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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Author: 해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30 00:57:21

윤소은이 홍연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별실에 갇힌 지 한 시진이 넘어서였다.

문밖에서 쇠사슬이 돌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짧게 신음했고, 뒤이어 병사가 시녀의 이름을 부르며 걸음을 재촉했다. 소은은 침상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혼례청에서 홍연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 아이는 이미 혼자 걷기도 어려울 만큼 다쳐 있었으므로, 지금 들리는 발소리가 홍연의 것인지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홍연아, 네가 거기 있느냐? 내 목소리가 들리면 대답해 보거라.”

문밖의 움직임이 잠시 멎었다. 소은이 다시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무언가 단단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낮은 신음이 들렸고, 병사 하나가 문 앞으로 다가와 조용히 하지 않으면 시녀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경고했다.

“저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상처가 심하니 의원부터 불러 주십시오. 의원을 들일 수 없다면 물과 깨끗한 천이라도 보내 주시면 됩니다.”

병사는 왕자의 허락 없이는 시녀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소은이 문에 손을 얹은 채 물러서지 않자 그는 다시 소란을 피우면 시녀를 더 깊은 별원으로 옮기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덧붙였고, 그제야 그녀는 더 묻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났다.

홍연이 어디로 끌려가는지 알아내려고 소리를 높일수록 그 아이가 다칠 수 있었다. 혼례청에서 이경원은 소은이 무릎을 꿇지 않으면 홍연을 벌하겠다고 했고, 그녀가 끝내 한려진의 혼례복을 정리한 뒤에도 홍연을 풀어 주지 않았다. 이제 소은은 경원이 내세우는 조건이 반드시 지켜질 약속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별실에는 작은 침상과 탁자, 물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으며 창문에는 굵은 쇠창살이 박혀 있었다. 소은은 탁자에 놓인 수건을 찢어 손가락에 감았다. 혼례복의 장식을 바로잡느라 바늘에 찔린 손끝에서는 피가 조금씩 배어 나왔고, 오래 꿇려 있었던 무릎은 몸을 굽힐 때마다 욱신거렸다.

상처를 감싸던 소은은 무심코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어젯밤까지 그곳에 묶여 있던 붉은 끈은 혼례청에서 서무헌에게 돌려주었지만, 매듭이 닿았던 자리에는 희미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무헌은 그 끈을 묶어 주면서 새벽에 마차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먼저 길을 열어 놓을 테니 자신을 믿으라고 했고, 소은이 마지막으로 그를 오라버니라 부르자 앞으로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 달라며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나 그가 보냈다는 마차는 도성 밖으로 향하지 않았다. 소은이 내린 곳은 무헌과 한려진의 혼례청이었고, 그곳에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신부가 입을 옷을 정리해야 했다.

무헌이 직접 자신을 속였는지, 아니면 누군가 그의 약속을 이용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과 자신이 끌려갈 때 끝내 붙잡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소은은 수건의 매듭을 조여 묶고 창가로 다가갔다. 창살 너머에는 별실 뒤편의 좁은 마당이 보였으며, 병사 둘이 횃불을 든 채 회랑을 오가고 있었다. 그녀가 교대하는 병사들의 움직임을 살피던 중 붉은 천으로 감싼 작은 함을 든 궁인이 마당 끝을 지나갔다.

그 함을 보자 혼례청에서 이경원이 보여 주었던 서신이 떠올랐다.

경원은 그 편지가 소은이 도주를 계획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당시에는 내용을 끝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자신이 어젯밤 무헌에게 보낸 편지라면 무슨 말을 적었는지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소은은 경원이 무엇을 증거라고 부르는지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회랑 끝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왔고, 곧 문밖의 병사가 허리를 굽히며 왕자의 도착을 알렸다.

이경원은 궁인 둘을 거느리고 별실로 들어왔다. 혼례청에서 풍기던 향 냄새가 그의 옷깃에 남아 있었으며, 손에는 소은이 창밖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붉은 함이 들려 있었다.

“전하, 홍연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그 아이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상처가 덧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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