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금요일 오전 9시 25분.“총괄님, 잠깐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서윤은 사무실 문 앞에 서 있는 직원을 바라봤다.인사운영팀의 정하린 대리였다.“그럼요. 들어오세요.”하린은 자리에 앉고도 한참 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서윤은 서류를 덮었다.“무슨 일 있어요?”“저…… 퇴사하려고 합니다.”서윤은 놀랐지만 곧바로 이유를 묻지 않았다.“많이 고민하셨겠네요.”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사직서를 내기 전에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말씀하세요.”“저희 팀에서 지난 3개월 동안 퇴사한 사람이 4명입니다.”서윤의 표정이 달라졌다.“4명이요?”“네. 그런데 다들 개인 사정이라고만 적고 나갔어요.”하린은 손에 쥔 봉투를 내려놓았다.“저도 그렇게 쓰려고 했는데, 그러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요.”오전 10시.하린의 이야기는 예상보다 심각했다.업무 지시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고, 마감 직전에 자료를 다시 작성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했다.“야근 자체보다 힘든 건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예요.”하린이 말했다.“오후 5시에 끝낸 보고서를 6시에 전부 다시 만들라고 하거든요. 다음 날 아침에는 처음 자료가 더 낫다고 하고요.”서윤은 메모를 멈췄다.“그런 일이 얼마나 자주 있었나요?”“거의 매주요.”“관련 기록이 남아 있나요?”“메일이랑 업무 메신저에 있습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퇴사 여부와 별개로 말씀하신 문제는 확인하겠습니다. 다만 사실관계는 다른 자료와도 대조해야 해요.”하린은 조용히 대답했다.“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잠시 후 하린이 덧붙였다.“저는 의장님께 직접 사표를 내고 싶었어요.”“왜요?”“그분은 이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실 것 같아서요.”서윤은 잠시 생각했다.“의장님께 전달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직 절차와 문제 제기는 분리해서 진행하는 게 좋겠습니다.”하린은 처음으로 조금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오후 12시 40분.서윤은 도현과 점심을 먹으며 말했다.“오늘 직원
목요일 오전 9시 15분.“총괄님, 예약 시스템 개선안은 시설관리팀에서도 동의했습니다.”담당 직원의 보고에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다음 주부터 시범 운영할 수 있겠네요.”“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뭔데요?”직원은 태블릿을 내밀었다.“새로운 절차를 적용하면 예약 변경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서윤은 화면을 살폈다.예약 변경 요청부터 승인까지 최대 2시간.긴급한 회의에는 지나치게 긴 시간이었다.“보안을 강화한다고 업무가 불편해지면 곤란하죠.”“그럼 어떻게 할까요?”“긴급 변경은 담당자에게 직접 확인하고 즉시 처리할 수 있게 해요. 대신 처리 기록은 반드시 남기고요.”서윤은 펜으로 수정할 부분을 표시했다.“규정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오전 11시 40분.서윤은 사내 익명 의견함에 접수된 내용을 검토했다.그중 유독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은 좋아졌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의견을 말하기 어렵습니다.’서윤은 내용을 끝까지 읽었다.회의 중 상급자의 의견에 반대하면 분위기가 불편해지고, 개선 제안을 해도 결과를 알려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또 다른 직원은 이렇게 적었다.‘문제를 보고하면 해결 방법보다 누가 책임질 것인지부터 묻습니다.’서윤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교육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좋은 내용을 전달해도 실제 조직 문화가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없었다.그녀는 담당 직원을 불렀다.“이 의견들, 부서별로 분류하지 말고 주제별로 정리해 주세요.”“부서를 구분하지 않을까요?”“네. 익명성이 중요하니까요. 누가 썼는지 추측할 수 있는 표현도 제거하고요.”“알겠습니다.”“그리고 개선 제안이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직원들에게 알려 줄 방법도 생각해 봅시다.”오후 1시 20분.서윤은 도현의 집무실을 찾았다.도현은 서류를 내려놓았다.“무슨 일입니까, 한 총괄님?”“의장님께 보여 드릴 자료가 있습니다.”서윤은 태블릿을 건넸다.
수요일 오전 9시 10분.서윤은 출근하자마자 교육 운영팀의 긴급 연락을 받았다.“총괄님, 오늘 오전 시범 강의에 문제가 생겼습니다.”“무슨 문제요?”“강의실 예약이 갑자기 취소됐습니다.”서윤은 걸음을 멈췄다.“누가 취소했는데요?”“시설관리팀에서는 저희 부서가 취소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우리 쪽에서요?”“네. 그런데 요청한 사람이 없습니다.”서윤은 시계를 확인했다.강의 시작까지 50분.“일단 강사님께는 예정대로 와 달라고 말씀드리세요. 제가 확인하겠습니다.”오전 9시 25분.시설관리팀에서 확인한 취소 요청은 전날 오후 6시 12분에 접수되어 있었다.요청자 이름은 교육 운영팀 직원으로 기재되어 있었다.하지만 해당 직원은 이미 퇴근한 뒤였다.서윤은 접수 화면을 살폈다.“이건 예약 시스템에서 직접 취소한 게 아니네요?”시설 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공용 메일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원본 메일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메일에는 강의실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짧은 문장만 적혀 있었다.서윤은 발신 주소를 확인했다.회사 공식 주소와 비슷했지만, 철자 하나가 달랐다.“이 주소, 우리 회사 메일이 아니에요.”시설 담당자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누가 보낸 겁니까?”“그건 정보보안팀에서 확인해야죠. 우선 강의실부터 복구해 주세요.”서윤은 곧바로 보안팀에 메일 원본을 전달했다.오전 10시.강의는 예정대로 시작됐다.서윤은 강의실 뒤편에 앉아 참석자들의 반응을 살폈다.오늘 강사는 지난번 면접을 봤던 물류운영팀 박선임이었다.그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했던 작업 안내문을 화면에 띄웠다.“여기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찾아보시겠습니까?”직원들이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잠시 뒤 한 직원이 손을 들었다.“안내문에 적힌 순서랑 실제 작업 동선이 다릅니다.”“맞습니다.”박선임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시에는 직원이 안내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안내문 자체에 있었습니다.”서윤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화요일 오전 7시 40분.“차도현 씨.”서윤의 목소리에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네, 아내.”“오늘 저녁 7시, 기억하지?”“물론입니다. 돌봄 선생님 적응 방문이 있는 날이죠.”“맞아. 오늘은 구름이랑 호두가 편하게 지내는지 보는 거니까 우리도 너무 간섭하지 말자.”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서윤은 식탁에 앉아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그리고 당신 오늘은 절대 늦으면 안 돼.”“오후 5시 이후 일정은 비워 뒀습니다.”“좋아. 그럼 합격.”도현이 웃었다.“아침부터 평가를 받는군요.”“당연하지. 우리 집에서는 의장님도 예외 없어.”오전 10시 15분.서윤은 회사 회의실에서 교육 프로그램의 최종 운영안을 설명하고 있었다.“이번부터는 강의가 끝난 뒤 만족도만 조사하지 않겠습니다.”담당자가 물었다.“추가 평가를 진행하시겠다는 건가요?”“네. 교육받은 내용을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었는지 2주 뒤에 확인하려고요.”서윤은 화면을 넘겼다.“좋았다는 평가만으로는 교육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잖아요.”그때 담당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의장님 강의 신청자가 벌써 많습니다.”서윤은 눈썹을 올렸다.“아직 정식 강의안도 확정되지 않았는데요?”“소문이 났나 봅니다.”“그럼 신청은 잠시 보류해 주세요. 다른 강사들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서윤은 단호하게 덧붙였다.“의장님 강의라고 운영 원칙이 달라지면 안 됩니다.”오후 6시 35분.서윤이 집에 도착했을 때 도현은 거실을 정리하고 있었다.“나 왔어!”“어서 오세요.”“고양이들 밥은?”“먹었습니다. 화장실도 정리했고요.”서윤은 주변을 둘러봤다.“장난감은 왜 치웠어?”“방문하시는 분이 넘어지실까 봐요.”“그럼 자주 가지고 노는 것만 다시 꺼내자. 선생님이 평소 모습도 보셔야 하니까.”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오후 7시 정각이었다.“안녕하세요. 다시 뵙겠습니다.”지난 목요일에 방문했던 돌봄 선생님이었다.서윤은 반갑게 인사했다.
월요일 오전 8시 30분.“도현 씨, 지원서는 제출했어?”서윤은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도현은 서류 가방을 들어 보였다.“네. 오전 중에 정식으로 제출하겠습니다.”“좋아. 마감은 오후 3시니까 늦지 말고.”“알겠습니다, 한 총괄님.”서윤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오늘 시범 강의 심사도 있는 거 알지?”“네. 오후 4시로 안내받았습니다.”“의장님이라고 봐주지 않을 거야.”도현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오히려 더 엄격하게 평가하셔도 됩니다.”서윤은 그의 넥타이를 바로잡았다.“그 말 후회하지 마.”오전 11시 20분.서윤은 내부 강사 선발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평가 항목은 전달력, 현장 적용 가능성, 내용의 구체성, 질의응답이었다.담당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총괄님, 의장님도 정말 다른 지원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심사하나요?”“네. 다만 이해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저는 평가 점수를 매기지 않을 거예요.”“그럼 총괄님은요?”“진행만 맡고, 점수는 외부 교육 전문가와 직원 대표 2명이 매기도록 하죠.”직원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서윤은 덧붙였다.“그리고 의장님 강의라고 참석을 강제하면 안 됩니다. 프로그램 취지가 달라지니까요.”“알겠습니다.”서윤은 심사표를 정리했다.남편이 지원했다는 사실과 별개로, 프로그램은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했다.오후 4시.소회의실 문이 열렸다.도현이 노트북을 들고 들어왔다.평소 임원회의에서 보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서윤은 진행석에서 고개를 들었다.“지원자 차도현 님, 준비되셨습니까?”“네.”“시범 강의는 10분입니다. 시작해 주세요.”도현은 화면에 첫 번째 자료를 띄웠다.《틀린 판단을 인정하는 용기》“저는 오늘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잘못 판단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심사위원들이 펜을 들었다.“몇 년 전, 저는 한 프로젝트의 납기일을 앞당겼습니다. 서류상으로는 가능했습니다. 인력도 충분해 보였고, 비용도 예산 안에 있었습니다.”도현은 잠시 말을
금요일 오전 9시 20분.서윤은 사무실에서 다음 달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 후보 명단을 검토하고 있었다.외부 강사 3명, 내부 강사 2명.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부 강사 지원자였다.“김대리님, 이분은 어느 부서 직원이에요?”“물류운영팀 박선임입니다. 현장 근무 경력이 8년 정도 됩니다.”“그런데 강의 경력은 없네요?”“네.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서윤은 지원서를 다시 읽었다.강의 주제는 《현장에서 배운 실수 줄이는 법》.화려한 자격증도, 유명한 경력도 없었다.대신 지원서에는 실제 업무 중 겪었던 문제와 개선 사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분 면접 한번 잡아 주세요.”“강의 경험이 없는데 괜찮을까요?”“그래서 직접 들어 보려는 거예요. 현장 경험을 다른 직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니까요.”오전 11시 10분.서윤은 강사 후보 면접을 진행했다.박선임은 준비한 자료를 꺼내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발표를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서윤은 미소 지었다.“괜찮습니다. 실제로 경험하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박선임은 처음에는 말을 더듬었다.그러나 현장에서 발생했던 작업 오류와 개선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목소리가 달라졌다.“당시에는 작업자가 실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안내문 위치가 잘못되어 있었습니다.”서윤이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바꾸셨나요?”“안내문을 작업자가 실제로 확인하는 위치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신규 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결과는요?”“같은 유형의 오류가 줄었습니다.”서윤은 메모했다.“좋네요. 다만 강의에서는 직원 개인의 잘못보다 작업 환경을 어떻게 개선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주세요.”박선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면접이 끝나자 담당 직원이 물었다.“총괄님, 이분으로 결정하실 건가요?”“시범 강의를 한 번 더 들어 보고요. 가능성은 충분해 보여요.”오후 1시 40분.서윤이 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