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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시청자 님, 선 넘으셨어요

Author: 움냠냥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9 22:07:02

[아까 복도에서 봤는데, 저한텐 왜 모른다고 했어요?]

세린은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봤다.

방금 올라온 문장은 순식간에 다른 채팅들 사이로 밀려났다.

[로지 왜 멈춤?]

[뭔 일 있음?]

[언니 표정 무서워]

세린은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아, 얘들아. 이상한 채팅이 하나 올라와서.”

평소 같았으면 장난스럽게 받아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상대는 자신이 사는 건물의 호수를 알고 있었다.

그것도 옆집 남자가 사는 702호를.

세린은 문제의 채팅을 캡처하고 해당 계정을 차단했다.

“미안해요, 오빠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벌써?]

[무슨 일인데?]

“별일 아니야. 내일 보자. 다들 잘 자!”

방송이 종료됐다.

화면이 어두워지자 세린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

“……뭐야, 진짜.”

분명 낮에 복도에서 마주쳤던 남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방송까지 찾아온 걸까.

세린은 한참 고민하다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낮에 신고했던 남자가 방송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복도 CCTV 영상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필요하면 경찰에도 신고할 생각이었다.

통화를 마친 세린은 현관의 도어록을 확인했다.

그리고 옆집을 떠올렸다.

‘그 남자한테도 알려야 하나?’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

똑똑.

702호 현관문을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로 손을 들었을 때 문이 열렸다.

“아, 씨발. 이번엔 또 뭐야.”

검은 반팔 티셔츠에 회색 트레이닝 바지.

남자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세린을 내려다봤다.

평소 같았으면 또 잘생겼다고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오빠. 아까 그 남자 있잖아요.”

“뭐.”

“낮에 복도에서 저한테 오빠 집 물어봤던 사람요.”

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새끼가 왜.”

“제 방송에 들어왔어요.”

“……뭐?”

세린은 휴대폰에 저장한 채팅 화면을 보여줬다.

남자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잠시 후,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거 언제 올라왔어.”

“한 십 분 전이요.”

“다른 건.”

“차단했어요. 일단 증거는 저장했고요.”

남자는 말없이 화면을 훑었다.

“너 방송에서 집 주소 까고 다니냐?”

“아니거든요?”

“그럼 어떻게 알았는데.”

“저도 모르죠. 그래서 무섭다고요.”

세린은 억울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저 방송 오래했어요. 그런 기본적인 건 지켜요.”

남자는 짧게 혀를 찼다.

“그럼 모르는 새끼가 말 걸 때 좀 무시하든가.”

“저도 무시하려고 했거든요?”

“입은 존나 잘 털면서.”

“아, 오빠.”

세린이 입술을 삐죽였다.

“저 지금 혼내 달라고 온 거 아니거든요?”

남자는 그녀를 내려다봤다.

평소라면 실실 웃으면서 헛소리나 늘어놓았을 여자가 오늘은 제법 진지했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오빠 찾던 사람이니까 알려 주는 거죠.”

“…….”

“그리고 혹시 무슨 일 있는 거면 조심하시라고요.”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네 걱정이나 해.”

“하고 있어요. 관리실에도 연락했고요.”

“잘했네. 이제 가.”

쾅.

문이 닫혔다.

세린은 눈앞의 현관문을 노려봤다.

“와, 진짜 싸가지.”

그런데 곧 어깨가 축 처졌다.

평소 같았으면 문을 다시 두드리며 장난이라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세린은 서둘러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

702호.

남자는 문이 닫히자마자 휴대폰을 꺼냈다.

“야. 내가 아까 뭐랬어.”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님?

“집 근처에 얼쩡거리는 새끼 있으면 바로 보고하랬지.”

—무슨 일 있으십니까?

“옆집 여자 방송까지 찾아갔어. 그 새끼들 짓인지 알아봐.”

—예? 방송이요?

“인터넷 방송. 씨발, 말 두 번 하게 하지 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남자는 통화를 끊고 창밖을 바라봤다.

이 집은 조직원들조차 정확한 주소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시끄럽기는 해도, 적어도 조용히 몸을 숨기기에는 적당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끝이었다.

“좆같네, 진짜.”

남자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사를 가야 하나.

그러면 저 옆집 미친 여자도 더는 볼 일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소파에 앉았다.

⸻

같은 시각.

세린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방송 관련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평소라면 웃으면서 답장을 보냈겠지만, 오늘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때 새로운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낯선 계정이었다.

[로지 님.]

세린의 손가락이 멈췄다.

[아까 방송 갑자기 끄셔서 아쉬웠어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차단했던 계정과는 다른 아이디였다.

세린은 곧바로 프로필을 확인했다.

게시물도, 팔로워도 없는 계정.

그리고 두 번째 메시지.

[근데 옆집 남자한테 말하셨네요?]

“……어?”

세린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지?

그녀는 복도에서 그 남자와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아까 702호를 찾아간 것도 방송이 끝난 뒤였다.

그런데.

[그러지 마시지.]

곧이어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사진 속에는 익숙한 여자가 서 있었다.

분홍색 머리카락.

잠옷 차림.

702호 문 앞에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불과 몇 분 전이었다.

세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가 올라왔다.

[다음에는 문 앞에서 직접 인사할게요.]

세린은 반사적으로 현관 쪽을 돌아봤다.

조용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침묵이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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