사이》의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어제 모든 작업이 끝났다.

청소도 끝났고 가구 배치까지 마쳤다.

하지만 서윤은 보지 않았다.

완성된 뒤 처음 문을 여는 건 자신이 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몇 시에 들어갈 거예요?”

도현이 물었다.

“밤.”

“몇 시.”

“그건 안 정했어요.”

“그럼 왜 계속 시간을 봅니까.”

서윤이 결국 도현을 노려봤다.

“기다리니까 그렇죠.”

도현이 웃었다.

“그렇게 궁금하면 지금 들어가도 됩니다.”

“싫어요.”

대답은 단호했다.

“왜.”

“기다렸으니까 끝까지 기다릴래.”

서윤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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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서윤의 대답에 도현이 또 웃었다.“지금 또 웃었어요.”“당신 때문에.”“그러니까 그대로 있어요.”“사람이 어떻게 계속 같은 표정으로 있습니까.”“내가 알아서 할게요.”서윤은 결국 《사이》에서 스케치북과 연필을 가져왔다.다시 식탁에 앉았을 때 도현은 이미 남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그 자세 좋아요.”“아침 먹다 말고 정말 그리게요?”“응.”서윤은 스케치북을 펼쳤다.“대신 나 못 그린다고 놀리기 없기.”“지난번 그림도 좋았습니다.”“그건 도현 씨가 나를 좋아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고.”“그럴 수도 있죠.”서윤의 연필이 멈췄다.“그렇게 바로 인정한다고?”“좋아하는 사람이 그린 제 얼굴인데 마음에 안 들 이유가 있습니까.”서윤은 괜히 입술을 한번 눌렀다.“그냥 커피나 마셔요.”“웃으면 안 됩니까.”“아니.”서윤이 다시 종이를 봤다.“웃어야 돼요.”“어렵군요.”“그러니까 나 봐요.”도현의 시선이 서윤에게 향했다.서윤은 연필을 움직이다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눈이 마주쳤다.도현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맞아. 그거.”몇 초 뒤 다시 확인했다.또 눈이 마주쳤다.또 웃었다.세 번째에도 마찬가지였다.서윤이 결국 연필을 내려놓았다.“알겠다.”“뭘.”“도현 씨 웃게 하는 법.”“뭡니까.”“나 보면 돼.”도현이 피식 웃었다.서윤은 바로 연필을 들었다.“또 했다.”“일부러 아닙니다.”“움직이지 마요.”선 하나.눈매.입술 끝.서윤은 몇 번이나 종이와 도현을 번갈아 봤다.잘 그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결국 삼십 분쯤 지나서야 연필을 내려놨다.“됐다.”“보여주십시오.”“잠깐.”서윤은 그림 아래에 뭔가 적었다.그리고 스케치북을 돌렸다.도현이 그림을 봤다.정교하지는 않았다.선도 조금 어설펐다.하지만 커피잔을 든 채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얼굴만큼은 분명했다.그 아래에는 짧게 적혀 있었다.나를 보면 웃는 사람.도현이 한동안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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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서윤은 어둠 속에서 도현의 가슴에 기대 있었다.방 안은 조용했다.희미하게 들리는 건 서로의 숨소리뿐이었다.“도현 씨.”“네.”“안 졸려요?”“조금.”“나도.”그렇게 말하면서도 서윤은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도현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손목으로 내려갔다.익숙한 은색 팔찌가 손끝에 걸렸다.서윤은 각인된 부분을 찾아 천천히 문질렀다.“이거 여기서 만지니까 이상하다.”“팔찌?”“응.”붙잡아 달라고 말할 수 있도록.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와 지금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서윤이 도현의 손을 꽉 잡았다.“지금은 말 안 해도 잡고 있는데.”“그러네요.”“도현 씨도.”“네.”“잡아달라고 말해도 돼요.”잠깐 정적이 흘렀다.도현이 손을 뒤집어 서윤의 손을 맞잡았다.“그럼 잡고 있어주십시오.”서윤은 대답 대신 손에 힘을 줬다.“이렇게?”“조금 더.”서윤이 웃었다.“욕심 생겼네.”“말해도 된다면서요.”“잘했어요.”서윤은 그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몸을 일으켰다.어둠에 눈이 익었지만 여전히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갑자기 궁금해졌다.“나 지금 보고 싶어요?”“네.”“얼마나?”“불을 켜고 싶을 정도로.”서윤이 소파에서 내려왔다.“그럼 켜요?”“당신이 정하십시오.”서윤은 조명 스위치 앞에 섰다.손끝이 다이얼에 닿았다.아주 조금 돌렸다.바닥 가까이부터 희미한 빛이 번졌다.조금 더.소파의 윤곽이 보였다.도현의 얼굴도 천천히 드러났다.서윤은 거기서 멈췄다.“이 정도.”도현이 그녀를 바라봤다.서윤도 그를 봤다.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다.옷깃도 마찬가지였다.서윤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려다 거울과 눈이 마주쳤다.그리고 웃었다.“엉망이네.”“누가요.”“둘 다.”도현이 일어났다.서윤 앞으로 걸어왔다.“후회합니까.”“뭘.”“거울 크게 한 거.”“전혀.”서윤은 거울 앞으로 갔다.도현도 자연스럽게 뒤에 섰다.서윤은 거울 속의 자신보다 도현을 먼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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